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코리아

우리 부모님은 나랑 꽤 가까운 거리에 사신다. 그렇다고 아주 자주 뵙진 못 하지만, 내가 미국 살 때 보단 훨씬 더 자주 방문할 수 있어서 좋다.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우리 아버지는 인터넷 관련 이런저런 질문을 하신다. 어떤 건 그냥 그 자리에서 고치거나, 가르쳐 드릴 수 있지만, 어떤 건 한참 설명하다가 포기하거나, “아빠, 그건 그냥 제가 해드릴게요.”라면서 아예 시도조차 안 한다. 이커머스 사이트 등록과 온라인 뱅킹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아버지는 그래도 학습에 대한 의지도 있고, 학습력도 나름 좋으신 분이지만, 계정을 만들기 위해서 휴대폰 인증받고 공인 인증서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할 엄두가 도저히 나한테 생기지 않았다. 마켓컬리 안심을 언제 한번 사드렸는데, 너무 맛있고 값도 착하다고, 본인 폰에도 깔아달라고 하시는데, 그냥 필요할 때마다 나한테 부탁하면 내가 주문해주겠다고 했다. 타다도 설치하고 싶으시지만, 그냥 그럴 때마다 내가 호출해드린다. 요샌,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 스타벅스 매장도 많은데, 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면, 스타벅스 앱을 설치해야하는데, 이것도 우리 부모님 폰에 설치하고 사용방법을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 아버지가 뱅킹 서비스를 사용하시려면, 직접 물리적으로 은행에 가야 하거나, 전화로 해야 한다. 요새 은행들도 지점을 없애는 추세고, 전화를 걸어도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뭔가 구매가 필요하시면, 그냥 나한테 부탁하시면, 내가 대신 쿠팡에서 구매해드린다.

이럴 때는 정말 씁쓸하다.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어르신들은 그 어떤 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하고, 모든 면에서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는 젊은 층보다 불리해질 것이다. 이번 마스크 대란에서도 우리 부모님은 유일하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동네 약국이나 마트라서, 갔는데 허탕 치는 경우도 너무 많았다. 세상은 편리해지고 있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더 불편해지고 있는 게 그대로 보인다. 그리고 내가 더 나이를 먹으면, 그땐 또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나도 우리 부모님과 같이 될까 겁난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지금 이 추세로 가면 2045년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니어 인구(65세 이상)를 보유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를 탈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사회, 과학, 경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라서 자세히 들어가진 않겠다. 어쨌든, 한국은 이 상태로 가면, 앞으로 인구 역피라미드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런 현실과 미래가 잘 보이는데, 대부분의 창업가는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서비스에 많이 투자하고 있고, 나는 밀레니얼들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럴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의 더 큰 시장을 차지할 시니어 시장을 모두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 또한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검색엔진 최적화, 그리고 그로쓰해킹 등의 기법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최적화된 마케팅 기법인데, 어떻게 보면 더 큰 시장인 시니어한테까지는 도달하기 힘들다. 이들은 검색을 잘 안 하고, 유튜브도 못 하고, 인스타도 안 하고, 온라인 결제에 익숙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투자사 이플루비는 이 시니어 시장에서 잘하고 있는 회사다. 회사의 창업자인 윤혜림 대표는 금속공예를 공부했는데, 어머님을 위한 패션 돋보기를 직접 만들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창업가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이 시니어 시장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좋은 가격에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는데, 패션 돋보기와 마약 잠옷과 같은 히트 상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판매하는 방법도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올드’하다고 생각하는 종이 카탈로그로 마케팅을 하고, 구매 또한 전화로 해결하고 있고, 그나마 시니어들이 모두 사용하는 가장 익숙한 모바일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잘 활용하고 있다.

내가 윤혜림 대표를 처음 만난 게 약 1년 반 전 프라이머 인터뷰할 때였는데, 그때 굉장히 인상 깊게 들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동안 많은 시니어 비즈니스가 있었는데, 모두 다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니어’를 너무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시니어들도 본인들이 시니어인걸 잘 아니까, 굳이 ‘시니어’를 강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뜻이다. 이런 좋은 인사이트를 몸으로 직접 배운 창업가라면 좋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이플루비 들어가서 우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을 위해서 뭐라도 좀 사야겠다.

