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있는 VC들 – 2009 Forbes’ Midas List

오늘은 Forbes’ Midas List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High tech분야의 Top 100 투자자 (VC)들을 랭킹하는 Midas List를 Forbes지는 해마다 발표한다. 물론 랭킹을 매기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말들이 상당히 많다. 찬성하는 사람들보다 방법론에 대해서 반론을 재기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아마도 VC라면 이 리스트를 한번씩은 보면서 (몰래 보는 사람들도 있을거다) 자신의 이름이 top 100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몇 주 동안은 기분이 그다지 썩 좋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랭킹 시스템이 100% 맞다고 나도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Midas List의 top 100 VC들이 능력있는 투자자라는 점에 대해서 토를 달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2009년 Midas List의 Top 10은 다음과 같다.

1. John Doerr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2. Michael Moritz (Sequoia Capital)
3. Ram Shriram (Sherpalo)
4. David Cheriton (Stanford University)
5. William Ford (General Atlantic)
6. Ronald Conway (Angel investor)
7. Andreas von Bechtolsheim (Arista Networks)
8. Aneel Bhusri (Greylock Partners)
9. James Perry (Madison Dearborn Partners)
10. Thomas Ng (GGV Capital)

우리는 흔희 좋은 VC라면 스스로 startup을 창업한 경험이 있거나, 실제로 운영을해서 operational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도 여기에 100% 공감한다. 갖 대학을 졸업한 25살짜리 애송이가 나한테 뮤직쉐이크를 이렇게 경영해라, 저렇게 경영해라 간섭을 한다면 정말 짜증나겠지만, 실제로 벤처를 창업해서 성공적으로 exit을 한 VC가 나한테 조언을 준다면 경청을 할것이다. 한번도 startup life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startup의 비즈니스를 도와줄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이해할수가 없다. 큰 회사와는 달리 startup은 오랫동안 생각해서 만든 느린 전략보다는 빠른 execution과 decision making 스킬이 요구되기 때문에 교과서로만 startup을 접해본 VC들은 어느정도 한계점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닐까? peHUB의 편집자 Dan Primack이 마침 나와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한테 하면서 Midas List를 요목조목 잘 분석을 해보았다.

“Operating 경험을 가진 투자자들이 더 능력있는 VC일까?”

2009년 Forbes’ Midas List 100명의 VC를 다음 3가지 category로 분류를 하였다.
C: 전직 C-level 경영자
O: 전직 operator (C-level 보다는 낮은 수준)
X: Real 회사에서 전혀 operation 경험이 없는 사람들 (전직 banker, consultant, VC 등…)

“O”냐 “X” 냐에 대해서는 Dan도 약간 주관적인 입장이었다고 스스로 인정을 하고 있다. John DoerrMike Moritz와 같이 거의 평생을 VC career에 종사하였던 사람들도 “O”로 분류를 하였는데 – 물론 John Doerr는 6년 동안 Intel에서 영업을 하였고 Mike Moritz는 약 10년동안 Time Warner 기자 생황을 하였지만 – 나같으면 그냥 “X”로 분류를 하였을 것이다.

결과는 내가 생각하였던거와는 많이 다르다. Top 100 VC 중 과반수 이상인 54명이 “X”였다. 즉, 소위 가장 잘나간다는 100명의 VC 중 50% 이상이 실제 회사에서의 operation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나머지 46명 중 21명만이 “C”이고, 25명은 그냥 “O”이었다. But, 이 리스트를 조금 더 파고 들어가서 top 10 VC만을 구분해 보면 10명 중 7명이 “O”이고, 이 중 5명이 “C”였다. 이게 뜻하는거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VC의 과거 경험이나 경력이 실제 VC career의 성공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야기인거 같다.

그런데…정말 그럴까? 좀 이상하지 않나? 내 생각으로는 top VC들을 선정할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투자한 회사들의 성공 여부인거 같다. Google에 투자한 VC들이 능력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구글이야 워낙 초대박이 난 케이스이기 때문에 동일한 VC가 투자하였던 99개의 잔챙이 portfolio 회사가 망했더라도 이 VC의 성적은 못해도 “B+” 정도가 될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Google같이 대박이 날 회사들은 VC들의 도움과는 약간 무관하게 알아서 잘된다. 즉, VC들의 능력과는 거의 상관없이 잘될 회사들은 그냥 자동으로 잘된다. 구글과 다르게 잘나가지 못하는 문제가 되는 회사들은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줘야하는데 이럴때 진가를 발휘하는 VC들이 바로 이 “C”와 “O”들인게다. 특히, up만 경험하게 아니라, down까지도 경험을 해본 operator들이라면 가라앉고 있는 startup들을 다시 물위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VC들이라고 생각한다.

