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Where are they now? – Part 2

Capture15년 동안 입은 걸레가 된 이 정든 티를 버리면서 2009년도에 내가 쓴 포스팅을 다시 읽어봤다. 이 과거 포스팅 이후 5년 동안 또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서 다시 한번 이 회사들의 근황들을 조사해봤다. 찾아보니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서 틀린 정보가 있을수도 있음) 1999년 – 2009년에 비해 그닥 큰 변화는 없었던 거 같지만 역시 인수, 상장, 파산 등 몇가지 변화는 있었다.

이 리스트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은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다 잘 될 수도 있겠지만 다 망할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조금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이 중 잘되는 회사도 있고 안되는 회사들도 있겠지만…..우리를 비롯한 모든 투자자들이 100년 이상 가는 회사들을 찾아서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과연 이 중 어떤 회사들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그게 50년이 되고 또 100년이 될지는 나도 참으로 궁금해지는 월요일 아침이다. 한국은 추석 아침밤 이겠지. 밑에는 내가 2009년도에 쓴 글을 다시 포스팅해본다.

[2009년 6월 과거글]

사진에 보이는 t-shirt는 내가 1999년도 실리콘밸리의 한 저녁 행사에서 받은 기념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가에 웃음이 생기는데, 바로 인터넷 거품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물론, 아무도 몰랐다), Softbank Venture Capital에서 스탠포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녁과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그 당시에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행사 중 하나였다. 학교 내부에서 한거는 아니고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진행되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학교에서 행사 장소까지 버스가 제공되었던걸로 생각된다. 지금은 그냥 잠옷으로 입는데, 몇일 전에 와이프가 이 티를 보더니 “오빠, 저 회사 중 지금 제대로 남아서 비즈니스 하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 질문이 은근히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궁금해서 이 티 뒤에 있는 48개의 (숫자가 애매해서 다시 세고 또 세어봤는데 50이 아니라 48개 맞다) 벤처기업 중 과연 10년 후인 지금 – 2009년 6월1일 – 부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회사가 몇개나 남아 있을까 궁금해서 하나씩 찾아봤다. 와…진짜 힘들고 완전 노가다 였는데 그래도 은근히 재미있었다. 오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Bing이라는 새로운 서치엔진을 발표하였는데 이것도 이 기회에 사용을 해봤다. Not bad at all!

