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동안 나는 맥킨지 사람들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가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맥킨지에 의뢰를 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counterpart는 당시 마케팅 실무자였던 내가 배정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맥킨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가 직접 이들과 일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같이 일한 3개월은 매우 재미있고 – 짜증나고 힘든적도 많았지만 – 많은 배움을 얻은 기간이었다.
솔직히 컨설팅 결과물은 프로젝트 가격에 비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이 중 상당히 새로운 내용이 있긴 있었다. Confidentiality 때문에 다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우리의 최대 고민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사들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고 서로의 영억을 침범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법이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제품을 파트너사들만을 통해서 판매했고 직접 판매하지는 않았다). 당시 맥킨지 컨설턴트 중 이동통신사 프로젝트를 많이 한 분이 있었는데, 이통사들이 파트너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소프트웨어 파트너사들에게 적용해 보자는 것 이었다. 컨셉은 단순했지만, 소프트웨어 업계에 이런 방법을 적용한다는 걸 우린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잔뼈가 굵은 나이 드신 분들은 역시나 “업계에서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될 거다.”라면서 저항을 했지만 나를 비롯한 몇 몇 사람들의 고집으로 시도를 했고 그 과정과 결과는 상당히 재미 있었다. 숲 안에서 나무만 보고 살면 그 숲의 크기를 보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였다.

위의 맥킨지 이야기와 같이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온 사람들이 오히려 그 업계에서 평생 일했던 사람들보다 더 혁신적인 생각을 한다. 젊고 경험이 전혀 없는 창업가들이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완전히 갈아 엎어버리는 것도 비슷하다. 같은 일을 너무 오래하다 보면 아무리 오픈마인드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 업계의 관행에 물들여 지고 생각이 굳는다. 누군가 새로운 생각과 방식을 가지고 오면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동으로 그 업계의 관행과 항상 일을 해오던 방식의 관점에서 그 새로움을 평가한다. 결론은 당연히, “원래 이 바닥에서는 그렇게 안 해.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하면 안 돼.”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기존 플레이어들의 이런 경직된 사고는 창업가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된다. 경험이 없고 한번도 이 업계에서 일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새롭게 보고 그 새로움이 가능하다는 걸 종교처럼 믿는다.

평생 희귀병을 연구한 Sharon Moalem 이라는 의사도 이런 경험을 했다. 그는 희귀 유전병의 상태와 그 심각함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환자들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비교하는 모바일 앱을 수 년 동안 개발했다. 앱 개발은 했지만 문제는 환자들의 얼굴 크기도 다 다르고 사진의 화소랑 크기도 달랐기 때문에 여러 얼굴들을 비교할때 비율이 맞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딱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커톤에서 만난 – 의학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 MIT 학생이 단번에 솔루션을 제안했다. 이 학생이 제안한 방법은 환자들 이마에 25센트 동전을 올려놓고 사진을 짹어서 동전 크기를 기준으로 사진 비율을 맞추는 방법 이었다. 몰렘 박사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자기 이마를 손으로 치면서, “아, 왜 나는 한번도 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현재 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켜서 실제 기능으로 구현시키고 있다고 한다.

어리고 경험없는 창업가로서 왜 저렇게 하지? 다르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서 새로 시작하고 있다면 주위의 비난과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들을 하면서. 하지만,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소신있게 계속 도전해 봐라. 기존 업계를 disrupt하고 수 조원 대의 비즈니스를 만드는 건 세상을 다르고 새롭게 보는 시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 출처 = http://www.wikihow.com/Do-a-Coin-Trick-on-Your-Fore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