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트코인 가격이 중요한게 아니다

network-trust얼마전에 “부활하는 비트코인”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대충 읽어 보니 인터넷 가상화폐로 반짝 관심을 받다가 순식간에 사그러졌던 비트코인이 다시금 한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2개의 비트코인 관련 회사에 투자했고, 개인적으로도 작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관련 소식, 기술, 회사를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했다. 솔직히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과 비트코인 가격만을 보면 2014년은 비트코인한테 굉장히 좋지 않은 한 해 였다. 작년 1월에 거의 $1,200 까지 올라갔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현재 $200 이하로 떨어졌고, 그동안 좋지 않은 악재들이 많았던건 부인할 수 없다. 나도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고 매달 정기적으로 아주 조금씩 사고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도 나는 크게 걱정하지도 않고 이젠 아예 신경도 안 쓴다(물론, 올라가면 기분은 좋다).

장기적으로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올라갈 것으로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트코인의 핵심은 전자화폐로서의 수단보다는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술과 이 기술에 내포된 잠재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보면, 마치 HTTP가 웹페이지 전송을 위한 프로토콜이고 SMTP가 이메일을 보내기 위한 프로토콜인거와 같이 프로토콜으로서의 비트코인은 인터넷을 이용해 특정 메시지를 주고 받기 위한 공개 프로토콜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프로토콜에 대해서 처음 정의를 했고, 대부분의 비트코인 어플리케이션은 이 프로토콜 기반으로 개발되어 있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의 목적은 서로 모르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용자들이 운영하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blockchain 이라는 공유/공개 DB를 유지하고 확인하는 것이다(참고로, 블록체인은 전체 비트코인의 거래와 소유 상황을 공개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즉 공개장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은 바로 인터넷이라는 신뢰할 수 없는 공간에서 서로 모르는 사용자들이 “협업”과 “협조”를 할 수 있는 프로토콜, 그리고 그 누구도 그걸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분권화된(decentralized) 프로토콜이라는 것이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인터넷이라는 태생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 안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을 내포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오픈소스 코드를 이용하면 인터넷 상에서 중개인 없이 거래를 가능케하는 제품들을 누구나 개발할 수 있다. 은행, escrow 업체, 공증 업체, 심지어는 변호사들…..모두 다 중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거래를 할때는 항상 이런 중개인들이 개입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막대한 비효율성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모든 거래에서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신뢰를 가져올수 있다. 심지어는 인간의 제어가 전혀 없이 모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평화롭게” 작동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려볼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트코인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새로운 기술과 개념이 mainstream으로 인정되려면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그 전에 치명적인 오류들이 발견되어 몇 년 후에는 우리 모두가 “아, 과거에 비트코인이라는게 있었지. 엄청 떴었는데 망했어.” 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비트코인을 열심히 응원하는 투자자, 창업자, 관계자들은 요동치는 비트코인 가격보다는 비트코인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술, 모델, 개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여러가지 제품과 서비스에 베팅을 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개념을 잡고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중앙집중형 금융모델은 그동안 500년 이상 국제금융과 상업의 근간이 되었다. 비트코인의 분권화된 모델은 역사상 최초로 이 중앙집중형 모델을 파괴하고 엎을 수 있는 “분권화된 신뢰(decentralized trust)” 모델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에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뭐, 수백년 동안 중앙집중형 모델을 잘 사용했으니 이젠 좀 바꿀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oindesk.com/blockchain-rise-networked-trust/>

PurseIO

purseio한국의 대기업으로는 CJ E&M이 최초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했다. CJ의 온디맨드 영화 서비스 Vingo가 코스닥 상장사 최초로 비트코인을 도입했는데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많은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더 좋은 소식은 우리 투자사 Korbit의 결제 시스템인 Korbit Pay로 결제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CJ에서 앞으로 비트코인을 통한 매출과 거래량과 같은 수치를 공개할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미있을 거 같다. 특히 외국에 사는 교포들이나 외국인 중 K-pop이나 한국 드라마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많은데 현재 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정식으로 돈을 내고 콘텐츠를 소비하려면 불편한 한국 사이트랑 결제 시스템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는데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가능케 하면 과연 이 수치가 바뀔지, 그리고 어느 정도 바뀔지 매우 궁금하다.

