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내가 오늘회라는 회사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실은, 오늘회에 대한 글이라기보단, 미디어에 나온 내용이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싶었다. 아직도 오늘회의 결말은 잘 모르지만, 이 회사의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최근에 많이 이직한 걸 보니, 회사가 많이 어렵긴 한 것 같다. 비슷한 이야기가 브룽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그리고 산타토익을 운영하는 뤼이드에 대해서 들리고, 이 회사들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최근에 이직했거나, 아니면 창업한 사례를 몇 번 봤기 때문에, full story는 내가 모르지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긴 한 것 같다.
무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짧은 시간에 큰 투자를 받으면서 고속 성장했지만, 이후에 회사가 어려워져서 많은 직원들이 퇴사했다는 소식은 이 분야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스타트업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더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현상이 가져오는,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회사가 문을 닫으면, C급 레벨의 인재, 온갖 종류의 개발자, 마케터, 프러덕트 매니저들, 등 아주 좋은 인재들이 시장으로 방출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인재라는 건, 단순히 투자를 많이 받고 고속 성장한 회사 출신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대규모 투자를 받아서, 고속 성장한 회사라면, 그 기간의 매시간은 엄청나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에 이분들은 본인들의 직무, 또는 직무와 상관없는 다양한 일들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고, 엄청나게 다양한 내부/외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일하고, 논쟁하고,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상대했을 것이다. 초고속 성장 스타트업에서의 5년 경험은, 그냥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대기업에서의 30년 경험보다도 더 바쁘고, 값지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내가 대기업에서 30년 일해 본 경험은 없지만, 내 주변에는 이런 분들이 좀 있는데, 솔직히 어쩜 이렇게 일을 못 하는지 가끔 놀랄 때도 많다).
우리는 페이팔 마피아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페이팔에서의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수많은 유니콘을 만든 사람들을 일컫는데, 내가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워낙 유명한 창업가들과 회사들이 많다.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한국은 다이얼패드 마피아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롱 공동대표, 공동파트너 존도 다이얼패드 출신이고, 다이얼패드 출신 분 중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신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에서도 네이버 마피아, 카카오 마피아, 쿠팡 마피아, 토스 마피아, 배민 마피아 등이 탄생할 것이다. 짧은 기간 안에 엄청난 제품을 만들어서 성장한 회사에서 보고, 듣고, 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본인들도 이런 경험을 복제해서 더 대단한 회사들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회사 출신의 창업가들도 잘하지만, 비슷한 이유로 망한 회사 출신 창업가들도 잘한다. 이들은 고속 성장하는 회사에서 치열하게 보고, 듣고, 한 게 많아서, 이러한 배움과 경험을 선별적으로 복제해서 더 좋은 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망한 회사 출신 창업가들은 “이렇게 하면 위험하다”라는 시그널들을 잘 읽는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잘 안 된 회사의 경영진, 직원, 그리고 투자자들에겐 안타깝지만, 어쨌든 이 회사 출신의 직원들이 창업하는 걸 보면, 이런 현상은 미래를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NaGne
내가 대기업(VC)에서 30년 일해 본 경험은 없지만, 내 주변에는 이런 분들이 좀 있는데, 솔직히 어쩜 이렇게 일을 못 하는지(양아치 같은지) 가끔 놀랄 때도 많다
JeCLEAN
대기업 생활을 총 16년 정도 했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2년 정도 다니다 프리랜서 1년 벤처에서도 2년 정도 있었습니다만 다시 대기업에 들어 갔고 거기서 14년을 있었습니다. 지금은 창업 7년째 법인 5년째 입니다.
제가 그 따뜻한 봄날의 판교를 나온 이유는 모두에게 겨울은 오고 대기업도 인간의 삶도 한 분야에서 20년이 넘어가면 꼰대 라떼로 가는 성향이 있는데 저 또한 이를 피해가기 어렵지 않나 라는 깨달음(?)에서 뛰쳐나왔습니다.
IMF가 우리를 휩쓴 98년 신입때 차장님들 이상
느긋하게 아침에 출근 커피 한 잔 담배 한 대 신문 쭉 보면 10시 반 옆팀 업무 미팅 간다고 잠시 30분 정도 나갔다가 11시 40분 점심 식사 1시 20분 착석 오후에 졸리면 회의실에서 숙면 … ‘미생’ 에서 안좋은건 이미 그때 다 보여주셨습니다.
저런 무능력하고 꼰대인 사람들 투성인데 어떻게 성장하고 조직이 돌아갈까요? 그게 조직의 힘입니다… 나이 45에 아침 느긋이 와서 네이버 뉴스 보고 그것도 모자라 다음 뉴스 보는 저를 어느날 발견하고 ‘아… 드디어 나갈때가 왔구나. 얹혀서 빈둥 15년을 갈 것이냐 아니면 이불을 박차고 저 동토의 땅을 지나 다른 세상으로 나갈것이냐…’
분명한 것은 그 비난 받는 대기업에서 일한 10년 15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그래도 1980년대 부터 지금까지도 공부 좀 하고 똘똘하다는 사람이 모였던 곳이 대기업입니다. 30년 동안 모든 열정을 다 그곳에 쏟게 만드는 조직의 힘이고 그 분들은 이미 방전되고 소진 되어 쉼의 삶을 사셔야 하는 나이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한 직장에서 30년을 일하신 분을 뵈면 일단 존경합니다. 수많은 상황을 이겨내고 30년동안 한 조직에서 인내 할 수 있던 그 마음과 자세와 동료와의 이해와… 그리고 아버지로 어머니로 남편으로 아내로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공무원이건 30년을 일하신, 특히 한 직장에서 30년을 일하신 직장인 모두에게 따뜻한 박수한번 부탁드립니다.
Kihong Bae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솔직히 100% 다 동의하진 않지만, 좋은 의견도 많은것 같습니다 🙂 네, 한 직장에서 오래 일 하신 분들에겐 존경의 박수 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