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MBA리포트] 몇 년 후 MBA에 지원할 분들께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바이블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 6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는 지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저는 MBA 어드미션 컨설턴트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나고 교육받은 지원자들은 미국의 학위제도인 MBA의 입학과정이 익숙치 않으므로 그 과정에서 도움을 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게 연락주시는 분들 대부분은 당해 지원하시는 분들이지만, 종종 대학생이거나 갓 직장에 들어가신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MBA에 관심은 많지만 아직 지원까지는 시간이 몇 년 남은 분들께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별개라고는 하지만, MBA 지원하시는 많은 분들이 ‘내가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생각없이 살지 않았을텐데’라고 절규하시기도 하니까요. 거꾸로 말하면 좀 더 열심히 살았을텐데, 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MBA는 열정적인 사람들을 위한 곳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타고난 그릇이 다르기 때문에 꼭 열심히 살아온 순서대로 좋은 학교에 입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자기가 가진 100%를 쏟아부어온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애드컴은 지원자가 이제까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를 resume와 에세이를 통해 엿보고, 비즈니스 스쿨에서도, 졸업 후에도 그렇게 열심히 해줄 사람들을 합격시키고자 노력합니다. 따라서 내 열정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Know your passion

우선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냉정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MBA는 내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MBA를 환영하는 직업은 일부일 뿐이고, 그나마 한국에서는 그 문이 더 좁습니다. ‘나중에 뭘 하든 서울대 나오면 도움이 되겠지’ 같은 마인드로 ‘MBA가 있으면 손해볼 건 없지 않을까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2년이라는 시간과 2-3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자원이 소요되고, 오히려 내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쓸데없이 주의를 분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좋아한다’는 일이 꼭 ‘야근을 해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정도’로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일보다는 이걸 좀 덜 싫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싶은 일들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턴십도 해보고,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한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까지도 찾아가면서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겠다, 는 것을 파악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찾아낸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MBA가 필요한 지를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쉬울 겁니다. 지금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MBA 학위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물어보면 됩니다.

내가 이미 회사에 입사해서 어떤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결정되어 있을 것입니다. 퇴사하여 다른 길에서 처음부터 시작할 요량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내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신입사원으로서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고, 조기승진을 하고,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종횡무진하며 활약해야 합니다. 어차피 신입사원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일 거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주어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합니다. 가능하면 미래 목표를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하는 게 좋지만, 그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는 회계사이지만 미래에는 컨설팅 일을 하고 싶다면, 감사보다는 용역 프로젝트에 배정되면 좋겠지만, 소속된 팀이 감사만 하는 팀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신입사원이라면 배울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컨설팅에서도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관계유지는 매우 중요하므로, 현재 속한 프로젝트에서도 고객과 회사 사이의 의사소통의 통로가 되길 자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깊은 회계지식은 컨설턴트가 된 후에도 본인의 강점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재무제표 해석에 있어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대학생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학점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것과 내 전공이 하등의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쓸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러한 전공이라면, 아예 시간과 등록금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과를 하거나 수능을 다시 치는 게 맞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계획이 아니라면, 학점은 잘 받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점은 지원자의 성실성과 책임감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대학 때 학점 평점 2.5를 받은 사람이, MBA에 와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어떤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열정은 꼭 전문적인 일의 영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봉사활동도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일신의 안위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더 성숙한 지원자니까요. 많은 지원자들이 내세우는 봉사활동이 회사에서 하는 김장이나 연탄나르기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어릴 때 병원 신세를 오래 진 적이 있어 어린이들이 병원 생활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해주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꾸준히 소아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투병으로 지친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병원 쪽에 건의를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MBA 학교들이 리더십이 있는 지원자를 원하고, 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지원자가 많습니다. 열정이 있으면 리더십 활동도 어렵지 않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소아병동 자원봉사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몇몇 병원의 소아병동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봉사하는 단체를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꼭 크고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도 없고,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한다면 분명 이력서와 에세이에 빛나는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열정이 사람을 빛나게 합니다. MBA 지원에 있어서는 더더더욱 그러합니다.

MBA가 인생 계획 중 들어있고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면, 본인의 열정을 차근차근 생각해보시고, 삶의 여러가지 영역에서 이것을 추구하시길 바랍니다. 그러한 경험 하나하나가 지원 전쟁에서 나를 빛나게 하는 소중한 소재가 됩니다.

MVP의 높아지는 ‘minimum’ 기준

Minimum-Viable-Product린 스타트업 하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이 MVP(Minimum Viable Product) 이다. 이미 다 익숙한 내용이기 때문에 여기서 MVP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전에 내가 MVP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쓴 적이 있다.

