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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그 짜릿함과 감동.

사진 2015. 11. 20. 오후 3 23 48지난 주에 대전에 내려가서 몇 몇 스타트업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연구개발이 많이 활성화 된 지역이라서 그런지 제조, 특허, 그리고 하드웨어에 focus된 회사들이 많았다. 솔직히 내가 잘 알거나 많이 투자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지 비즈니스 설명을 들어도 100% 이해할 수는 없었고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서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눈길을 끄는 한 회사가 있었다. 아니, 회사가 아니라 대표이사님이 내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게 맞다.

1953년 생. 올해 나이 63세. 나보다 20년을 더 많이 사신, 우리 아버지 같은 분이 무대에 올라와서 잔뜩 긴장하시면서 발표를 했다.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인 ‘고온 압력 트랜스미터’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비즈니스였다. 회사나 대표님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화학공학 박사이시고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30년 넘게 연구원 생활을 하신 후 늦게 창업하신 분이다. 본인이 평생 공부하고 종사하던 분야에서 30년 동안 느끼신 점들이 있어서 창업을 결심했고 용감하게 그 ‘첫번째 발걸음‘ 을 내디딘 이 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내내 뭔가 짠 했다.

솔직히 이 분의 자료나, 발표나, 자세는 내가 주로 만나는 젊고 세련된 청산유수 창업가들과는 많이 달랐다(여기서 내가 사용한 단어는 “달랐다” 이지, “떨어졌다”나 “모자랐다”가 아니라는 점). 하지만 마치 켄터키후라이드치킨을 65세의 나이에 창업한 샌더스씨를 만났다는 느낌을 나는 받았고, 이 분 한테 물어봤다.

“사장님, 연구원 생활 30년 하셨으면 이제 큰 걱정없이 노후를 편안하게 사실 수 있는데 굳이 지금 이걸 시작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리고 왜 조금 더 일찍 시작하시지 않았나요?”

“제가 30년 이상 연구하면서 이 부품을 해외에서 비싼 가격에 수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더 좋고 저렴한 제품을 만들 수 있구요, 이건 반드시 누군가 한국에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저는 제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이걸 더 일찍 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천성이 엔지니어다 보니 연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연구에 푹 빠져서 살다가 이렇게 뒤늦게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전에 내가 로켓을 만들어서 발사하는 중학생 정재협 학생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정재협 학생과 이 나이드신 대표님의 이미지가 계속 머리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분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리 같은 사람이 이런 분들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는 다짐도 한번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도전’ 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오늘처럼 이 단어가 짜릿하고 감동적일때가 있었을까? 63세의 창업과 도전. 솔직히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지만 개인적으로라도 도와드리고 싶다.

오늘도 많이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꼭 그 꿈이 현실이 되길 응원합니다.

돈이 남으면 안 되는 사업

지난 번에 쿠팡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말 나온김에 이번에도 쿠팡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 투자자들이나 창업가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쿠팡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도 하며, 최근에 해외로부터 대형 투자를 받으면서 많은 분들이 쿠팡의 미래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는거 같다. 대부분 나한테 쿠팡은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은지, 계속 적자인데 과연 돈을 버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지, 뭐 이런 류의 질문들을 한다.

남의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전혀 모른다. 다만, 개인적으로 나한테 물어본다면 나는 쿠팡이 앞으로 최소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수익을 내서 자립할 수 있을까? 지금은 돈을 출혈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비즈니스이자 구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분야에서 일하면 – 특히, 전자상거래와 같이 고객에게 뭔가를 판매하고 있는 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 LTV(Life Time Value)와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를 모두 다 알고 있을거라 짐작한다.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계속 돈을 쓰고 마케팅을 해서 고객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게 만드는, 어떻게 보면 모든 기업들의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전략밑에 깔려 있는 개념들이다.

CAC는 말 그대로 한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회사가 사용하는 비용이다. 페이스북 광고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알텐데, 돈을 써서 페이지 라이크 수를 올리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 해보면 한 개의 라이크를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잘 산정된다. 이게 CAC 이다. 쿠팡의 예를 들어보자. 쿠팡이 TV 광고를 했는데, 여기에 쓴 돈이 1,000만원 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광고를 보고 그동안 쿠팡에서 한 번도 구매를 해보지 않은 고객 5명이 회원 가입을 하고 물건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간단하게 계산해 보면 CAC는 200만원이 된다(=1,000만원/5명의 신규 고객). 즉, 한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200만원이라는 말이다.

