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고등학교 때까진 전 세계 그 어떤 민족보다 열심히 공부한다. 공부로 따지면 2등은 어떤 나라인진 모르겠지만, 그 양과 깊이로 따져보면 1등인 한국과 2등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날 것 같다.
그런데 고등학교 이후엔? 책과는 담을 쌓고, 그렇게 열심히 하던 공부의 양과 질도 점점 평균 이하로 떨어지면서, 아마도 한국은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든 안 하든, 공부량은 압도적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 패턴이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 한국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4권이 안 되고, 60%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데, 이건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를 통틀어 전 세계 최하위이고,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나 모두 코인 투자 같은 얕은 잡기 습득 외엔 거의 공부를 안 한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이 스타트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들은 정말 열심히 하지만 더 extraordinary 하게 일을 하거나, 더 extraordinary 하게 성장하려면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하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창업가나 투자자나 모두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얕은 경험과 지식은 있지만,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거나 제대로 뭔가를 알려고 하는 분들은 갈수록 유니콘처럼 희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창업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사업, 고객, 직원이지만, 경쟁사에 대한 현황 파악도 잘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매크로 시장은 어떻고, 어떤 글로벌 벤치마크가 존재하는지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창업가들과 이야기해 보면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특히나 해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걸 자주 경험한다. 전에는 정보의 접근성이 낮아서 외국에는 어떤 비슷한 제품이 존재하고, 이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회사의 성장 전략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접하는 게 어려웠지만, 요샌 그냥 검색하거나 AI에 물어보면 웬만한 건 다 찾을 수 있다. 얕은 지식의 대명사인 나 같은 VC도 아는 유명한 미국의 회사와 서비스에 대해서, 이 분야에서 치열하게 사업하면서 유니콘을 만들고 싶다는 창업가가 본인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짜증이 난다. 공부를 전혀 안 하기 때문이다.
사업은 종합 예술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아야 하지만, 내 주변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내가 사업하는 영역에는 국내/국외에 어떤 플레이어들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책도 봐야 하고, 잡지도 봐야 하고, 한글과 영문 기사도 열심히 읽고, 팟캐스트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벤치마킹해야 할 제품이 있다면, 대충 겉으로만 보지 말고 되도록 이 제품의 모든 기능을 다 써봐야 한다. 그러면서 관련 기사, 책, 팟캐스트, 인터뷰 등을 하나씩 복기하면서 내가 속한 분야에 대한 큰 그림을 내 지식을 기반으로 하나씩 재구성하다 보면, 사업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 고등학교 때 치열하게 공부했던 경험을 살려서 다시 공부 좀 해보자. 하지만, 제발 이런 콘텐츠를 NotebookLM이나 ChatGPT에 때려 넣고 요약본으로 학습하려고 하지 마라. 남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제가 벤처 투자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네요.
네, 맞습니다. 이 글은 저 스스로에 쓴 글이기도 합니다 🙂
공부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나 하나의 지식을 소중히 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성공은 어떻게 보면 아는것을 실천하는게 다 인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