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ure

실패를 권장하기

창업가들이나 투자자들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한다. 나는 회사원이나 창업가한테 실패는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실패를 권장하는 글을 그동안 많이 써왔다: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2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물론, 실패를 바라보는 입장은 모두 다르다. 이 말 자체가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많이들 꺼려한다. 이런 사람들이 나한테 이메일을 가끔 보내는데 어떤 분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내가 실패를 “권장”하는게 듣기 상당히 거북하고 불쾌하다고 한다.

한가지 확실하게 하고 싶다. 내가 실패를 권장하는건, 잘 하고있는 사람한테 실패하라고 부정적으로 부추기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실패를 많이 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걸 시도해 봤다는 의미이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실패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성장을 한다. 어차피 발전하는 인생을 살고 싶으면 빨리 실패하고, 많이 실패하고,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야지만 성공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사업을 크게 성공시키거나 첫 직장에서 맡은 첫 프로젝트를 크게 성공시키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경우는 그렇지 않다. 처음 하는걸 실패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물론 그 실패로부터 얻는 경험이나 배움이 전혀 없다면 문제가 있지만 정상인들은 어느정도 경험하고 배운다. 그리고 성장한다. 살아가면서 내가 1,000번의 실패를 해야 할 운명이고 그 1,000개의 실패 사이에 어디엔가 “성공”이 숨어 있다면 빨리 실패해서 그 수를 줄이면서 “성공”을 찾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성공이 1과 2 사이에 숨어있든, 999와 1,000 사이에 있던.

곰곰이 생각해보면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몇 명 있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안하니까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힘들면 도움을 구해라

1월 말에 LA는 Jody Sherman이라는 유능한 창업가를 잃었다. Jody는 2009년도에 어린이들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Ecomom이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LA와 남가주 쪽에서는 꽤 유명하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47살에 그는 권총으로 자살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수년 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자살은 한국인들한테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Wikipedia에 의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40살 이하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자살하는 사람 중에는 우리가 아는 창업가들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다.
나도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지만, 월급쟁이들이 받는 직장의 스트레스와 owner들의 스트레스는 아주 다르다. 뭐가 다른지는 여기서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창업을 했고 이 짓을 오래 한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스트레스의 레벨이 다르므로 창업가들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그에 대한 반응 또한 샐러리맨들과는 달리 극을 달릴 수 있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 현재 너무 힘들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러지 말고 이걸 끝까지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나도 이 짓을 몇 년 해왔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성공의 확률이 높지 않은 스타트업 industry에서 일하면서 이 바닥의 ups and downs를 매일 경험하고 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인 소모가 많은 게 스타트업 운영이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창업을 했고 스타트업을 평생 운영할 계획이라면 이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하면 더했지 줄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단단히 각오해라. 하지만, 좋은 소식은 바로 인생이 고달플 때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창업가들이 명심해야 하는 사실은 바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창업가가 있고 분명히 겉으로는 웃으면서 모든 게 잘 되고 있다고 연기를 하고 있지만 모두 다 힘들어하고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것이다.

힘들어하는 창업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 더 희망이 없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할 때 –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면 분명히 이런 순간이 올 것이다 – 주위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도움을 구해라. 가족, 친구, 동료, 투자자, 변호사, 회계사 심지어는 경쟁자도 상관없다. 아주 당당하고 직설적으로 도움을 구해라. 힘들 때 도와달라고 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가끔 난 창업이라는 게 거대한 압력밥솥 속에 발가벗은 채 들어가 있는 거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압박은 더욱더 심해진다. 이런 압박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다 보면 몸과 마음에 당연히 영향이 미친다. 그러니까 힘들면 괜히 자신을 자책하면서 겉으로 웃지 말고 솔직하게 도움을 구해라.