앞으로 더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CJ E&M을 예의주시하면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이면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 도입이 가속화되겠지만, 그래도 문제는 존재한다. 막상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대해 아는 일반 소비자 수가 너무 적고, 비트코인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들도 막상 지갑을 만들어서 사용하려면 아직 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일반 소비자들이 Korbit이나 Coinplug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고 비트코인을 사고팔아야 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소유하는 거와 같이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어야지만 쉽게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 비트코인 도입의 어려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이 어려움에 대한 좋은 해답을 제공하는 PurseIO 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11월 말에 우리가 시드펀딩을 lead 했다. PurseIO의 비즈니스는 굉장히 재미있고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Amazon이 발행하는 상품권은(gift card) 평생 소멸하지는 않지만, 현금화할 수도 없고 남한테 양도할 수도 없다. 아마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현재 150억 달러(=16조 원) 어치의 미사용 아마존 상품권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 중 일부는 소진되겠지만 대부분 그냥 미사용으로 남을 것이다. PurseIO는 이 상품권들에 유동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아마존에서 1,000달러짜리 TV를 구매하려고 한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당연히 1,000달러를 내야겠지만, 이걸 PurseIO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 요청할 수 있다. 대신, 나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지급을 한다. 한 20% 할인해서 800달러에 구매요청을 올리면, 아마존 상품권을 보유한 사용자가 상품권을 1,000달러 사용해서 TV를 구매한 후에 나한테 보내주고, 나는 그 사람한테 800달러에 상응하는 비트코인을 보내 준다. 내 비트코인을 받으려면 그 사람은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어야 하고(아직 없다면) 앞으로 다시 나한테 받은 비트코인을 사용해서 뭔가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조금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위의 예에서 몇 가지 중요한 거래가 발생했다. 일단, 나는 1,000 달러짜리 TV를 20% 할인된 800달러에 구매해서 절약했다. 아마존 상품권을 보유한 사람은 어쩌면 평생 사용되지 않아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는 상품권을 사용해서 800달러를 벌었다. 대신 800달러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을 받았기 때문에 그 금전적 가치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어쨌든 아마존 상품권에 유동성이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 만약에 상품권을 사용한 사람이 비트코인에 대해 전혀 몰랐고, 비트코인 지갑이 없었다면 – 비트코인 지갑이 하나 추가로 생성되고 비트코인 사용자가 한 명 더 생긴 것이다.

아마존 상품권과 같이 금전적 가치가 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다양한 상품들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Purse의 기본적인 개념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purse.io>

은행의 종말

며칠전에 조금 큰 액수의 현금을 인출할 일이 있어서(미국 은행 대부분 자동인출기 일일 한도는 $300 이다) 우리 사무실 근처 Chase 은행을 직접 방문했다.
Photo Nov 26, 11 42 27 AM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전 11시인데 보시다시피 이 시간에 은행이 텅텅 비어있었다. 20명 이상의 직원들을 위한 이 공간에 이날 5명의 Chase 은행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고 이렇게 손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찾는데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손님 수에 비해서 은행원들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조금 높아 보이는 직원한테 책상은 많은데 왜 이렇게 은행원들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원래 대부분의 은행원들이 여러 Chase 지점을 돌아가면서 교대 근무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조금 더 알아보니까 어떤 직원들은 이 지점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나온다고 한다. 6일 중 하루 나오는 직원들 때문에 책상을 마련하고 공간을 이렇게 낭비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화가 좀 났다. 그리고 다른 지점들도 상황은 이 지점과 비슷했다.

참 안타까운 공간, 시간, 그리고 자원의 낭비이다. 은행들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곳에 지점을 운영하는데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영을 하다보니 그 비용이 고객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한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미국 은행들은 계좌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Chase 은행의 경우 –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업계좌는 – 미국에서 한국으로 돈을 송금하면 수수료가 $45씩 발생한다. 그리고 계좌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그냥 계좌를 가지고 있으면 내야하는 service fee가 한달에 $95씩 나온적도 있다. 뭐가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보면 시스템에 뭐를 입력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기 때문에 Chase 은행한테도 그만큼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bullshit 이다. 은행원도 없는 텅빈 지점들을 유지해야 하니까 이런 비용을 고객한테 청구하는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에는 이제 아예 물리적인 사무실이 없는 온라인 은행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Ally Bank라는 은행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신규 계좌 생성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한다(전화 또는 우편도 가능). 처음에는 나도 약간 갸우뚱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라인 은행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Ally에 대해 들었을때는 약간 불안했다. 힘들게 번 내 돈을 사무실이나 지점도 없는 은행에 맡긴다는게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점이 없으니까 은행의 입장에서도 그만큼 고정비용이 적게 발생하고 불필요한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되지 않기 때문에 이 은행의 모든 비용이나 수수료는 우리가 아는 큰 은행보다 훨씬 저렴하고 이자율 또한 상당히 높다. 그리고 은행원과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하면 오히려 Chase 은행을 직접 찾아가는거 보다 더 빨리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20년 후에는 온라인으로만 업무를 하는 은행들이 Bank of America나 Chase 은행보다 더 커질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20년이 아니라 더 빠를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전통 은행을 아예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과 기대를 한다. 이미 한국의 Korbit이나 미국의 Coinbase는 기본적인 은행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지갑은 은행계좌이고, 다른 곳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는건 계좌이체이다. 더 편리한 건 수수료가 매우 낮고, 다른 나라로 송금하는게 훨씬 간단하고, 모든 거래가 거의 즉석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물론 거지같은 공인인증서나 OTP 번호 따윈 없다.