그럼 이 200만원이 큰 돈인가 작은 돈인가?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데 200만원 쓰는게 낭비인가 아니면 잘 하는건가? 여기서 LTV 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간단하게 말해보면, 200만원을 써서 확보한 고객이 앞으로 쿠팡에서 201만원 어치의 물건을 구매하면 1만원이 남고, 199만원만 사용하면 1만원이 까진다. 그러니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할때, 이 고객이 앞으로 우리 회사에 평생 가져다 줄 가치를(=매출, 수익 등) 계산하고, 그 보다 낮게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다.

쿠팡 같은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집행해서 계속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돈을 벌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간편한 결제, 좋은 추천, 질 좋은 배송 등의 서비스로 한 번 확보한 고객을 계속 쿠팡의 고객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이 고객은 쿠팡에서 5년 – 10년 동안 물건을 구매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5년 – 10년 동안 한 명의 고객이 쿠팡에서 얼만큼의 돈을 쓸까? 많이 쓰면 1,000만원도 쓸 수 있을거 같다. 즉, 이 고객의 Life Time Value는 1,000만원이다. 그렇다면 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집행한 초기 마케팅 비용 200만원은(=Customer Acquisition Cost) 그렇게 큰 돈이 아니다. 200만원 써서 1,000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999만원의 마케팅 비용도 집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1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비즈니스를 해보면 LTV와 CAC의 계산이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고려해야 할 너무나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쿠팡이라는 회사가 엄청난 적자가 날 정도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쓴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 비용이 충실한 고객의 확보와 매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한가지 더 첨언 하자면,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유니콘 회사들에 투자한 큰 손 투자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규모가 작은데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을 이들은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 투자금과 버는 모든 돈을 다시 비즈니스에 재투자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써야 한다는 이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적자가 날 정도로 ‘과소비’를 해야지만,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이 앞으로 회사에 큰 Life Time Value를 가져올 수 있다는걸 여러번 경험해봤기 때문인거 같다. 물론, 그렇게 오랫동안 적자 비즈니스를 하면서 돈을 벌기 전까지 망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한다.

The new kid on the block

backtothefuture나랑 동시대를 사셨던 분들은 1989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5인조 보이밴드 New Kids on the Block을 기억할거다. 지금은 워낙 걸그룹과 보이밴드들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이 친구들의 등장은 충격적이었고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NKOTB은 그룹이름처럼 동네골목에 새로 등장한 애들이었는데, 익숙치 않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거부감과 변하지 않으려는 관성 때문에 미국의 가요산업은 이들을 곱게만 보지는 않았다. 정통 음악 공부를 하지 않았다, 통상적인 가요계 입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음악성이 부족하다 등 온갖 이유를 대면서 이들을 맹비난 했다. 하지만, 시장은 NKOTB의 편이었고 이들의 인기는 전세계 pop culture를 바꿔놓고 이후 수 많은 보이밴드들을 탄생시킨 ‘제대로 된’ 원조 보이밴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서태지와 아이들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던거 같다. 처음 방송에 출현했을때 이들은 음악성은 물론, 패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난을 받았지만, 시장은 이들을 선택했고 엄청난 문화혁명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NKOTB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이후,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이들을 비난하고 연예계에서 쫓아내기 위해 노력한 부류가 있었는가 하면,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 노력한 부류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살아남은 건 후자이다.

요즘 나는 쿠팡을 좀 자세히 보고 있는데, 쿠팡이야말로 소매와 물류 시장의 new kid on the block 이다. 우리나라 택배업계의 역사는 거의 30년이 되어간다. 이 동안 택배업계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이제 2년이 채 되지 않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택배업계를 ‘아작’ 내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내 주변에서 로켓배송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다. 물류업체도 아닌 쿠팡이 거의 30년 동안 택배를 업으로 하면서 노하우와 경험을 갈고닦은 닦았다고 생각하는 기존 업체들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건 이들에게는 치명타이다.

그런데 택배업체들이 쿠팡에 대응하는 방법을 보면 뉴키즈온더블럭이 등장했을때 이들을 비난하던 기존 플레이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입장과 의견은 신경쓰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비난하고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쿠팡 죽이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하면 시간만 끌 뿐이지 결국엔 30년 동안 몸집을 불렸던 국내 택배업체들 중 절반 이상이 곧 망할거라고 생각한다.