Jody가 앓던 우울증이나 최근 한국의 연예인들이 경험하는 공황장애는 미국에서는 더 이상 ‘병’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분류할 정도로 흔한 현대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혹시,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도움을 주자.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2

*이 글의 전편인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을 먼저 읽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항상 강조하는거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 특히, 스타트업은 그 강도가 100x – 실수와 실패는 삶의 일부가 된다. 빈도와 강도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다 실패를 한다. 실패한다고 성공하는건 아니지만, 실패없는 성공은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런 실패를 잘 극복하고, 실패로부터 배워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 후 성공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실패 후 폐인이 될까? 전에 쓴 글에서 바로 이 차이는 ‘성장 마인드(growth mindset)’라고 했다. 즉, 필요한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무엇이든 더 좋게 만들고 향상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지금은 실패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계속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지난 25년 동안 사회학자들은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 마인드’는 누구나 다 만들 수 있지만, 중요한거는 어릴적 형성되는 ‘배움’에 대한 자세에 달렸다고 한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능은 선천적이라서 아무리 공부를 해도 배울 수 있는건 개개인의 절대적인 지능에 달렸다고 믿는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이들은 “내 머리는 여기까지야. 이런 문제는 나한테는 무리야”라면서 좌절하고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를 극복하는 사람들은 지능은 노력하면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이들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노력해보자. 시간이 걸릴뿐 분명히 해결할 수 있어”라는 자세를 갖는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는건 아니다. 대부분 실패한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배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런 자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면 궁극적으로 과거에는 풀지 못하던 문제들도 풀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지능은 고정되었다고 생각할까? 이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한다. 바로 IQ 테스트가 한 사람의 총명함을 측정하는 유일한 척도라고 간주하는 우리 사회와 문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렸을적 본 IQ 테스트에서 높은 IQ를 받으면 그 사람은 커서 좋은 학교에 가서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 아직도 우리는 학교와 가정에서 배운다. 그리고 우리는 애들을 칭찬할때 “너 정말 너무 똑똑하구나!”라고 하지 “너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고는 잘 안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지 말자. 사회학자들은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을 가능케하는 ‘성장 마인드’는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2007년도에 스탠포드와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100명 이상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대부분 수학을 잘 못하는)을 대상으로 약 8주 동안 공부에 대한 워크샾을 진행했다. 100명의 학생들은 두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졌고 각 그룹은 숙제를 효율적으로 하고, 공부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훈련과 지시를 받았다. 두개의 그룹이 받은 학습 자료의 내용은 달랐다.

한그룹은 “당신의 지능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You Can Grow Your Intelligence)”라는 내용의 자료를 받았다. 새로운 학습을 할때마다 뇌신경 세포들이 강화되어 지능이 좋아질 수 있다는 조사결과에 대한 내용의 자료였다. 이 그룹의 학생들은 이 자료의 내용을 큰 소리를 내면서 읽었다. 다른 그룹은 기억력의 작동 원리에 대한 자료를 공부했다.
예상했듯이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워크샾에 참여하기전에는 100명의 학생 모두가 다 지능은 선천적이고 고정되어 있다고 믿었지만, 지능은 향상된다라는 자료를 읽은 그룹은 8주가 지난 후에는 노력하면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그룹은 그 이후로 다른 그룹의 학생들보다 전반적으로 수학문제를 더 잘 풀었고,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과 동기부여가 다른 그룹의 학생들보다 월등했다고 한다.

인생이 편하고 모든일이 술술 잘 풀리면 지능이 낮든 높든, 그리고 고정되어있든 향상가능하든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연속되는 실패와 실수를 극복하면서 계속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대부분의 인생같이), 노력을 통해서 선천적으로 주어진 능력과 지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만이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 바로 하루에도 수십번의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야하는 – 그러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서 결국엔 성공해야하는 – 스타트업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자세이다.

영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When one door closes another door opens”(by Alexander Graham Bell)

즉, 한개의 기회를 놓치면 다른 기회가 온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바로 내 앞의 문이 닫히면 수많은 다른 문 중 한 문을 열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비롯해서 오늘도 수많은 실패를 직면해야하는 한국의 창업자들을 생각하면서 이글을 써봤다.

