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7월

이번 달은 개인적으로 아주 바빴고, 회사에서도 여러 가지 처리할 일이 있어서, 디지털 자산 분야에 많은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냥 중요한 소식만 읽고, 한 달 동안 일어났던 다양한 일들을 팔로우만 했던 7월이었다.

일단, 가장 안 중요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비트코인 가격은 부정론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3만 불 선을 지키고 있다(최근에 또 가격 점프가 있었지만, 이 또한 다시 내려올 수 있다). 솔직히 3만 불이냐, 2만 불이냐는 그렇게 중요하진 않지만, 7월 내내 3만 불 언저리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걸 보면서, 7월이 어쩌면 근래 들어와서 가장 변동폭이 낮았던 기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고 일어나면 20% 올라가고, 그 다음날 다시 30% 내려가는 것 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기간 이었고, 나는 절대적인 가격보단 상대적인 변동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이 존재하듯이, 이 시장도 비슷하다. 가격만 보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추운 겨울이 온 것 같지만, 다른 쪽을 보면, 아직도 긍정적인 시그널들이 많이 보인다. 7월 한 달 동안 이 분야에서는 더욱더 많은 혁신이 있었고,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활동하는 개발자 네트워크는 더 빠르고 크게 성장했고, 이 분야 스타트업들에 계속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특히 a16z의 $2.2B 규모의 3번째 크립토 펀드는 더욱더 좋은 기술, 제품, 그리고 창업가들이 이 시장에서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유동성을 공급하리라 생각한다.

올해 들어와서 중국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많은 채굴업자들이 탈중국을 선언했는데, 실제 Bitcoin Hash Rate을 보면, 이 현상이 숫자로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탈중국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데, 떨어진 해시 레이트가 최근에 다시 상승하는 걸 보면 장기적으로는 크립토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는 건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농담처럼 이야기 하지만, tech 역사를 보면 농담이 아닌 “중국이 억압하는 게 있다면, 거기에 무조건 투자해라”라는 말을 나도 항상 한다. 중국은 인터넷 자체를 컨트롤 하려고 하고, 페이스북과 유튜브도 중국이 억압하는데, 모두 다 엄청난 회사가 됐다. 비트코인도 비슷한 길을 가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궁금한건, 작년 말과 올해 초에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고 결정한 많은 기관들이 관련 절차를 거치고, 내부 승인을 받는 과정이 끝났다면, 하반기에는 구매를 시작해야하는데, 아직은 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은 계속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6월

크립토 시장은 5월에 이어 6월도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6월 한 달 동안 시장,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일반인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느낀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일단 5월에도 내가 강조했듯이, 이 시장이 견고해지고 내가 우리 가족에게 비트코인은 매우 훌륭하고 안정적인 투자 자산이라고 – 참고로, 지금도 나는 비트코인이 훌륭한 투자상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안정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 – 자신있게 권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르겠다. 과거에는 내가 뭔가 알 것 같지만, 맞거나 틀릴 확률이 반반(또는 이제 시작하는 기술과 시장이니, 틀릴 확률이 더 높은)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정말 잘 모르겠다.

과거의 디지털 자산의 주기를 보면, 한 1년 동안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불장이 지속되지만, 이후 다시 70%~80% 정도 급락하고, 이 상태가 2~3년 정도 지속되고, 다시 불장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진 잘 모르겠다. 이미 시장은 엄청나게 가열됐고, 그리고 최근 몇 주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60% 정도 하락하면서 한때는 3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는데,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상태로 가다가 다시 상승할진 전혀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다시 만 불 이하로 떨어질 거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이러다가 조만간 10만 달러로 급상승할 거라고 하는데, 두고봐야할것 같다.