경기가 좋을때는 VC들의 no.1 능력은 포텐샬이 높은 벤처기업들을 발굴하는 실력이지만, 지금같은 시기에는 곤경에 빠져있거나 망해가는 startup들을 살려낼 수 있는 hands-on 경험이 능력있는 VC한테 가장 필요한 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자질은 Harvard Business Review나 MBA 케이스 스터디에서 배울 수 있는게 아니라 현장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Forbes’ Midas List에는 나 또한 존경하는 VC들이 상당히 많다. 이 VC들한테 반감이 있거나 불만이 있는거는 전혀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 이렇다는 말이다.

Ten Lessons Startups Can Learn from Superheroes

아주 오래전에 봤던 슬라이드인데 최근에 다시 보면서 나도 모르게 스스로 끄덕끄덕 거리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가 잘아는 Marvel ComicsDC Comics에 등장하는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 등과 같은 슈퍼히로우들의 자세로부터 startup들이 배울 수 있는 10가지 tip에 대해서 나열한 슬라이드인데, 은근히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

http://viewer.docstoc.com/
Ten Lessons Startups Can Learn From Superheroes

1. Superhero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2. Superhero들은 항상 끝을 본다.
3. Superhero들은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는 항상 최고이다.
4. Superhero들은 목적 의식이 매우 뚜렷하다.
5. Superhero라고 완벽하지는 않다. 실제로 모든 superhero들은 결점과 컴플렉스 때문에 고생한다.
6. Superhero들은 화려한 명성을 위해서 싸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모든걸 갖게 된다).
7. Superhero들은 남을 (특히, 약자들을) 돕는다.
8. Superhero들은 혼자서도 잘났지만, 같이 힘을 합쳐서 팀플레이를 하면 더욱 더 잘한다.
9. Superhero들의 진정한 능력과 힘은 talent보다는 character에서 발생한다.
10. Superhero들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2. Superhero들은 항상 끝을 본다.”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 슬라이드에서는 스파이더맨을 예로 들었는데, 스파이더맨이 아무리 뉴욕을 날라다니고, 빌딩에서 빌딩으로 뛰어다니고, 멋지게 거미줄을 쏘아대도 여자친구를 구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는가?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봐야하는게 내 지론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시작한거는 반드시 끝을 봐야하는게 startup에서 필요한 mentality이다. 끝을 보지 못할거 같으면 시작을 아예 하지 말라.

Vinod Khosla & the “Next Tsunami”

vinod-khosla모든 사람들한테는 인생을 살면서 큰 결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결정적인 계기들이 있을 것이다. 나한테도 지금까지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 이런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공학박사가 되어서 자동차 엔진 설계를 하면서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던 내 목표를 접고 순조롭지만은 않은 이 벤처/high tech 분야로 진로를 바꾼 결정을 하게 된 바로 그 “순간”이 며칠 전 문득 생각나서 여기에 기록을 한다. 벌써 1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때는 1999년도 11월 스탠포드 대학 – 1학점짜리 세미나 수업인 “MS&E; 472 – Entrepreneurial Thought Leaders Seminar“를 듣기 위해서 Terman 공대 건물의 Skilling Auditorium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이 수업은 모든 스탠포드 대학생 (학부/대학원)들이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며, 특별히 시험도 없고 숙제도 없는 세미나 수업으로써 그냥 수업마다 스피커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고, Q&A;를 한 후에 학교에서 간단하게 마련한 open 다과회를 통해서 socialize를 할 수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였던 수업 중 하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 수업에서 초청하는 사람들이 그냥 단순히 교수나 대기업의 과장들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Steve Ballmer, Cisco의 John Chambers, DFJ의 Tim Draper, Garage Technology Ventures의 Guy Kawasaki등 high tech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며 지금의 실리콘 밸리 형성에 지대한 이바지를 한 power player들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많은 학생 및 주위에서 일하는 professional들이 강의실을 금요일마다 (요새는 수요일 4:30~5:30에 하는 거 같다) 가득 채웠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KPCB (Kleiner, Perkins, Caufield and Byers: 세계 Top 5 VC 중 하나. Excite.com, Genentech, Netscape, Amazon, EA, Google 등 수많은 유수의 벤처 기업들을 초창기에 발견하여 투자하였다)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인 Vinod Khosla였다.