참여의 의의

1584658007999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주춤하고 있고, 스타트업 쪽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경기 자체가 너무 불안해서 일단 VC든 스타트업이든 자금을 모두 조심스럽게 집행하고 있고, 사람을 만나는 게 불안하니, 투자 미팅이나 실사 또한 보통때보단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한국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서울도 지금 3주째 문을 닫아서, 우리 모두 집에서 근무하면서 이메일/Zoom/전화로 모든 업무를 해결하고 있다.

악셀러레이터의 대표주자 Y Combinator도 어쩌면 올해 여름 배치는 완전히 온라인/리모트로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내가 벤처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 또한 최근 배치 데모데이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이번에 새로 모집하는 17기 인터뷰 또한 모두 화상미팅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국이 어렵다고 창업의 열기가 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에 모집하는 프라이머 기수에 지원한 회사와 창업가의 수는 역대 최고였고, 오히려 역사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진짜 좋은 회사들이 많이 창업됐다는 걸 알고 있는 듯, 더욱더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많다는걸 요새 느끼고 있다. 비록 Zoom을 통한 화상미팅으로 대부분 만나고 있지만, 느낌과 눈빛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도 잘 전달되고 있다.

이번에 나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프라이머에 지원한 30개 이상의 회사와 인터뷰를 했다. 요새는 한국의 창업가들도 질적으로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미 스타트업 경험이 있거나, 현재 좋은 수치를 만들고 있는 회사를 운영하는 분들도 많이 지원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경험없고, 스타트업이란 용어조차 생소한, 첫 번째 창업하는 first time entrepreneur들이 많다. 오히려 나는 이런 분들과 대화하는 게 더 즐겁다. 아직 경험이 없다는 명확한 단점이 있지만, 이걸 반대로 해석해보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과 태도가 완전히 오픈되어 있다는 명확한 장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러 질문을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항상 하는 질문은 “왜 프라이머에 지원하셨나요? 저희한테 원하는 게 뭔가요?” 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매번 다르고, 꽤 재미있다. 이번에도 다양했는데, 꽤 많이 들었던 답변이고, 투자자로서의 내 마음을 감동하게 했던 답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모든 투자자들이 제가 하는 게 어리석고,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그동안 좀 많이 우울했고, 자존감이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프라이머는 조금 달랐습니다. 서류 통과하고, 이렇게 파트너분들이 미팅을 신청해주시고, 좋은 시장이고, 좋은 팀이고, 가능성이 있다고 해주는 이런 말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자극되고, 도움이 되고, 영광입니다.”

올림픽의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의의는 참여 그 자체이다. 금메달 중요하다. 하지만, 메달보다 중요한 건 바로 올림픽에 참여하는 그 자체이다. 나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유니콘도 좋고, 성장도 좋고, 밸류에이션도 좋고, 다 좋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참여 그 자체이다. 성공도 좋고, 실패도 좋고, 다 좋다. 하지만 참여하는 거 자체가 의미가 있다.

여기서 초기투자자들이 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 지금은 서툴고, 모자라지만,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면, 용기를 줘야 한다. 그래서 계속 이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머무르면서, 창업가 기질을 연마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더 좋은 팀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치어리딩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창업부터 성공해서 대박이 나는 사례를 우리도 가끔 목격하지만, 이렇게 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처음에는 서툴고 미숙하지만, 계속 실패하고, 시도하고 다듬다 보면, 그리고 운이 좋으면, 좋은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확률이 더 높다.

