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Web 2.5

Web 2.5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요새 많이 하고 있는데, 막상 검색해보니 이 개념이 이미 존재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관련해서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요새 Web3에 대해 다양한 글도 읽고, 사람도 가끔 만나서 공부하고 있는데, 매일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나오고 있어서 스스로 독자적인 생각을 하기보단, 따라잡기 하는 데만 급급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우리 투자사 대표님에게 시간을 좀 할애해달라고 부탁했고, 얼마 전에 한 2시간 반 정도 Web3에 관해서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은 이 미팅 이후에 머리가 더 복잡해지긴 했지만, 기억에 남았던 건 “Web 1.0은 read, Web 2.0은 read and write, 그리고 Web 3.0은 read, write and own”이라는 정의였다. 매우 깔끔하고 직관적인 설명이라서, 나도 이 정의를 요새 자주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Web3가 지향하는 진정한 오너십은 너무 이상주의적이라서 현실에 적용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나는 Web 2.5라는 Web 2.0과 Web 3.0 중간 어딘가에 걸쳐 있는 형태가 일단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형태가 그나마 가장 잘 돌아가는 조직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개개인의 신분, 경제적 능력, 직업 등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투표권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모두가 동일한 의사결정권이 있는데, 오너십이 차등적으로 주어지는 Web3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어쨌든, 이렇게 모든 국민들에게 결정권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는 완벽히 탈중앙화된 조직은 아니다. 결국 사회의 구성원이자 오너인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중앙화 된 정부가 있기 때문에, decentralized는 아니라 centralized 된 형태의 조직이다. 물론, 국민이 뽑는 리더인 대통령과 참모, 그리고 정치인들이 믿을만한 중앙 정부를 만들고 있냐에 대해선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얻을 것이지만, 만약에 모든 국민이 믿는, 국가를 위해 항상 최선의 결정을 하는 중앙화된 리더십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이런 반중앙화 된 Web 2.5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Web이 아닐까 싶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는 문제가 많다. 어쩌면 이런 국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발명됐을 텐데, 그렇다고 Web3로 바로 이동하기엔 아직 해결해야 할 점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다.

자산으로서의 디지털 자산

이 내용에 관해서 쓰기 시작한 게 몇 주 전인데, 그동안 다른 글들을 쓴다고 마무리를 못 했었다. 실제로 마무리하는 와중에 알고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 사고가 터져서, 이걸 올리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현재 시장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혹시나 동의하지 않더라도 나한테 증오 이메일은 안 보내면 좋겠다.

전에 The New Consumer의 “Consumer Trends 2022 Report” 라는 보고서에 대한 을 쓴 적이 있는데, 여기엔 흥미로운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다. 내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MZ 세대들의 Digital Money 현황인데, 다음과 같은 차트가 있었다.

<출처: Consumer Trends Survey / Consumer Trends 2022 Report>

설문 조사한 미국의 MZ 세대 중 21%가 이더리움, 13%가 비트코인, 그리고 11%가 NFT를 2021년도에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차트이다.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을 더 많이 구매했다는 게 처음에는 약간 의외였지만, NFT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ETH가 필요하니까 이런 숫자가 나온 것 같다. 어쨌든 이 차트는 꽤 인상적이었다. 설문조사를 한 모든 개개인의 사정이나 상황을 알 수 없지만, 내가 처음 투자에 입문했을 때 샀던 건 주식이었는데, MZ 세대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그냥 건너뛰고 바로 디지털 자산으로 투자에 입문하고 있다는 시장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13년도에 코빗에 투자하면서 비트코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딱 이 두 가지 디지털 자산에만 투자했다. 알트코인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고, 이후에 ICO 광풍이 불었을 때도 그냥 이 두 가지 자산에만 관심을 가졌다. 아직 다른 디지털 자산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대부분 망할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2020년도부터 다른 디지털 자산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Cardano/ADA도 조금씩 사보고, Polkadot/DOT도 사고, 심지어는 ApeCoin도 사면서 전통적인 자산을 다각화하듯이 디지털 자산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좀 해야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봤을 때 디지털 자산으로서 의미가 있는 암호화폐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분산화 전략 면에서는 이제는 어느 정도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디지털 자산이 정말로 자산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매일 매일 강해지고 있기도 하다.

흔히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고 하고,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금과 비트코인을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하는데, MZ 세대에겐 비트코인이 정말로 금일지도 모르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아는 금덩어리 자체가 뭔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MZ 세대가 VHS 비디오와 워크맨이 뭔지 모르듯이.

이런 각도에서 보면, 디지털 자산은 앞으로 부동산, 주식, 현금 등과 같은 실제 자산으로 인식될 확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DAO에 대한 생각

작년까지만 해도 매달 마지막 포스팅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내 생각에 관해서 썼는데, 이 분야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고, 우리가 이 분야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가 아니라서, 이젠 캣치업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매일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읽고, 공부하고, 자세히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올해는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진 않고, 가끔 기사를 통해서 공부하고, 이 분야의 회사들을 만나면 간접적으로 최신 트렌드, 기술, 제품, 창업가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학습하고 있다.

