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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lobal Seoul 2015 – 배석훈 대표 B2B 세션

beGlobal 2015-2전에 내 파트너 John이 쓴 ‘한국의 유니콘들‘ 이라는 글을 기억하실 것이다.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을 많이 하게한 글인데 나한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시사점은 “한국에는 아직 B2B 유니콘 스타트업이 없다” 였다. 왜 한국에는 아직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enterprise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안 나왔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분명히 B2B 유니콘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일반 소비자들이 아닌 기업들을 상대해야하는 B2B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그만큼 대기업들한테 영향을 많이 받고, 외산이 아닌 이상 왠만하면 대기업이 그냥 자체적으로 이런 소프트웨어들을 만들어서 작은 스타트업들을 죽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지배적인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5월 14일과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beGlobal Seoul 2015에서(한국의 메인 행사는 beLaunch, 규모가 더 작은 미국 행사는 beGlobal 이었는데 올해부터 beGlobal 이라는 브랜드로 통합) 내가 인터뷰하는 3D Systems의 배석훈 대표와의 세션이 더욱 더 기대된다. 자세한 건 5월 15일(금) 오후 4:30분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직접 와서 보면 되지만(세션: How to Build a B2B Startup in Korea and Exit It Twice in Silicon Valley / 한국 B2B 스타트업이 실리콘 밸리에서 두 번 액싯하기), 다음은 배석훈 대표 관련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항들이다:

  • 한국토종 엔지니어 출신으로 보기 드물게 B2B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라 두 번 창업했다
  • 한 번은 한국에서 창업했고, 한 번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 첫번째로 창업한 INUS 테크놀로지는 2012년도에 3D 프린팅의 리더 3D Systems에 인수되었다
  • 두번째로 창업한 VisPower Technology도 2013년도에 3D Systems에 인수되었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B2B 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없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B2B 창업을 두 번이나 해서 두 회사를 모두 다 같은 미국의 대기업에 매각한 분도 있다. 아마도 굉장히 재미있고 많은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세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너스 테크놀로지나 VisPower Technology는 유니콘 스타트업은 아니었다(정확한 인수가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1조원은 넘지 않는걸로 추측).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1조원 가치가 넘는 게임회사들이나 전자상거래 업체들보다 기업가치는 떨어지지만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B2C 제품이나 회사들보다는 훨씬 덜 섹시하고, 수천만명이나 수억명의 사용자들이 있진 않지만,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이 있고, 제품의 core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기업사용자들이 제대로 된 가격을 내는 B2B 소프트웨어는 한국에서도 앞으로 많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반드시 탄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퀴벌레 창업가

superoach지난 주 한국 출장 중 다양한 회사들을 만났다. 새로 만나는 회사들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스타트업들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수 년 동안 알고 지내던 창업가들 중 초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분들도 있었고, 4-5년 전과 다름없이 아직도 바닥에서 기면서 고생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고, 더욱 더 중요한 건 죽지않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자신의 믿음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바퀴벌레’ 창업가라고 한다.

그런데 부정적인 의미의 바퀴벌레가 아니라 매우 긍정적인 의미의 바퀴벌레이다. 아무리 밟고 밟아도 죽지않고, 밟아서 죽이면 새끼들이 배에서 기어나와 다시 바닥을 기어다니는 그런 끈질기고 생명력이 강한 의미의 바퀴벌레들이다. 내가 어릴적 살았던 스페인 라스팔마스 섬에는 바퀴벌레들이 많았다. 손가락 2개 크기만한 바퀴벌레들이 집 천장 끝에서 끝으로 날아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약간의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새벽 조용한 어둠속에서 큰 바퀴들이 날라다니면 날개 소리가 푸득푸득 날 정도로 생명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벌레 한마리를 죽이려면 살충제를 거의 1/4 캔을 써야한다. 그래도 죽지않고 천천히 기어가는 바퀴벌레들을 보면서, “와 쉑히들 진짜 끈질기네. 질렸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바퀴벌레 창업가들을 보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다.

안 될거 같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일을 하면 잘 할 수 있는데 내가 할 수 없고, 하고 싶은 의지가 그만큼 강하지 않은 일을 계속 붙잡고 하면, 다른일을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되니 안 되니 판단은 본인이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한다. 하지만, 반드시 될 거 같으면 죽지않고 살아남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살아남아서 조금씩 전진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 그리고 정말로 될 비즈니스라면 – 누구에게나 최소한 한번의 기회는 온다(운 좋고 준비성이 좋은 사람한테는 한번 이상의 기회가 오더라). 그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바퀴벌레같이 기어다니면서 살아남아야 한다.

쉽지는 않다. 한번 밟히면 포기하고 싶고 그냥 죽고 싶다. 하지만, 밟히고 밟혀도 살아남아라. 스스로를 믿고, 비전을 믿는다면 계속 기어다녀야 한다. 우리도 이런 회사들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걸 잘 안다. Good luck.

<이미지 출처 = http://animalnewyork.com/2013/remote-controlled-roaches-may-save-us-all/>

가상현실은 현실화 될 것인가?

