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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밸류에이션, 그리고 시가총액

한국의 스타트업 분위기, 요새 매우 좋다. 좋은 창업가들이,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을 이용해서 창업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절대적인 숫자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미국의 스타트업들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더 ‘저렴’ 하다. 즉,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과거에는 보기 힘들던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받는 회사의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배고프고, 투자도 못 받은 창업가들한테는 부러운 소식이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 받은 회사와 성공적인 회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의 가격을 정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상장회사면 시가총액이라는 (그나마) 객관적인 수치가 있지만, 이익은 커녕 매달 돈을 까먹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 자체를 논한다는게 어쩌면 말이 안 된다. 수 년 동안 손실이 날 게 뻔한 회사한테 수 천억원, 심지어는 수 조원의 가치를 주는 걸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있을까?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수 년 동안 적자가 나고 있으면서도 1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즐기고 있는 반면, 탄탄한 비즈니스모델을 기반으로 수익을 만들고 있지만 스케일이나 성장 포텐이 ‘상대적으로’ 약한 스타트업들은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렇게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왕창 받은 스타트업들을 성공한 회사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이 회사들은 오히려 높은 밸류에이션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면서 망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높을수도 있다.

밸류에이션은 비즈니스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숫자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기대와 예상이 반영된 숫자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이는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잘 나가던 회사의 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 주가가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무섭게 빠진다. 시가총액이 떨어졌다고 그 비즈니스나 회사가 정말로 예전과 달리 갑자기 3개월만에 위기에 처한걸까? 그건 아니다. 회사는 여전히 탄탄하고 잘 하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와 예상이 시가총액을 깎아버린 것이다.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이 제품을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강화해야한다. 모든 창업가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너무 고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잉여스펙

한국 온 지 이제 한 달 반 정도가 되었다. 10년 전에 미국 갈때도 한국에서는 학벌이 매우 중요했는데,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능력위주의 벤처업계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학벌을 너무 중시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기업의 채용담당자들이 말하는 ‘잉여스펙’의 취업 지원자들에 대한 내용인데, ‘석사’ , ‘박사’ , ‘회계사’ , ‘한자능력’이 리스트의 맨 위에 있었다. 솔직히 이거 보고 뜨끔한 사람들 많았을거 같다 – 나를 포함해서. 내가 항상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와이프한테 버릇처럼 말하는게 그대로 기사화 되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를 하는 VC 라는 직업이 주위 사람들이 보면 굉장히 어렵고 정교한 일 같아 보인다. 실제로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MBA와 같은 석사 이상의 고등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박사들도 많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굉장한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같아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만 나오면 – 그리고 훈련을 받으면 –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벌써부터 나와 동의하지 않는 많은 분들의 따가운 시선을 인터넷으로 느낄 수 있다).

어디 VC만 그럴까? 내 주위 직장인의 90%가 하는 일들은 중,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업무훈련만 받으면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나와서 더하기 빼기만 가능하면 전혀 무리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석,박사급 인력들이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직업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많은 인력들이 취업을 하려면 뭔가 기준과 잣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택 받으려면 남들보다는 더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더 높은 학위를 소지해야 한다. 채용담당자가 사람을 채용하려면 그 이유를 정당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학벌을 보고 고르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면 나중에 혹시나 뭔가 잘 못 되어도 면피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좋은 학교 나왔다고 으시댈 필요없고, 만나는 사람마다 출신학교 물어서 이를 그 사람이나 팀을 판단하는 척도로 삼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일하는 이 분야에서는 학벌 보다는 능력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물론, 학벌이 좋으면 좋은 학교 나온 동문들이 많지만 아직 한국은 중국이나 유태인들 같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정말로 필요한 스킬은 세련된 개발실력과 유창한 영어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이 둘은 좋은 학교나 나쁜 학교나 다 잘 못 가르치는, 스스로 터득할 수 밖에 없는 스킬이다.