나 같으면 쿠팡이 잘하는걸 철저히 벤치마킹해서 택배기사들의 외주비율을 줄이거나, 이들을 더 잘 교육하거나, 대우를 더 잘 해 준다거나, 뭐 이런 방향으로 개선책을 모색할텐데 그냥 자기 밥그릇을 안 빼앗기려고 바둥거리는걸 보면 좀 그렇다.

변화가 없던 조용한 골목에 갑자기 새로운 패션에 새로운 언어를 구사하는 멋쟁이가 나타나면 동네 모든 여자들이 이 친구한테 몰릴 것이다. 갑자기 여자친구를 빼앗긴 남자들 중 이 new kid를 욕하면서 까대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이 친구를 잘 벤치마킹해서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자기것으로 만들어서 더 세련된 kid로 탈바꿈하는 남자들도 있을 것이다.

밥그릇은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경쟁자의(=new kid) 등장으로 기존 밥그릇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세상이 오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행동으로 몸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건 택배업계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

*완전공시 – 우리는 쿠팡의 소액주주이다

<이미지출처 = http://giphy.com/gifs/back-to-the-future-guitar-amp-ahqXZjdmep0Zy>

머리 숙이고 계속 전진

marching on한국 온 지 일주일도 안 되었지만, 그동안 스타트업들은 15개 이상 만났다. 대부분 초초기 또는 초기 스타트업들인데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벤처기업들과 창업자들의 수준이 무섭게 좋아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것도 기울기가 완만하게 선형적으로 높아지는 게 아니라 곧 J 커브를 탈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물론이건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다. 어떤 분들은 해마다 창업자들의 수준이 떨어져서 한국에는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과의 만남도 더 재미있어지고 나도 과거보다 준비를 많이 하고 미팅을 한다. 예상치 못했던 좋은 질문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뀌지 않고 항상 아쉬운 부분이 있긴 있는데 그건 바로 ‘제품’에 대한 집중과 중요성 인식이다. 초기 스타트업이면 이제 대부분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단계인데 많은 창업팀의 관심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제품이 잘 만들어지고 사업이 성장하면 큰 투자도 받고, 마케팅도 하고, 제대로 된 비즈니스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분야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초기 스타트업들은 ‘어른’들의 일에 당장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신경을 쓰면 안 된다. 이 단계의 스타트업들은 오로지 제품과 고객에 집중해야 하므로 그 외의 모든 건 집중을 방해하는 것이다(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 짙음으로 다른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투자자들은 초창기 회사들은 비전과 전략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다. 어떤 분들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마케팅의 중요성도 모르고, 마케팅을 잘 못 한다고 한다. 모두 다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주로 보는 early stage 회사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들한테 중요한 건 오로지 제품과 고객이다.

얼마 전에 프라이머 워크숍에서 배치 8기 스타트업들 대상으로 투자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내가 가장 강조한 건 숫자와 수치였다. 솔직히 젊은 친구들이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음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대부분 처음 창업하는 first time entrepreneur이기 때문에 과거 성공 경험이 없다. 대부분 직장 경험이 없거나 짧음으로 이 또한 일반적인 투자자의 눈에는 마이너스 요소이다. 제대로 된 제품이 없음으로 뭔가 보여줄 것도 변변치 않다. 그리고 돈이 없는 스타트업들이라서 투자자들의 눈에는 절박해 보이는데, 이는 투자 받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런 회사들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숫자’로 승부하는거다. 하지만, 이 숫자는 상대적이지 절대적이지 않다. 창업한 지 6개월 된 스타트업이 짧은 기간 동안 수억 원의 매출을 만들거나 수백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길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다만, 이런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서비스 launch 한 지 한 달 만에 신규 사용자를 3명 확보했는데 이 숫자가 6개월 후에는 열 배인 30명이 되었다면 절대적인 수치는 작지만, 그 성장 폭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물어보고 관심을 두는 건 왜 6개월 동안 사용자 수가 10배나 성장을 했는지, 더 성장할 수는 없었는지, 어떤 방법으로 이런 성장을 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성장할지, 6개월 동안 사용자 수를 10배 성장시키면서 어떤 걸 배웠는지, 뭐 이런 것들이다. 창업팀이 그동안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험하고, 경험하고, 배웠다면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실험을 했다면 이러한 경험을 어느 정도 공식으로 정량화하는 게 가능할 텐데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예: “1,000만 원의 예산을 가지고 6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수를 30명으로 만들었으니 5,000만 원의 예산이 있으면 3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수를 500명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왜? 어떻게? 이미 이 팀은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경험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자들이 찾는 건 이러한 공식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수치를 만들려면 초기 창업팀이 해야 하는 건 딱 한 가지다. 미국인들이 말하는 “Keep your head down, and keep marching on(머리 처박고, 계속 전진해라)”이다. 즉, 다른 거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제품개발에만 집중하라는 말이다. 사업하다 보면 주위에 잡음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머리 처박고 전진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artsonline.monash.edu.au/news-events/monash-university-commemorates-the-great-war-centenary/>