그래도 요새 가장 관심을 갖고 보는 분야가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이다. 2016년에 이더리움을 접했을 때 DAO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꽤 재미있는 컨셉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7년 후인 지금 이렇게 난리가 날 줄은 몰랐다. 최근에 나름 여러 의견을 듣고, 참여도 좀 해보고, 시간 날 때마다 이 새로운 커뮤니티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내 개인적인 의견, 느낌, 경험이지만, 나는 DAO에 대해서는 아직도 갸우뚱이다.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을 때도 실은 잘 이해는 못 했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믿음이 있었고, 이더리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솔직히 이더리움을 최초의 DAO라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 업계에서 흥분하고 있는 DAO에 대해서는 나는 아직은 좀 부정적이다. DAO가 정말로 메인스트림 커뮤니티/organization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시간도 상당히 많이 걸릴 것 같다.

일단 DAO라는 약자 자체가 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봤을 때 현재 DAO는 D(Decentralized)도 없고, A(Autonomous)도 없다. 단지, O(Organization)만 있을 뿐이다. DAO가 약속하는 건,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미리 약속된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완전히 투명하고, 완전히 탈중앙화된, 조직의 안건에 대해서 모두 다 투표권을 갖게 되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이다. 말은 너무 좋다. D와 A는 그 어디에 갖다 붙여도 쿨해 보이고, 민주적이고, 모두가 바라던 그런 이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진 DAO를 보면, 조직의 많은 권한이 오히려 불투명하게 중앙화 되어 있고, 모두 다 결정권이 있는 것 같지만, 결정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안 만들어져 있어서 자율성 또한 부족한 것 같다. 실은, 내가 봤던 많은 DAO는 그냥 주식회사나 유한회사를 제대로 설립해서 투자받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우회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그러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고, 소수의 멤버가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아직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는 형태의 조직이 아니라서, 투자금을 날리거나, 사기를 당해도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게 현실이다.

(나도 조금 보유하고 있는) 요새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ApeCoinDAO만 보더라도, D와 A는 없고, O만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수치는 확인을 못 했지만, 내가 알기론 BAYC NFT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한테도 ApeCoin이 배포됐지만, 모기업인 Yuga Labs와 Yuga Labs의 창업자들에게 많은 코인이 배포됐고, a16z와 같은 ‘파트너’들에게도 많은 코인이 배포됐는데, 잘 알다시피 a16z는 Yuga Labs의 투자자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ApeCoinDAO는 decentralized가 아니라 오히려 centralized에 가깝고, 뭔가 이벤트가 있을 때 투표도 on chain에서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autonomous의 성질 또한 매우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모든 DAO를 싸잡아서 비방하는 건 아니다. 어떤 DAO는 잘 설계됐고, 거버넌스와 코디네이션 또한 잘 되어 있지만, 극소수인 것 같다. 한 번도 안 만나봐서 본질적인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다수로부터 펀딩받기엔, DAO는 아주 쉽고 효과적인 커뮤니티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남의 돈을 투자받으면, 그 뒤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책임, 권리, 거버넌스, 운영 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데, 이게 빠진 것 같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어떤 지인과 했는데, 대뜸 이분이 나한테 하는 말이, “그런데 Sequoia와 a16z와 같은 엄청난 VC들이 DAO를 지지하고 여기에 투자하는데, 네가 이 사람들보다 똑똑해? 투자를 더 잘해? 니가 뭔데 DAO가 이상하다고 해?” 였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큰 펀드를 운용하면서, 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투자를 이들보다 못하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냥 이건 욕심, 두려움, 잡음, 그리고 시장의 흥분을 배제하고, 아주 냉철하고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면, DAO라는 유행어 때문에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우리가 모두 진정으로 원하는 DAO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생태계 많은 분들의 단결,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12월

2021년도의 매달 마지막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2013년도에 우리가 코빗에 투자하면서 이 매력적인 시장과 기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고, 이후에 계속 꾸준히 공부도 하고 회사들도 만나서 나름 최신 업데이트를 접하곤 있지만, 워낙 빨리 변하는 분야이고, 디지털 자산에만 투자하는 투자자와 펀드들도 있어서, 나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해서 공부할게 상당히 많다. 이런 취지로 매달 한 번 정도는 관련해서 글을 쓰기로 했는데, 이게 올해의 마지막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포스팅이다.

나는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알게 된 것에 대해서 상당히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일찍이 비트코인을 사서 돈을 많이 벌어서 고맙게 생각하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일찍 알게 되면서 돈에 이해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서 감사한다. 디지털 자산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점점 더 돈에 대한 호기심과 의구심이 들었고, 이는 돈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다. 돈에 대한 공부는 화폐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고, 화폐에 대한 이해와 궁금증은 경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번졌다. 나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아직도 금리가 오르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돈과 경제에 대해 그동안 전혀 몰랐고,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던 내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만약에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몰랐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이 분야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년은 아마도 더 다이나믹한 한 해가 될 텐데,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큰 위기가 두 번 있었는데, 뒤돌아보면 이 리스크는 모두 제거됐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압박을 정기적으로 행사했었지만, 올해는 마음먹고 강한 제동을 걸었다. 디지털 자산 거래는 물론, 채굴까지 불법화했고 그동안 말로만 하던 규제가 아니라 정말로 행동을 취했다. 중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비트코인 오퍼레이션의 핵심 중 하나인 채굴을 중국이 불법화하면서 이 네트워크의 속도가 느려졌고, 이러다 디지털자산의 블루칩인 비트코인이 완전히 망가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전세계가 심각하게 했다. 일시적으로는 비트코인 채굴 속도를 보여주는 hash rate이 확 떨어지긴 했지만, 서서히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고 완전히 정상 속도로 복귀했다.