이 글과 연관이 있는 몇개의 과거 포스팅들: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Life and Rejections
Trophy Kids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Flummoxed by Failure – or Focused?” by Ken Bain
-The Wall Street Journal “The Art of Failing Successfully” by Jonah Lehrer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

“실패” – 우리는 모두 이 단어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실패보다는 성공하기를 원할 것이다. 실패란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그 어감 자체도 너무 싫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실패란 단어를 보면 절로 표정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두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어디 한두번만 실패하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수십번 했고, 오늘도 몇가지 작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교육학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은 실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걸 배운다는 매우 아이러니컬한 이론이다. 앞뒤가 잘 안맞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패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가장 많은것을 배운다는걸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 유쾌하지 않은 “실패 -> 배움 -> 성공” 프로세스에는 지름길이 없다. 배우려면 누구나 다 실패를 경험해야한다.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누구나 다 실패를 하지만, 그 실패의 경험과 결과는 누구에게나 다 동일하지는 않다. 어떤 이들은 실패를 훌륭하게 성공으로 승화시키지만 또 어떤 이들은 (많은 이들은) 계속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차이는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얻는게 없을까?
현대 연구에 의하면, 실수를 할때마다 사람의 뇌에서는 2가지의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첫번째 반응은 ERN (Error-Related Negativity)이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50 밀리초 후에 무의식적으로 이 신호가 생성된다. 두번째 반응은 Pe (Error Positivity)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100 ~ 500 밀리초 사이에 이 신호가 생성된다. Pe 신호는 우리가 실수에 신경을 기울이고, 그로 인한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서 생각을 할때 생성된다.
연구에 의하면 ERN과 Pe가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생성되면 실수로 부터 많은것을 배운다고 한다: 1)큰 폭의 ERN 신호 – 실수를 무의식중에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2)큰 변동없는 꾸준한 Pe 신호 – 지속적으로 실수의 결과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의미

다음은 이러한 뇌의 반응을 교육학에 적용한 의미있는 실험들이다:

  • 스탠포드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Carol Dweck 박사는 인간을 ‘고정 마인드 (fixed mindset)’와 ‘성장 마인드 (growth mindset)’로 구분한다.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은 이미 태어날때부터 어느정도 수준의 IQ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유전자적인 지능을 발달하는건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고있다. 이와 반대로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무엇이던간에 더 좋게 만들고 향상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 Dweck 박사가 진행한 많은 실험에서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믿는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배움을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관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더 개선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 미시간 주립 대학의 Jason Moser 박사는 위의 Dweck 박사의 연구결과들을 조금 더 깊게 실험해봤다. 그는 교육에 대한 믿음과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와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연구해봤다. 그는 실험대상들이 알파벳의 배열순서를 찾아야하는 매우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실험의 포인트는 바로 이 단순함/지루함이다. 실험대상들이 단순함을 못 이겨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실수를 하게 만드는게 실험의 목적이었다). 성장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훨씬 더 높고 일관성있는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들의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고정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낮고 불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오히려 더 잦은 실수를 저질렀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높고 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Dweck 박사는 이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도 해봤는데, 교육자나 부모들의 아주 작은 노력들이 학생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녀는 수백명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번째 그룹의 5학년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머리가 좋구나. 너는 참 똑똑하구나.”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본인들이 원래 똑똑하게 태어났으니 실수를 하는건 자신의 명예에 마이너스가 되고, 실수나 실패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고정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다.
두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열심히 하는구나. 노력하는건 좋은거야.”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실수를 범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격려와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성장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으며, 실패에 대한 거부반응이 덜 생겼고, 오히려 실수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서 나중에 성공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런 결과는 시험에서도 똑같이 입증되었다. 머리가 참 좋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20% 정도 떨어졌고, 노력을 많이 한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30% 정도 향상되었다. 고정 마인드에 대한 성장 마인드의 승리인 셈이다.