대기업들의 디셀러레이터들

롯데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롯데 액셀러레이터’를 launch 한다는 기사를 어제 접했다. 신동빈 회장이 개인 재산까지 출자하고 롯데 임원들과 함께 직접 스타트업들을 멘토링하고 3년 간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까지 했다.

본인 돈을 써서 액셀러레이터를 만들겠다는거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펀드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거창하게 발표할때마다 나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도대체 이 분들은 액셀러레이터가 뭐하는건지 알고는 있을까?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때 롯데그룹 임원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그런 분들이 스타트업들을 육성하는건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라서 웃음까지 나올 정도다.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들이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일하는거보다 더 빨리 결과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가속’ 해주는걸 목표로 하는 기관들이다. 요샌 돈 좀 있고, 공간 좀 있으면, 너도 나도 스타트업을 보육하겠다고 하는데 액셀러레이터는 단순히 벤처기업을 보육하는게 아니라 3 – 6개월의 과정을 마치면 당장 눈에 보일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 매출, 유저, 펀딩 등 –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으로 1 – 2년 동안 죽어라 일해야지 달성할 수 있는 지표들을 훨씬 더 빨리 만들 수 있도록 비즈니스 전반적인 분야에서 공동창업자 만큼 열심히 일하고 도움을 줘야하는데 이건 그냥 대기업의 돈이랑 대기업에서의 짬밥만 가지고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 단계 회사들의 성장을 가속화 시키려면 모든 촛점은 제품에 맞추어져야 한다.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 졸업 스타트업들의 제품을 보면 아이디어도 좋지만, 짧은 기간동안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이 만든 액셀러레이터 담당자들이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정도 될지는 정말 미지수이다. 그리고 수 많은 국내/해외 제품이나 모바일 앱 중 이 분들이 제대로 사용해본게 몇 개 정도가 될까? (좋은 제품을 만드려면 유사한 제품 또는 경쟁 제품들을 잘 알아야 한다. 제품을 잘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해외 제품을 잘 사용하려면 영어도 좀 해야한다). 솔직히 롯데그룹이 운영할 액셀러레이터는 은수저 액셀러레이터이다. 1,000억원을 가지고 시작한다. 분명히 공간도 멋지게 만들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롯데 계열사들의 막강한 지원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혼자 차고에서 시작하는 창업가들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할 수 있을거 같지만, 가속을 위해서 진정으로 중요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 만들기’ 는 어떻게 할지 정말 궁금하다.

전에 내가 왜 대기업의 사내 벤처기업은 성공하기 힘든지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이 내용은 대기업의 액셀러레이터에도 적용된다. 담당자들은 절박함이 없다. 스타트업들이 가속하지 못해도 월급은 나오고 먹고 사는데 지장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액셀러레이터들은 다르다. 스타트업들이 앞으로 못 나가면 액셀러레이터의 운명도 동시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대기업들이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는 이유가 자사의 비즈니스에 전략적인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들을 육성하기 위함이라면, 내가 이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건 그냥 널려있는 좋은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우리 나라에도 그리고 미국에도 좋은 스타트업들 많고 롯데그룹에 전략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들이 엄청 많다. 이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거나 인수를 해서 좋은 인력과 서비스를 확보하면 되는데 굳이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어서 맨땅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이유가 뭘까? 굳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으면 이미 이를 업으로 잘 하고 있는 좋은 액셀러레이터나 시드 펀드에 출자를 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결과를 빨리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내가 롯데나 다른 대기업들에 억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롯데그룹의 액셀러레이터도 잘되서 좋은 스타트업들을 많이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이게 성장을 가속화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오히려 둔화 시키는 디셀러레이터가 될 거 같다는 우려가 계속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