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아니라 비즈니스다

블록체인과 크립토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도,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한국에 없을 정도로 요새 이 분야가 뜨고 있다. 나도 비트코인, 암호화폐, 블록체인, 그리고 ICO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관련 분들과 자주 이야기를 한다. 이런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이번에 프라이머 13기에 지원한 많은 회사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90년도 후반 인터넷이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퍼지고 있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회사 이름 앞에 ‘e’만 붙이고 뒤에 닷컴만 붙이면 눈먼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투자를 받고 망한 회사가 엄청나게 많았고, 이후 닷컴 버블이 무너지면서 1차 인터넷 붐이 꺼졌다. 물론, 인터넷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혁신과 성장을 반복하면서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인프라가 되었다. 요새 블록체인을 보면 비슷한 상황이 보인다. 너도나도 “블록체인 기반의 xxx”를 외치면서 투자자들에게 피칭을 하고 있다. 이게 참 재미있는 게, 정말 재미없어 보이는 스타트업이고, 하나도 섹시하지 않은 비즈니스모델인데도, 이걸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겠다고 하면 갑자기 흥미로워지는 걸 보면, 나도 눈먼 투자자는 아닌지 의심이 간다. 그냥 데이터베이스 위에서 만들면 재미없고,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하면 재미있어 지는 게, 참 재미있다.

어쨌든, 나는 블록체인은 많은 걸 변화할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게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비즈니스를 설명할 때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라고 꼭 설명을 해야 했다. 그런데 요새는 당연히 모든 비즈니스가 인터넷 기반이기 때문에, 굳이 “우리 비즈니스는 인터넷 기반으로 돌아갑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하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 일 거 같다. 한 5년~10년 후에는 모든 비즈니스가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직 decentralization보다는 centralization이 더 쉽지만, 미래에는 decentralization이 제대로 구현되어 모든 비즈니스는 분산 인프라 기반으로 돌아갈 것이다.

자, 모든 게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위에 올라간다면, 도대체 어떤 비즈니스가 정말로 이길 수 있을까? 우리 같은 투자자는 블록체인이 아니라 뭘 봐야 할까? 아마도 다시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결국엔 좋은 팀, 좋은 제품, 좋은 시장이 이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요새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를 볼 때 아예 ‘블록체인’ 자체를 제외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도 좋은 비즈니스 같다면, 이런 비즈니스에 투자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신세계

1999년, 나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몇 년 후에 1999년~2000년을 뒤돌아봤을 때, 인터넷 태동기에는 엄청난 기회가 있었고, 이를 포착한 사람들은 일생일대의 부를 축적했고,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세상을 바꾼 혁신을 일으켰다. 후회되지만, 나는 변화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제대로 보지 못 했고, 기회를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 1999년은 인터넷이 이제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을 때인데, 당시에는 명확한 정보의 격차(=digital divide)가 존재했다. 즉, 세상은 ‘인터넷을 아는 사람’과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은 이거는 나랑은 전혀 상관없고, 내 인생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자 하면서 평소 하던 대로 살았다. 절대다수가 속했던 이쪽 사람들은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아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삶이 어떻게 바뀔지는 몰랐지만, 뭔가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고, 계속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열어놓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업계 종사자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갔다. 이렇게 하면서, 인터넷 혁명이라는 파도를 가장 앞에서 탈 수 있었고, 이들은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멀리 갔다.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전진하면서 엄청난 부를 창출했고,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에 크게 기여했다. 나도 가끔 후회한다. 변화의 중심에, 아주 적절한 시기에 있었는데, 왜 조금 더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했는지.

2018년 현재, 왠지 모르게 1999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상화폐(토큰)’와 ‘블록체인’ 이다. 세상은 ‘가상화폐(토큰)/블록체인을 아는 사람’과 ‘가상화폐/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으로 나뉘는 거 같다. 인터넷이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오기 전에 보이던 정보의 격차가 이 시장에도 확연하게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가상화폐를 혐오하고 있는 수준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 정보의 격차는 더욱더 큰 거 같다. 얼마 전의 JTBC 비트코인 토론 이후, 내 소셜 타임라인은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냐 아니냐에 대한 지인들의 의견과 포스팅으로 도배가 되고 있고, 유시민이 맞냐 김진화가 맞냐에 대한 영양가 없는 분석을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고 있다(솔직히 나는 이 토론 보다가 양쪽 다 짜증 나서 중간에 TV 꺼버렸다).