주인의식, 책임감, 그리고 기업문화

며칠 전에 유명한 대만 만두집 분점에서 밥을 먹었다. 본사 직영인지 프랜차이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대만 1호점에서 그렇게 맛있게 먹고, 한국 1호점(아마도 명동)에서도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맛 보다는 수준이 떨어졌다. 그리고 먹다보니 종이 깔개의 큰 오타가 눈에 들어왔다. 영업시간을 표시하는데 OPEN이 아니라 OPNE 라고 적혀 있었다. 솔직히 그냥 동네 분식집이었으면 넘어갔을텐데, 이렇게 전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글로벌 외식업체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계산하면서 매니저를 찾았는데, 마침 안 계시다고 해서 카운터 직원한테 조심스럽게 말을 해줬다. “이 식당에 오는 손님들은 역사와 전통있는 대만식 만두를 먹으러 오는 분들인데, 가게의 역사나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는 치명적인 오타(=OPNE) 같습니다. 외국 손님들도 여기 많이 오는거 같은데 좀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나는 이 직원이 내 말을 굉장히 고맙게 받아들여서 바로 조치를 취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굉장한 무관심과 냉담, 그리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고 말하는듯한 무표정이었다. 그래고 영혼없는 한마디, “네, 죄송합니다~” 하면서 영수증을 줬다. 이 분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알바생인지, 아니면 회사에 관심이 없는 정규직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참으로 안타까웠다. 주위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원래 그렇고, 본사도 아니고 식당에서 일하는 애들한테 뭘 기대하냐고 하지만, 현재 이 시점에 본인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자 회사인데 아무리 일이 재미없고 회사가 싫어도 이런 자세는 나로써는 좀 이해하기가 힘들다. 어쩌면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와 내가 만나는 수십개, 수백개의 회사들은 이렇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나는 스타트업들은 이 식당을 운영하는 기업처럼 돈도 없고, 직원들도 없고, 복지나 혜택도 좋지 않다. 아니, 대부분의 회사들은 복지나 혜택같은건 아예 없고, 월급도 제대로 못 준다. 하지만,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위의 종업원과는 완전히 다르다. 엄청난 책임감과 주인의식으로 무장되어 있고, 어떤 이들은 회사 지분을 전혀 안 가지고 있어서 주인은 아니지만, 마치 자기 회사처럼 일을 한다.

그렇다고 이게 반드시 개인의 문제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을거 같다. 책임감이나 주인의식이 없는 직원들이 많은 회사들을 보면 오너와 경영진들도 비슷하다. 기업문화는 밑에서 위로 퍼질수도 있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게 더 쉽기 때문이다. 전에 내가 Red Bull 북미지사를 방문한 후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회사의 사장이나 경영진들의 기업사랑은 세계 1등이다. 위에서 말한 만두집의 종업원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를 호통치던 Red Bull의 리셉셔니스트가 계속 생각났다. 전세계에 1만명 이상의 직원이 있고, 전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제품을 만드는 이런 글로벌 기업도 좋은 기업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분명히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할 수 있고, 조직 피라미드 말단에 있는 직원이나 알바생들도 회사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을 갖게 할 수 있다.

학생들이나 직장 초년생들한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누구나 다 창업을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창업을 해야만 하는건 아니다. 물론, 나는 창업을 권장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대기업에 취직해서 더 잘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의 회사에 취직을 해도 이 회사가 마치 자기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다보면 10년 – 15년 후에는 사장이 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주위를 보면 정말로 이렇게 된 분들이 있고 누구나 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이나 인생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전. 그 짜릿함과 감동.

사진 2015. 11. 20. 오후 3 23 48지난 주에 대전에 내려가서 몇 몇 스타트업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연구개발이 많이 활성화 된 지역이라서 그런지 제조, 특허, 그리고 하드웨어에 focus된 회사들이 많았다. 솔직히 내가 잘 알거나 많이 투자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지 비즈니스 설명을 들어도 100% 이해할 수는 없었고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서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눈길을 끄는 한 회사가 있었다. 아니, 회사가 아니라 대표이사님이 내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게 맞다.

1953년 생. 올해 나이 63세. 나보다 20년을 더 많이 사신, 우리 아버지 같은 분이 무대에 올라와서 잔뜩 긴장하시면서 발표를 했다.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인 ‘고온 압력 트랜스미터’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비즈니스였다. 회사나 대표님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화학공학 박사이시고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30년 넘게 연구원 생활을 하신 후 늦게 창업하신 분이다. 본인이 평생 공부하고 종사하던 분야에서 30년 동안 느끼신 점들이 있어서 창업을 결심했고 용감하게 그 ‘첫번째 발걸음‘ 을 내디딘 이 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내내 뭔가 짠 했다.

솔직히 이 분의 자료나, 발표나, 자세는 내가 주로 만나는 젊고 세련된 청산유수 창업가들과는 많이 달랐다(여기서 내가 사용한 단어는 “달랐다” 이지, “떨어졌다”나 “모자랐다”가 아니라는 점). 하지만 마치 켄터키후라이드치킨을 65세의 나이에 창업한 샌더스씨를 만났다는 느낌을 나는 받았고, 이 분 한테 물어봤다.

“사장님, 연구원 생활 30년 하셨으면 이제 큰 걱정없이 노후를 편안하게 사실 수 있는데 굳이 지금 이걸 시작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리고 왜 조금 더 일찍 시작하시지 않았나요?”

