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act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많은 변화 중, 사회와 경제의 ‘언택트화’ 라는 큰 변화가 있다. 원래 사전에 존재하던 단어는 아니고, 반대를 의미하는 ‘UN’과 접촉을 의미하는 ‘CONTACT’를 합성한 단어인데, 말 그대로 비접촉이라는 의미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밀레니얼들은 식당보단 집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 먹고, 매장보단 집에서 온라인 쇼핑하고, 극장보단 집에서 영화를 보는 특성 때문에, 이들의 급부상과 함께 언택트 비즈니스도 같이 성장했지만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이 언택트가 밀레니얼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쪽으로도 넘어오는 스필오버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우리가 눈치채기도 전에 이제는 언택트가 대세가 되어버렸고, 아마도 백신이 나와도 이 편한 언택트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해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편리함을 한 번 경험한 소비자들이 다시 불편함으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두가 다 언택트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요새 내가 본 많은 회사 소개자료에는 ‘언택트’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치 몇 년 전에 코인과 블록체인이 유행했을 때, 대부분의 자료에 “우리는 블록체인 기반의…”라는 내용이 들어갔듯이, 모두 다 언택트를 지향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비슷하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거나 접촉하는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투자검토를 꺼리거나,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을 낮게 주는 것 같고, 이와 반대로 100% 비대면 서비스를 하는 비즈니스에는 상대적으로 후한 밸류에이션을 주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아마도 추세가 이렇다 보니, 더욱더 창업가들이 비대면과 언택트쪽으로만 보고, 이 분야에서 창업하고 있다.

언택트 비즈니스가 잘 되는 거를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많은 투자사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상반기에 전반적으로 가장 잘한 회사들은 대부분 B2B SaaS(100% 소프트웨어), 온라인 교육, 디지털 콘텐츠 회사인데, 이 회사들의 비즈니스는 완전히 언택트이거나 대부분이 언택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다 언택트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에, 한가지 간과하기 쉬운 건, 그렇다고 기존의 콘택트 비즈니스 스타트업이 모두 망하거나, 또는 콘택트 비즈니스 영역이 금방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린 워낙 다양한 분야를 보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수많은 언택트 창업가들과 이야기했지만, 콘택트 창업가들 또한 많이 만났고, 이 중 꽤 괜찮은 팀에 투자할 수 있었다. 실은, 우리도 처음에 이런 비즈니스를 접했을 때는, “저건 전형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고,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하고 교류해야 하는 성격의 비즈니스인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잘 안되거나 망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가장 먼저 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 시점에 검토를 중단하지 않고, 조금 더 자세히 비즈니스를 보고, 창업가를 더 깊게 이해했고, 쉽진 않았지만, 이 중 몇 개에는 투자를 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현명하고 유연하게 잘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냥 잘하는 회사는 언택트 비즈니스를 하든, 콘택트 비즈니스를 하든, 무조건 잘한다. 이건 내가 얼마 전에 썼던 처럼, 무엇을 하나보단 누가 이 비즈니스를 하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대부분의 창업가가 언택트 쪽에서 창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콘택트 분야에서는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구멍은 창업가들에게는 매우 큰 기회로 다가온다. 이 어려운 시기에 콘택트 분야에서 좋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몇 년 후에는 엄청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다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언택트냐 콘택트냐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잘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