이렇게 비전문가들이 너도나도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는 거 자체가 완전 시간 낭비인 거 같다. 실은, 이 분야에 대해서는 모두가 현재는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이 어떻게 될지, 이게 사기인지, 혁명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은 99년도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냐, 그냥 이러다 마냐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 있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PC가 세상을 바꾸냐, 그냥 비싼 장난감이냐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 있던 것처럼.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쩌면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이런 새로운 것에 관해 관심을 두면서 계속 공부하고, 이로 인해 어떤 신세계가 올지에 대한 상상을 계속 한 사람들이, 정말로 큰 변화가 왔을 때 돈도 많이 벌고, 혁신을 주도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실은 개인적으로는 화폐가 될 가능성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또한, 비트코인이 실패한 실험으로 끝나더라도, 여기서 파생된 다른 토큰이나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게 수년 후에 “두려움, 불확실성, 의구심 때문에 발생한 그런 멍청한 사기가 있었지”라면서 회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비트코인이 가져올 수 있는 신세계에 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비트코인/블록체인 개발자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과거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이런 실험조차 못 하고 있고, 유능한 인재들은 이제 한국을 떠나 스위스나 에스토니아 같은 곳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건 그 누구도 바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은, 내 주변에는 비트코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조금 더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우리같이 비트코인을 아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극소수일 것이다. 인터넷을 아는 사람들이 그랬듯이, 이렇게 일방적인 정보의 비대칭 우위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을 일으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을 책으로만 배운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를 논쟁하고 있을 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파고 들어가야 한다. 화폐가 되면 화폐인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런데 이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이로 인해 펼쳐질 신세계를 상상하고, 그려보고, 준비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지하경제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사건 중 하나가 2013년 FBI가 불법 마켓플레이스 Silk Road를 검거한 것이다. 지하경제에서 불법거래를 위해 비트코인이 사용된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이 기술과 가상화폐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비트코인 외에 다양한 가상화폐가 생기면서, 이제는 범죄자들이 비트코인 보다는 다른 알트코인을 선호한다는 기사를 최근에 읽었다.

많은 분이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은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어느 정도 추적은 가능하다. 일단 어떤 주소에서 거래가 시작되고, 어디로 가는지, 그 거래 자체는 블록체인에 다 기록되기 때문에, 이걸 잘 활용해서 특정 주소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자금 흐름의 패턴을 볼 수 있고, 운 좋으면 범죄자를 검거할 수도 있다. 더 쉬운 예를 들자면, 내가 어떤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그 가게의 주소와 내가 물건을 받을 주소는 블록체인에 공개가 되지만, 물건을 받는 주소에 사는 사람의 이름은 모르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취약점? 때문에 모네로나 Zcash를 지하경제에서 선호한다고 한다. 모네로(XMR)는 ring signature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보내고 받는 사람들의 주소를 혼합해서 암호화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내고 받는 주소를 파악하기 힘들다. Zcash(ZEC)도 주소를 암호화하기 때문에 주소를 파악하기 힘들다. 물론, 모네로나 지캐시의 개발자들이 의도적으로 범죄를 위한 화폐를 개발하기 시작한 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뭘 구매했는지 굳이 다른 사람한테 공개하기를 싫어하는데, 이런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실은,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전하고, 더 좋은 기술이 적용된 가상화폐가 생길수록, 지하경제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의 가상화폐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이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지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전체 가상화폐 시장의 극소수인 지하경제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고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금지 하는 건 어리석다(금지할 수도 없다). 이건 마치 범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선호하는 게 현금거래라고 해서, 현금거래를 전면금지 하는 거와 비슷하다.

시대를 앞서가기

dorm mining equipment얼마 전에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대학생들이 기숙사에서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수익성이 높은 채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값싼 전기와 값싼 하드웨어인데, 이게 가능한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에, 채굴 시장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설계된 전용 ASIC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ASIC은 상당히 비싸고 전기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전기와 하드웨어가 저렴한 중국에서 비트코인이 많이 채굴되고 있다. 전기세가 비싼 곳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면, 채굴한 비트코인의 가치보다 전기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더와 같은 가상화폐 채굴용 전용 ASIC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더의 경우 그냥 일반 PC로 채굴이 가능하다(기본 CPU가 아니라 성능이 더 좋고 비싼 GPU가 필요하긴 하다). 전기료도 그만큼 저렴하다. 이러한 이유로 MIT와 같은 미국 대학교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이더나 다른 알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비싼 하드웨어가 필요 없고, 전기세도 학교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교 기숙사의 경우, (현재로써는)전기나 수도세는 등록금과 기숙사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활용해서 첨단 기술을 공부하고, 돈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동기가 되어, 전 세계 학생들이 요새 기숙사에서 24시간 PC와 GPU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대학교 기숙사의 전기세는 각 방 단위로 요금이 부과되지 않고, 전체 기숙사 단위로 요금이 부과되고, 아직 비정상적인 전기사용은 파악되지 않아서 학교 측에서는 이에 대해서 지적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이런 사태를 보면, 많은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서, 비싼 등록금 내고, 좋은 학교 가서 정신 나간 짓 하고 있다고 욕할 것이다. 학생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일확천금을 노리면 돈의 노예가 될 것이고, 이런 학생은 나중에 졸업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기숙사에서 열심히 채굴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크게 기여할, 만반의 준비가 된, 중요한 인재가 될 확률이 높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이들은 이미 가상화폐와 암호화 전문가가 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생 채굴자들은 기숙사에서의 채굴 경험으로 인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에 대해 수업보다 더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이 중 소수는 상당히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분명한 거는, 기숙사에서 소소하게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고속차선을 탄 것임은 틀림없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작년에 읽은 책 ‘플레이‘가 생각났다. 지역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고, 기술도 다르지만, 당시 대학원생들이 연구실과 기숙사에서 공부는 안 하고 게임에 미쳐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분명히 손가락질하면서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을 만들었고, 한국이 전 세계에서 1등 하는 몇 안 되는 분야를 무에서 만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대를 앞서가는 인재들이었다.

