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ure

Where are they now? – Part 2

Capture15년 동안 입은 걸레가 된 이 정든 티를 버리면서 2009년도에 내가 쓴 포스팅을 다시 읽어봤다. 이 과거 포스팅 이후 5년 동안 또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서 다시 한번 이 회사들의 근황들을 조사해봤다. 찾아보니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서 틀린 정보가 있을수도 있음) 1999년 – 2009년에 비해 그닥 큰 변화는 없었던 거 같지만 역시 인수, 상장, 파산 등 몇가지 변화는 있었다.

이 리스트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은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다 잘 될 수도 있겠지만 다 망할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조금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이 중 잘되는 회사도 있고 안되는 회사들도 있겠지만…..우리를 비롯한 모든 투자자들이 100년 이상 가는 회사들을 찾아서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과연 이 중 어떤 회사들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그게 50년이 되고 또 100년이 될지는 나도 참으로 궁금해지는 월요일 아침이다. 한국은 추석 아침밤 이겠지. 밑에는 내가 2009년도에 쓴 글을 다시 포스팅해본다.

[2009년 6월 과거글]

사진에 보이는 t-shirt는 내가 1999년도 실리콘밸리의 한 저녁 행사에서 받은 기념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가에 웃음이 생기는데, 바로 인터넷 거품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물론, 아무도 몰랐다), Softbank Venture Capital에서 스탠포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녁과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그 당시에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행사 중 하나였다. 학교 내부에서 한거는 아니고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진행되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학교에서 행사 장소까지 버스가 제공되었던걸로 생각된다. 지금은 그냥 잠옷으로 입는데, 몇일 전에 와이프가 이 티를 보더니 “오빠, 저 회사 중 지금 제대로 남아서 비즈니스 하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 질문이 은근히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궁금해서 이 티 뒤에 있는 48개의 (숫자가 애매해서 다시 세고 또 세어봤는데 50이 아니라 48개 맞다) 벤처기업 중 과연 10년 후인 지금 – 2009년 6월1일 – 부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회사가 몇개나 남아 있을까 궁금해서 하나씩 찾아봤다. 와…진짜 힘들고 완전 노가다 였는데 그래도 은근히 재미있었다. 오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Bing이라는 새로운 서치엔진을 발표하였는데 이것도 이 기회에 사용을 해봤다. Not bad at all!