창업가들도 남의 말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칭찬을 받고, 더 많은 사람이, “그 비즈니스 말 되네”라는 말을 한다면, 어쩌면 그렇게 커질 비즈니스가 아닐지도 모르니, 옆에서 욕하고, 밟고, 깎아내리고, 우울하게 만들어도,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두고 계속 시도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마켓플레이스 수수료

우리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고 매칭해주는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에 많은 투자를 했고, 아직도 계속 이 분야의 회사를 많이 만나고 있다. 과거에 나는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글을 여러 번 쓴 적이 있는데, 이미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둘 사이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을 기술로 해결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잘하면 확장성에 있어서는 그 어떤 비즈니스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마켓플레이스야말로 인터넷에 가장 최적화됐고, 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건데, 인터넷만큼 이 비효율성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수요와 공급은 거의 대부분 사람과 사람이고, 마켓플레이스는 오히려 인터넷을 이용해서 더 많은 사람을 플랫폼으로 흡입시키기 때문에,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는 다른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보단, 시장의 저항을 덜 받는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다. 수요와 공급이 매칭돼서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되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게 가장 일반적인 수익모델이다. 우리 투자사 숨고와 같은 마켓플레이스는 거래 금액 기반의 수수료가 아니고, 공급자가 수요자와 매칭되기 위해서 보내는 견적당 과금을 하는, 소위 말하는 lead generation 수익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샌 또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마켓플레이스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수수료와 lead gen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혼합해서 돈을 버는 스타트업도 많다.

내가 아는 마켓플레이스의 80% 이상이 거래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데, 여기서 많은 창업가들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마켓플레이스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원활하진 않다. 어떤 비즈니스는 공급이 훨씬 더 풍부하고, 어떤 비즈니스는 수요가 더 풍부하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성공적인 마켓플레이스는 수요와 공급 중 더 어려운 부분을 확보하는 나름의 공식이 있고, 이 공식을 계속 정교하게 만들면서,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잘 맞춘다. 그리고, 모두 다르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는 수요보단 공급을 확보하는 게 훨씬 더 쉬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건 말이 되는 게, 마켓플레이스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 보단, 이미 존재하는 산업에서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는 택시기사, 택배기사, 가사도우미, 부동산중개업자와 같은 공급자들을 플랫폼에 탑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공급자 분들에게는, 이 마켓플레이스는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널 중 하나이기 때문에, “why not?” 이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온보딩을 한다. 하지만, 모든 마켓플레이스가 공급이 쉬운 건 아니다. 펫시터 중개 플랫폼인 우리 투자사 도그메이트의 경우, 수요는 많지만, 오히려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펫시터라는 산업 자체가 새롭고,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은 펫시터(=공급자)를 확보하는 게 엄청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가들은 본인이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잘 이해해야하며, 더 확보하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확보하고, 이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뭘 더 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하는데, 내가 아는 많은 분들이 수수료 체계부터 틀리게 잡고 있다. 대부분 그냥 전체 거래금액의 20% ~ 30%를 공급자 또는 사용자한테 일방적으로 과금하거나, 아니면 양쪽에 반반씩 과금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건 우리 마켓플레이스의 수요와 공급의 특성에 따라서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급자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려운 비즈니스라면, 공급자에게는 수수료를 아주 적게 과금하고, 확보하기 쉬운 수요자에게 수수료 대부분을 과금해야 한다. 반대로, 사용자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려운 비즈니스라면, 사용자에게는 수수료를 적게 과금하고 확보하기 쉬운 공급자에게 수수료 대부분을 과금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논리인데,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시장에 공급자는 100명 밖에 없고, 사용자(=수요)가 1억 명 있는데, 거래금액의 20%를 공급자에게만 과금하면, 공급자의 이탈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스케일을 절대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는 공급자에게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말고, 오히려 사용자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마켓플레이스는 에어비앤비인데, 이 회사도 이런 수수료 정책을 잘 만들었다.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보면, 공급(=리스팅된 집)은 500만 정도이고, 수요(=게스트)는 1.5억 명 정도이다. 즉, 수요가 공급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고, 에어비앤비의 사장 브라이언 체스키의 말을 들어보면 에어비앤비의 병목은 공급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공급이 부족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수요자보단 공급자들에게 더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지만 공급자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에 남아 있을 수 있고, 이 회사의 과금 정책에는 이게 매우 잘 반영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숙소를 예약하면, 사용자는 전체 숙박 비용의 6-12%를 서비스 이용료로 지급해야 한다. 즉, 1박에 $100인 숙소를 10일 예약하면, 숙박비 $1,000 + 서비스 이용료 $60-$120이 수요자에게 과금된다. 하지만, 집주인인 공급자에게는 전체 숙박비 $1,000의 3%인 $30만 수수료로 과금이 된다. 이렇게 공급자에게 저렴한 수수료를 과금해야지만 항상 부족한 공급자들이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을 떠나지 않는다. 손님들은 이 수수료가 너무 과하다 싶어서 플랫폼을 떠나더라도 새로운 수요를 획득하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대부분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거다.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본인의 비즈니스를 잘 분석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과금체계에 이걸 잘 반영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항상 한 쪽이 부족해서 돈을 벌지 못 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수익 vs. 성장

