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돈도 없고, 사람도 없다. 특히,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 많은 걸 하고 싶어 하는 창업가들에게 내가 항상 조언하는 내용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겠다. 실은, 이 내용도 내가 블로그를 통해서 지금까지 여러 번 강조했는데, 여러 번 지나치게 강조해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투자하는 동안에는 계속 이 잔소리를 하고 싶다.
작은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뭘 더 안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라는 말을 나는 자주 강조한다. 기술이 너무 좋아졌고, 창업가들도 더 똑똑해졌고, 특히 AI를 잘 활용하면 훨씬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할 수 있는 창업가도 가끔 본다. 그런데, 또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고, 더 다양한 창업가와 회사와 경쟁해야 하므로, 여러 가지를 대충해서는 승산은 더욱더 낮아질 것이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표현인데, 큰 식빵에 땅콩버터를 얇게 바르는 전략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즉, 여러 가지 일을 대충 하기보단, 한 가지만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잘해야지만 생존의 확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최근에 우리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세 분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일”과 “안 할 이유가 없는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금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 회사들 모두 내가 봤을 땐, 본인들이 집중해야 하는 본업도 제대로 못 하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분야로 진출하거나, 해외에 지사를 만들거나,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우리 사업과 상관없는 일을 벌이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래서 왜 본업도 제대로 못 하고, 한국에서도 사업을 제대로 못 하면서 다른 일들을 벌리는지 물어보니 세 분 모두 “안 할 이유가 없다”라는 답변을 줬다.
“배대표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걸 우리가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난 이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가끔 이런 말을 창업가들이 하면 정말 싸대기를 한 대 때려주면서 “싸대기를 안 때릴 이유가 없었다.”라고 해주고 싶다.
안 할 이유가 없어서 사업을 계속 벌이다 보면, 안 그래도 돈도 없고 사람도 없는 스타트업은 없는 자원을 자꾸 쪼개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서도 스스로에겐 이건 어차피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일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 시간과 에너지는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자위한다. 이렇게 자원을 분산할수록 우리 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은 희석되고, 이렇게 되면 우리의 성공 확률은 희석되는 자원 대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이렇게 안 할 이유가 없는 모든 일을 하다 보면, 창업가 본인도 정확히 뭘 해야 할지 확신이 안 서고, 그러다 보면 그냥 이것저것 하다가 하나만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이 빡센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업의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다면, 안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하는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여러 번 물어야 한다 “우리가 이걸 지금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지금 이 사업을 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땐 이걸 하는 게 맞다.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태도로 사업을 하면 자원을 최적화하고, 최적화된 자원을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한다. 이게 초기 스타트업이 그나마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다.
안 할 이유가 없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가 있는게 중요하다. 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해야 한다. 안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하는 건 자살 행위다.
배대표님. 만나게 되면 싸대기 한대 날려주십시요.
정신 차리고 싶습니다.
저는 폭력을 싫어합니다 ㅎ
대표님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ㅋㅋ 싸대기 보고 재밌다고 댓글 남기러 왔어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오랜만에 대표님 글에 댓글 남깁니다.
올해 스트롱과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하면서, 준비가 부족했던 저희는 당연히 투자 보류라는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배움이 있었고, 특히 대표님께서 강조하신 “돈 버는 것도 습관이다”라는 말과 이번 글의 “안 할 이유가 없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 깊이 와 닿았습니다.
초기에 대표님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여러 조언을 얻었고, 저희 역시 한정된 자원 안에서 스스로의 시행착오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안 할 이유가 없으니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판단한 일들이 많았고, 그것이 곧 브랜드 성장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일”에 집중하고, 그 이유를 더욱 단단하게 키워 나가는 것이 저희가 성장하는 길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파이팅입니다. 투자 보류임에도 이렇게 좋게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무.. 좋은 글입니다.
“싸대기” 비유가 참 찰집니다 ㅎㅎ
언제 대표님을 만나 싸대기 맞지 않으려면, ‘해야 할 이유’를 더 곱씹어 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싸대기 덕에 커피 마시다 뿜고 갑니다. 극 공감합니다!
좋은 글 늘 잘보고 있습니다.
사람이든 회사든
제한된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하냐가 중요하더라구요
초반에 탐색할때야 머 이것저것 찍먹해볼수야 있겠지만
본 게임 들어가야 할때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사람치곤
제대로 하는경우는 못본거 같아요
대표님 싸대기 스플뎀에 저도 맞고 정신이 번쩍드네요.
ㅎㅎ 많이 안 아팠길… 🙂
멘탈 사대기 한방 맞았습니다
난 이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가끔 이런 말을 창업가들이 하면 정말 싸대기를 한 대 때려주면서 “싸대기를 안 때릴 이유가 없었다.”라고 해주고 싶다.
ㅋㅋㅋㅋㅋ 대표님 ㅋㅋㅋㅋ 눈뜨자마자 이 글을 읽고 빵터졌습니다.
별개로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합니다. Nice to have인 것들을 전부 하려다보면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네, 스타트업에겐 집중, 집중, 그리고 또 집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