자, 이 결론들을 잘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버전의 실패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자. 한국은 확실히 고정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 실패를 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마치 나병환자와 같이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면서 숙덕숙덕한다. 이러니 한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시는 재기에 성공할 수가 없는것이다. 아니, 재기에 성공을 해도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다 떠나간 후이다. 타인들도 문제이지만, 본인 조차 어쩔수 없이 이런 고정마인드를 갖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특히, 어렸을때부터 전교 1등하면서 서울대가서 천재소리만 듣고 자란 사람이라면.
얼마나 이런 고정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실패 기업인 재창업자금지원‘ 이라는 정책을 정부가 만들었을까. 대놓고 “실패한 기업인은 재창업할 생각마라”라는 말을 하는거와 다름없는건데 이 정책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분들이 아마 게임 셧다운 제도도 만들었겠지?)
우리도 빨리 실리콘밸리와 같이 실패를 우대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성장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성장국가/성장사회가 될 수 있을면 좋겠다.

처음에 말했듯이 실패는 유쾌한게 아니다. 그 누구도 실패하는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가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거라면, 겸손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되 반드시 배움을 얻도록 노력하자. Growth mindset (성공 마인드)을 발달시키자.

실패를 해도 성공적으로 실패하자

이 글과 연관이 있는 몇개의 과거 포스팅들: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Life and Rejections
Trophy Kids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Art of Failing Successfully” by Jonah Lehrer 
-“생각버리기 연습 (1부)” by 인지심리 매니아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얼마전에 내가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날린적이 있다.
“If you fail in Silicon Valley, you’re a rock star. If you fail in Korea, you’re a fucking failure. Korea really needs to honor failure.”
이건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트윗인거 같다. 실리콘 밸리에서 젊은 (or 늙은) 창업가가 벤처를 하다가 실패하면 영웅 취급을 받는데 왜 한국에서는 실패하면 완전 루저 취급을 받을까?

<스타트업 바이블> pg. 30 ~ 31에서 나는 실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이 대중화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은 이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삼성 그룹의 광고 문구는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 이등을 했더라도 다음 기회가 분명히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 뒤처지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 유수의 투자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네이트온과 MSN 메신저의 모태가 된 이스라엘 기업 ICQ의 초기 투자자인 요시 바르디Yossi Vardi는 자신의 투자 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사업계획서는 보지도 않습니다. 어떤 성격의 사업인지도 신경 쓰지 않아요. 나는 오직 젊은 창업가에게만 투자합니다. 특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젊은이라면 성공할 확률이 더욱 커지지요.”
진보적인 한 벤처 투자가의 실패에 대한 철학은 어떻게 보면 미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실리콘 밸리의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 특히 실리콘 밸리가 속한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지역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들의 경우, 전체의 95% 이상이 실패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IT 시장을 좌우하는 혁신 기술이 실리콘 밸리에서 창조되고 있는것은 바로 요시 바르디처럼 실패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와 스타트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사람을 “용감한 사람이고, 사업을 하면서 많은걸 배웠고 분명히 다음번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고 성공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한국은? “저럴 줄 알았다니까. 미친놈 그냥 편하게 월급 받으면서 시키는 일이나 하지 왜 사서 고생을 해. 저러니까 하는거 마다 실패할거야.”라는 색안경을 끼고 실패자들을 용납하지 않아서인거 같다. 아니, 실은 이렇게 단순한 표면적인 문제들보다 분명히 이렇게 실패를 용납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배경은 더 복잡하고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건 분명히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나보다는 더 잘 알것이다. 얼마전에 TechCrunch에 이와 관련된 재미있고 공감가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항상 여러번 읽게 만드는 insightful한 글들을 적절한 백업 자료를 가지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Vivek Wadhwa 교수가 일본에 대해서 쓴 글인데 이 글을 읽을수록 이건 일본이 아니라 마치 한국에 대해서 쓴 글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는 얼마전에 일본을 방문하여 다양한 전문가들과 “혁신”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미팅을 하였고 여기서 그가 뼈저리게 느낀 점들은 바로 실리콘 밸리가 실리콘 밸리인 이유는 스탠포드 대학이 있다는것도,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것도, 돈이 넘쳐흐르는 것도 아니라 바로 실패를 인정할뿐만 아니라 실패를 찬양하는 문화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수많은 나라와 같이 일본 또한 일본의 실리콘 밸리를 만드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돈을 쳐들여서 대덕 밸리와 같은 tech park들을 설립하였으며, R&D;를 위한 정부 보조금 정책을 만들고 해외 석학들을 초빙하여 새로운 대학교도 만들었지만 일본의 실리콘 밸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창업되는 스타트업들도 거의 없을뿐더러, 이미 일본이라는 나라와 혁신이라는 단어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거의 15년째 제자리 걸음인 일본의 경제로 표면화되고 있다. 이렇게 범정부적인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데도 일본의 경제가 제자리 걸음이고, 스타트업들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한국도 이와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할것이다.