중국의 압박을 피해서 대부분의 채굴업자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러시아로 법인과 채굴기기들을 옮겼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인 결과가 만들어졌다. 중국의 채굴업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 에너지로 운영돼서 심각한 환경과 ESG 문제를 야기했고, 이 또한 비트코인에 대한 공격 포인트였는데, 중국을 탈피하면서 이제 채굴의 60% 이상이 조금 더 깨끗한 클린, 대체 에너지로 대체됐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채굴자들이 중국 밖으로 나가면서 디지털 자산의 중국 의존도가 현저하게 낮아졌고, 어느 순간 디지털 자산 산업이 탈중국화에 성공했는데, 이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소가 제거됐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리스크는,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미국도 따르지 않겠냐는 걱정이었는데, 미국은 이 이슈에 대해 자본가 답게 대처했다. 계속 규제를 만들면서 디지털 자산 이해관계자들과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과는 반대의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 미국은 이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중국에 뒤졌던 많은 것들을 다시 빼앗고 싶어 하고, 크립토/블록체인/웹3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혁신의 엔진을 다시 한번 가동하려는 것 같다.

어쨌든, 중국이라는 가장 큰 리스크가 제거됐고, 이 리스크를 미국은 기회로 만들고 있으니, 가장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2022년은 디지털 자산이 메인스트림 자산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기회가 생길 거라고 희망을 해본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11월

얼마 전에 내가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NFT

이걸 보고 많은 분들이 내가 NFT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NFT를 아직 구매하지 않았고, 디스코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진 않지만, NFT의 개념에 대해서는 2014년도부터 알고 있었고, 그동안 계속 이 기술과 시장은 조금씩 보고 있었다.

NFT가 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디지털 콜렉티블이 대세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이 시장은 과도기를 거치는 중인 것 같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 거치는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가지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NFT에 대해 회의적인 분들에게 물어보면,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물건에 비해서 NFT는 누구나 쉽게 복제가 가능해서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지루한 원숭이 JPEG을 수 억 원 주고 구매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할 것이다.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 NFT가 $2.9M에 판매됐는데, 그냥 여기 가서 보면 되는걸 이 돈을 주고 사는 건 대부분 사람들에게 상당히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NFT를 구매하는 건 이해 못 하지만, NFT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진 않는다.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NFT도 진품과 짝퉁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실물보다 더 잘 구분할 수 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USV의 Albert Wenger 파트너가 이걸 쉽게 설명한 을 읽었다. 이분의 글을 다 번역하고 싶진 않지만,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주 먼 미래에 3D 프린팅과 센서 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루브르 박물관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나리자 그림을 스캔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겉만 스캔하는 게 아니라 아주 깊게 그림의 모든 레이어를 원자 단위까지 스캔하고, 집에 가서 최첨단 3D 프린터로 완벽한 모나리자 모조품을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 그림은 진품 모나리자와 원자까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면, 이게 모나리자 진품인가? 아니다. 이건 진품이 아니라 잘 카피/페이스트 된, 진품과 완전히 똑같은 모조품이다. 이 모나리자를 누군가 당근마켓에서 진품이라고 주장하면서 판매하고 있다면, 루브르 박물관에 전화해서 모나리자가 아직도 거기 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만약에 진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잘 진열되어 있다면, 당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건 가품이고, 가격도 아주 저렴하게 책정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한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보자. 한밤중에 루브르 박물관 사람들이 우리 집에 몰래 무단침입해서 내가 가진 모조품을 진짜 모나리자랑 바꿔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가 모나리자 진품을 소유하고 있다. 물론, 이제 가품인지 진품인지는 그 누구도 모르고, 절대로 구분할 수 없다. 내가 이걸 다시 당근마켓에서 판매하면, 누군가 루브르 박물관에 전화해서 모나리자가 아직 거기 있는지 확인해볼 것이다. 그런데 루브르 박물관도 구분을 못 해서, 내가 갖고 있는 게 가품이라고 할 것이다.

굉장히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복제가 쉬워서 진위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하는 NFT 시장과 실물이 존재하는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NFT는 “내가 소유한 모나리자가 오리지널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하게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나는 NFT는 레알이고, 시장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요새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아직은 초기라서 거품이 많이 껴있다고 생각한다. ICO와 비슷하게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지고, 사기꾼들이 자발적으로 없어지고, 문제점들이 천천히 하나씩 해결되면 아주 탄탄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