스타트업에서 정답이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 주제는 더욱더 그렇다. 항상 생각이 바뀌고, 상황에 따라서 의견이 바뀌는 게 이 주제인 거 같다. 성장과 수익의 주제이고,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외형과 내실의 주제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수익은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매출이나 거래량을 늘려서 고속 성장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외형은 작아도 돈을 남기면서 수익에 신경을 쓰면서 비즈니스를 운영해야하는가? 실은 이건 시장과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창업가들이 고민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같은 투자자들도 항상 의견이 엇갈리고 매일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도 이에 대한 답은 없고, 이게 맞고 저게 틀렸다는 흑백 논리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내 생각을 좀 캐주얼하게 여기서 써가면서 공유하고 싶다. 일단 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최근에 테크크런치에서 읽은 침구류 D2C 회사 Brooklinen에 대한 기사를 공유한다. D2C/DTC라는 말을 요새 많이 하는데, Direct to Customer의 약자이고, 정확한 해석은 제조자가 물건을 소비자에게 중간상인이나 중간단계 없이 직접 판매한다는 뜻이다. 실은 직접 판매한다는 게 인터넷을 통한 이커머스라서, 새로운 개념은 전혀 아니지만, 뭔가 계속 세련되고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야하는게 또 이 바닥의 생리라서, 이렇게 계속 말을 만드는 거 같다. 요샌 D2C라는 말이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회사가 자기 브랜드로 물건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판매하는걸 의미한다. 채널은 인터넷이 메인이지만, 많은 경우 중간 상인을 끼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서, ‘direct’라는 말이 좀 무색해지긴 했다.

이런 D2C 회사들은 100%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물리적인 물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항상 제품 원가가 발생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같이 그냥 한계비용 0으로 찍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한 제품을 판매하는거라서, 마케팅 비용 또한 초반에는 상당히 많이 태워야 한다. 결론은, 초기에는 항상 마이너스가 나고, 많은 경우, 제품 하나 팔 때마다 회사에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마이너스매출총이익 구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겉으로 보면 이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케팅 비용을 엄청 태우니까, 매출이나 거래액은 꾸준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매트리스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D2C 회사 Casper도 유니콘 밸류에이션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고, 다음 라운드에서는 더 큰 밸류에이션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매트리스 하나 판매할 때마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VC 투자금으로 메꾸고 있었는데, IPO 이후에 public market에서 기업가치가 반토막 났다. 그 의미는, 이렇게 회사의 수익성을 희생하면서 외형과 성장에만 집중하는 비즈니스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인 거 같다. 똑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또 다른 D2C 회사인 Brandless도 투자금을 엄청 태운 후에, 갑자기 문을 닫았는데, 소프트뱅크의 투자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지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무조건 성장하자는 전략도 회사가 망하는데 한 몫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테크크런치 기사에 언급된 Brooklinen이라는 회사도 경쟁이 치열한 침구류 시장에서 뻔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이미 회사는 수익이 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투자받은 600억 원은 외형만을 키우기 위해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한 투자금은 아니다. 이 회사는 D2C 비즈니스의 약점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어떻게 이렇게 잘 운영될 수 있었을까? 대단한 비법은 아니다. 실은, 굉장히 단순하다.

