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의 폴 그래이엄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이 있다 – “API = self-serve biz 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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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의역을 하면 좋은 API를 만들어서 제공하면 다른 서비스들이 알아서 이 API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큰 영업조직을 유지하면서 영업 사원들이 영업을 하지 않아도 API가 스스로 영업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API는 사업성과 파급력이 크다. 얼마전에 발표된 Uber API를 구현하면 차량 이동이 필요한 서비스들은 (예: 지도관련 서비스, 식당 관련 서비스 등) 사용자들에게 아주 편리하고 깔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고, 이런 서비스들이 더 많이 생길수록 우버의 영향력은 커진다. Chain.com은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API이다. 이 API를 통해서 모든 비트코인 거래가 저장되는 공개장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서비스를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 장부는 어차피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전에도 누구나 접근이 가능했지만 Chain API는 이를 더 쉽게 만들었다 (Chain이라는 이름도 정말 기똥차다). 뭐, 그 외에도 API들은 엄청 많지만 내가 요새 간단하면서도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API들은 EasyPost (미우체국, UPS, DHL, FedEx 배송 시스템과 연동)와 Lob (종이, 편지, 명함, 카드 등에 출력을 가능케함)이다. 공교롭게도 두 스타트업 모두 YC 출신이다.

API의 장점에 대해서 아주 기술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Uber API 예를 들어보자 (아직 우버가 API를 완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공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버가 API를 제공하지 않고 구글이나 Yelp와 같은 회사들과 개별적인 파트너쉽을 통해서 시스템 통합을 시도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또한, 이 통합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려면 우버와 파트너사 모두의 자원이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API를 잘 만들어서 제공하면 우버가 할일은 그냥 API를 지원만 하면 되고 그 외의 모든 작업은 파트너사 쪽으로 전가된다. 그와 동시에 우버 비즈니스는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확장하고, 더 큰 파트너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다. 물론, 이로 인해서 얻게 되는 매출 및 트래픽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에는 좋은 API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API를 제공하는 한국 회사가 당장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는다. 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API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면 좋겠다. 우버의 경우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API를 직접 만들어서 제공하지만, 대량의 서비스/데이터/정보가 존재하고 이 서비스/데이터/정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층이 존재한다면 이 두 관계자들을 매끈하게 연결해 주는 API만을 가지고도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여기에서 한국의 차세대 유니콘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s://twitter.com/pau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