-Vinod Khosla는 1955년 인도 Pune의 평범한 가정 (인도에서의 평범한 가정은 못사는 가정이다) 에서 태어났으며 자라면서 Andy Grove가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망명하여 인텔을 설립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본인도 high tech 분야에서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인도의 MIT라고 불리는 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인도에 여러 캠퍼스가 있는데 Vinod가 다닌 Delhi 캠퍼스가 가장 들어가기 힘들다)를 졸업하고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코슬라씨는 Sun Microsystems를 같이 창업하게 될 Scott McNealy를 만났고 스탠포드를 졸업한 1980년에 Sun Microsystems를 창업하였다. 그 이후 Kleiner Perkins에 바로 파트너로 조인을 하였고 오랫동안 high tech, 특히 인터넷 관련 회사들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을 도와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VC로서의 삶을 살다가 몇 년 전에는 스스로 독립하여 Khosla Ventures라는 주로 clean technology 관련 벤처기업들에 투자하는 새로운 VC firm을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스토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1999년도에 창업을 해서 Kleiner Perkins로 부터 투자 유치를 했고, Vinod Khosla나 John Doerr (또다른 Kleiner Perkins의 스타 VC)를 이사회에 영입하였다면 거의 대박 날 확률이 99.99%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즉, Vinod는 그 당시에 실리콘 밸리의 마이다스였다고 할까…. 이런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 전설적인 인도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아니, 이 장소에 앉아 있다는 사실 조차가 나한테는 큰 영광이었고 비싼 등록금을 내고 스탠포드로 온 보람을 느낀 순간들이었다. Vinod는 머리 좋은 공대 학생이 우연한 기회에 실리콘 밸리로 오게 된 이야기와 스탠포드 MBA 프로그램에서 Sun을 같이 창업할 동료들을 만나서 창업하게 된 경험담을 솔직담백하게 우리와 같은 미천한 학생들과 공유하였다. 실은 나는 이때 Sun이 “태양”이 아닌 Stanford University Network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산 사람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하고 (물론 IIT에 갈 머리였으면 나보다 훨씬 훨씬 우수한 사람이다 ㅎㅎ), 미국으로 유학을 왔고…. 뭐 여기까지는 나랑 비슷했지만, 그다음의 인생은 나와 크게 차이 나기 시작하였다. 당시만 해도 생각과 꿈을 많이 꾸었지만 실제로 실행에는 많이 옮기지 못하였던 나와는 다르게 생각을 많이 해서 목표를 정하고 실행을 하여서 성공하였다는 이러한 차이점들에 대해서 그 강의실에서 나는 더욱더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다. Vinod가 이날 사용하였던 ppt 슬라이드 템플릿에는 큰 파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발표하면서 “the Next Tsunami”라는 말들을 Vinod는 많이 언급하였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건 이후부터는 이 말이 금기시되어 더 이상 Tsunami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Entrepreneur들이 추구하는 innovation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기존에 일하던 방식이나 존재하는 제품들을 더 좋고, 더 빠르고, 더 싸게 바꾸려는 innovation이 있고 (e.g. 더 성능이 좋은 CPU를 더 싸게 만들거나,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만들거나 하는), 이와는 개념적으로 다른 기존에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New New Thing이라는 게 있다 (e.g. 온라인으로 책을 파는 Amazon.com이나 검색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을 널리 상용화한 Google과 같은). 어떤 게 더 innovative 한 거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Vinod 본인은 스스로 후자에 더 많은 기대와 돈을 투자한다고 하였다. Sun Microsystems도 여러 개의 워크스테이션을 연결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제품과 모델을 구상하는 도중에 창업하게 된 회사이고, 이 강의실에 앉아 있는 스탠포드 학생들이야말로 앞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로 – 즉, the Next Tsunami – 인류와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The Next Tsunami” – 이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왜 이 먼 미국 땅으로 비싼 등록금을 주고 왔을까? 박사학위를 받아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게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인가? 솔직히 그동안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때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리를 팍팍 자극하였고 Malcolm Gladwell이 말하던 소위 tipping point를 내 사고가 이 순간에 넘었던 게 아닐까 싶다. 좋은 학교에서 박사 학위 받아서 대기업에 engineer로써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거 보다는 분명히 뭔가 더 의미 있게 인생을 살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까지 와서 유학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분명히 Vinod Khosla는 Stanford를 다니면서 가졌을 것이다. 저 인도 아저씨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하랴? (물론,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요새도 매일매일 팍팍 깨닫고 있다 하하). 4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연을 들으면서 점점 사고의 전환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며 이상한 자신감이 가슴속에서 불쑥불쑥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기분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으며, 마치 안개가 자욱하였던 눈앞이 clear 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한 달 뒤에 나는 원래 전공이었던 기계공학을 그만두고 경영과학으로 전과를 하였으며, 원래 계획하였던 5년 박사 과정을 과감하게 접고 1년 3개월 만에 후다닥 석사 학위를 받은 후에 실리콘 밸리의 Valicert라는 벤처기업에서 첫 career를 시작하였다 (몹시 나쁜 choice였다!). 물론, 졸업할 당시는 경기가 좋아서 Cisco나 Sun과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offer를 받기도 하였지만 왠지 작은 회사에서 뭔가를 성취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남들이 잘 모르는, 그렇지만 가능성이 나름대로 커 보이는 벤처기업으로 진로를 바꾼 거다. Vinod는 다음과 같은 말로 speech를 마무리했다. “돈보다 뭔가 큰 cause를 위해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던 간에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창업을 하는 그 정신은 숭고하고 위대하며, 돈을 위해서 창업을 한 사람들도 비즈니스를 하면서 점점 뭔가 더 큰 목적을 위해서 매일 매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일터로 향하는 서서히 바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스탠포드라는 세계 최고의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지고 있는 여러분들은 선택된 소수의 사람입니다. 그 기회를 헛되게 하지 마세요. You will find yourselves creating the NEXT TSUNAMI.”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role model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그전에는 마음속에 많은 role model들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Vinod Khosla는 정말 내가 중대한 결단을 가능케 한 그 장본인이었으며,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도 1999년 Skilling Auditorium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강연을 들으면서 감동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과 정신이 정화되어서 다시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거 같다. 얼마 전에 안철수 박사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아주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하는데, Vinod가 그날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을 감동하게 한 거와 마찬가지로 수만 명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가슴에 큰 희망을 심어주셨을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아직 나는 유감스럽게도 Vinod만큼 성공을 하지는 못하였고, 앞으로도 Vinod 만큼 성공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현재 내 인생을 즐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거는 확실히 장담할 수 있다. 만약 그때 이 결정을 하지 못하고 그냥 안정적인 직장만을 추구하였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 한정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잘살고 있을 거 같지만, 그게 내가 바라는 인생은 아니었을 거 같다.

