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25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 중 70% 이상이 아직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워낙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많다 보니, 모든 회사를 자주 따로 만나지 못한다. 대신, 우리만의 방법으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우리 도움이 필요한 대표님들을 지원하고 있고, 분기별로 모든 투자사 창업가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코로나 기간에는 못 모이다가 작년부터 다시 분기별로 모이기 시작했고, 많이 모이면 100명, 그리고 적게 모여도 60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서 같이 이야기하고, 밥 먹고, 그리고 힐링한다. 뭔가 특별한 활동을 해서 힐링을 하는 건 아니고, 다양한 고민을 가진 창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면,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훨씬 더 힘든 다른 대표도 있다는 걸 느끼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분기 모임은 5월에 했는데, 한 공간에 모인 60명 이상의 창업가분을 단상 위에서 보니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와, 미친년 미친놈들로 가득 차 있구나” 였다.

스타트업 바이블인 이 신성한 블로그에서 욕을 해서 미안한데, 나는 아주 건강하고 좋은 의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 이 많은 남녀가 그냥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업에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아도 아주 잘 살 텐데, 굳이 이 힘든 창업의 길을 택한 걸 보니까, 정말로 미치지 않고선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미치지 않은 정상적인 인간들은 어차피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과 규율에 스스로를 맞추기 때문에 정상인은 그 어떤 것도 바꿀 수가 없다. 미친 인간들만이 본인들이 만든 틀과 규율에 세상을 맞추려고 하므로, 성공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날 내 눈앞에는 본인들이 뭔가를 바꿔보겠다고 단단히 미쳐버린 인간들이 60명 이상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미친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너무 힘들다. 간혹, 이 중 정말로 본인들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길들이고 있는 창업가들이 있다. 이분들은 이미 산 정상에 올랐고, 여기서 멈춰도 될 듯한데,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가서 하늘까지 가려고 한다. 이 또한 미친 짓이다. 하지만, 대부분 산 정상에 도달하지 못한다. 어떤 분은 입구에서 계속 넘어지고, 어떤 분은 중간에서 넘어지면서 넘어질 때마다 크게 다친다. 대가리가 깨지는 창업가도 있고, 다리가 부러지는 분들도 있고, 간혹 완전히 회복 불능의 불구가 되는 분들도 있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서 이 미친 짓을 계속할 의지가 있으면, 스트롱은 언제든지 손을 내밀어 일어나는 걸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게 우리가 하는 일이니까. 우린 언제든지 우리가 투자한 미친 인간들을 200% 지원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역시 이번 주에도 여러 문제가 터져서 우리 투자사 대표와 이런저런 이메일을 교환했고, 통화도 하고, 나도 여기저기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이분이 계속 나한테 죄송하다면서, 어떻게든 팀원들이 개인적으로 희생하면서 살려보겠다고 나한테 여러 번 말해주는데, 오히려 내가 너무 죄송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똑똑하고 젊은 친구들이 주말에 아무것도 못 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렇게 스스로를 학대하는지…하지만 이분들은 크게 자빠졌지만, 분명히 일어날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나도 최선을 다해서 부축하고 다시 일으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치지 않으면 못 할 짓이다.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나는 이렇게 미친년, 미친놈들과 같이 어울리는 게 좋다. 서로 힘들긴 하지만, 이건 내 인생의 동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투자한 250개가 넘는 투자사 대표들, 그리고 코파운더까지 합치면 500명이 부쩍 넘는 미친년과 미친놈들이 한국의 대기업에 취직했다면 10년 안에 모두 다 임원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들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세상을 본인들의 틀과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삽질하고, 산을 오르고, 기관차를 돌리고 있음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친년, 미친놈들로 득실거리는 세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