참고로, 위의 48개 벤처기업들은 1999년 나름대로 VC 중 가장 잘나가는 회사 중 하나였던 손정의 대표의 Softbank Venture Capital에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hot한 회사들이자 Stanford MBA들의 로망이었던 회사들이었다. 나도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 멋진 인터넷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business development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1. AsiaOnline – 한때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가장 잘나가는 포탈이었음. 지금 망했음.
2. Concentric – 2000년도에 Nextlink라는 회사에 29억 달러에 인수되었고, Nextlink는 XO Communications로 이름을 바꿈.
3. Net2Phone – 한국의 Dialpad와 더불어서 공짜 VoIP의 선두주자였음. 아직 살아 있음.
4. E-Trade– 아직 살아있고, 잘 되고 있음.
5. More.com –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걸 봐서는 지금 망한거 같음.
6. USWeb/CKS – 웹디자인 회사로 출발하였다가 몇차례 인수 합병에 실패 한 후 파산 신청. 지금은 US Web이라는 웹 마케팅 회사로 존재.
7. Yahoo! – 아직 살아있음.
8. Comergent – Ariba/CommerceOne과 같은 전자상거래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망한거와 다름없음.
9. Rivals.com – 야후가 2007년도에 인수하여서 아직 살아 있음.
10. ThinkLink – 관련 기사가 별로 없는걸로 봐서는 망했음.
11. SmartAge – 망했음.
12. Spinway – 망했음.
13. Urban Media – SoftbankAccel이 엄청나게 돈을 디리 부었는데, 망했음.
14. CharitableWay – 망했음.
15. Dr.Drew웹사이트 개편 중이라고 나오는데, 아직은 살아 있는거 같음. (Update: 잘 되고 있는거 같음)
16. CareAssured – 망했음.
17. Televoke – 망했음.
18. Quova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10년 11월 Neustar에 인수됨)
19. Appgenesys – 망했음.
20. Buy.com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10년 5월 일본의 Rakuten에 인수됨)
21. 1-800 Flowers – 아주 잘되고 있음.
22. DoDots – 망했음.
23. Kizai – 망했음.
24. Photopoint – 망했음.
25. BroadDayLight – 망했음.
26. Bluelight.com – 망했음.
27. iPrint.com – 2000년도에 상장하였고, 아직 영업 중.
28. LRN – 아직 잘 하고 있음.
29. Invisible Worlds – 망했음.
30. Law.com – 법 관련 포탈로써 자리를 잘 잡았음.
31. Kefta – Acxiom이 2007년도에 인수하였음.
32. Support.com – 2000년 7월 상장해서 잘 하고 있음.
33. Model-E – 망했음.
34. ZDNet – 잘 되고 있음.
35. ToysRUs.com – 경기를 많이 타고 있지만, 그래도 건실함. (Update: 아직도 경기를 많이 타고 있고, 건실하지는 않고 위험함)
36. CriticalPath – 49개 회사 중 가장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회사이기도 함. (Update: 2013년 12월 Openwave Messaging 사에 인수됨)
37. PeoplePC – 2002년도에 EarthLink가 인수하였는데, 인수 당시 상당히 상태가 좋지 않았음.
38. ELoan – 아직 살아 있지만,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음.
39. AllAdvantage – 와…이 회사에 대해서는 내가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AllAdvantage.com은 아마도 1999년도 스탠포드 캠퍼스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되었던 벤처 industry의 darling 이었다. 웹서핑을 하면서 AllAdvantage.com을 실행시켜면 하단에 광고 배너들이 노출되고 광고들을 더 많이 볼수록 광고 수익이 발생해서 회사와 유저가 광고 수익을 나누어 갖는 그 당시만 해도 정말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던 모든 스탠포드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다. 지금은 완전 대박 울트라 망했음.
40. Preview Systems – 망했음.
41. Rentals.com – 아직 살아 있음.
42. CruelWorlds – 망했슴.
43. HotVoice – 망했슴.
44. Dovebid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03년도에 상장했다가 현재 시장에서 퇴출되었음)
45. Ecoverage – 망했음.
46. Biztro – 망했음.
47. FastParts – 망했음.
48. Bayla – 망했음.

-망한 회사 27개 28개
-간신히 살아남은 회사 12개
-그나마 잘 되고 있는 회사 9개 8개 (E-Trade, Yahoo!, Rivals.com, 1-800 Flowers, Law.com, LRN, ZDNet, ToysRUs.com, CriticalPath)

즉, 48개 회사 중 절반 이상이 망했는데, 스스로 이 회사들을 찾아보면서 깜짝 놀라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1999/2000년도 실리콘 밸리에서 왕같이 군림하던 회사들이 지금은 우리와 같은 노땅들의 기억속에서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특히, AllAdvantage와 같은 회사들은 그 당시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순진한 학생들의 마음속에 벤처의 꿈을 잔뜩 심어주고 학교를 때려치우고 벤처의 열풍으로 인도하였던 그러한 회사들이었는데…..

앞으로 10년 후에 또다시 이와 비슷한 글을 쓴다면, 과연 그때는 어떤 회사들이 남아 있을까. Facebook? MySpace? Twitter? Musicshake?

‘Team’이 중요한 이유

Photo Aug 22, 3 20 10 PM선배 VC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It takes one fund to train a VC (의역: 제대로 된 VC가 되려면 최소 펀드 하나 정도는 말아먹어야된다.)” ‘말아먹은’ 건 절대로 아니지만 우리도 첫번째 펀드를 통해서 많은 실수를 했고 또 이로 인해서 많은 배움을 얻었고, 계속 배우고 있다. 이제 우리 첫번째 펀드가 거의 다 소진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그동안 투자를 하면서 얻은 배움을 머리속에 정리 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배움에 대해서 간단히 써보려고 한다.