글을 마치면서…. 갑자기 99년 회상을 왜 했냐 하면 최근에 Vinod가 에탄올을 대체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벤처 기업들에 대해서 인터뷰한 기사와 동영상들을 봤는데,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좋은 회사, 좋은 기술, 좋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Next Tsunami를 준비하고 있는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role model이 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인 거 같아서 몇 자 적어봤다.

<이미지 출처 = Famous-Entrepreneurs.com>

이 남자 – 이승규 교수

Steve Jobs 형님이 예정대로 6/7월안으로 다시 애플로 복귀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Jobs 회장은 단순한 단백질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심각하게 아팠던거 같다. Wall Street JournalTechCrunch 보도에 의하면 (TechCrunch는 정말 집요하게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를 싹 훑어서 테네시 병원 관계자들이 웹에 올린 이런저런 내용을 추적하는데 성공한거 같다) 테네시 주의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주말에 이 기사를 보자마자 나는 공부방에 들어가서 내 파일들을 막 뒤져서 오래된 신문 스크랩을 하나 꺼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한국 신문에서 재미있거나 내가 하는일과 관련된 기사를 보시면 대량으로 스크랩을 해 놓은 뒤 미국으로 보내주시는데, 이 중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는 기사들은 나도 보관을 하고 있다. 2009년 1월 10~11일 토~일요일자 ‘조선일보 토일섹션’의 “문갑식의 하드보일드”라는 코너의 기사이다.

