Y Combinator의 Paul Graham의 글보다 요새 더 재미있게 읽고 있는 Union Square Ventures의 Fred Wilson의 블로그에서 얼마전에 ‘The Black Hole of Email’이라는 포스팅을 읽었다. Fred는 아마도 하루에 수백개의 이메일을 받을텐데 그의 이메일 법칙은 매우 간단하다. 오전, 오후 그리고 저녁에 각각 한시간씩 할애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에 딱 3시간만 이메일을 읽고 답장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결론은 자기한테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을 못 받았다고 해서 기분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루에 3시간만 이메일을 하니까.

이걸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 잘해서 그런건지, 잘 못해서 그런건지 – 요새 내가 바로 이메일 홍수속에서 바둥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난 성격상 모든 이메일에 대해서 48시간 안으로 답변을 해야하는 스타일인데 나의 이런 원칙이 요새 무너지면서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와 공황(恐慌)을 경험하고 있다.

내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건가? 다행히도 그건 아닌거 같다 🙂 Entrepreneur 성향을 가진 에너지 레벨이 높은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이런걸 경험하는거 같다. Inbox에 이메일이 막 쌓이는걸 보면 스트레스 레벨도 같이 올라가고, 하나씩 답변해서 unread email을 계속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이메일이 오는걸 보면 정말 고통스럽다. 그래서 과거에는 퇴근하거나 자기전에 반드시 그날의 inbox는 모두 비우는걸 내 근무 철학 중 하나로 정했고 거의 10년 이상을 지켜왔는데, 이제는 정말 시간의 한계를 느끼는 관계로 이 원칙을 포기했다.

그리고 최근에 Fred Wilson을 따라하면서 새로운 이메일 관리법을 스스로 정했다. 일단 일어나서 간밤에 온 이메일들을 모두 눈으로 대충 확인하고 아주 급한 이메일은 바로 처리한다. 답변하는데 3분 이상 걸리거나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이메일은 모두 읽지 않은 상태로 놔두고 오전 2시간 동안 열심히 처리한다. 2시간이 되면 손을 땐다. 그리고 오후에는 1시간만 이메일을 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하루에 받는 이메일의 절반 정도밖에 처리를 못하지만, 시간이라는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거 같다. 지금도 이 새로운 방식이 아주 편하지는 않고, 처음에는 오히려 이메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냥 잔다는거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이렇게 얼마동안 해보니까 이메일을 받는 즉시 답장하지 않아도 큰일 나는게 아니고, 오히려 생각을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생기는거 같아서 지금은 꽤 만족한 work life를 즐기고 있다.

나같이 이메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한테는 이런 방식을 고려해보는걸 권하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가 이메일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전에 내가 쓴 글을 읽어보시길.

참고:
Fred Wilson, The Black Hole Of Email” (A VC, 2012.02.09.)
-배기홍, “이메일 중독 – help me climb out of my inbox!” (thestartupbible.com, 2010.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