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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 거절, 실험 그리고 개밥

우리 주변에는 잘 나가는 창업가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잘 나가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많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매일 개고생 하면서 못 나가는 제품들을 하루종일 만지고 있는 창업가들은 훨씬 더 많다. 이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 창업가들 중 많은 이들이 “저 제품 별거 아닌거 같은데 왜 나는 저들처럼 잘 안 풀릴까?”라면서 신세를 한탄하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잘 되는 회사와 서비스들은 그냥 처음부터 너무 잘 되었고, 운이 좋아서 하루 아침에 대박 맞았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짧은 포스팅을 공유한다. 이 블로그를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미국의 Airbnb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다:

Brian Chesky는 2007년도에 무작정 짐을 싸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무직인 그는 역시 무직이었던 대학 친구 Joe Gebbia의 아파트에서 한동안 머무를 계획이었다. 문제는 Brian이 내야하는 월세는 $1,150인데 은행 잔고에는 $1,000 밖에 없었고 그때 한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2주 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산업디자인 협회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그와 같이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호텔비를 낼 수 없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마침 아파트에 남는 에어매트리스 3개가 있었고 여기서 Airbnb (Air Bed and Breakfast)가 탄생했다.

2008년 초에 Airbnb는 개발자를 채용해서 드디어 첫번째 버전이 완성되었지만 실제로 2008년 1년 동안 시장에서의 트랙션은 거의 없었다. 그 기간동안 살인적인 물가의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돈도 한 푼 벌지 못하는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시리얼 박스를 판 이야기는 이제 이 업계에서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우리 모두 헝그리하게 벤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1년 동안 월급 한푼도 받지 않고 벤처에 올인 해 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참고로 나는 해봤는데 다시는, 정말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러는 동안에 에어비앤비 창업팀은 1년 동안 수많은 VC들한테 거절 당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투자자를 포함, 그 누구도 이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았고 이들의 비전을 믿지 않았다. “남의 집에서 돈내고 잘만한 히피들이 몇 명이나 될까?”라면서 미팅 중간에 그냥 나가버린 투자자도 있었다고 한다. 거절에 이어 또 거절 당했지만 이들은 버텼다.

그리고 그렇게 버티다보니 2009년도에 폴 그래이엄의 YC에 합격해서 2만 달러라는 돈과 3개월 동안 제품을 다듬을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실험하고, 또 실험하고, 또 실험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때까지. 그리고 주말마다 에어비앤비의 고객이 가장 많았던 뉴욕으로 날라가서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한 숙소에서 잤다. 스스로 매일 개밥을 먹다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초기에 배운 것 3가지:
-사진은 매우 중요하고 무조건 고화질 사진이 필요하다
-집 열쇠를 낯선 고객에게 전달해 주는 과정에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숙박 후 청소 또한 에어비앤비가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계속 개밥을 먹으면서 서비스를 향상하다보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남의 집에서 잠을 잔 게스트들이 서비스가 쓸만하다고 느낀 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본인들 집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서 호스트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라이언 체스키는 종이 상으로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집을 사지 않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아파트를 예약하고 여기에 살고 있다.

창업한지 6년 만에 190개 이상 국가의 50만개 이상의 집들이 등록되어 있는 3조원 이상 가치의 비즈니스가 된 에어비앤비 – 이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무쟈게 힘든 시절이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운이 좋아서 대박이 났고 나는 재수가 없어서 개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다시 보자. 그리고 우리 팀은 끈기가 있는지, 거절을 당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충분한 실험은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밥을 매일 먹는지 다시 살펴보자.

워렌 버핏의 조언과 스타트업

워렌 버핏이 해마다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미국시각으로 오늘 아침에 공개되었다. 나도 아직 다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요약해 놓은 버전들을 봤고 역시 버핏 회장의 유머, 위트,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 그리고 투자 관련 경험은 정말 최고인 거 같다. 내가 죽은 후 다음 세대에 과연 버핏만큼 훌륭한 투자자가 이 세상에 나타날지는 아주 큰 미지수로 남을 거 같다.

2013년은 워렌 버핏의 회사 Berkshire Hathaway에 아주 좋은 한 해였다. 워낙 투자를 잘하고, 변함없는 자기만의 원칙과 철학이 있고, 작년 한 해는 미국 경기와 주식 시장이 그의 투자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읽으면서 버핏 회장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고 주말 내내 계속 생각했던 내용이 있다. 워렌 버핏은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장기적인 관점이라고 하면서, 그가 과거에 했던 부동산 투자들을 예로 들면서 이런 그의 투자 기본 원칙을 강조한다. 그는 투자를 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바로 시장의 잡음과 소위 ‘투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이라고 한다 – 이들이 하는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귀가 얇아지는 것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한다:

“You don’t need to be an expert in order to achieve satisfactory investment returns. But if you aren’t, you must recognize your limitations and follow a course certain to work reasonably well. Keep things simple and don’t swing for the fences(만족할만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 꼭 전문 투자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보통 투자자도 충분히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동시에 과거에 대체로 잘 맞아떨어진 몇 가지 기본 투자 공식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 기본 투자 공식이 무엇이냐 하면, 최대한 심플하게 가면서 무조건 대박만을 노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 조언은 주식 투자자뿐만 아니라 창업가들에게도 아주 잘 적용되는 거 같다. 나는 버핏 회장의 이 조언을 창업가들에게 다음과 같이 재포장해서 말해주고 싶다:

“과거에 성공한 창업가나 경험이 많은 창업가가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다 창업해서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 내가 아는 성공한 창업가들은 가지각색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은 다 가지고 있는 거 같다. 모두 다 비즈니스를 최대한 심플하게 유지하면서 (=너무 많은 걸 하지 않고 한 가지만 집중) 대박만을 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시행착오와 실험을 통해서 오랜 기간을 걸쳐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실은 나도 항상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버핏 회장님이 이런 생각들을 공개적으로 confirm 해 주셔서 기분이 좋은 주말이었다.