간이식의 최고 권위자인 서울 아산 병원의 이승규 교수라는 분을 조선일보의 문갑식 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인데, 갑자기 스티브 잡스가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니 이 분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이 기사를 읽어봤다. “하얀거탑”과 “뉴하트”의 슈퍼 스타 의사들을 보면 과연 저런 의사들이 실제로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가끔씩 갖는데 있긴 있는가 보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 교수는 작년에 326 차례의 간 이식 수술을 한 간 이식 수술 관해서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라고 한다. 지금까지 2,175회의 간 이식 수술을 했다고 하니 정말 엄청나게 칼질을 하신 분이다. 신장 이식 수술은 2시간 반에서 3시간, 심장은 길어야 5시간 걸리는데 간 이식 수술은 평균 1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의 집중이 요구된다고 하는데 이교수는 이를 위해서 일주일에 4회 정도 조깅도 하고 한번에 push up을 100회씩 한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이 분을 뵙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환자들한테 상당한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줄 선한 인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 인터뷰에서 감명있게 읽었던 부분들은:
“환자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좌우됩니다. 확신을 가지고 ‘당신의 상태로 봐서 이 수술이 제일 적합하다’고 권유해야지요. 이런저런 수술법이 있는데 어떤 걸 택하겠느냐라는 의사도 있는데 그건 의사 자격이 없는 겁니다. 생명을 살리는 것과 물건 파는 건 다르잖아요.”

“우리나라 외과에는 나쁜 전통이 있어요. 나이가 오십만 넘으면 수술을 하지 않는 거지요. 제가 미국에서 나이 칠십이 넘어 머리가 허연 영감이 수술하는 장면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수술은 경험이 중요합니다. 일본에서도 의사들은 은퇴하기 직전까지 메스를 놓지 않지요. 저는 70세까지는 이 일을 할 겁니다.”

이 글을 다시 읽은 후에 신문지 스크랩을 책상위에 놓고 이승규 교수 사진을 다시 한번 봤다. 수술 가운을 입고, 수술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사이드에서 찍은, 헝클어진 머리에 피곤해 보이는 표정의 사진인데 이 모습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담아두고 싶었다. 마치 professionalism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 정답과도 같은 그런 사진이다. 그리고 뭔가 앞이 안보이고 불확실성을 떨쳐버릴 수 없는 느낌을 받을때 항상 이 모습을 떠올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 전문가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기꾼들이 너무나 많다. 아니, 사기꾼은 아닐지언정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결정적으로는 잘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야하나…하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그런 사람이니까.

Professional – 열심히 해 봅시다.

실리콘 밸리 and Asians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종은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 그 동네에서 학교도 다니고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나는 자신있게 Asian (중국, 한국, 인도 특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어떤 survey를 바탕으로 작성된 paper를 보니 실제로 실리콘 밸리에서는 아시아인들이 최상의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실리콘 밸리 바로옆에 있는 Santa Clara County는 최근 연속 3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 인구가 가장 빨리 성장하였다고 한다. BUT,이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이름이 잘 알려진 high-tech 회사 직원 대다수가 아시아 인종이지만, 조직도 위로 올라갈수록 아시아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밑의 숫자에 비해서 너무나 차이나 나도록 작아진다고 한다. Cisco, SUN, eBayAMD의 아시아 인구 비중은 거의 23%에 육박하지만 1999년 이후로는 이 회사들의 이사회에는 아시아인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The Failure of Asian Success in the Bay Area”라는 제목의 이 페이퍼를 보면 많은 아시아인들이 실리콘 밸리의 tech 회사들과 같이 자유분방한 곳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가지 문화/경제적 요인으로 인해서 일을 잘하는 아시아인들이 실제 C-level의 경영진까지 올라가는게 힘들며, 이사회로 등륵되는건 더욱 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과연 그래서 일까?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왜 아시아인들, 특히 한국/일본/중국인들 중에서 우리가 알만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의 CEO들이 안 나올까?
-교육 수준이 낮아서? 절대 아니다. 아시아 부모들 만큼 교육 관련해서 극성인 부모들은 없다. 자신은 굶더라도 애들 과외 시키는 부모들은 전세계에서 대한민국 부모들 밖에 없을거다.
-영어를 못해서? 그 많은 교포들은 어디갔는가?
-머리가 나빠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는 아시아 잔치이다.

나는 인류학자도 아니고, 역사학자도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다양한 인종들과 같이 공부하고 일해본 경험에 의하면 몇가지 머리에 떠오르는 이론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100% 내 개인적인 의견들이고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한국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는거니 혹시나 틀리거나 비위가 상했다면 그냥 넘어가 주시기 바란다.

