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d-vs-free유료화. 이 말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창업가마다 다를 것이지만,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회사가 생존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거에 대해서는 전원 동의할 것이다. 힘들게 팀을 만들었고, 더 힘들게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실은 이걸 고객한테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게 가장 힘들다. 많은 인터넷 회사들이 무형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주로 초반에는 무상으로 서비스하다가 어느 시점에는 유료화 전환을 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보다는 ‘언제’ 인 거 같다.

언제부터 우리 서비스를 유료화 전환해야 할까? 실은 나도 잘 모르겠고, 많은 우리 투자사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고민과 실험을 하고 있다. 작년에 나도 이 부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분들과 이야기도 해봤는데,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본다.

솔직히 물리적인 제품을 고객한테 판매하고 배달해주는 전형적인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첫날부터 유료화를 시작하면 된다. 이는 돈을 받고 물건을 판매하는 기본적으로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런 회사들이 돈을 벌 방법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 과금, 또는 광고로 인한 수익, 이 정도인 거 같다(물론, 깊게 들어가 보면 굉장히 다양해진다). 서비스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B2B 소프트웨어 회사, 드롭박스나 에버노트와 같은 삶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B2C 서비스, 또는 게임업체 정도가 있을 거 같다. 실은 이런 스타트업도 제품을 출시하고 바로 유료전환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반에는 무료로 시장에 풀고, 이를 미끼로 사용자들을 lock-in 시킨 후에 유료화를 시작하는 방법도 우리한테 너무나 익숙한 전략이다.

“BM을 붙인다”라는 말을 한국에서는 많이 하는데, 이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의 유료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음식, 화장품, 패션 커뮤니티로 시작한 컨텐츠 스타트업들이 엄청난 바이럴 효과를 유발하면서 사용자층을 확보한 후에, 비즈니스모델을 붙여서 이커머스 플레이 또는 광고 노출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 회사들도 과연 그 유료화 시점이 언제냐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는 걸 옆에서 봤다. 회원이 1백만 명일 때가 그 시점인지, 회원들이 포스팅하는 컨텐츠가 하루에 1만 개가 되었을 때 인지, 평균 체류 시간이 7분 이상일 때인지, 비즈니스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정하기 쉽지 않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큰일이다.

유료화 시점은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만약에 내가 소셜미디어와 같은, 광고가 거의 유일한 비즈니스모델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엄청난 트래픽, 높은 체류 시간, 많은 인당 방문 페이지수가 있어야지만 의미 있는 광고 수익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모바일 광고 단가는 아직 낮으므로,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비즈니스는 당분간 돈 벌 생각은 하지 말고, 가장 빨리 스케일 할 수 있는 전략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자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괜히 어중간한 수치에 도달했을 때 광고를 노출하다 보면, 회사는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어중간한 트래픽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매출은 실은 굉장히 낮은데, 그동안 짜증 나는 광고를 보지 않고도 재미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던 기존 사용자들을 화나게 해서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도 못 벌고, 고객도 떠나가는 이중 위기가 회사 닥칠 수 있다. 계속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면서, 광고도 노출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게 말같이 쉽지는 않다. 일단 광고를 보여주기 시작하면, 나같이 광고를 싫어하는 사용자들을 획득하는 게 쉽지 않고, 절대적인 고객 수가 모자라면, 의미 있는 광고수익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력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작은 회사가 사용자 확보와 수익 창출이라는, 어떻게 보면 초기에는 상반된 개념의 두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매출이 없는 거 보다는 조금이라도 매출이 있는 스타트업이 ‘갑’이라는 건 나도 100% 동의한다. 그렇지만, 섣부른 유료화 정책으로 빠른 성장이 예상되지 않는 몇백만 원 수준의 월 매출을 발생시키면서, 훨씬 더 중요한 스케일에 타격을 주는 건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이 고민을 하는 스트롱 투자사도 많다. 모두 비즈니스 모델도 다르고, 처해있는 상황도 다르지만, 유료화 관련해서는 나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광고로 돈을 버는 서비스는 일단 스케일에 무조건 집중하고, 매출은 조금 나중에 걱정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먼저 스케일하고, 매출은 나중에 걱정’하는 모델을 믿는 투자자들을 찾아서, 성장해서 돈 벌기 전까지는 계속 투자를 유치하라고 한다. 괜히 어정쩡한 시점에 광고를 노출해서 돈도 못 벌고, 성장도 못 하는 상황에 갇혀버리면, 이 비즈니스는 정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에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들은 스케일도 중요하지만, 고객당 매출에 더 집중하면서 유료화 정책을 일찍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spinbackup.com/blog/free-vs-paid-why-move-to-paid-ac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