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시리즈 M’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총 4편의 ‘PANDEMIC(세계적 유행)’ 다큐멘터리 방영하고 있다. 며칠 전 방영된 첫 편인 ‘죽음 앞의 인간’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중환자 전문 의료진들, 그리고 심각했던 대구를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의사와 간호사를 장시간 밀착 취재했다. 그동안 뉴스에서 조금씩 봤던 영상과 인터뷰로는 느끼지 못했던, TV로 본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고, 정말 끔찍했다. 이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3,000명이 넘는 의료진이 감염의 두려움 속에서도 대구로 향했다고 하는데, 타의로 간 분들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이 자의로, 그것도 본인의 목숨을 담보로 갔던 아주 용감하고 헌신적인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보면서 내내 안타까움, 불쌍함, 그리고 감사함의 감정이 교차하는걸 느꼈는데, 의사와 간호사가 공통으로 했던 이 말이 아직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제 일인데요 뭘. 제가 마땅히 해야죠.”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멋있었다.

그런데 또 얼마 전에 나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가족분이 수술을 받아서 내가 며칠 동안 보호자 자격으로 병원에 왔다 갔다 했다. 참고로 누구나 다 알만한 큰 종합병원이다. 그런데 이 병원의 의사들은 환자를 살려야 하고 돌봐야 하는 존재가 아닌, 그냥 ‘돈’으로만 본다는 느낌을 너무 심하게 받았다. 뭘 좀 물어보면, 얼굴에 “왜 그런 걸 물어보냐”는 귀찮고 짜증나는 표정이 너무 심하게 나타났고, 그냥 빨리 다음 환자 회진가기에 바쁜 사람들이었다. 이래서 대한민국에서는 친한 의사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고, 가족에 의사가 있어야 하는가 보다.

이 두 가지의 직,간접 경험을 하면서 나는 내가 하는 일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실은, 어떻게 보면 의사와 간호사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은 아픈 사람을 살리고 돌보는 일인데, 대구로 달려갔던 의료진과 간호사분들은 어쩌면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그냥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아, 물론, 그 이상을 하신 걸 나도 잘 안다. 그것도 본인의 목숨을 담보로. 그래서 정말 고맙다). 그런데도 내가 이분들한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점점 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VC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본다. 그렇긴 한 것 같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 외의 쓸데없는 일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창업가들을 찾아서, 이들에게 투자하고, 이들이 좋은 회사를 만드는걸 도와주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서, 스트롱을 믿고 출자해주신 LP한테 또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실은, 이렇게 간단하다. 이것만 잘하면 나는 내 일을 잘하는 VC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 외에 너무나 많은 잡다한 일에 관심을 두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부터 반성하기 시작했다. 창업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냥 본인 사업만 잘하면 된다. 이게 창업가의 일이긴 하다. 그런데 내 주변의 너무나 많은 창업가가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실은, 그냥 각자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잘하면 이 세상은 문제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다들 본인이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하니까 계속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나는 과연 내 일을 잘하고 있는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알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