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주말에 별 생각 없이 비트코인 가격을 확인했는데 거의 30%나 하락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전날 $7,500이었는데, $5,500까지 떨어졌다). 최근 들어 이렇게 가격 변동이 심한 적이 없었고, 나는 이제 $7,000 이하로 떨어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시장을 예측하는 건 부질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대신 비트코인캐시의 폭풍 같은 상승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루 만에 거의 2배 이상 폭등하고 $2,000까지도 가면서 갑자기 모든 투기가 이쪽으로 집중되고 있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이 미친 듯이 변동하고 있다. 계속 변하고 있지만 비트코인캐시의 시가총액이 30조 원까지도 갔다.

지난번에 비트코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과 변화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다. 실은 11월 16일 정도에 블록체인의 블록 크기를 2MB로 증가하는 Segwit2x의 구현이 어느 정도 합의가 됐었는데, 이 프로젝트의 리더들이 계획을 백지화시키면서 당분간은 진행하지 않기로 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 결정 또한 기술적인 이유보다는 개발자와 채굴자 커뮤니티의 합의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실은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블록체인 크기의 증가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발표가 나자마자 SegWit2x의 지지자들은 더이상 비트코인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코인과 채굴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비트코인캐시쪽으로 옮기면서 이런 급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비트코인이라는 나라는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믿을 수가 없어서 비트코인캐시라는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다른 나라로 이민 가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어떻게 끝날 것인가? 비트코인 부정론자들은 모든 자원이 비트코인캐시로 이동하면서 비트코인은 이제 완전히 죽을 것이라고 하고, 비트코인 맹신론자들은 이미 우리가 과거에 많이 경험했듯이, 일시적인 현상이고 모든 게 정상화되면 비트코인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난 더이상 이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남들이 욕심을 낼 때는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땐 욕심을 내라”는 원칙에 충실하게 오늘도 비트코인을 좀 샀다.

ICO 조심

ico scam얼마 전에, ICO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지만, 제대로 알고 투자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이번 주 월요일 Fred Wilson이 비슷한 맥락의 포스팅을 해서 또 몇 자 적어본다.

Fred는 얼마 전에 맥그레거와 세기의 대결에서 이긴 권투선수 메이웨더가 Centra 토큰이라는 ICO를 홍보했고, 이로 인해 젊은 창업가들이 벼락부자가 된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판단이야 각자 하겠지만, 이 기사를 읽어보니 전형적인 사기꾼들이 돌대가리 유명인사를 이용해, 멍청하고 순진한 일반 투자자들을 속인 내용이다.

토큰데이터에 의하면 올해만 대략 300개의 ICO를 통해서 자그마치 4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모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블룸버그 기사에 의하면 토큰판매 후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코인은 9%도 안 된다고 한다. 즉 10개 ICO 중 9개는 실패한다는 의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ICO 하기 전에는 잔뜩 거품 들어간 홍보를 하고, 개인적인 친분들을 이용해서 소셜에서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엔서들을 이용해서 토큰을 팔아서 벼락부자가 되지만, 그 이후에 토큰이 활용되지 않아서 그 유용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토큰의 가치 자체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코어 비즈니스가 블록체인 기반이 아니면, 토큰은 단순한 투기상품이 되는데, 이러면 이 토큰의 장래는 어둡다. 실제 비즈니스모델에 사용되어야지만 토큰은 유용하다.

Fred Wilson은 “ICO 조심”이라는 경고를 하면서, 사기당하지 않으려면, ICO에 대해서 최소한 다음 5가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1/ 프로젝트의 복잡성과 모집하는 금액 간의 관계
2/ 블록체인의 분산기술이 제대로 활용되는 실제 비즈니스 케이스의 존재 여부
3/ 너무 황당하지 않은, 적당한 밸류에이션
4/ ICO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팀
5/ 백서 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닌, 실제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이나 제품의 존재 여부

나도 이 다섯 가지 기준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니, 여기에 적합한 토큰은 비트코인과 이더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한국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사기극들이 너무 많이 발생할 거라는 게 안 봐도 뻔하다.

ICO 현황

ICO 춘추 전국 시대라고 할 정도로 여기저기서 난리다. 전에 올린 글에서 말했듯이 ICO는 어쩌면 앞으로 VC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전통적인 펀드레이징 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ICO와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기 전에 겪는 혼란스러운 격동에 더 가까운 거 같다.