1. 교육 방식 – 교육 수준은 그냥 통계학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을 졸업하였고, 학/석/박사들이 얼마나 많이 있냐를 말해주는 수치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교육 수준으로 따지자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지만 교육의 quality를 제대로 보면 서양 교육과 많은 차이가 나는걸 느낄 수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살짝 공개 하면, 나는 학부때는 기계공학을 전공하였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학점도 제대로 받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기계공학의 기초가 되는 몇개의 이론중에 ‘열역학의 법칙 (Laws of Thermodynamics)“이라는게 있다. 여기서 깊게 들어가지는 않겠는데 (실은 나도 잘 기억 안난다 ㅋㅋ),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몇개의 지배적인 자연의 법칙이다. 학교 다닐때는 이 법칙을 달달 외우고 다녔는데, 막상 국민학생이 나한테 열역학의 법칙에 대해서 물어봤다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지는 못하였다. 그냥 말 그대로 이론과 공식을 알고 있었으며 교수한테 물어봐도 똑같이 틀에 박힌 숫자와 알파벳을 사용해서 설명을 해줬다.

그러다가 99년도에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대학원 첫 수업 시간에 미국인 교수가 열역학의 법칙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줬는데, 이 순간이 나한테는 바로 그 “A-ha!” 순간이었던거 같다. 4년 동안 그냥 껍데기만 알고 있었던 이 법칙을 15분 동안의 노교수의 설명을 듣고 아주 명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우리 엄마가 물어봐도 열역학의 법칙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을거 같다. 물론 이거는 그냥 일례이지만, 이 작은 사실만을 보더라도 우리 나라의 교육은 뭔가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인게 있다. Asian 교육은 대부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틀과 근간을 마련해주기 보다는 머리 회전을 보다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압박을 가한다고 해야하나…하여튼 사물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파악해서 하나 하나씩 해결책을 찾는게 아니라, 많은 아시아인들은 아주 빨리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 당시에는 좋은 해결책같아 보이지만, 나중에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뭔가 좀 엉성한 부분이 있다.

2. The Asian value – 아시아 가정에서 눈에 두드러지게 띄는 점은 부모들이 아직까지는 자녀들이 business men 보다는 professional men이 되길 원하고 있다. 이건 이민 1세던 2세던 크게 다르지는 않다. 모든 아시아 부모들은 자식들이 의사, 변호사 아니면 교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운동선수, 비즈니스맨 또는 창업을 한다고하면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미국 부모들과는 달리 일단 한두번은 이런 자녀들을 무조건 말릴것이다. 창업이나 비즈니스맨이 의사나 변호사에 비해서 뭐가 뒤지는걸까? 우리 아버지는 어렸을적부터 나한테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너 자신을 위해서 일을 할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월급쟁이도 나쁘지는 않지만 열심히 일해서 남을 부자로 만들어주기보다는 스스로 일해서 스스로 부자가 되는게 더 좋은거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해주셨고, 아무것도 몰랐던 소시적에도 이런 말들이 무의식적으로 나한테 적용을 하여서 자라면서 계속 비즈니스와 돈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거 같다.

전에 내가 LA에 사시는 어떤 부부한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주머니랑 아저씨는 왜 애들한테 공부만 열심히 해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고 하시나요? 미국에는 그거 외에 할게 많을텐데요.” 그러니까 이 부부는 자식들이 “주류사회”에 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주류사회?? 그게 몬데? 주류사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많은 한국 교포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비주류사회 구성원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주류사회에 끼고 싶어하는거 같은데, 글쎄다…나는 한번도 내가 비주류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백인과 아시아인들 사이에 큰 벽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많은 아시아인들은 그냥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이 아닐까 싶다. 미국같은 잡종사회에서 왠 주류/비주류 사회? 아이사인들이 돈이 없냐, 영어를 못하냐, 교육을 못 받았냐? 오히려 우리가 주류사회 인간들이 아닌가?

이런, 어떻게 보면 조금 수치스러운 Asian 가치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자신감있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3. 부모들의 과잉 보호 – 아시아 부모들의 과잉보호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유명하다. 자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좋은것만 먹이고, 좋은것만 보여주는건 칭찬 할만하지만 이러한 과잉보호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죽인다는건 모르는거 같다. 비즈니스는 순간적인 decision들의 연속이고, data 없이 감으로 그때그때 결단을 내리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의존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한다.

이렇게 하고 보니 내가 무슨 교육학자가 된거 같은데, 그만큼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이 중요하긴 한거 같다 (물론 나도 학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아시아인들을 차별한다니, 안보이는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니 등등 이러한 변명을 하기에는 이미 우리는 대가리가 너무 커졌고 세상은 너무 평평해진거 같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졌고, 이 기회를 잘 포착해서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건 개개인의 자질, 능력 그리고 태도에 달려있다. 남 탓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