미국이나 한국이나 요새 많은 관심이 집중된 분야 중 하나가 가상현실이다. 솔직히 ‘가상현실’ 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내 기억으로는 80년대 오리지날 TRON 영화를 보고 처음 들었던 거 같다) 가상현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된 계기는 Oculus의 출현이었던거 같다. 실은 나도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얼마전에 가상현실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와 이야기를 하다 HMD를(head-mounted display) 실제로 착용하고 경험해보니 정말로 완전히 신세계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말할것도 없고, 아무리 큰 모니터가 있더라도 우리의 컴퓨팅 경험은 화면의 크기에 의해 크게 제약을 받는데 가상현실 기기들을 통한 경험은 이런 화면의 크기나 공간으로 인한 제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신기하고 재미는 있지만 과연 가상현실이 대중적으로 현실화가 될까? 아니면 소수의 게이머나 tech 덕후들만을 위한 틈새 시장으로 존재할까? 이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 출장길에서 서울 지하철 안에서도 이런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 때문에 피크 출근시간대에 사당에서 2호선을 갈아탔는데 정말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다. 지하철 안에서 숨도 크게 못 쉬면서(앞에 여자분이 있었는데 지하철 급정거 하면 거의 뽀뽀할 정도로 가까워서) 주위를 보니 지하철 안의 광경은 가관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머리 쳐박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사진을 하나 찍고 싶었는데 도저히 손을 올릴 수가 없었다). 10년 전에 이런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는 서울 지하철 승객들은 대부분 신문이나 책을 읽었다. 그 어떤 유능한 점쟁이도 10년 후에 서울 지하철 모든 사람들이 손바닥안의 작은 기기만 보면서 낄낄거리고, 정보를 습득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세계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이야기 할 거라는 건 예측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출근시간의 2호선 지하철 안을 보니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머리통과 눈 앞에 뭔가를 다 쓰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고개과 손을 움직이는 비전이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일시적인 산소부족 현상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보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앞으로는 –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 가상현실이 대중적인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기기 자체도 지금같이 투박하지 않고 상당히 진화되었을 것이다.

내가 맞을까?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5년 뒤에 이 블로그 포스팅을 재방문 해봐야겠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자동차 테슬라

얼마전에 소프트웨어의 저렴하고 쉬운 product iteration, 그리고 이로 인해 하드웨어 제조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장점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계속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일전에 테슬라 모터스에서 재미있는 발표를 했다.

테슬라의 Model S P85D은 굉장히 빠른 차다(모터가 2개 달렸다). 0-100키로 까지 가속하는데 3.2초 걸리는데, ‘업데이트’를 통해서 더 빨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테슬라에서 발표했다. 실은 0.1초 더 빨라져서 3.1초만에 100키로까지 가속하는거지만 마치 수영이나 달리기에서처럼 빠른 자동차들한테 0.1초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거는 0.1초가 아니라 ‘업데이트’ 이다. 그것도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쇳덩어리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부품이 고장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정비소에 차를 몰고가서 몇시간 동안 맡겨놔야한다. 미국의 경우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아서 항상 누구랑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지만 다시 그 차를 타고 집에 왔다가 정비가 끝나면 다시 다른사람 차를 타고 찾으러 가야한다.

그런데 마치 윈도우스 업데이트 하는거처럼 – 그만큼 불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그냥 집에서 무선으로 테슬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자동차가 물리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이 개념은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적인 발상이다. 정비소에 갈 필요도 없고, 본네트를 열어서 물리적으로 부품을 교체할 필요도 없다. 엘론머스크는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다양한 방법으로 iteration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양한 변수들을 바꿔가면서 테슬라 자동차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고,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차를 뜯어고치거나 하드웨어에 크게 손을 대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지속적으로 iterate 하면 되니까.

멈추지 않는 변신 – Windows 10

a마이크로소프트가 어제 Windows 10을 발표 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tech 관련 전문가, 분석가 그리고 기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정기적으로 하는 새로운 윈도우스 발표라고 생각했고 Windows 8이 기대이하였기 때문에 8에서 실수했던 부분들을 고친 운영체제 정도로 생각을 했다.

발표를 실시간으로 전부 다 보지는 못 했지만 내가 가장 놀랐던 건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해 30년 이상 고객들한테 1원이라도 더 쥐어짜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스 10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약 5,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 뭐, 이 정도는 마이크로스프트한테 큰 돈은 아니다 – 돈을 떠나서 ‘독점적인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비싸게 팔자’ 라는 회사의 방향 자체를 180도 바꾸는거라서 놀라웠다. 물론, 내부적으로 많은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했고, 윈도우스를 무료로 주면 이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추가 매출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겠지만 작년 매출 90조원을 한 큰 회사한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번째 대표이사인 Satya Nadella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장 취임한지 1년도 안 되었지만 그동안 기업문화를 바꾸고, 과거에 절대로 물어보지 않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고, 변화하고 있는 시장을 더욱 더 경청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40년을 과감하게 버리고 앞으로 갈 40년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한테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세상은 레드몬드의 공룡보다 조금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더 작고 빠른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마이크로스프트의 밥을 야금 야금 먹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완전 후발주자이다. 그렇게 갈길은 멀지만, 드디어 방향은 잘 잡은거 같다. 똑똑한 인재들, 엄청난 돈, 그리고 좋은 리더십을 잘 이용해서 더 빨리 뛰어서 꼴찌를 모면하길 바란다.

Windows 10 –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진 운영체제를 기대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이상을 보여줬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는걸 보여줬다. 그리고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줬다. 아, 맞다….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가상현실과 홀로그램도 보여줬다.

멋지다. 그리고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과거 포스팅: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실 받아들이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습

<이미지 출처 = https://www.dailyherald.com/article/20150122/business/150129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