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내가 이런 페이스북 포스팅을 했다.
사실의 100%를 내가 모르면, 이렇게 내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 내용은 꼭 공유하고 싶었고, 나는 이 창업가를 지지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이 포스팅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공유해줬고, 당연히 여러 가지 내용과 의견이 있었다. 이 사태를 어반베이스의 입장에서 보는 분들에겐 신한캐피탈은 악마이지만, 또 그 반대로 신한캐피탈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보는 분들에겐 어반베이스가 멍청한 것이고, 신한캐피탈은 그냥 계약서에 충실한 대기업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위의 두 가지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 나는 뭐라 하지 않겠다. 이 세상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거고, 보는 관점에 따라서 악마가 천사가 되고, 천사가 악마가 되는 걸 우린 너무 많이 봤다. 그런데 이 다양하고 컬러풀 한 의견 중 내가 내 생각을 다시 한번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투자 담당자는 아무 잘못이 없고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서 회사가 이상한 거지 그 담당자를 욕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전 그냥 월급쟁이예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라는 말을 우린 너무 많이 듣고, 실은 너무 많이 하는데, 난 이 말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무슨 이야기만 하면 매번 이 월급쟁이 변명을 하는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분들은 이 사회를 좀먹는 사람들이다. 참고로, 여기서 내가 강조하는 부분은, 본인의 의지나 힘으로 그 어떠한 노력도 해보지 않고, 매번 이 월급쟁이 변명을 하는 사람들이다. 회사에서 내 의지로 최선을 다해봐도 내 직책과 지위 때문에 일이 안 되는 경우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욕하는 건 아니다.
물론, 난 어반베이스 대표의 주장만을 기반으로 이 상황을 내 시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전체 그림의 일부를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내가 반박할 수 있는 건, 나도 이와 비슷한 일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게 어떤 상황인지 꽤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투자사의 대표이사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같은 배를 탔다고 생각했던 – 하지만, 이건 내 착각이었다 – 공동 투자사의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이분이 회사 또는 본인이 주장하는 일련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에 대해서 회사 내부에서는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전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월급쟁이입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정말 정이 떨어졌다. 본인이 귀찮고, 틀렸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걸 조금이라도 고치려는 그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을 때, 한 배를 같이 탄 창업가의 인생이 망가지고, 개인 파산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족이 파탄 나고, 최악의 경우 한 생명이 사라지는 최악의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무책임한 생각과 말을 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사람은 VC로서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계약서대로 했으니까.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완전 실패다. 계약서의 문구 하나하나가 당연히 중요하고, 우린 회사 대 회사가 계약으로 묶여 있고,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 아주 serious 한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이 거래의 본질엔 사람이 있다. 한 명의 인격체가 다른 인격체를 믿고, 존중하고, 지지하는 그런 업을 하고 있는데,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단순히 계약과 돈을 쫓는 매정한 VC이길 선택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고 욕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회사는 그 회사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직원이 몇 년 후에 임원이 되고, 그 임원이 회사의 대표가 되는데, 담당자를 욕하지 말고 회사를 욕하라는 의견은 좀 그렇다. 이런 담당자들로 구성된 회사, 그리고 이런 행위를 허용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구성원들 그 자체가 회사라서 나는 더욱더 이런 사람들이 싫어진다. 내가 이런 투자자들과 같이 집합적으로, 그냥 싸잡아서 같은 VC로 분류된다는 게 창피하고 싫어지는 순간이다.
익명
계약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 계약에 서명한 사람은 놀랍게도 같은 사람입니다. 서명했다면, 책임 져야 합니다. 불쌍하지 않느냐는 논리로 모두를 구제한 결과는 모럴 해저드밖에 남지 않습니다. 근저에 ‘사람’이 있다는 선동은 반대 측 주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익명
ㅇ
익명
맹자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이익보다 선을 추구하라.. 이게 공론화되면 신한이 입을 브랜드 가치하락은 고려하지 않는걸까요..
reallye5a0834825
한나 아렌트가 홀로코스트에 관해 쓴 책에서 말했다는 “악의 평범성”이 생각납니다. 부당한 일을 지시 받아도 능동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지시 받은 대로 실행한 사람은 본분을 다한 것 뿐이니 죄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Kihong Bae
“악”을 말할 정도는 아닐것 같은데요^^, 어떤 말씀이신지 잘 이해했습니다. 저도 많이 동의하구요. 고맙습니다!
익명
아웃스탠딩글을 보니 신한측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는것 같더군요. 계약 조항이 있는데, 그대로 진행을 하지 않으면 자기네 LP나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가 있다는것은 공감이 가더군요. 계약서상 받을수 있는 금액이 있는데, 상대의 사정상 봐줬다면 그것 또한 문제일수도 있지요.
Kihong Bae
네, 항상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양쪽의 입장이 존재하고,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익명
VC의 탈을 쓴 대부업을 하고 있더군요… 휴….
스타트업 벤처 열풍이니 안할순 없고 (정부 눈치등)
막상 하려니 돈 날리긴 싫고…
그러다 보니 쌍팔년도에나 하던 사실상 연대보증에 복리 15프로 이따위 조항을 넣어두고..
Ken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라는 말이 있듯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직원들과 기업의 분위기를 보고 리더를 평가합니다. 결국 올바른 리더의 구성원들은 리더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 받기에 그들의 행실 또한 리더와 같은 경우를 많이 봤고요. 물론 vice versa.
다만 저희 같은 경우는 오랜 시간 잘못된 리더는 고치려다 포기하고 떠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