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tle-601566_1280나는 이제 7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말 하는 재택근무는, 사무실을 안 가는 개념도 포함하고 있지만,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매주 월~금, 내가 집에서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니까, 대략 118시간이다. 불필요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주일에 2시간만 밖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도 어차피 셧다운 돼서, 사무실 출근이 당분간 힘들어서 언제 재택근무를 끝낼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한국은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황이 좋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크게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 상당히 조심하고 있긴 하다.

집에서 일한다고, 노는 건 아니다. 아니, 실은 사무실 출근할 때 만큼 많은 미팅을 소화해내고 있는데, 다만 물리적인 미팅은 아니고 Zoom으로 하는 화상 미팅만 열심히 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도 많이 만나고 있고, 우리 기존 투자사들과도 요샌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듣고 관찰해보면, 참 마음이 아프지만, 시장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우린 기술 그 자체로 사업을 하는 deep tech 분야보단,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 서비스를 만드는 온디맨드와 이커머스와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거시적인 흥미로운 트렌드가 보이긴 한다. 비대면 비즈니스인 이커머스 사업은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 더 잘 되는 경우가 목격되는데, 너무 잘 되는 회사는 오히려 제조와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못 맞추는 현상을 경험하기까지 한다. 실은, 이런 많은 회사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에는 없는 수요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렇게 바이러스 때문에 상황이 며칠 만에 역전되는 걸 보니 참 신기했다. 이와 반대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O2O) 또는 마켓플레이스 사업 중 오프라인 과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다.

여행 또는 오프라인 이벤트가 사업의 핵심인 우리 투자사들은 매출과 모든 수치가 거의 100% 감소해서, 그동안 수년 동안 갈고 닦은 비즈니스 자체가 사업 초반으로 리셋되는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와는 극적으로 다르게,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판매하고 배포하는 회사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도 참 안타깝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역대 최고 매출과 실적을 달성해서, 올해 정말로 크게 성장할 거로 예상되는 투자사들이 몇 있었는데, 2월부터 모든 수치가 곤두박질하면서, 이젠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어서, 옆에서 이들을 보는 나도 참 애가 탄다.

그 누구도 이런 성장 또는 감소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준비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컨트롤할 수 없는 블랙스완인 셈이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사업이 안 되고, 숫자가 좋지 않고, 모든 상황이 비즈니스에 불리하지만, “코로나 때문에”라는 생각을 하고, 우리 비즈니스가 잘 안되는 가장 크고, 어쩌면 유일한 이유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든 창업가에게는 앞으로 더 내려갈 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 맞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욕하고 탓하는 게 맞다. 이게 아니라면, 1월에 10억 원 매출하던 회사가 어떻게 2월, 3월 99% 감소한 1,000만 원밖에 못 할까? 그래도 우린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하면 안 된다.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이 개판 와중에도, 우리가 조절해서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서 계속 실험해야한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쩌면 마음은 편해지겠지만, 현실은 정말 절망적으로 변한다.

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라는 말은 VC들도 요새 많이 하는걸 들었다. 투자하기로 했고, 악수도 했고, 계약 작업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투자 철회하는 걸 이미 몇 번 봤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실은, 투자자들한테도 가장 쉬운 변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돈줄을 잡고 있는 LP들이 돈을 안 풀고 등등, 뭐 이유는 그냥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건 정말 무책임한 태도다. 투자하겠다고 악수했으면, 무조건 투자 집행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정말 힘들면, 코로나바이러스 말고 다른 합당 하고 이해 갈만한 이유를 제공해줘야한다. 모든 걸 코로나 탓 하는 태도는 정말 아닌 거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를 탓하는 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럴수록,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봐야한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냥 한번 크게 웃자.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