MVP는 출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한다. 보통 얼리어답터와 같은 소수 잠재 고객에게 먼저 공유를 한다. 이런 고객이 불완전한 제품의 가능성을 잘 파악하고 생산적인 의견을 주기 때문이다. MVP의 기본이 되는 사상은 고객을 발견하고 고객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빨리 제품을 시장에 내면 고객 성향을 빨리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창업자가는 고객이 관심 없는 기능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을 빠르게 내야 한다. 그래야 남들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2’ 23계명 – 빨리 똑소리 나는 MVP를 만들라

MVP의 의미는 아직 똑같다. 말 그대로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 이다. Facebook은 엄청나게 커졌지만, 창업초기에는 아마도 서로 친구 맺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이 구현된 MVP로 시작했을 것이고 지금의 트위터는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지만, 창업 초기에는 SMS를 이용한 트윗 날리는 최소한의 기능이 구현된 MVP로 시작했을 것이다. 어차피 완벽한 제품이란 없으며, 오래 고민해서 만든다고 시장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제품이 될 확률은 굉장히 낮다. 또한, 시장 상황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실제 제품이 완성되어 출시되는 시점의 시장은 제품에 대한 비전이 그려지고 개발에 착수하는 시점의 시장과는 완전히 다를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우리 제품의 core를 최대한 빨리 만든 후 출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가설을 바탕으로 만든(몇몇 베타사용자의 피드백도 포함) 제품이나 기능이 실제로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자세히 관찰을 하고, 그 관찰을 통해서 배운 점들을 종합해서 다시 제품에 적용해서 수정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실제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에 조금씩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몇 년 전까지만해도 창업가들한테 왠만하면 너무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MVP를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라고 권장했다. 지금도 같은 말을 하지만, 약간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한다. 빨리 MVP를 만들어서 출시하라고 하는 부분은 같지만, 아주 완성도가 높은 MVP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두가지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MVP’ 이야기를 한다:
첫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제품의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요새 나오는 MVP들을 사용해보면 버그도 거의 없고,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하기 보다는 몇 개의 기능들이 잘 조화를 이룬,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단순한 기능의 MVP를 출시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확률이 존재한다. MVP의 목적은 시장의 반응을 배우고 이걸 다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인데 타 제품에 비해서 ‘후진’ MVP를 출시하면 그만큼 사용자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두번째 이유는, 과거에 비해서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의 절대적인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도 많고 워낙 많은 MVP들이 출시되기 때문에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용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MVP가 필요하다.

MVP 자체가 최소 수준의 제품인데, ‘높은 수준의 MVP’는 어쩌면 말이 안 되는거 같지만 그만큼 수준이 높아졌고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의미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출시를 너무 늦추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MVP를 출시했다가는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게임이 끝날 수도 있으니 참으로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vapartners.ca/going-to-market-with-a-minimum-viable-product/>

가상현실은 현실화 될 것인가?

미국이나 한국이나 요새 많은 관심이 집중된 분야 중 하나가 가상현실이다. 솔직히 ‘가상현실’ 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내 기억으로는 80년대 오리지날 TRON 영화를 보고 처음 들었던 거 같다) 가상현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된 계기는 Oculus의 출현이었던거 같다. 실은 나도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얼마전에 가상현실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와 이야기를 하다 HMD를(head-mounted display) 실제로 착용하고 경험해보니 정말로 완전히 신세계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말할것도 없고, 아무리 큰 모니터가 있더라도 우리의 컴퓨팅 경험은 화면의 크기에 의해 크게 제약을 받는데 가상현실 기기들을 통한 경험은 이런 화면의 크기나 공간으로 인한 제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신기하고 재미는 있지만 과연 가상현실이 대중적으로 현실화가 될까? 아니면 소수의 게이머나 tech 덕후들만을 위한 틈새 시장으로 존재할까? 이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 출장길에서 서울 지하철 안에서도 이런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 때문에 피크 출근시간대에 사당에서 2호선을 갈아탔는데 정말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다. 지하철 안에서 숨도 크게 못 쉬면서(앞에 여자분이 있었는데 지하철 급정거 하면 거의 뽀뽀할 정도로 가까워서) 주위를 보니 지하철 안의 광경은 가관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머리 쳐박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사진을 하나 찍고 싶었는데 도저히 손을 올릴 수가 없었다). 10년 전에 이런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는 서울 지하철 승객들은 대부분 신문이나 책을 읽었다. 그 어떤 유능한 점쟁이도 10년 후에 서울 지하철 모든 사람들이 손바닥안의 작은 기기만 보면서 낄낄거리고, 정보를 습득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세계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이야기 할 거라는 건 예측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출근시간의 2호선 지하철 안을 보니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머리통과 눈 앞에 뭔가를 다 쓰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고개과 손을 움직이는 비전이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일시적인 산소부족 현상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보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앞으로는 –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 가상현실이 대중적인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기기 자체도 지금같이 투박하지 않고 상당히 진화되었을 것이다.