참고로, 위의 48개 벤처기업들은 1999년 나름대로 VC 중 가장 잘나가는 회사 중 하나였던 손정의 대표의 Softbank Venture Capital에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hot한 회사들이자 Stanford MBA들의 로망이었던 회사들이었다. 나도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 멋진 인터넷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business development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1. AsiaOnline – 한때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가장 잘나가는 포탈이었음. 지금 망했음.
2. Concentric – 2000년도에 Nextlink라는 회사에 29억 달러에 인수되었고, Nextlink는 XO Communications로 이름을 바꿈.
3. Net2Phone – 한국의 Dialpad와 더불어서 공짜 VoIP의 선두주자였음. 아직 살아 있음.
4. E-Trade– 아직 살아있고, 잘 되고 있음.
5. More.com –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걸 봐서는 지금 망한거 같음.
6. USWeb/CKS – 웹디자인 회사로 출발하였다가 몇차례 인수 합병에 실패 한 후 파산 신청. 지금은 US Web이라는 웹 마케팅 회사로 존재.
7. Yahoo! – 아직 살아있음.
8. Comergent – Ariba/CommerceOne과 같은 전자상거래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망한거와 다름없음.
9. Rivals.com – 야후가 2007년도에 인수하여서 아직 살아 있음.
10. ThinkLink – 관련 기사가 별로 없는걸로 봐서는 망했음.
11. SmartAge – 망했음.
12. Spinway – 망했음.
13. Urban Media – SoftbankAccel이 엄청나게 돈을 디리 부었는데, 망했음.
14. CharitableWay – 망했음.
15. Dr.Drew웹사이트 개편 중이라고 나오는데, 아직은 살아 있는거 같음. (Update: 잘 되고 있는거 같음)
16. CareAssured – 망했음.
17. Televoke – 망했음.
18. Quova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10년 11월 Neustar에 인수됨)
19. Appgenesys – 망했음.
20. Buy.com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10년 5월 일본의 Rakuten에 인수됨)
21. 1-800 Flowers – 아주 잘되고 있음.
22. DoDots – 망했음.
23. Kizai – 망했음.
24. Photopoint – 망했음.
25. BroadDayLight – 망했음.
26. Bluelight.com – 망했음.
27. iPrint.com – 2000년도에 상장하였고, 아직 영업 중.
28. LRN – 아직 잘 하고 있음.
29. Invisible Worlds – 망했음.
30. Law.com – 법 관련 포탈로써 자리를 잘 잡았음.
31. Kefta – Acxiom이 2007년도에 인수하였음.
32. Support.com – 2000년 7월 상장해서 잘 하고 있음.
33. Model-E – 망했음.
34. ZDNet – 잘 되고 있음.
35. ToysRUs.com – 경기를 많이 타고 있지만, 그래도 건실함. (Update: 아직도 경기를 많이 타고 있고, 건실하지는 않고 위험함)
36. CriticalPath – 49개 회사 중 가장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회사이기도 함. (Update: 2013년 12월 Openwave Messaging 사에 인수됨)
37. PeoplePC – 2002년도에 EarthLink가 인수하였는데, 인수 당시 상당히 상태가 좋지 않았음.
38. ELoan – 아직 살아 있지만,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음.
39. AllAdvantage – 와…이 회사에 대해서는 내가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AllAdvantage.com은 아마도 1999년도 스탠포드 캠퍼스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되었던 벤처 industry의 darling 이었다. 웹서핑을 하면서 AllAdvantage.com을 실행시켜면 하단에 광고 배너들이 노출되고 광고들을 더 많이 볼수록 광고 수익이 발생해서 회사와 유저가 광고 수익을 나누어 갖는 그 당시만 해도 정말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던 모든 스탠포드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다. 지금은 완전 대박 울트라 망했음.
40. Preview Systems – 망했음.
41. Rentals.com – 아직 살아 있음.
42. CruelWorlds – 망했슴.
43. HotVoice – 망했슴.
44. Dovebid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03년도에 상장했다가 현재 시장에서 퇴출되었음)
45. Ecoverage – 망했음.
46. Biztro – 망했음.
47. FastParts – 망했음.
48. Bayla – 망했음.

-망한 회사 27개 28개
-간신히 살아남은 회사 12개
-그나마 잘 되고 있는 회사 9개 8개 (E-Trade, Yahoo!, Rivals.com, 1-800 Flowers, Law.com, LRN, ZDNet, ToysRUs.com, CriticalPath)

즉, 48개 회사 중 절반 이상이 망했는데, 스스로 이 회사들을 찾아보면서 깜짝 놀라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1999/2000년도 실리콘 밸리에서 왕같이 군림하던 회사들이 지금은 우리와 같은 노땅들의 기억속에서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특히, AllAdvantage와 같은 회사들은 그 당시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순진한 학생들의 마음속에 벤처의 꿈을 잔뜩 심어주고 학교를 때려치우고 벤처의 열풍으로 인도하였던 그러한 회사들이었는데…..

앞으로 10년 후에 또다시 이와 비슷한 글을 쓴다면, 과연 그때는 어떤 회사들이 남아 있을까. Facebook? MySpace? Twitter? Musicshake?

실행력, 디테일 그리고 자신감

한국의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은 이제 또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까지 이번 월드컵 경기를 다 봤는데, 4년 뒤에도 한국의 16강 진출은 힘들거 같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든다. 온 소셜미디어는 절반은 홍명보 감독 욕, 나머지는 박주영 선수 비난하는 글로 가득차 있는데 솔직히 이 두사람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냥 실력 때문이었다. 감독의 전술이나 선수 기용의 미스라기 보다는 세계 축구와의 실력 차이가 너무나 극명했던 3개의 월드컵 경기였다. 이건 솔직히 감독을 바꾸거나 단기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기 보다는 아주 장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3 경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비교를 해봤는데 회사들을 검토하면서 우리가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서 느끼고 이야기 하는 점들이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에서도 똑같이 발견되었다. 일단 한국팀은 전반적으로 미드필드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미드필드를 넘겨서 상대방 진영으로는 공을 잘 보낸다. 추진력도 나쁘지 않다. 상대방 골 근방까지는 공을 잘 가져간다. 그런데 항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골이다. 도대체 제대로 의도하고 집어넣는 골이 없다. 물론, 세계 무대에서 세계적인 골키퍼들로 부터 골을 빼앗는게 쉬운 건 절대로 아니다. 그렇지만 다들 그 정도까지 공을 몰고 가면 다 무난히 골을 넣는데 왜 우리만 못 할까? 올 초 한국에 다녀온 후 쓴 “마지막 10%“라는 글에서 지적했듯이 스타트업들이나 축구선수들이나 마지막 10%가 부족한 실행력과 디테일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90% 까지는 남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잘 만들지만 결국 돈을 버는 서비스를 만드는거나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골을 넣는 건 마지막 10%에서 결정이 난다.