2018년 1월, 우리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이 최단 기간에 글로벌 1등이 된 가상화폐 산업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고 전면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큰 혁신이 일어나기 전에 흔히 볼 수 있는 혼돈으로 간주하고 현명하게 규제하고 대처할 것인가. 간단하지도 않은 이슈이고, 그 결정은 더욱더 간단하지 않은 후속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잘 판단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Steemit>

ICO 실사

Photo 08-01-2018, 9 55 48 AM페이스북 탐라에서 Envion이라는 ICO 광고를 봤다. 회사 웹사이트도 보고 백서도 대략 읽어보니, 재생에너지를 잘 활용하여, 모바일 가상화폐 채굴을 위한 ‘Smart Decentralized Blockchain Infrastructure’를 제공하는 회사다. 조금 쉽게 설명을 하면, 값싼 태양열 또는 풍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컨테이너 모듈 안에 장비를 설치해서 채굴하는 기술이다. 내가 한국에서 채굴하고 싶으면, Envion에서 만드는 컨테이너를(채굴 장비가 완비된) 구매하고, 한국에 도착하면, 나는 그냥 바닷가나 해가 많이 들어오는 곳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바로 채굴을 시작하면 된다. 웹사이트에 의하면 ICO를 통해서 이미 5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니, 내 안에서 FOMO가 요동을 쳤다.

실은, 백서를 나도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꽤 솔깃한 아이디어인 거 같아서 조금 더 조사를 해봤다. 아직 새로운 기술이고, ICO 자체가 너무 새로운 개념이라서 특별한 내용은 없었지만, 가상화폐 관련 가십으로 가득 찬 Bitcointalk.org에 누군가 이 회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꽤 집요한 을 2017년 11월에 올렸다(문법이 많이 틀린 영어로 올린 내용 중, 중요한 부분만 그냥 한국어로 번역해본다):

1/ Envion이라는 회사는 2017년 10월 5일 스위스에 설립됐는데, 한 달 밖에 안 된 회사가 맞는지?
2/ 백서를 보면, Envion Technologies GmbH로부터 기술을 공급받는다는데, 이 회사에 대한 정보가 없다
3/ 팀원들의 링크드인 프로파일을 보니, 계정이 1주일 전에 생성되었다
4/ 대표이사는 신문기자인데, 2017년 10월에 채용되었고, 다른 팀원 모두 2017년 10월에 채용되었다
5/ 창업팀에 대한 이력이 전혀 없다
6/ 회사의 역사가 한 달인데, 어떻게 “아주 오랫동안” 이 기술을 연구했는지? 그리고 한 달 밖에 안 된 회사가 특허를 어떻게 허가받았는지?
7/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해도 연락도 안 된다
8/ 동영상을 보면 일반 컨테이너에 색칠하고, 구멍을 뚫고, 선반에 비디오카드 몇 개 장착한 거 같은데,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 이 비디오 카드로 과연 161%의 배당이 가능한가?

나는 실은 이 회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조사도 안 해봤고, 이 채굴 컨테이너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그리고 위의 질문내용의 사실여부도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실은, 별로 관심도 없다. 하지만, 힘들게 번 돈을 일확천금을 노리고 ICO에 투자하기로 했다면, 최소한 위의 분같이 나름대로 조사와 실사는 반드시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nvion이 엄청난 회사가 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내용이 구리다면(위의 질문 내용이 맞는다는 가정하에), 사기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뉴스를 보면 가상화폐와 비트코인은 마약과 범죄와 같은 ‘악’의 화신이라는 인상을 받기가 쉬운데, 잘 판단하고 구분했으면 좋겠다. 탐욕에 눈멀어 사기당한 사람들한테는 ‘악’이지만, 제대로 투자하고 활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