우리는 현재 첫번째 펀드에서 18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모든 투자와 마찬가지로 이 중에는 굉장히 잘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고, 그럭저럭 되는 회사들도 있고, 예상과는 달리 많이 고생하는 회사들도 있다. 18개의 회사들 모두 우리가 가장 많이 focus를 둔 부분은 그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팀 이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가끔은 그 비즈니스가 속한 시장의 크기와 제품에 조금 더 많은 focus를 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둘 다 중요하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창업팀이 성장 가능성도 많은 비즈니스를 한다면 이 회사의 성공 확률은 매우 높지만 이런 회사를 발굴하는 건 쉽지가 않다.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다면 빠른 결정을 해야하고 이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의 크기나 현재의 제품보다는 ‘팀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첫번째 펀드를 운영하면서 나는 많은 걸 배웠지만, 그 중 가장 큰 배움 한가지만 꼽으라면 결국엔 ‘사람’의 주제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거 같다. 역시 좋은 창업가와 좋은 팀에 투자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앞으로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도 창업팀과 우리랑 궁합이 맞지 않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 보다 제품과 시장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투자를 하면 투자자-창업가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가 없다. 이 업을 30년 넘게 하신 선배들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겠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제품을 가진 회사가 거만하고 고집불통인 창업팀 때문에 하락하는 걸 목격했고 이와는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에서 좋은 창업팀이 대단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것을 경험했다.

좋은 제품은 만들기 어렵다. 정말 힘들다. 하지만, 이 좋은 제품을 계속 유지시키려면 그 뒤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지금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아주 좋은 제품이 있는 스타트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이걸 진짜 비즈니스로 scale하고 그 과정에서 겪게되는 다양한 난관을 극복하려면 좋은 사람들이 필수이다.

Hustle on

최근에 한국 갔을 때 서베이 서비스 모아폼을 운영하는 내 고등학교 친구 명철이가 다음과 같은 명언을 했다. “기홍아, 성공할 수 있는 비결 진짜 간단한 거 같다. 그냥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

저녁 먹으면서 들은 말이라서 그냥 웃고 넘겼지만, 지난주에 다시 이 말을 떠올리면서 단순하지만, 점점 더 make sense 한다는 생각을 했다. LA에 위치한 우리 투자사 Brandboom한테 지난주 금요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었는데 바로 회사의 연 매출이 100만 달러 (=한화 약 10억 원)를 돌파한 날이었다. 브랜드붐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B2B 서비스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enterprise 서비스를 가지고 연 매출 10억 한다는 게 진짜 쉽지가 않고, 지난 7년 동안 옆에서 이 회사의 사장 Eric과 그의 팀원들이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그 누구보다 우린 잘 알기 때문에 투자자이자 친한 친구로서 회사의 100만 달러 매출 돌파는 매우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동안 이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을 크게 한번 pivot 했고, 그 이후 7년 동안 매일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했다. 비즈니스를 중간에 접고 다른 걸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지만, 이 팀은 자신들의 능력, 시장의 가능성과 회사의 비전을 믿고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 달려왔다. 큰 투자도 받지 않았다. 아니, 받으려고 수십번의 피칭을 했지만, 그때마다 기업용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과 회사의 상대적으로 느린 성장 때문에 – 모바일 제품들과 B2C 서비스들보다 – 무산되었다. 물론, 실리콘 밸리 기준으로 봤을 때 연 매출 100만 달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많은 거에 익숙한 현대인들한테 매출 10억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와 같이 이 팀이 그동안 걸어왔던 과거를 아는 사람들한테는 감회가 새롭고 많은 기대와 희망이 생긴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영어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hustle’이라는 단어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맹렬히 활동하다’ 인데 더 실용적인 뜻은 ‘바둥바둥하면서 고생하다(좋은 의미로)’ 이다. Brandboom의 7년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hustling의 연속이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고, 거절당하면 받아들여질 때까지 또 했다. 힘들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걸 정말 즐기고, 자신이 하는 걸 진심으로 믿고 있다면 나는 끝까지 hustle 하라고 모든 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다가 잘 되면 좋지만,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안 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경험할 수 있고, 살아가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악착같이 살지 마“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제목과는 달리 이 기사의 내용은 오히려 악착같이 살아라 인거 같다.