조금만 더 덧붙여서 말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실행력이나 디테일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 개인적인 축구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좋을 거 같다. 나는 초등학교 절반/중학교를 스페인에서 보내면서 4년 동안 학교 축구 선수팀에서 뛰었다. 뭐, 축구 명문 학교는 아니라서 그냥 동네 축구단 이었지만 그래도 스페인 이어서 그런지 어린 친구들이 상당히 체계적인 축구를 구사했던 팀이었다.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빨랐고 드리블도 꽤 잘하는 편이라서 처음에는 라이트윙을 했지만, 몇 번의 시합 후 감독님은 나를 미드필더로 바꾸었다. 골대 앞 까지는 잘 가는데 골을 못 넣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었다. 골대 근처에서 공을 잡으면 다른 동료에게 공을 패스할지 아니면 내가 골대까지 그냥 공을 가지고 돌진할지 순간적으로 결정을 해야하는데 “내가 가지고 갔다가 못 넣으면 어떡하지? 공을 그냥 하늘로 차버려서 우리팀이 지면 나중에 욕 먹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그러니까 자꾸 다른 동료들이 올라 올때까지 기다리거나 뒤로 패스하면서 남한테 골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는데 이러다 보면 항상 공을 뺏기게 된다. 이런 모습을 나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공격수들의 스타일에서도 봤다.
빨리 결정해서 실행하고, 정교하게 공을 다루려면 세세한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하면 모든게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한국 스타트업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이런 점들이 많이 발견되고, 이번 월드컵 축구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니 비슷한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맞다면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실행력과 디테일에 대한 집중력을 키우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orldcupplayoffsbracket.com/blog/group-h-south-korea-warriors/>

죽음의 활주로


우린 이제 한 2년 동안 16개 회사에 투자를 했다. 대략 1.5개월 마다 한 개의 회사에 투자한 셈인데 앞으로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투자를 하길 원한다. 이 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거 엄청 많이 배우고 (거의 매일), 그동안 알던 걸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은데 오늘은 대부분의 초창기 스타트업들이 경험하고 그 중 80% 이상이 살아남지 못하는 죽음의 활주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이 바닥에서 말하는 ‘활주로 (runway)‘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내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활주로 (runway)라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다다르면 하늘로 이륙하거나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아니면 바다로 추락하듯이, 스타트업들도 돈을 다 소진하면 재투자를 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망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활주로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How much runway do you have?”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언제 떨어집니까?’라는 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과거의 성공 기록이 없고, 남들이 알아주는 팀원도 없고,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펀딩을 받고 시작하기란 힘들다. 과거에도 힘들었지만 소수의 회사들에만 돈이 집중되고 있는 현재 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돈이 집중되어 있는 소수의 스타트업들은 남들이 알아주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많은 창업가들이 시작했거나 이미 제품이 있고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런 회사들이다. 불행하게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 중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분들 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돈 많은 가족 또는 현실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스트롱 벤처스와 같은 시드 투자자 들이다. 운이 좋아서 가족이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더라도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같은 경우도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이 해도 1억원 정도까지만 투자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큰 돈 이지만 2-3명의 팀원들이 최소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더라도 서울, 실리콘밸리 또는 LA와 같이 물가가 비싼 곳에서 생활하기에는 모자랄 수 있다. 가족한테 투자를 받아도 비슷한 걸 난 목격했다. 정공법으로 돈을 번 사람들 이라면 아무리 아들 딸이 창업을 해서 고생하고 있더라고 무작정 몇 억 또는 몇 십억원을 주지는 않는다. 최소 투자금을 주고나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투자를 받는 이 순간부터 ‘죽음의 활주로’는 시작된다. 이 투자금을 가지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제품을 만들어서 운이 좋으면 launch 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제품도 launch 해보지 못하고 없어진다). 이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launch 하자마자 크게 잘되는 서비스는 드물다. 론치 한 후에 시장이 원하는 product fit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product fit을 찾는 과정은 제품을 론치하는 거 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이 과정은 실험과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더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회사와 제품들이 이 product fit을 찾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 이유는 이 실험과 시행착오에는 생각했던 거 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도 훨씬 전에 자금이 바닥난다. 즉, 생각보다 활주로는 짧고 우리 비행기는 하늘로 날지 못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시드 펀드라는 거 자체가 한정된 금액이고 이 돈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제품을 빨리 만든다는 건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다. 다른 이유는 이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창업 멤버들 사이에 금이 가고 멀어진다. 그러면서 팀이 해산되고 회사도 해산된다. 솔직히 내 생각은 후자의 경우도 궁극적으로는 ‘돈’의 문제이다. 돈이 너무 없으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창업 멤버들 사이도 멀어지는 걸 많이 목격했다.

