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Trust Disrupted: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TechCrunch에서 ‘Trust Disrupted‘라는 비트코인 관련 동영상을 자체적으로 시리즈물로 만들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이 동영상을 보면 비트코인,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에 대한 개념은 쉽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6편의 시리즈인데, 각 6분~8분이니까 그냥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캐주얼하게 보면 재미있다. 이 글 밑에 각 에피소드를 embed 했으니까 여기서 직접 봐도 된다.

이 시리즈를 보면 비트코인 분야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이 다 등장하는데(BTCChina의 Bobby Lee, USV의 Fred Wilson, Ethereum을 만든 Vitalik Buterin, 비트코인의 메인 개발자 중 한 명인 Gavin Andresen, 그리고 R3의 Charley Cooper가 그 대표적 인물들이다), 6편까지 다 본 후에 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정말 뭔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1편 마지막 부분에서 R3의 대표 찰리 쿠퍼가 한 말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2년 후에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지만, 10년 후에 기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2년 전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다. 신문과 미디어에서는 비트코인이 곧 화폐를 대체할 것처럼 떠들어댔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이 기다렸던 그런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은 시들시들해졌다. 하지만, 10년 후를 본다면 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정말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면, 단순한 기술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술, 문화, 사상, 시스템, 화폐, 권력, 정치, 이 모든 게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논란도 많고,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집단인 실리콘밸리와 월가가 열광하면서 동시에 싸우고 있는 거 같다. 이게 제대로 자리를 잡고 구현이 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1편: In the Beginning

2편: Mines and Miners

3편: In Search Of Itself

4편: Blockchain on the Rise

5편: Ethereum’s Blockchain

6편: Co-opt vs. Disrupt?

비트코인 가격 앞으로 어떻게 될까?

btc-chart2016년도 비트코인에는 조용한 한 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연초에 온갖 소문으로 인해 가격이 요동치다가 400달러 선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는가 싶더니, 6월 Brexit 소식 이후 거의 80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8월 Bitfinex 해킹 소식 발표 이후로 다시 500달러대로 하락했다. 그 와중에 7월에는 비트코인 채굴비용이 25 btc에서 12.5 btc로 반 토막(=halving) 나기도 해서 다양한 추측이 시장에 돌았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탄력있게 잘 버티고 있는 거 같다. 9월 11일 자로 비트코인 가격은 약 630달러로 서서히 다시 상승하고 있고, 비트코인 소유자 및 사용자로서 나는 연말까지 이 랠리가 지속하여 1,000달러를 돌파하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 하는 거 자체가 우습지만, 많은 전문가의 이론, 그리고 많은 투자자와 투기꾼들의 기대심리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큰 천재지변이나 외부 충격이 없으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오를 확률이 높다.

일단 비트코인 ETF 상품들이 곧 공식적으로 승인될 움직임이 보인다. 비트코인 ETF 상품인 SolidX Bitcoin Trust와 영화 ‘소셜네트워크’로 유명해진 윙클보스 쌍둥이들의 Winklevoss Bitcoin Trust가 7월에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 신청을 했는데, 이 2개 중 하나라도 승인이 되면 비트코인과 연관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으니까 비트코인의 유동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ETF 상품이 출시되면 이와 연관된 자산들의 유동성이 확보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금, 은, 천연가스 등이 좋은 예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또한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번에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쓴 적이 있는데, 현재 블록체인이 초당 처리할 수 있는 거래 수는 비자 네트워크에 비교하면 너무 적다. 그리고 이 용량을 확장하는 거에 대해서는 비트코인/블록체인 커뮤니티의 입장들이 너무 달라서 합의를 못 하는 상태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건 대부분 동의하고 있어서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비트코인의 유동성이 좋아지면서 가격도 오르지 않을까 예상된다.