“제가 30년 이상 연구하면서 이 부품을 해외에서 비싼 가격에 수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더 좋고 저렴한 제품을 만들 수 있구요, 이건 반드시 누군가 한국에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저는 제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이걸 더 일찍 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천성이 엔지니어다 보니 연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연구에 푹 빠져서 살다가 이렇게 뒤늦게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전에 내가 로켓을 만들어서 발사하는 중학생 정재협 학생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정재협 학생과 이 나이드신 대표님의 이미지가 계속 머리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분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리 같은 사람이 이런 분들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는 다짐도 한번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도전’ 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오늘처럼 이 단어가 짜릿하고 감동적일때가 있었을까? 63세의 창업과 도전. 솔직히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지만 개인적으로라도 도와드리고 싶다.

오늘도 많이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꼭 그 꿈이 현실이 되길 응원합니다.

돈이 남으면 안 되는 사업

지난 번에 쿠팡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말 나온김에 이번에도 쿠팡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 투자자들이나 창업가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쿠팡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도 하며, 최근에 해외로부터 대형 투자를 받으면서 많은 분들이 쿠팡의 미래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는거 같다. 대부분 나한테 쿠팡은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은지, 계속 적자인데 과연 돈을 버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지, 뭐 이런 류의 질문들을 한다.

남의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전혀 모른다. 다만, 개인적으로 나한테 물어본다면 나는 쿠팡이 앞으로 최소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수익을 내서 자립할 수 있을까? 지금은 돈을 출혈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비즈니스이자 구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분야에서 일하면 – 특히, 전자상거래와 같이 고객에게 뭔가를 판매하고 있는 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 LTV(Life Time Value)와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를 모두 다 알고 있을거라 짐작한다.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계속 돈을 쓰고 마케팅을 해서 고객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게 만드는, 어떻게 보면 모든 기업들의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전략밑에 깔려 있는 개념들이다.

CAC는 말 그대로 한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회사가 사용하는 비용이다. 페이스북 광고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알텐데, 돈을 써서 페이지 라이크 수를 올리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 해보면 한 개의 라이크를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잘 산정된다. 이게 CAC 이다. 쿠팡의 예를 들어보자. 쿠팡이 TV 광고를 했는데, 여기에 쓴 돈이 1,000만원 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광고를 보고 그동안 쿠팡에서 한 번도 구매를 해보지 않은 고객 5명이 회원 가입을 하고 물건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간단하게 계산해 보면 CAC는 200만원이 된다(=1,000만원/5명의 신규 고객). 즉, 한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200만원이라는 말이다.

그럼 이 200만원이 큰 돈인가 작은 돈인가?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데 200만원 쓰는게 낭비인가 아니면 잘 하는건가? 여기서 LTV 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간단하게 말해보면, 200만원을 써서 확보한 고객이 앞으로 쿠팡에서 201만원 어치의 물건을 구매하면 1만원이 남고, 199만원만 사용하면 1만원이 까진다. 그러니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할때, 이 고객이 앞으로 우리 회사에 평생 가져다 줄 가치를(=매출, 수익 등) 계산하고, 그 보다 낮게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다.

쿠팡 같은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집행해서 계속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돈을 벌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간편한 결제, 좋은 추천, 질 좋은 배송 등의 서비스로 한 번 확보한 고객을 계속 쿠팡의 고객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이 고객은 쿠팡에서 5년 – 10년 동안 물건을 구매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5년 – 10년 동안 한 명의 고객이 쿠팡에서 얼만큼의 돈을 쓸까? 많이 쓰면 1,000만원도 쓸 수 있을거 같다. 즉, 이 고객의 Life Time Value는 1,000만원이다. 그렇다면 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집행한 초기 마케팅 비용 200만원은(=Customer Acquisition Cost) 그렇게 큰 돈이 아니다. 200만원 써서 1,000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999만원의 마케팅 비용도 집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1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비즈니스를 해보면 LTV와 CAC의 계산이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고려해야 할 너무나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쿠팡이라는 회사가 엄청난 적자가 날 정도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쓴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 비용이 충실한 고객의 확보와 매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한가지 더 첨언 하자면,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유니콘 회사들에 투자한 큰 손 투자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규모가 작은데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을 이들은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 투자금과 버는 모든 돈을 다시 비즈니스에 재투자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써야 한다는 이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적자가 날 정도로 ‘과소비’를 해야지만,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이 앞으로 회사에 큰 Life Time Value를 가져올 수 있다는걸 여러번 경험해봤기 때문인거 같다. 물론, 그렇게 오랫동안 적자 비즈니스를 하면서 돈을 벌기 전까지 망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