지속적인 실험과 그 실험들에 대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죽음의 활주로’ 때문이다. 활주로의 끝에 왔는데 운이 좋게 market fit과 product fit을 찾았다면 축하한다. 이제 돈을 버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 했다면 다시 투자자들이나 가족을 찾아가서 돈을 구해야 하는데 product fit을 아직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정상적인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 팀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어느 방향으로 가면 만들 수 있는지 조금씩 찾아가고 있으며, 매일 매일 그 목표에 더 가까워 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팀이 이를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얻는 수치화 할 수 있는 데이터다.

솔직히 이렇게 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모두 확실한 수치를 (유저, engagement, 매출 등)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그동안 창업팀이 한 수많은 시행착오, 실험 그리고 데이터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여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가끔씩 만난다. 이런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활주로는 시작되고 이번엔 반드시 우리 비행기를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justtheflight.co.uk/blog/1-13-death-defying-runways.html>

You can really do it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를 운영하면서 2008년말 – 2009년말 약 12개월 동안 아주 적합한 product fit이나 market fit을 찾지 못했고 투자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이 기간 동안에 집에 단돈 1원도 못 가져가서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거에 대해서는 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다. 과장하는 건 아니고 이 기간은 정말로 내 인생의 암흑기였던 것 같다. 저축해 놓은 돈으로 1년 동안 최소 생계만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힘들었지만 – 솔직히 그동안 돈을 엄청 잘 벌지는 못 했지만 그렇다고 돈을 부족하게 벌지는 않았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했었다 – 정신적 스트레스는 참으로 더 컸다.

마지막 6개월은 반 공황상태/반 불안상태 라고나 할까? 거의 매일 새벽에 깼고 회사, 제품, 돈, 시장,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정신이 항상 불안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유일한 내 가족인 와이프랑 개새끼도 이런 나를 옆에서 지켜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을 것이다. 솔직히 막판에는 그냥 그만 두고 다른 곳에 취직할까 라는 생각도 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뮤직쉐이크도 나도 운이 좋았다. 2009년 말에 우린 적당하게 투자를 받았고 그 이후 회사의 상황은 많이 좋아져서, 아직도 나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 투자금이 아니라 우리 제품과 서비스 자체가 잘 되어서 매출을 많이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자금이 바닥난 벤처기업에서 갑자기 product fit을 찾아 기사회생 하기란 쉽지가 않다.

왜 이런 구차한 이야기를 또 하냐고? 지금 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 중 절 반 이상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조금만 어려워지면 접지만 이 중 어떤 이들은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만만치 않은 현실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힘들어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끝까지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해보라는 것이다. 한 번에 되는 건 동화속에서만 볼 수 있다. 단지, 첫번째 시도에 모든 사람들이 공을 많이 들이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첫째 시도가 실패하면 포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첫 번째 시도는 말 그대로 첫 번째 시도이자 시작이고 운이 엄청나게 좋으면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많은 성공스토리는 “자고 일어나니까 대박났어요” 처럼 보이지만 실은 “10년 동안 피똥 쌌는데, 벼래별 지랄을 다 하다보니 그 중 하나가 어느날 시장에서 product fit이 맞아서 잘 된 거 같아요”이다.

