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하지 말자

얼마전에 Between 앱을 개발하는 VCNC의 새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봉은사 옆에 있는 깔끔한 새건물, 20명+의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 역동적인 회사의 주인장 박재욱 대표. 왜 나는 초반에 이런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잠시 했다.

농담이고, 내가 VCNC 창업팀을 처음 만난건 2011년 5월이다. 당시만 해도 갓 창업한 4개월된 스타트업이었고, 사무실은 서울대 앞의 정말 허름한 건물안의 작은 공간이었다. 그 작은 사무실에서 나는 창업멤버 5명과 2시간 정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그들의 멋진 눈빛과 긍정적인 에너지에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해도 Between은 화이트보드 위의 아이디어였고 과연 연인들을 위한 closed social 공간이 인기가 있을지 나는 의문을 가졌다. 분명히 VCNC 주위 사람들도 이런 의구심을 가졌을테다. 그리고 서울대 나온 똑똑한 친구들이 취직은 안하고 다 쓰러져가는 사무실에서 뭐하는 짓인지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개발했고 결국 대작을 하나 만들었다. 내 생각엔 한국에서 개발된 앱 중 가장 완성도가 높고 global expansion의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같다. Team VCNC는 결과로 모두에게 보여줬다.

스타트업 인생은 고달프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정말 힘들다. 내가 쓰는 글들을 읽으면 스타트업 인생은 마냥 즐겁고 멋진 동화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외롭고 스트레스의 연속인 삶이다. 지금 스타트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단단히 각오하고 시작해라. 그리고 이왕 시작했으면 징징거리지 말아라. 힘들다고 불평하고 징징거릴거 같으면 시작하지 말아라. 그렇지 않다면 조용하고 묵묵하게 끝을 봐라. 그리고 VCNC와 같이 결과와 숫자로 증명하면 된다. 그렇게 못할거 같으면 지금 당장 그만둬라.

Palace Hotel 무대에 다시 서다

*Update 1 – 어제 발표 잘했고, 운 좋게도 우리가 MobileBeat 2012 Smartphone App Competition에서 우승했다. 
-관련 기사 “The Good Ear wins our MobileBeat smartphone app competition

2007년 9월 17일, 나는 San Francisco의 Palace Hotel에서 개최된 초대 TechCrunch40 행사 결승에 진출한 뮤직쉐이크 발표를 했다. 난생처음으로 2,000명 이상의 대형 관객 앞에서 하는 8분짜리 발표라서 밤을 새워서 연습했고 다행히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내일, 5년 만에 같은 Palace Hotel의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번에는 뮤직쉐이크가 아니라 우리가 투자하고 공동창업한 The Good Ear Company의 아이폰 앱 Better Hearing을 소개하고 launch 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다.

TechCrunch만큼은 아니지만 VentureBeat에서 주관하는 명성있는 모바일 행사인 MobileBeat 2012의 ‘Smartphone App Innovation Competition’ 결승 업체 15개 중 하나로 운 좋게 선정이 되었고 어쩌다가 보니 내가 또 발표하게 되었다. 발표 시간은 4분으로 매우 짧고, 발표 자료는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오직 앱 데모만 허용된다. 청각손실 향상이 가능한 Better Hearing 앱은 현재 App Store에 제출한 상태이다. 내일까지 승인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앱의 완성도와 UI/UX 면에서는 나도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하기 때문에 아주 좋은 발표가 될 거 같다. 하지만 역시 4분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발표 준비는 쉽지가 않다. 그동안 수많은 발표를 했지만, 역시 할 때마다 어려운 게 public speaking이다.

Wish me good luck!

한국 스타트업과 박세리 선수

세계 여자 골프대회 중 최고 권위의 대회인 US Women’s Open을 한국의 최나연 선수(24세)가 조금 전에 우승했다. 원래 최나연 선수를 좋아했고, 프로 초기시절부터 계속 관심있게 봐왔던 선수라서 나도 괜히 흥분되고 많이 기뻤다. Day 1, 2는 못 봤지만 Day 3, 4는 놓치지 않고 전 hole을 봤는데 이번 오픈을 보면서 몇가지 생각을 해본게 있다.

상대적으로 어리고 프로투어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최나연 선수의 압도적인 우승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바로 그녀의 캐디 Shane Joel이다. 나도 몰랐는데 한때는 Tiger Woods도 탐을 냈던 유능한 캐디라고 한다. 최나연 선수의 샷이 곤경에 빠지거나 자신감이 없을때 Shane은 그녀에게 매번 자신감과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해줬다. 나는 Shane이 마치 스타트업의 co-founder와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창업자는 매순간 불확실성과 싸워야하는데 이럴때마다 방향성과 조언을 제시하는건 그의 co-founder이다.