어떻게 잘 되지 않는다(절대로)

image.american-apparel-unisex-tank.black.w460h520b3z1아마 누구나 다 이런 상황에 처해본 적이 있고, 이렇게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여러 번 있었고 그럴 때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기적은 없었고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었다.

바로 “어떻게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상황이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초등학교 시험 전날 이런 생각을 제일 처음 한 거 같다. 공부는 하지 않았고, 전날 벼락치기를 하자니 귀찮고 피곤하고 걱정되고, 그래서 그냥 “아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잤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아는 문제들만 나오거나 아니면 다른 친구들도 공부를 안 해서 다 같이 시험을 못 보거나 뭐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이 생기길 바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다음 날 기적은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한 친구들은 시험을 잘 봤고 기적을 바라던 나는 결국 피를 봤고, 부모님을 모시고 선생님과 면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나는 성인이 되었고 더 professional 해졌다 –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적이 있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르면 “이만큼 했는데 그냥 어떻게 되겠지”라면서 자신을 위안하고 손을 놓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서 나를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한테 계속 전화하고 찾아가 봐야 하는데 더는 거절당하기 싫어서, 그리고 쪽팔리기 싫어서 어느 순간 “그냥 어떻게 되겠지”라고 스스로 최면만 걸고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 투자자한테 이메일 하나 보낸 후에 “투자를 받을 운명이라면 연락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수동적으로 기다린 적도 있다. 내일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이미 일주일 꼬박 잠도 안 자고 밤새워서 일했기 때문에 피곤하고 머리도 안 돌아가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모든 코드가 잘 돌아가는지 100% 검증을 하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내일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퇴근하는 개발자들도 있다.

이런 경우 – 내 경험에 의하면 – 절대로 어떻게 잘 안 된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동료가 해주지 않는다. 죽도록 일했다고 회사가 나를 도와주지 않고, 내가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국가에서 뭘 어떻게 해주지 않는다. 성공하고 싶거나 일을 마무리 하고 싶으면 오로지 내가 모든 걸 해야 하고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 “어떻게 잘 되겠지”라고 생각할 시간에 이 사람처럼 스스로 모든 걸 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그 무엇도 어떻게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복권 당첨이 되고 싶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복권을 구매하는 거다. 우리 주변에 “나도 저 사람처럼 복권 당첨이 되면 좋겠다.”라고 바라는 사람의 99%는 복권도 사지 않고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복권 당첨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http://skreened.com/fitnesss/miracles-don-t-happen-sweat-happens-3524665>

What is a startup?

이 블로그 Startup Bible에 아주 잘 어울리는 동영상을 하나 공유한다. beLaunch 2014를 위해서 비석세스 팀에서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의 “What is a startup?”이란 질문에 대한 의견과 생각을 취합해서 정리한 2분짜리 동영상인데 (나도 잠깐 출연), 각자 스타트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재미있고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Flitto 이정수 대표의 말이 제일 찰지다 (1분 26초):

Startup is where you find a bunch of idiots. Idiots – they don’t give a shit about failure. They just enjoy their way(병신들이미친놈들이 무더기로 모여있는 곳이 스타트업입니다. 이 병신미친놈들은 실패라는 걸 모르고 상관도 하지 않죠. 그냥 지들이 하는 걸 즐길뿐입니다).

모두 다 병신이 되어미쳐서 인생을 즐기자.

6.2조원

[Update 2014.11.16. : 2013년 11월 12일 이 글을 처음 포스팅 했을때 “몇 년 후에는 일매출이 1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라고 썼는데, 알리바바는 딱 1년 만에 일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다가 아주 오래동안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변비가 있었던게 아니라 아직도 내 머리속에 박혀있는 아찔한 숫자 때문이다.

6.2조원(57.8억 달러)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의 11월 11일 하루 매출이다. 참고로 11월 11일은 한국에서는 ‘빼빼로 데이’, 미국에서는 ‘Veterans Day(재향군인의 날’ 인데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량 할인 판매를 하는 ‘11.11. 쇼핑 페스티발 데이’로 유명하다. 참으로 엄청나고, 기가막히고 솔직히 상상이 잘 되지 않는 금액이다.

몇가지 재미있는 비교:
-알리바바의 작년 11월 11일 매출은 3.3조원이었다. 올해 거의 2배를 한 셈이다
-미국의 최대 쇼핑 데이는 Thanksgiving Day 다음날인 ‘Black Friday’와 그 다음 주 월요일인 ‘Cyber Monday’인데 미국인들은 작년 이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에 2.7조원을 소비했다
-한국 쿠팡의 년매출은 1조원이 약간 넘는걸로 알고 있다
-할인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6분 동안의 매출은 1,800억원 이었다. 참고로, 한국 쿠팡의 월매출은 1,000억원이 약간 넘는다
-11월 11일 24시간 동안 이루어진 총 주문 수량은 무려 1억 7,100만 건이다

중국 시장이 크고 알리바바가 대단한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하루 매출 6.2조원이라는 수치는 정말로 내 작은 머리로 상상조차 하기가 힘들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율이 5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몇 년 후에는 일매출이 1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곧 상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알리바바와 창업자 Jack Ma 한테는 아주 좋은 결과이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글 출처 = “Alibaba 11.11 Shopping Festival Breaks Record” -Wall Street Journal>
<이미지 출처 = http://az598155.vo.msecnd.net/wp-uploads/2014/02/jack-ma-alibaba.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