당장 비트코인이 은행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절대로 대체하지 못할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은행업무를 비트코인으로 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간단하고, 깔끔하고, 공간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까. 이런날이 곧 왔으면 좋겠다.

*공시: 스트롱벤처스는 Korbit의 투자자이다.

Korbit의 Series A 투자

우리의 비트코인 투자사 코빗의 30억 원 Series A 투자가 오늘 언론에 보도되었다. 모든 투자와 비슷하게 투자 이야기가 시작되고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협상과 대화가 있었고 시간이 걸렸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코빗 팀 못지않게 스트롱벤처스도 많이 기뻐하고 좋아했다. 이번 투자는 한국의 소프트뱅크벤처스가 lead를 했고 미국의 Pantera Capital (비트코인과 다른 전자화폐에만 투자하는 펀드)이 참여를 했다. 또한, 우리를 비롯한 기존 투자자들도 다시 투자에 참여해서 한국과 미국의 좋은 투자자들이 직접 코빗에 대해 믿음을 표현했다.

내가 코빗의 대표이사 Tony를(유영석) 처음 만난 건 작년 5월이었다. 그때 난 한국에 잠깐 나왔었고 일주일 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내 파트너 John이 “기홍아 너 이 친구 꼭 만나봐” 하면서 Korbit이라는 신생 회사의 창업자 토니를 한국에서 꼭 만나고 LA로 오라고 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있었지만, 나랑은 직접적 연관이 없어서 비트코인에 대한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존이 이렇게 누군가에 대해서 흥분하는 걸 오랜만에 봐서 비 오는 날 아침 청담동 커피숍에서 토니를 만났다. 솔직히 그날 아침 비도 오고 한국에서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몸도 많이 피곤해서인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코빗의 미래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는 토니와 10분만 이야기해 보니까 왜 존이 이 친구를 꼭 만나라고 했는지 금방 이해가 됐다. 지금까지 만났던 창업가들과는 느낌이 좀 달랐고 이 친구라면 큰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1시간 미팅 후, 나는 미국에 있는 존한테 바로 전화했다. “John, let’s do it(존, 투자하자)”

그 이후 작년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beGlobal 2013에서 토니는 실리콘밸리의 전설 Draper 가문 3대 – Bill Draper, Tim Draper, Adam Draper – 앞에서 피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12월에 Tim Draper씨가 주도한 소규모의 작은 Series AA 투자를 성공적으로 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30억 원의 Series A 투자는 비트코인과 코빗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매우 많다.

일단 한국에서의 비트코인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신호탄이다. 한국에서 IT 및 비IT 관련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비트코인이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은데 현실은 그와는 완전히 반대이다. 아마도 비트코인 가격이 작년 말의 정점에 비해서 많이 떨어졌는데, “비트코인 가격의 추락 = 비트코인 산업의 몰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 한국 언론에서는 이렇게 보도를 하고 있다. 이는 마치 특정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면 그 기업이 망했다고 생각하고 환율이 내려가면 그 나라가 망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는) 비트코인 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고 관련 기술과 비즈니스들이 계속 창업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성공적인 회사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코빗에 투자한 건 코빗이라는 특정 회사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의 비트코인 생태계에 투자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한국의 스타트업인 코빗은 비로써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과 엔젤투자자들과 한 가족이 되었는데, 내가 알기로는 한국 벤처기업으로서는 최초이다. 토니의 말대로 비트코인 벤처투자를 주도해 온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두 코빗을 선택하였고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큰 거 같다.

스트롱벤처스에게도 이번 Series A는 의미가 크다. 상용화되지 않은 제품과 가야 할 길이 먼 아직 증명되지 않은 비트코인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우리의 철학과 투자 방법론이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서 다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비트코인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나는 믿고 있지만,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을 받으려면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빨리 비트코인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랑 워튼스쿨 동기이자 이번 투자를 주도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이강준 상무님이 이 부분을 아주 명확하게 표현해 주셨다.