21세기 국가의 혁신과 경제적 성장은 작은 중소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에서 나온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과 한국인들은 창업은 무조건 위험한 선택이며,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큰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같은 사람한테도 이런 현상이 뻔히 보인다. 아직까지 한국 스타트업 industry에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치열한 경쟁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학교들이 있는가? 이 학교들이 해마다 공장처럼 배출하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일꾼들이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많다. 그만큼 한국은 스타트업들한테는 블루 오션이라는 말이다. 이런걸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야말로 실리콘 밸리 못지 않은 스타트업의 메카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일본과 한국의 사회는 뭔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가들을 무시하고 멸시하며, 이들이 실패를 하면 격려하지 않고 오히려 쌤통이다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에서 평생을 보내려는 생각을 하고 –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삼성이나 LG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고 본인들은 항상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한다고 반박하겠지만, 말만 그렇지 행동으로는 아무도 옮기지 못한다 –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당하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있는’ 창업가들을 찾을 수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모든 entrepreneur들은 first time entrepreneur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태어나서 처음 창업하는 창업가들이 운영을 하게되는데 이 중 99%는 실패한다 – 왜냐하면 이들이 자문을 구하거나 배울만한 role model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등만을 기억하는 훌륭한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 덕분에 첫 시도에서 실패한 이들이 실패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다시 창업해서 성공을 하는 케이스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업하다가 실패하면 완전히 왕따가 되어버린다. 아무도 그들과 이야기하려고 하지도 않고, 다시는 비즈니스를 같이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여기 일본과 한국과 비슷한 나라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독일이다. 독일에서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파산 선고를 한 후에도 30년 동안 창업자들이 개인적으로 회사의 빛을 갚아야한다고 한다. 사업이 망하면 집도 빼앗기고, 개인 재산도 다 빼앗기고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감옥까지 갔다 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사람들이 있어도 굳이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것이다. 한국도 연대보증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어떻게, 그리고 어떤 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리콘 밸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일찌감치 깨닫고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혁신의 메카로 우뚝 솟는데 성공하였다. 실리콘 밸리에서 실패는 쪽팔린게 아니라 특급 무공 훈장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entrepreneur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그 다음에는 그들은 과거에 진행하다가 실패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매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왜냐하면 이 동네에서는 실패를 하였다는거는 그만큼 많은걸 배웠다는 말이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거라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는 실패를 해봤고, 실패가 좋지 않다는 기억을 하기 때문에 그들은 다시는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피똥싸는 노력을 할 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이걸 배워야한다 – 아직 성공하지는 못하였지만 언젠가는 성공을 해보려고 바둥거리는 한 사람으로써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들한테 제발 부탁드린다. 실패를 우대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솔직히 한국 사회가 실리콘 밸리와 같이 실패한 entrepreneur들을 영웅 취급해주는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사업에 실패한 사람을 인간 쓰레기 취급하는 시선만 어떻게 좀 바꾸어보자. 정치인들은 창업하고 폐업하는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줘야한다. 그리고 대중들도 인터넷 비즈니스와 같은 hi-tech 사업은 제조업과 다르다는걸 교육받고 숙지해야한다. 지속적인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야만 성공이 있다는걸 우리는 모두 기억하자.
얼마전에 이명박 정권에서 한국 벤처 생태계를 다시 살리기 위한 매우 거창한 중장기적인 전략들을 발표하였다. 다 좋은 말들이고 스타트업에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는건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거는 실리콘 밸리와 같이 한번 실패한 사람들이 그 실패를 발판으로 성공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하루 아침에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이야말로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