끝까지 경쟁하면서 플레이한 다른 한국인 Amy Yang 또한 큰 역할을 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최나연 선수는 긴장감과 절실함이 없어서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본다면 Amy Yang은 경쟁사인 셈이다. 강력한 경쟁이 있는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들보다 훨씬 실적이 좋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거 같다. 박세리 선수가 없었다면 오늘의 최나연 선수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오늘 최나연 선수가 승리한 Blackwolf Run 코스는 바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기억하는 14년 전 1998년 박세리 선수가 ‘양말투혼’을 발휘하면서 US Women’s Open을 우승했던 그 동일한 코스이다. 골프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1998년 박세리 선수의 US Open 우승을 시작으로 엄청난 골프 열풍이 불었고, 이 열풍을 제대로 받은 극성 부모들은 막강한 ‘세리 키즈’들을 만들었다. 세리 키즈들은 현재 세계 LPGA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1년 이후 LPGA 대회를 가장 많이 우승한 나라는 11승을 보유한 대한민국이다(미국이 10승으로 2위). 최나연 선수 또한 14년 전 박세리 선수의 우승을 TV로 보고 “나도 반드시 우승해야지”라는 각오를 했다고 한다.

한국 스타트업계에서도 반드시 박세리 선수와 같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 아직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의 스타트업은 없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에서 알아주는 한국인 창업가 또한 아직 단 한명도 없다. 내가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나는 근처에도 못갔다(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 박세리 선수가 US Open을 우승한거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단 하나만 배출되면 반드시 이 성공을 따라하려는 후배 창업가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내가 이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 스타트업계의 ‘박세리’ 선수가 탄생하면 좋겠다.

생산성 누수 현상

photo-9-18-16-10-43-47-am-1며칠 전에 내 페이스북 친구가 wall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미국에 와서 밤에 일하기를 매우 즐기고 있는데 밤에 일하는 기분이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며 다시 느꼈는데, 여기서는 해가 지면 집중이 되며 정신이 맑아지는 반면 한국은 해가 지면 빨리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한 잔 빨러 가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만 줄여도 생산성이 30%는 올라갈 거다.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술 권하는 사회고 이로 낭비되는 국민의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내가 이번에 한국에서 느꼈던 점을 그대로 표현하는 글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라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본다. 나는 이번에 한국에 약 한 달 동안 머물다 방금 LA로 돌아왔다. 한 달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오랜만의 출장은 너무나 짧았고 엄청나게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하루에 평균 4개의 미팅을 했는데 결국 시간이 모자라서 저녁 약속도 거의 매일 있었다. 서울의 밤거리는 내가 한국에서 일했던 2007년보다 더욱더 술에 취해있었다. 식당이건 술집이건 상관없이 아예 앉자마자 소맥으로 시작해서 완전히 떡이 되도록 마시는 걸 보면서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과 처음으로 조국에 대한 걱정까지 해봤다.

한나라를 지탱하는 척추와도 같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제일 심했다. 도대체 월요일부터 술을 이렇게 퍼마시면 이 사람들은 아직 4일이나 남은 한 주 동안 어떻게 살아남을까? 그리고 일은 언제 할까? 해답은 간단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일을 별로 안 하는 거 같다. 밤새도록 퍼마셔도 어쩔 수 없이 그다음 날 정시 출근을 하면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오전 내내 일을 거의 못한다. 점심때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오후에는 담배 한 대 피고 동료들과 커피 한잔 하면서 노가리까다보면 오후 3시 정도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일한다. 그러다 보니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야근해서 피곤하니 집에 가기 전에 간단하게 한잔하고 가면 12시가 훌쩍 넘는다. 이런 악순환이 연속되니 생산성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상을 반영하듯 한국은 모든 게 늦게 열고 늦게 닫는 거 같다. 미국은 스타벅스가 새벽 5시 30분에 열어 8시면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 새벽에도 커피 사려고 줄 서 있는 직장인들이 꽤 있다.) 한국은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이 8시가 넘어서야 문을 열고 거의 밤 11시까지 영업을 한다. 새벽 6시에 운동가면서 보니 골목골목 그 전날 술 먹고 비틀비틀 귀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았다. 오히려 2007년보다 더 심했다.