이 현상은 여러 가지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만, 요샌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소와 채굴업체를 완전히 죽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게 비트코인 가격에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실은, 중국의 입장을 자세히 보면, 그동안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 취했던 정책과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지만, 원래 시장은 건망증이 심하고, 항상 이런 소식에 과잉반응 한다는건 경험상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이 조금은 다른 점은 채굴업자들에 대한 압박인데, 채굴 왕국이었던 중국의 채굴 캐파의 90% 정도가 멈춘 상태라고 하고, 현재 많은 채굴업자들이 폐업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ESG와 환경적인 이유도 작용하고,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디지털 위안화를 홍보하기 위해서 일부러 비트코인을 억압하고 있다는, 어떻게 보면 더 큰 이유가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아직도 중국에서 일부 소셜미디어 접속이 안되고, 그동안 중국이 인터넷을 모두에게 개방하지 않고 일부에게만 개방한 역사를 보면, 정부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인터넷 화폐 비트코인을 중국 당국이 압박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7월은 또 어떨지 기대된다. 인터넷의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배운 건 너무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과 같은 태생적으로 모두를 위한 오픈 시스템은 그냥 모두에게 개방하는 게 훨씬 더 좋다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채굴 캐파가 탈중국화 하고 있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5월

5월은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분들, 또는 투자자들에게는 혼란스러운 한 달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의 등락에 대해서는 나는 무딘 편이고, 워낙 왔다 갔다 하므로 큰 신경은 안 쓰지만, 5월 19일 피바다로 인해 모두 가격 이야기밖에 안 하니, 어쩔 수 없이 관련 기사를 많이 접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왜 이런 폭락이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지만, 겉으로 봤을 땐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중국효과가 가장 컸고,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일론 머스크 효과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중국의 비트코인 규제, 이건 솔직히 전혀 새로운 건 아니다. 중국의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고, 요새 더 부정적인 이유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위안화와도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번 중국 같은 강대국에서 비트코인 규제 관련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시장은 출렁거리고, 이번에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걸 또 다른 차원에서 보면, 중국 정부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비트코인 채굴자들에 대한 규제와 압박을 강화할수록, 그동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비트코인 생태계가 탈중국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 또한 무시할 순 없다.
일론 머스크 효과에 대해서는 자세히 코멘트하지 않겠다. 머스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도지코인을 정말로 믿는 건지, 제도권에 엿을 먹이는 건지, 정말로 환경파괴를 걱정하는 건지, 이건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여튼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 외에도, 다른 나라들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강화 소식도 한몫을 했을 테고, 디지털 자산과 연관된 범죄와 사기 사건도 전체적인 가격 하락에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 또한 전혀 새로운 상황이 아니다. 이미 2018년도에 처음 시장의 몰락을 경험했고, 작년 3월에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불 이하로 떨어졌을 때도 피바다를 모두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비트코인 가격이 그동안 너무 올랐고, 상승 폭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하락 폭 또한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득보단 손실에 더 민감한 게 인간의 생리라서 그런지, 이런 패닉과 공황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 시장은 갈 길이 한참 멀었다는 게 개인적인 안타까움이다. 사실인지 확인도 안 되고 정확한 의미가 해석되지 않은 특정인들의 발언에 의해서 시장이 이렇게 요동치는 걸 보면, 아직 이 판은 FUD가 남발하는 시장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5월이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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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ezps / 크라우드픽

이번 달에도 크립토 분야에서는 흥미로운 일들이 상당히 많았다. 3월 포스팅에서 NFT 이야기도 조금 하긴 했는데, 관련해서는 언제 한번 내 생각을 정리해서 공유할 계획이다.