국제 금융 시장을 예측하는 건 힘들지만 연이은 악재로 인해서 시장이 불안해지면 많은 투자자가 비트코인과 같은 safe haven 투자 상품을 선호할 것이고, 더욱더 많은 정부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고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워낙 up and down이 심했고, 아직도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서 외부 충격에 상당히 민감한 건 사실이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비트코인 블록사이즈 논란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최근 이 업계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Mike Hearn이라는 유명한 원조 비트코인 개발자 중 한 명이 비트코인 실험은 실패했다라는 글을 쓰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고, 역시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은 이제 끝났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있다. 나도 관련 글들을 읽고 공부를 좀 했는데 역시 기술적으로는 좀 어렵지만, 그 내용의 핵심은 대략 다음과 같다.

2008년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오리지날 소스코드를 만들었고, 이 코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건 Bitcoin Core라는 프로토콜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오픈소스이고, 이 오리지날 소소코드를 가지고 많은 개발자들이 개발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버전의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만들어진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이런 현상을 forking 이라고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Mike Hearn은 또 다른 프로토콜인 BitcoinXT라는 fork 개발을 주도 했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Core의 약점 중 하나는 바로 한정된 블록의 크기인데(블록사이즈) 이게 바로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Core는 블록체인의 블록사이즈를 의도적으로 1MB로 제한해놨다. 해커들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이렇게 작게 만들었지만, 비트코인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블록사이즈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여러 개발자들이 forking을 통해서 블록사이즈가 더 큰 프로토콜 개발을 하고 있다.

블록사이즈가 작으면 블록체인을 다운받는 속도가 더디어지면서 비트코인 거래의 속도나 거래량에 한계가 발생한다. 참고로 비자 네트워크는 1초에 2,000건의 거래를 소화할 수 있는데 비해 비트코인은 현재 7건의 거래 밖에 처리를 못 한다고 하니 비트코인이 정말로 mainstream 지불수단이 되려면 블록사이즈 크기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 Bitcoin Core와 Bitcoin Classic이라는 프로토콜이 대립을 하고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소문과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Classic은 블록사이즈를 기존 Core의 1MB에서 2MB로 증가시켰고 Coinbase와 같은 대형 비트코인 회사들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다수의 호응을 얻는데에는 실패했다. 여기서 ‘호응을 얻는데 실패했다’ 라는게 잘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있을텐데,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어서 그 누구도 소유하고 있지 않고, 비트코인을 개발하고 블록을 유지하고 있는 운영자들이 ‘투표’와 비슷한 방법에 의해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결정을 내린다. 75% 이상의 블록에서 Classic이 도입이 된다면 Core는 버려지고 Classic이 새로운 프로토콜로 채택이 되는데 아직 절대 다수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자 그럼 블록사이즈가 커지면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 당연히 비트코인 거래가 훨씬 더 빨리 일어날 수 있고, 블록체인의 부하가 줄어들지만 이와는 반대로 해커들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증가한다. 그런데 현재 논쟁의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바로 블록사이즈가 더 커지면 더 많은 자원을(=CPU power) 가지고 있는 채굴자들한테 권력이 집중되어서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분권(decentralization)’이 파괴되고 소수의 집단한테 권력이 집중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수’는 엄청난 CPU를 가지고 채굴을 하는 중국이 될 확률이 높다. 즉, 중국이 블록체인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Coinbase의 대표 Brian Armstrong은 비트코인이 위기에 처한게 아니라 마치 대통령 선거를 하듯이, 비트코인 업계에서는 선거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이게 꽤 적절한 표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MB 블록사이즈냐 2MB 블록사이즈냐, 현재 업계는 선거를 하고 있으며, 투표소가 아닌 CPU로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아주 잘 볼 수 있듯이, 대선 전에는 후보들이 서로를 비방하면서 한 표라도 더 이기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이 결정된 후에는 이 결정을 국민들이 존중하면서 4-5년 동안 열심히 살아간다. 실은 지금은 Core와 Classic의 경쟁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기능의 도입을 결정하기 위해서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비트코인은 발전하고 스스로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비트코인이 굉장히 건강하고 튼튼한 프로토콜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비트코인은 내재하고 있고, 업그레이드 방법에 대해서는 항상 논쟁이 일어나겠지만 이 논쟁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투표 시스템 또한 비트코인은 내재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굉장히 혁신적인 프로토콜이며, 이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어쩌면 해마다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프로토콜이 될 수 있고 이 프로토콜을 잘 활용하면 해마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IPv4 에서 IPv6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거의 8년이 걸렸고, SWIFT와 ACH와 같은 금융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려면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비트코인 요새 괜찮나?