“비트코인은 금융 거래에 있어 기존의 중개회사가 제공하던 핵심 가치인 신용 담보와 증거력 제공에 따른 비용과 보안 문제를 기술 혁신으로 풀어냈습니다. 기존 화폐나 신용카드와 비교했을 때 비용과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큰 강점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급, 해외 송금 등에 있어 의미 있는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며 나아가 스마트 계약, M2M(Machine-to-Machine) 거래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Big congrats to Tony and the Korbit Team.

Bitcoin의 미래

이 포스팅의 제목은 “비트코인의 미래”인데 솔직히 나는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이 많지도 않고 경험도 없다. 다만 우린 한국비트코인거래소의 투자자이고 나는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소량 보유하고 있다. 솔직히 비트코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불확실성 투성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비트코인의 미래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특히 최근들어 발생한 Mt.Gox 관련 좋지 않은 소식들과 이에 따른 비트코인 회의론과 거품론과는 반대로 예상외로 안정적이고 탄탄한 비트코인 경제를 경험하면서 이런 긍정적인 생각들을 더욱 더 굳혔다.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 거래소였던 Mt.Gox가 사실상 문을 닫았고 파산 신청을 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기술적인 문제, 해킹 (이 또한 기술적 문제) 그리고 내부 경영진들의 도덕적 부폐가 파산 이유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는 일부러 관련 기사들을 많이 안 보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비트코인 찬성파보다는 반대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 기회를 통해서 비트코인 및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맹렬한 비판과 비트코인 종말론으로 인터넷이 도배가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로 그렇게 되었다. 한국일보의 “‘미래의 돈’ 거품이었나 존폐위기 놓인 비트코인“이라는 기사의 제목만 봐도 한국의 기자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지식이 얕은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상기시킬 수 있었다. 역시 아직도 한국에는 제대로 된 tech 기자는 없나보다.

Mt.Gox 사태에 대해서 Coinbase의 대표 Brian Armstrong이 그의 입장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는 비트코인을 이메일에 비유한다. Hotmail, Gmail, Yahoo Mail, AOL, 네이버, 다음 등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이메일 서비스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없기 때문에 이런 이메일 서비스들은 간혹가다가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하고, 해커들한테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짧게는 몇 분 동안, 길게는 몇 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는 ‘이메일’이라는 전자편지 방법/프로토콜의 존재나 유효성에 대해 의심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갑자기 핫메일 서버가 다운되어 이메일을 보내거나 받을 수 없게 되면 (실은 핫메일은 좀 문제가 있다. 너무 자주 다운된다) 나는 핫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욕하지 “야 이거 봐라. 역시 이메일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인정하기에는 너무 불안한 통신 방법이야”라면서 이메일 자체를 욕하지는 않는다.
마곡스 사태도 이와 비슷하다고 Brian은 생각한다. Brian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마운트 곡스의 문제이며 불안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도덕적이지 못한 그 회사 경영진들의 문제이지 비트코인 자체가 죽었거나 가능성이 없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도에 Lehman Brothers가 망하고, 최근에 우리나라의 신용은행들이 망했을때 우리는 은행들을 욕했지 ‘실물화폐’ 자체가 불안하고 잘못된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아직 비트코인은 갈 길이 너무나 멀다. 기술이나 제도적인 면에서 앞으로 Mt.Gox와 같은 많은 산을 넘어야 할 것이며 언제 금융권 또는 정부에서 규제를 시작할지 모른다 (이미 시작은 했다).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이 mainstream 통화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 그리고 어쩌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 이런 세상이 올 것이다. 악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선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비트코인 경제를 뒷받침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마곡스의 불안은 이미 수 개월 전에 시작되었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더욱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하고 있고, 더욱 더 많은 상점들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하고 있고, 더욱 더 많은 end user들이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더욱 더 많은 비트코인 및 관련 서비스 회사들이 창업되고 있는게 이러한 증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비트코인 가격은 무너지지 않았고 놀랄만큼 안정되면서 오히려 어제는 많이 올랐다.

오늘 Coinbase에서 비트코인 결제 URL을 처리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다. 비트코인을 받는 온라인 상점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쉽게 하기 위해서 Bitcoin payment URL이라는 걸 도입할 수 있는데, 물건을 사는 사람이 이 URL을 클릭하면 바로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할 수 있는 원클릭 서비스다. 다른 비트코인 회사들이 망하든, 회의론자들이 무슨 말을 하든, 업계 종사자들이 묵묵히 자신들이 할일만 열심히 하면서 계속 관련 기술과 서비스들을 잘 다듬어 준다면 생각보다 빨리 비트코인이 대중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i.imgur.com/p6MovQ8.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