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마다 오는 큰 tech 물결을 잘 예측하고, 기회의 파도의 고점을 잘 타이밍 하면, 엄청나게 큰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과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960년대에 반도체의 미래를 보고 인텔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졌고, 이 반도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면서 1970년대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같은 회사들이 personal computer 시장을 만들면서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이후에 10년마다 아주 큰 기술의 물결이 출렁거렸는데, 1980년대 인터넷의 탄생, 1990년대 메인스트림 인터넷 서비스의 등장(구글, 아마존 등), 그리고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의 패러다임 변화 등이 이런 큰 물결이다. 중간 중간에 다양한 회사들이 등장했고, 이 중 성공한 곳들이 많지만, 정말 대박급으로 성공한 회사들은 모두 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기술의 물결이 올까?”를 예측하고 여기에 베팅한 곳들이라고 난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은 어떤 테마가 거대한 유니콘들을 탄생시킬까? 이미 이 테마는 AI로 정해진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돈이 짧은 시간 동안 한 테마에 투입되는 걸 우리가 과거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요새 AI 분야에 큰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분명히 AI 분야에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것이고, 이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회사들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이다.

여기에 나는 디지털 결제라는 테마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과거 10년 동안 세상의 모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사람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고, 사람 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하늘을 날기도 하는데, 이런 변화 속에서 유독 돈이 움직이는 방법과 기술엔 큰 발전이 없었다. 아니, 디지털 결제는 오히려 여러 가지 면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돈이 국경을 넘어가는 과정과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을 보면, 우린 삶의 구석구석에 internet of everything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만, 유독 internet of money는 구현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합법적으로 열심히 번 돈을 사용하거나, 투자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보낼 때, 우린 기술이 덜 발달했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규제를 극복해야 하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생활에서 많은 규제가 완화되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중개인들이 줄었는데, 오히려 돈이 움직이는 프로세스를 보면 규제는 더 많아졌고, 아직도 불필요한 중개인들이 하는 것도 없이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돈세탁 방지와 고객확인제도는 디지털화가 아니라 오히려 더 아날로그화되어 가고 있다.

이걸 내가 전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돈은 정말 중요하고, 이 중요한 돈이 이동하면 – 특히, 국경을 넘으면 –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통화는 나라마다 다르고, 그 통화를 지배하는 법과 규제는 가는 곳마다 다르므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구멍이 가장 많은 게 금융 쪽이다. 금융 범죄자들은 더 똑똑해지고, 악랄해지고, 대범해져서,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금융 범죄가 계속 등장하고, 이런 범죄를 막아야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오히려 더 많은 범죄를, 더 지능적으로 만드는데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정부 당국은 새로운 범죄를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더욱더 빡빡하고 엄격한 법과 규제를 만들 것이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디지털 결제는 더욱더 아날로그화되면서 기술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10년 동안 internet of money와 digital network of money를 만들기 위해 이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매번 규제에 부딪히거나, 인간의 탐욕에 스스로 굴복했다. 하지만, 10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술은 발전했고, 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했다는 걸 요샌 체감한다. 특히, 이번에 다 바뀐, 미국 SEC에서 디지털 자산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시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법과 규제를 잘 만들면, 이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표준이 되지 않을까,,,개인적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사기꾼들은 많고, 이 분야에서 일어나면 안 될 사기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잘 모르는 분들은 코인 생각을 할 것인데 절대로 내가 밈코인이나 잡코인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젠 변동성의 리스크가 어느 정도 제거된 스테이블코인과 이 자산의 움직임과 투명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면서 좋은 디지털 결제 제품을 개발하는 창업가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엄청난 사업을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