믿지 않는다면 빨리 그만둬라. 하지만, 믿는다면 악착같이 hustle 해라. 그리고 성공할 때까지 해라.

beGlobal 2014

작년에 이어 올 9월 12일 (금) 샌프란시스코의 고풍스러운 InterContinental Mark Hopkins 호텔에서 beGlobal 2014가 개최된다. 작년에 실험적으로 개최한 첫 행사가 다행히 반응이 매우 좋아서 – ‘폭발적’이라는 말은 잘 안 쓰지만 정말 반응은 폭발적 이었다 – 이번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의 투자사인 비석세스 팀이 모든 operation과 실행을 담당하면서 더운 여름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준비를 했다 (지금도 준비 하고 있는 중이다).

해마다 한국에서 열리는 beLaunch 행사의 실리콘 밸리 연장선으로 단순히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 2살 밖에 되지 않은 beGlobal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유니크하게 포지셔닝이 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외에서 열리는 최고의 코리안 tech 행사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과 밸리 최고의 연사들, 최신 주제와 이슈들을 다루는 세션들, 그리고 행사의 꽃인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의 pitch가 준비되어 있다. 솔직히 나도 많은 행사를 준비해 봤고, 한국과 미국의 많은 tech 행사에 여러 자격으로 참석해 봤지만 beGlobal은 기존 한국의 기업이나 타 기관에서 해외에서 주최하고 진행하는 행사와는 ‘격’이 다른 알짜배기 행사이자 축제이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진행되는 행사지만 혹시 이 블로그 독자분들 중 9월 12일 (금) 샌프란시스코에 계시면 꼭 참석하라고 강요하고 싶다.

행사 표는 여기서 구매할 수 있다 (프로모 코드 “strongvc-30” 사용하면 30% 할인)

bringing Seoul to the Valley. See you at beGlobal 2014!

<이미지 출처 = http://beglobal.co/>

용맹스럽게 싸우는 자

한국이나 미국의 능력 있는 투자자 중 창업이나 벤처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창업가들과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려면 벤처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게 –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 여러모로 좋다고 난 생각한다. 물론,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왜냐하면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조언을 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창업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볼 수 있어야지만 회사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평생 대기업에서만 일을 한 임원은 배고픈 벤처기업의 힘든 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위 말하는 교과서적인 좋은 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이에 대해서 내가 이래라 저래라 말 할 자격은 없다. 나보다 훨씬 좋은 회사에 투자하고 좋은 조언을 주는 벤처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 건 이런 분들의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어리고 경험없는 창업가들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마케팅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유통만 40년 했다.”, “한국은 그런 시장이 없다.” 등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마치 본인들이 만들어 내고 본인들만 유일하게 경험한 듯이 말하는 사람들이 창업가들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노련한 창업가라면 그냥 듣고 흘릴 내용이랑 깊이 기억해야 할 내용을 구분할 수 있는 경험과 내공이 있지만 이제 막 시작한 창업가들은 이런 저런 말들에 생각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사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창업 경험이 없고, 벤처에서 일한 경험이 없고, 창업가들과 오랫동안 같이 눈높이를 맞춰보지 않고, 대기업에서만 충분한 예산과 자원을 가지고 일했고, 벤처를 책으로 배운 분들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면 이런 이야기들을 아예 창업가들한테 안 했으면 좋겠다. 하더라도 그냥 부드러운 의견으로 제공하지 마치 자기가 모든 걸 다 알기 때문에 미숙한 창업가는 무조건 본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전혀 모르거나 경험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창업가들은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냥 참고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실행 할 때만 비로소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못하고 있는 건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장에서 피튀기면서 목숨을 위해 싸우는 건 창업가이기 때문에 남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본인의 소신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 결과는 오로지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고 직접 싸워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고민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은 게 바로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도 자주 인용했던 말인데 여기서 한번 더 인용해 본다:

“중요한 것은 비평가들이 아니다. 공(功)은 실제 경기장에서 먼지와 땀 그리고 피에 뒤범벅되어 용맹스럽게 싸우는 자의 몫이다. 그는 실수하고 반복적으로 실패한다. 또, 가치 있는 이유를 위해 열정과 헌신으로 자신을 불태운다. 무엇보다 그는 마지막에 주어지는 위대한 승리와 패배를 알기에, 그것들을 전혀 모르는 차갑고 겁 많은 영혼들과 결코 함께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시민의식’ 연설 중. 1910년 4월 23일 파리 소르본 대학. 테오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

<이미지 출처 = http://www.keepcalm-o-matic.co.uk/p/have-a-good-day-and-ignore-all-naysay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