나도 여기저기서 ICO에 대한 백서들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요새 유행인 거 같고, 그 수가 워낙 많아서 이제는 어떤 ICO가 언제 진행되는지 트래킹도 못 하겠다. 물론, 이 중 이더리움과 같이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coin offering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사기성이 짙다고 생각한다. 실은 ICO를 통해서 모든 비즈니스가 펀드레이징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요새는 돈이 필요하면 그냥 이상한 토큰을 만들어서 ICO를 진행하는 걸 워낙 많이 접하게 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제품이 회사의 메인 서비스라면 ICO는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토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은 회사와 큰 상관관계가 없는데, 최근에 내가 본 ICO의 절반 이상이 그냥 펀드레이징을 하기 위해서 억지로 블록체인을 비즈니스 모델에 집어넣고 있다. 이런 토큰에 투자하면 돈을 날릴 확률이 매우 높다. ICO를 진행하는 회사도 본인이 뭘 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여기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뭘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토큰을 발행하는 회사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은 아직 없다. 그래서 대부분 수십장짜리 백서 하나로만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대부분 투자자는 이 백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수십 개의 ICO에 대한 백서를 읽어보고, 읽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나도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나마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하는 사람이 이 정도면, 일반인들은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따라서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잘 알고 투자해도 돈을 날릴 확률이 큰데, 이렇게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하면 결과는 뻔하다. 물론, FOMO 또한 한몫 단단히 한다.

약간 충격적인 건, ICO를 진행하는 몇 팀들과 이야기를 좀 해보면, 이 사람들도 블록체인과 ICO에 대해서 며칠 또는 몇 주 정도 책을 읽고 공부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전에는 이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쪽에서 일하다가 ICO가 뜬다니까 그냥 이 분야에 들어와서 한탕 해보려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이야기다. 이 중 일부는 스마트컨트랙트의 코드를 GitHub이랑 스택오버플로우에서 카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ICO 자체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실은 ICO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더 많은 혁신을 가져올 수단이 될 거라는 건 의심하지 않는다. 기존 VC 모델로는 불가능했던 많은 걸 ICO는 가능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혼란스러움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면 투자자들은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이 세상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은(too good to be true)’ 투자라는 건 없다. 있다면 그건 100% 사기일 뿐이다. 내 주변에서 누가 토큰을 10원에 구매했는데 이게 몇 개월 만에 100만 원이 됐다는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는 소문일 확률이 높다. ICO에 관심이 있다면, 백서를 자세히 읽어보고 스스로 공부를 충분히 한 후에, 어떤 팀인지도 가능하면 reference check을 한 번 정도 해는 게 좋다. 그리고 나서는, 냉정한 머리와 시각으로 상식선에서 생각을 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이 중 성공하는 코인 오퍼링은 10% 미만일 것이라는 것도 염두해두면 좋을 듯.

SegWit2x – 비트코인 세력 다툼

Bitcoin-segwit2x비트코인과 가상화폐에 관심 있다면, 요새 비트코인 동네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것이다. 워낙 빠르게 변하고, 기술도 계속 진화해서, 나는 그냥 껍데기만 알고 세세한 건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이고, 비트코인에 대해서 가끔 포스팅해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마다 나한테 “요새 비트코인 무슨 일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비트코인의 바탕을 이루는 블록체인의 크기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몇 번 썼다. 블록체인의 블록 사이즈는 1MB인데, 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대한 해킹이나 사이버 공격을 예방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작게 만들었다. 그런데, 블록 사이즈의 한계 때문에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거래량도 제한되는데, 이 상태로는 비트코인이 비자(Visa)와 같이 거대하고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이 될 수가 없다. 그리고,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거래를 승인하는데 필요한 채굴작업도 비싸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다른 제안이 있다. 한쪽은 그냥 간단하게 블록 사이즈를 더 크게 만들자고 하는데, 이는 마치 자동차가 너무 많아져서 교통체증이 심하니, 도로의 차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이 주장은 주로 채굴을 업으로 하는 쪽의 주장이고, 전 세계에서 채굴을 가장 많이 하는 중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교통량이 증가한다고 무작정 차선을 확장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차량흐름을 최적화하거나, 대로변의 작은 길들을 활용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장하는 방법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거래량 일부를 메인 블록체인 외부에서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을 SegWit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채택한다면, 지금까지 채굴을 위해서 엄청난 투자를 한 중국 마이너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이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 두 파벌이 최근에 조금씩 양보를 하면서 합의한 게 SegWit2x이다. SegWit을 도입하지만, 동시에 블록 사이즈도 2배로(=2MB) 늘리는 방법이다. SegWit2x 소프트웨어는 이미 배포되었고, 이미 80% 이상의 마이너들이 도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로써 SegWit은 적용되었고, 블록 사이즈를 2배로 늘리는 일이 남았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일정은 여기에 잘 설명되어 있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도 모두가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인 split은 일어나지 않고 – 이더와 같이 비트코인도 두 개의 코인으로 분할하는 –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더욱 더 강력하게 진화할 거 같다.

실은, 이는 기술적인 논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흔히 정치판에서 보는 세력과 이권 다툼이라고 보는 게 맞다. 비트코인이라는 같은 당에서도 서로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두 파벌을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치판과 같이, 서로 싸우면서도, split이 일어나면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큰 혼란이 발생할게 뻔히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더리움이라는 다른 당에 뒤지기 싫어서, SegWit2x라는 임시해결책을 선택한 것도 어찌나 우리 삶과 이렇게 비슷한지 참 신기하다.