“실은 굉장히 기본적인 건데요, 마진에 집중했습니다.(It’s honestly basic stuff. We focused on margins)”

Brooklinen 대표의 말 그대로, 실은 굉장히 간단하긴 하지만, 어쩌면 너무나 많은 창업가, 그리고 투자자들이 외형만을 중요시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 때문에 가끔 잊어버리고 있는 중요한 생각인 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익성에만 집중해서, 성장과 외형을 완전히 간과해도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도 너무 많다. 우리는 두 가지 모두 경험이 좀 있다. 어떤 회사는 단시간 안에 너무나 외형과 성장만을 중요시하다, 정신 차리고 보니까 수익성이 아예 없는 회사가 됐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경영진들이 배운 점이라곤 남들보다 더 싸게 팔면서 물건 하나 팔 때마다 마이너스가 나는 비즈니스였다. 이러다 보니, 회사의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회복할 수 없었다. 다른 회사는 너무나 조심스럽게, 절대로 마이너스가 나지 않겠다는 컨셉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수익은 나지만, 성장이 너무 더디어서, 결국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투자유치에 실패했고, 다른 경쟁사들이 급성장 하는 바람에 완전히 시장에서 묻혀버렸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수익성과 성장을 잘 밸런싱 하면서 사업을 해야 하고, 대표는 항상 이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한다.

이 글을 읽으면 이커머스나 D2C 비즈니스에는 단점만 존재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건 아니다. 오랜 개발 시간을 거쳐야지만 론칭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제품보단, 이런 비즈니스는 눈에 보이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창업 첫날부터 매출이 발생하는 아주 유리한 점이 있다. 그리고 원가와 비용을 아주 타이트하게 관리하면, 꽤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만들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올린 글에서처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처럼 당장 개발력이 없어도 시작이 가능하다.

전에 “D2C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내용도 같이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더 좋을듯 싶다.

새로운 세상

1583920802786내가 가장 좋아하는 daily newsletter인 Morning Brew에서 지난 주에 읽고 혼자 웃었던, 재미있는 내용을 공유한다. 애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정말 한심한 애들과 젊은이들도 많이 있지만, 애들이 정말 우리의 미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두 개의 기사를 공유한다.

첫 번째는 코비드19의 발생지인 – 또는, 발생지라고 알려진 – 우한의 학교가 휴교 하면서 선생님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숙제를 낼 수 있는 DingTalk라는 앱이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앱은 알리바바가 개발했는데, 원래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만들어져서, 중국의 슬랙이라고도 불린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바이러스를 핑계로 분명히 이 기간을 방학같이 집에서 놀고, 공부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황금기회로 활용하기로 한 학생들에게는 이딩토크라는 앱이 너무너무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중 한 명이, 앱 리뷰가 형편없고, 별점이 한 개라면, 앱스토에서 추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고, 이게 중국 전역의 학생들한테 순식간에 퍼졌고, 하루만에 딩토크 앱의 평점은 4.9점에서 1.4점으로 떨어졌다. 평점이 갑자기 나빠지면 앱 스토에서 추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대단하다.

또 다른 이야기는, 요새 애들이 틱톡에서 본인이 잠자는걸 라방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다. 그리고 돈도 벌고 있다고 한다. 어떤 18살 짜리 학생은 스마트폰을 라방각으로 셋업하고, 그냥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6,000명의 팔로워가 생겼고, 중국에서는 거의 2,000만 명의 뷰어가 한 남자가 잠자는걸 시청했다고 한다.

요새 밀레니얼들의 생각과 생활패턴을 따라잡기에는 내가 너무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서비스들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런 거 같다. 누가 나한테 앞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잠자는걸 수천만 명의 모르는 사람이 라이브로 시청할 것이다고 하면, 미쳤다고 할 텐데, 정말로 사람들이 미쳐가는지, 아니면 내가 감이 떨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이게 새로운 세상일까?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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