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 글에서 진한 감동이 전달되는 이메일에 대해서 썼는데, 내가 수많은 이메일 중 하나에 감동하였던 이유는 내용의 절실함이 나한테 전달됐기 때문이지만, 이런 절실함이 나한테 전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창업가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와이프가 농담처럼 나한테 하는 말 중, “당신 일 자체가 이메일이잖아”가 있는데, 그만큼 내가 대부분의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하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 중 하나가 이메일이다. 그리고 점점 더 바빠지고, 점점 더 커버해야 하는 지역이 넓어지면서 이메일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글을 통해서 하다 보니까, 나도 이메일을 쓸 때에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가장 적게 글을 써서, 가장 많은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상당히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상대방을 보지도 않고, 통화하지도 않으면서, 오롯이 글을 통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이젠 누가 나한테 쓴 이메일만 읽어봐도 이 사람의 내공,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고방식,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철학 등이 어느 정도 보인다. 항상 맞진 않지만, 워낙 많은 이메일을 접하고, 이 사람들을 직접 만나도 보니까, 이메일을 통해서 내가 이해해서 대략 머릿속에 그린 창업가의 이미지와 태도는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나는 창업가가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글을 잘 쓰고, 이메일을 잘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좋은 창업가 중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아무리 짧아도, 이들이 쓴 이메일을 보면 항상 간결하고, 직설적이고, 알아야 할 모든 사항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읽은 후에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드는 이메일을 쓰는 창업가들도 많은데, 역시 이런 사람들은 만나보면 사업을 잘할만한 태도가 잘 안 보인다. 나는 우리 투자사 대표들한테는 나한테 웬만하면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라고 한다. 실은 전화 통화하거나, 아니면 그냥 카톡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일부러 같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의 글 쓰는 실력, 그리고 글을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실력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콜드 이메일을 보내면, 메일의 첫 한 줄만 읽어 보면 내가 이메일 전체를 읽을지, 그리고 이분이 내가 만나고 싶어 할만한 분인지가 바로 결정된다. 글을 잘 쓰면, 계속 읽고, 만날 확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한 줄 읽고 바로 지워버린다. 실은, 이메일 쓰는 게 익숙지 않은 창업가도 많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일을 계속하려면, 효과적인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연습과 훈련하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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