1402516880-beginners-guide-buying-bitcoin나는 계속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으며, 꾸준히 구매하고, 팔고,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내 주위 대부분의 분들이 – 투자자들 포함 – 비트코인 이야기만 하면, “비트코인 그거 망한거 아니야?” 란 말들을 많이 해서 요새 비트코인 동향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폐로써나 프로토콜로써나 비트코인은 죽지 않았다. 아니,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2년 전보다 더 활발해지고 많은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을 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비트코인의 가격 때문일 것이다. 2013년 11월에 $1,200를 육박하던 가격이 현재 $400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한 1년 이상 이 $400 대 가격을 유지하는걸 감안하면 그동안 비트코인에게 치명적이었던 약점인 변동성이 많이 제거되어서 나는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우리 어머님이 비트코인으로 콩나물을 구매하고 있지는 않다. 아직 갈 길이 멀고, mainstream 으로 진입을 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의 안정화, 비트코인 거래량의 증가, 그리고 매우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 네트워크의 성장을 보면 비트코인은 앞으로 더 커지고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오픈 소프트웨어라서 전세계의 관심있는 개발자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full-time 직장이 있고 주말에 ‘취미생활’로 비트코인 개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고, 누가 제대로 보상도 해주지 않지만, 본인들이 재미있어서, 그리고 뭔가 엄청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덕후기질 때문에 이 엄청난 네크워크와 프로토콜이 (아직까지는) 잘 돌아가고 있다. 참고로,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취미생활로 주말에 하는 것들은 대부분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 아직 잘 살아있다. 굉장히.

<이미지 출처 = http://www.entrepreneur.com/article/234742>

비트코인: P2P 전자현금시스템

오늘은 딱히 글 소재가 없어서 최근에 다시 읽었던 Satoshi Nakamoto의 비트코인 원조 백서를 소개한다. 아직 안 읽어본 분들은 여기서 읽을 수 있다 –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이 백서는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 이게 일본인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니면 해커들의 신디케이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공개했는데, 보시다시피 긴 논문이 아니라 8장의 짧은 자료이다. 실은 나도 한 3번은 읽어봤는데 코딩, 보안, 그리고 암호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별로 없어서인지 반 정도 밖에 이해를 못 했다. 이 백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2008년 부터 지금까지 무상으로 개발한 비트코인 프로토콜과 화폐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커진것이다.

실은 8장 짜리지만, 꽤 굵직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상당히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동안 전자현금과 화폐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이중사용(double-spending)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A와 B가 돈 거래를 할 때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항상 개입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경험했듯이 돈 거래에 있어서 제 3자를 믿는다는 건 – 그게 은행이라도 – 매우 위험하다. 또한, 우리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 3자가 딴 맘을 먹거나 해커들의 공격을 받는다면 거래 자체가 위험해 진다.

사토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공개된 장부, 즉 블록체인을 제안했고, 블록체인의 운영 방법도 매우 심플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왜 블록체인은 공격 당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지 수학적으로도 증명을 했으며, 사토시가 제시한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자유의지론적인 운영 방식 또한 매우 흥미롭고 새롭다.

물론,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완벽하지는 않다. 오히려 허술한 부분들도 많고, 사토시가 제안한 많은 내용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질문들을 낳고 있다. 특히 최근에 비트코인 업계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겠다.

어쨋든, 어쩌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이 이 간단해 보이는 8장의 백서로부터 탄생하고 성장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