시작을 했으면…최선을 다하고 끝을 보자.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 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고 중도포기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진실은 본인만이 알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 싶고, 가족들한테 미안하지 않으려면 정말 더 이상은 안 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해보길 권장한다. 그러면 결국 성공하거나, 실패를 해도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다.

2009년 내내 나도 엄청 힘들었지만 운 좋게 살아 남았고 버텼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 대부분 나보다 더 스마트하고, 배운 것도 많고,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훨씬 더 많다. 또한 주위에 물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후배들도 많고 전반적으로 모든 상황이 과거 보다는 좋아졌다. 나도 했는데 당신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FIGHT ON.

끈기, 거절, 실험 그리고 개밥

우리 주변에는 잘 나가는 창업가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잘 나가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많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매일 개고생 하면서 못 나가는 제품들을 하루종일 만지고 있는 창업가들은 훨씬 더 많다. 이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 창업가들 중 많은 이들이 “저 제품 별거 아닌거 같은데 왜 나는 저들처럼 잘 안 풀릴까?”라면서 신세를 한탄하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잘 되는 회사와 서비스들은 그냥 처음부터 너무 잘 되었고, 운이 좋아서 하루 아침에 대박 맞았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짧은 포스팅을 공유한다. 이 블로그를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미국의 Airbnb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다:

Brian Chesky는 2007년도에 무작정 짐을 싸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무직인 그는 역시 무직이었던 대학 친구 Joe Gebbia의 아파트에서 한동안 머무를 계획이었다. 문제는 Brian이 내야하는 월세는 $1,150인데 은행 잔고에는 $1,000 밖에 없었고 그때 한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2주 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산업디자인 협회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그와 같이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호텔비를 낼 수 없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마침 아파트에 남는 에어매트리스 3개가 있었고 여기서 Airbnb (Air Bed and Breakfast)가 탄생했다.

2008년 초에 Airbnb는 개발자를 채용해서 드디어 첫번째 버전이 완성되었지만 실제로 2008년 1년 동안 시장에서의 트랙션은 거의 없었다. 그 기간동안 살인적인 물가의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돈도 한 푼 벌지 못하는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시리얼 박스를 판 이야기는 이제 이 업계에서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우리 모두 헝그리하게 벤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1년 동안 월급 한푼도 받지 않고 벤처에 올인 해 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참고로 나는 해봤는데 다시는, 정말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러는 동안에 에어비앤비 창업팀은 1년 동안 수많은 VC들한테 거절 당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투자자를 포함, 그 누구도 이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았고 이들의 비전을 믿지 않았다. “남의 집에서 돈내고 잘만한 히피들이 몇 명이나 될까?”라면서 미팅 중간에 그냥 나가버린 투자자도 있었다고 한다. 거절에 이어 또 거절 당했지만 이들은 버텼다.

그리고 그렇게 버티다보니 2009년도에 폴 그래이엄의 YC에 합격해서 2만 달러라는 돈과 3개월 동안 제품을 다듬을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실험하고, 또 실험하고, 또 실험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때까지. 그리고 주말마다 에어비앤비의 고객이 가장 많았던 뉴욕으로 날라가서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한 숙소에서 잤다. 스스로 매일 개밥을 먹다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초기에 배운 것 3가지:
-사진은 매우 중요하고 무조건 고화질 사진이 필요하다
-집 열쇠를 낯선 고객에게 전달해 주는 과정에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숙박 후 청소 또한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계속 개밥을 먹으면서 서비스를 향상하다보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남의 집에서 잠을 잔 게스트들이 서비스가 쓸만하다고 느낀 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본인들 집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서 호스트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라이언 체스키는 종이 상으로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집을 사지 않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아파트를 예약하고 여기에 살고 있다.

창업한지 6년 만에 190개 이상 국가의 50만개 이상의 집들이 등록되어 있는 3조원 이상 가치의 비즈니스가 된 에어비앤비 – 이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무쟈게 힘든 시절이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운이 좋아서 대박이 났고 나는 재수가 없어서 개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다시 보자. 그리고 우리 팀은 끈기가 있는지, 거절을 당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충분한 실험은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밥을 매일 먹는지 다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