식당이랑 술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청담사거리 뒷골목의 많은 식당은 밤 11시에도 바글거린다. 미혼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이렇게 늦게까지 술을 먹고 집에 안 들어가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비즈니스’ 때문에 술을 늦게까지 먹는다는데 이것도 한두 번이지, 대부분 다 핑계다. 나도 한국에서 일해봤지만, 술 늦게까지 안 먹고 회식 자리 몇 번 빠져도 회사 안 망하고 세상 안 망한다. 오히려 그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회사 나와서 남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회식을 빠지면 직장상사와 동료들한테 미움 받고 찍힌다고 한다. 상관없다. 어차피 그런 이유로 사람 병신 만드는 상사와 동료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이젠 정말로 실력으로 경쟁하는 세상이다.

미국과 유럽의 직장인들이 매우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꽤 많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확실히 말해주고 싶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내가 아는 미국인들, 엄청나게 생산적으로 일한다. 아주 일찍 일어나서 근무시간에는 전혀 딴 짓 안 하고 일만 한다. 한국같이 12시 되면 우르르 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빨리 일하고 집에 가려고 집에서 점심을 싸오거나 아니면 간단하게 샌드위치 먹으면서 점심시간에도 일한다. 그리고 6시에 정시에 퇴근한다. 회식이란 문화는 미국에는 없다. 신입사원 환영회나 아니면 축하해야 할 일이 있으면 대부분 점심을 하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조촐하게 맥주 한 캔씩 한다(오후). 저녁을 먹을때도 있지만 이건 말 그대로 강제성을 띄지 않는 ‘저녁’이다. 6시에 퇴근해서 이들은 가정으로 돌아가고 그때부터는 책임감 있는 남편, 아내, 엄마, 아빠가 된다. 그리고 푹 쉬고 스트레스 풀고 그다음 날 다시 일찍 출근한다.

이렇게 일하니까 일 년에 3주씩 휴가를 갈 수 있다. 그만큼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프랑스 사람들 한 달씩 바캉스 가는 거 보면서 “저놈들은 언제 일하냐”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우리나라 사람들 술을 먹고 술 취해서 허비하는 시간을 더하면 한 달도 훨씬 넘는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회식이나 동료들과 술 먹는 거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직장 문화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해야 한다. 누가 봐도 한국의 이런 무절제 술 문화는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다. 아직은 이렇게 누수되는 생산성을 코피 터지면서 밤새워 일하는 걸로 땜질하고 있지만, 이런 미봉책이 평생 갈 수는 없다. 근본적인 대책과 변화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Google Docs, Dropbox 그리고 iBooks

‘스타트업 바이블2’가 거의 완성되었다. 현재 교정/교열 작업을 거치고 있으며, 최종 편집 과정을 거친 후 7월 초에 아이튠즈와 리디북스에 올릴 계획으로 모두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뭐, 그래봤자 작가와 1인 출판사 2명이지만…

이북을 결정한 계기, 그리고 상세한 출시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포스팅하겠지만 이번에 이북 작업을 하면서 다시한번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놀랐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웹서비스들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원고는 구글닥스로 처음에 작업을 시작했다. ‘스타트업 바이블 1’ 작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했었는데, 어디서나 작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버전을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보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버전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어쩔때는 작업을 중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이번에는 구글 닥스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보니까 한글로 작업할때 항상 발생하는 버그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오피스로 바꿨다. 그렇지만 2010년 8월과는 달리 2011년 말에는 Dropbox라는 공짜 서비스가 있었기에 언제 어디서나 오피스만 깔려있는 기기에서는 책 작업을 할 수가 있었다.

탈고한 후에는 편집자와 구글 닥스를 이용하면서 1차 편집 전과정을 진행했다. 나는 구글 닥스의 comment 기능이 이렇게 편리한 줄 몰랐다. 1편 작업할때는 편집자가 작업한 후에 변경된 부분을 표시해서 나한테 다시 보내주면 내가 또 다른 색으로 피드백을 추가하는 불편한 과정을 이메일로 계속 진행했는데 이런 비효율성을 구글 닥스가 100% 해결해 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iTunes Bookstore라는 전자책 유통 플랫폼에 감사를 해야할거 같다. 작가 <-> 독자들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불필요한 과정과 거품을 제거해주고 나같은 무명/초짜 작가들한테도 자체출판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바이블2’ 이북 출판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경험해보니 안그래도 암울하게 느껴지던 기존 종이 출판 업계의 종말이 정말 가까워졌다는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