일단, 비트코인 가격을 한 번 짚고 넘어가야할듯. 현재 가격은 약 55,000 달러로 전반적으로 조금 하락한 상태인데, 시장에서 나온 부정적인 소식과 소문의 영향이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참고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미국 같은 강대국, 그리고 터키 같은 곳에서 디지털 자산을 계속 압박할 거라는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은 내려갔고, 실은 이건 우리가 과거에 봤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4월에도 하루 만에 가격이 20%나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과정이 반복되긴 했는데, 2017년도 불장과 비교해보면, 하락 폭이 크긴 컸지만, 곧바로 어느 정도 다시 반등했다는 점과 주변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별로 패닉하지 않는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이 정도 폭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FUD(=Fear, Uncertainty, Doubt)의 작용으로 손절매가 일어나고, 그러면 정말 순식간에 가격이 바닥을 칠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걸 보면, 시장이 조금은 더 성숙했고, 장기적으로 보유하기로 작정한 기관투자자들이 더 많아졌고, 이제 비트코인을 단기적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자산이라기보단 금과 같이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나도 이런저런 기사를 읽다 보니, 시중 비트코인의 60% 이상이 1년 넘게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한 번 사면, 다시 팔지 않고 계속 보유만 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러면 유동성이 떨어지고, 유동성이 떨어지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져서 가격은 계속 오르거나, 떨어져도 많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MicroStrategy와 테슬라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기관투자자들이 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비트코인 유동성은 더 떨어질 것이다. 한국도 분명히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하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투자자가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알려진 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어제 넥슨이 1억 달러로 비트코인 1,717개를 매입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이젠 정말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SOV: Store of Value)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금은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실제 화폐의 역할을 아주 오랫동안 했다. 미국이 1970년 초반에 금 태환 제도를 폐지했는데, 그만큼 금본위 제도가 먼 과거의 일이 아녔다. 이런걸 고려해보면 비트코인도 단지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화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금이 가치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희소성인데, 솔직히 지구 어딘가에 우리가 아직 못 찾은 금덩어리가 더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고, 우주에 돌아다니는 운석에도 금이 존재한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로봇이나 드론을 이용해서 운석의 금을 채굴할 수만 있다면 금의 희소성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골드는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2,100만 개 라는 발행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희소성의 면에서는 비트코인이 금보단 훨씬 더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골드가 아날로그 골드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역사상 그 어떤 산업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 됐을 때, 시장 규모가 작아진 경우는 없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산업은 그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금도 다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골드만과 비트코인

1년 반전에 내가 ‘무시하고, 비웃고, 싸우고, 그리고 이기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익숙지 않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출시되면, 시장은 처음에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다가, 결국엔 수용한다는 내용인데, 이 일련의 과정을 마하트마 간디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First they ignore you, then they laugh at you, then they fight you, then you win(처음엔 사람들이 당신을 무시할 것이고, 그다음엔 당신을 비웃을 것이고, 다음엔 당신과 싸울 것이고, 그러고 나서 당신은 이길 것이다)”

최근에 이 현상이 그대로 반복되는 걸 비트코인과 제도권 금융권의 관계에서 보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계속 비트코인의 무용성을 주구장창 주장했던 대표적인 제도권 금융회사이다. 2020년 5월 골드만삭스가 열었던 투자설명회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자산군이 아니라고 (“cryptocurrencies including Bitcoin are not an asset class.”) 강조했고, 다양한 슬라이드를 통해서 암호화폐의 무용론을 거듭 강조했다. 실은, 당시에 많은 분들이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옹호론을 펼칠 줄 알았기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제도권 은행에서 충분히 나올법한 이야기라서 나는 특별히 신경 쓰진 않았다.

그런데 이런 발표를 한지 1년도 안 된, 올 3월에 조만간 골드만삭스의 고액자산가 고객들에게 암호화폐로 구성된 투자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조금은 예상치 못했던 발표를 했다. 정확히 어떤 암호화폐를 제공할지, 그리고 ETF를 만들지 아니면 다른 상품을 만들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10개월 만에 본인들의 말을 번복했다는 건 주목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제도권 은행들이 처음엔 비트코인은 그냥 심심해서 할 일없는 사람들이 만든 거라고 무시하면서 비웃었고, 그리고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수용하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는 걸 보니 참 재미있다. 실은, 지난주에 스타트업의 유연함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대기업은 이런 유연함이 DNA에 없다고 했는데, 골드만삭스 같은 대기업이 이런 유연함을 보이다니 놀랍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