<이미지 출처 = Bittiraha.fi>

이더리움과 forking

ethereum-forked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암호화 화폐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더리움(Ethereum)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큰 쟁점이 되었던 포킹(forking)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몇몇 독자들이 이더리움과 포킹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고 해서 나도 내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써본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내가 쓰는 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전문가들이 답글로 설명을 추가해 주면 많은 분들한테 도움이 될 거 같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같은 자체 가상화폐인 이더를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블록체인과 비슷한 프로토콜이지만 한 가지 큰 차이점은 바로 스마트계약(=사전에 서로 합의된 조건들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계약)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실은 블록체인도 이론적으로는 스마트계약서를 지원하고, 앞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계약서가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말로만 존재하고 실체는 없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였다. 비트코인보다는 유연하고 확장성이 좋은 코드로 만들었지만, 스마트계약서는 아직은 이론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16년 4월 30일 이더리움은 DAO(Distributed Autonomous Organization) 라는 흥미롭고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우리와 같은 VC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DAO의 목적은 사람의 개입이 없는 창투사(VC)를 만드는 것이었다. 투자 결정을 하는 파트너도 없고, 심사역도 없고, DAO는 오로지 코드로 만들어진 규칙을 컴퓨터 프로토콜이 실행하는, 스마트계약서를 통해서 모든 투자 결정이 되는 humanless venture capital을 지향했다.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DAO는 11,000명의 투자자로부터 1.5억 달러를 유치했는데 아마도 역사상 가장 크고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Vitalik Buterin과 같은 이더리움의 메인 개발자들은 앞으로 이더리움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더리움이나 DAO도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6월 17일, 누군가 DAO를 해킹해서 5,000만 달러에 상당하는 이더를 훔쳐갔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결국 이 해커를 다시 해킹해서 훔쳐간 이더를 복귀하고 나머지 펀드를 모두 다른 스마트계약서로 옮겼다. 문제는 DAO의 특성상, 이 해커가 아직도 옮겨진 펀드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간단하다. DAO의 코드를 다시 프로그래밍해서 다른 규칙이 적용된 새로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된다 – 이게 포킹(forking)이다. 그러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대로 투자금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되지 않나? 문제가 있긴 있다. 그리고 이건 꽤 큰 문제이다. 이렇게 개발자들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네트워크를 수정하는 건 이더리움의 근본적인 사상과 개념을 위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분산적이면서 분권화된 플랫폼으로 탄생했는데, 이는 그 누구도 중앙집권적 권력을 행사하여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임의로 변경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네트워크의 권력은 네트워크상 모든 사용자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는데, 소수집단이 개입해서 문제를 고친다는 거 자체가 이 분산적 사상을 위배하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자된 펀드는 스마트계약에 의해 특정 조건들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집행되어야 하는데, ‘변질할 수 없는’ 성격을 가져야 하는 스마트계약서를 다수의 동의를 얻어서 임의로 변경하는 게 이더리움의 원칙을 위배한다는 의미이다.

스마트계약서를 변경할 수 없다는 ‘코드 순수주의자’와 코드를 변경해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환급하자는 두 이더리움 그룹의 논쟁은 한동안 지속되다가 결국 포킹을 통해 해킹 이전의 DAO로 돌아가서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포킹(forking)에 관해서 물어보는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포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하면 된다. 이번 이더리움 포킹이 특이한 점은, 여러 개발자가 같은 소스를 기반으로 개발하다가 우연히 코드의 포킹이 발생한 게 아니라, 네트워크의 규칙을 인위적으로 변경할 목적으로 – 즉, 강제적으로 포킹을 유발하기 위해서 –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포킹을 통해서 블록체인이나 이더리움의 규칙을 바꾸는 건 기술적으로는 어려운 게 아니지만, 한 번 포킹이 되면 – 특히 하드포킹 – 네트워크의 개념과 사상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이런 결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 재미있는 건 이 또한 네트워크의 사용자들이 결정한다는 점인데, 이는 마치 대통령 선거와도 비슷하다. 결국엔 국민이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을 뽑지만,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들은 불평하면서 계속 한국에 살거나 아니면 이민을 가는 경우도 있다. 이더리움이나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이다. 포킹이 일어나면 이 전략과 방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반대파들은 네트워크를 떠난다. 얼마 전에 내가 블록체인의 크기에 대한 논쟁에 관해서 쓴 적이 있는데, 본질적으로 보면 이 또한 이더리움 포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이더의 가격은 약 11 달러이다. DAO의 해킹, 포킹 등과 같은 큰 사건들 때문에 대부분 전문가는 이더의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이 상황을 상당히 잘 수습하면서 과학적인 접근과 개발 방법을 통해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강화하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과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https://diginomics.com/news/forking-ether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