내가 맞을까?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5년 뒤에 이 블로그 포스팅을 재방문 해봐야겠다.

파도타기와 타이밍

2085419215_74d7ac28d2_z얼마전에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새 미국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드론(drone)이랑 로보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은 이미 이 대기업이 몇 년 전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했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돈이 안 된다고 접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새 다시 각광 받는걸 보고 임원진에서는 이 사업을 다시 해야하는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거 같다.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 추진하는걸 보면 이와 비슷한 패턴을 찾아볼수 있다. 해마다 야심차게 미래전략과 장기사업계획을 수립하고, TF팀(Task Force)을 만들어서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함께 투자를 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본인들이 ‘미래’와 ‘장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도 2-3년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업들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평생 사업화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사장이나 사업부장이 바뀌면 그전에 진행하던 사업들은 백지화 시키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만들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접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건, 단기간내에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기간동안 대기업들이 집행한 투자와 R&D, 그리고 지속적인 언론보도는 그동안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전혀 모르던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창출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성과의 부재로 인해 대기업이 사업을 포기할 시점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로 들어와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방법으로 이 분야를 돈이 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걸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나는 대기업들이 조금 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신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확실한 cash cow 들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전략을 말 그대로 장기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을텐데 왜 중도에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중도 포기한 이 사업이 향 후에 커져서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해서 따라잡으려면 오히려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텐데.

유감스럽게도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새로운 산업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은 마땅한 매출원이 없기 때문에 이 산업이 ‘뜨기’ 전까지는 투자자 돈으로 연명을 해야하는데 이게 6개월이 될 수도 있지만 6년이 될 수도 있고, 영원히 빛을 못 보고 그냥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Chasing Mavericks‘ 라는 글에서도 내가 강조했듯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고, 꾸준히 이 분야를 파고 들어가서 시장의 1인자가 되면 언젠가는 큰 파도가 한 번은 올 것이다. 그리고 이 파도는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까지 스타트업을 한방에 데려다 줄 것이다. 이 파도는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과거에 철수하고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만들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신사업에 대한 인내심 부족은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들 한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새로운 분야를 잘 선택했고,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이미지 출처 = http://www.designer-daily.com/hokusais-great-wave-is-everywhere-4697>

[사후 분석]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일주일 전에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라는 개인적인 실험을 해봤다. 소량의 비트코인을 선착순 100명한테 주면서 비트코인 지갑이 없는 분들은 지갑을 만들어 보라고 권장했고, 이미 소유하고 있지만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은 실제 사용을 해보라고 권장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51명에게 각각 0.001 BTC를 드렸고 이 중 나한테 tipping을 한 분들은 7명이다(100명한테 드려야 하는데 내가 일일이 보내드리는게 너무 힘들어서 여기서 마감) – 나머지 44명도 실제로 비트코인 사용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7명 이라는 숫자가 워낙 작은 샘플이라서 이 분들의 의견이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 중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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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별로 어려운건 없었고, 복잡한것도 없었다. 실험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할 정도로 간단했다. 하지만, 별거 아닌거 같은 이 실험에 참여해서 처음으로 지갑을 만들고 비트코인을 사용해보신 분들은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하거나 또는 상당히 불편했을 일들을 매우 쉽게 처리했다.

한국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코빗이나 한국의 다른 비트코인 서비스로 계좌/지갑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이 분들한테 미국의 Coinbase 계좌로부터 0.001 BTC를 보냈는데, 이건 미국에서 한국으로 250원을 송금한거와 동일하다.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250원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미국 은행에서 한국 은행으로 보내면 수수료가 더 많이 발생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250원을 가지고 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수도 없다. 돈도 많이 들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불편함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부탁을 하면 되는데, 51명에게 250원을 보내라고 할 수도 없고 한국에서 계좌이체를 해도 타은행이면 5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니 불가능하다.
또한,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내가 비트코인을 보낸 후 약 30분 내로 모두 받으셨을 것이다.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이렇게 빨리 국제송금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받은 분들 중 7명이 나한테 팁을 줬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블로거한테 250원의 팁을 보내준 것이다. 250원 이라는 소액의 국제송금이라서 위에서 지적한 모든 부분들이 적용된다.

나한테 비트코인을 받고, 받은 비트코인을 tipping 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국제 송금이 일어났다 – 모두 1시간 내로, 최소의 수수료로, 그리고 최소의 클릭으로. 내가 알기로는 현존하는 그 어떤 방법보다 더 빠르고 쉬운 송금 방법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앞으로 비트코인의 사용은 mainstream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시장은 돈을 송금할때 발생하는 마찰점들과 정당화 할 수 없이 높은 수수료를 줄여주는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고, 비트코인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