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대기업들의 디셀러레이터들

롯데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롯데 액셀러레이터’를 launch 한다는 기사를 어제 접했다. 신동빈 회장이 개인 재산까지 출자하고 롯데 임원들과 함께 직접 스타트업들을 멘토링하고 3년 간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까지 했다.

본인 돈을 써서 액셀러레이터를 만들겠다는거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펀드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거창하게 발표할때마다 나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도대체 이 분들은 액셀러레이터가 뭐하는건지 알고는 있을까?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때 롯데그룹 임원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그런 분들이 스타트업들을 육성하는건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라서 웃음까지 나올 정도다.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들이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일하는거보다 더 빨리 결과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가속’ 해주는걸 목표로 하는 기관들이다. 요샌 돈 좀 있고, 공간 좀 있으면, 너도 나도 스타트업을 보육하겠다고 하는데 액셀러레이터는 단순히 벤처기업을 보육하는게 아니라 3 – 6개월의 과정을 마치면 당장 눈에 보일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 매출, 유저, 펀딩 등 –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으로 1 – 2년 동안 죽어라 일해야지 달성할 수 있는 지표들을 훨씬 더 빨리 만들 수 있도록 비즈니스 전반적인 분야에서 공동창업자 만큼 열심히 일하고 도움을 줘야하는데 이건 그냥 대기업의 돈이랑 대기업에서의 짬밥만 가지고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 단계 회사들의 성장을 가속화 시키려면 모든 촛점은 제품에 맞추어져야 한다.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 졸업 스타트업들의 제품을 보면 아이디어도 좋지만, 짧은 기간동안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이 만든 액셀러레이터 담당자들이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정도 될지는 정말 미지수이다. 그리고 수 많은 국내/해외 제품이나 모바일 앱 중 이 분들이 제대로 사용해본게 몇 개 정도가 될까? (좋은 제품을 만드려면 유사한 제품 또는 경쟁 제품들을 잘 알아야 한다. 제품을 잘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해외 제품을 잘 사용하려면 영어도 좀 해야한다). 솔직히 롯데그룹이 운영할 액셀러레이터는 은수저 액셀러레이터이다. 1,000억원을 가지고 시작한다. 분명히 공간도 멋지게 만들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롯데 계열사들의 막강한 지원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혼자 차고에서 시작하는 창업가들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할 수 있을거 같지만, 가속을 위해서 진정으로 중요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 만들기’ 는 어떻게 할지 정말 궁금하다.

전에 내가 왜 대기업의 사내 벤처기업은 성공하기 힘든지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이 내용은 대기업의 액셀러레이터에도 적용된다. 담당자들은 절박함이 없다. 스타트업들이 가속하지 못해도 월급은 나오고 먹고 사는데 지장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액셀러레이터들은 다르다. 스타트업들이 앞으로 못 나가면 액셀러레이터의 운명도 동시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대기업들이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는 이유가 자사의 비즈니스에 전략적인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들을 육성하기 위함이라면, 내가 이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건 그냥 널려있는 좋은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우리 나라에도 그리고 미국에도 좋은 스타트업들 많고 롯데그룹에 전략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들이 엄청 많다. 이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거나 인수를 해서 좋은 인력과 서비스를 확보하면 되는데 굳이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어서 맨땅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이유가 뭘까? 굳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으면 이미 이를 업으로 잘 하고 있는 좋은 액셀러레이터나 시드 펀드에 출자를 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결과를 빨리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내가 롯데나 다른 대기업들에 억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롯데그룹의 액셀러레이터도 잘되서 좋은 스타트업들을 많이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이게 성장을 가속화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오히려 둔화 시키는 디셀러레이터가 될 거 같다는 우려가 계속 생긴다.

텀블버그 Instant Transfer

우리 투자사 텀블버그에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많다. 나도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거대한 로켓‘ 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후원했는데 최근에는 ‘일러스트북 : <케찹 머스타드 와사비>‘ 와 ‘맥주 일러스트 북 <맥주도감>‘ 을 후원했다. 이 캠페인들은 솔직히 수십억원의 펀딩이 필요한 대형 규모의 프로젝트들은 아니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텀블버그가 이 분들의 작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 텀블버그 개발팀이 굉장히 큰 성과를 이루었는데 바로 Instant Transfer 기능의 개발과 완성이다. 이를 통해서 이제는 펀딩 마감 즉시 진행자의 통장에 돈이 찍히는 경험을 구현할 수 있었는데, 현재 프로젝트 진행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Photo Oct 14, 6 43 29 PM

그동안 프로젝트 마감 후 돈이 들어오기 까지는 3주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 기간을 하루로 단축하면서 결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고 보면 된다.

실은 텀블버그 외에도 다른 많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존재하고 각자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어떤 업체들은 영업력을 강조하고, 다른 업체들은 크라우드펀딩은 마케팅의 싸움이라고 한다. 하지만, 텀블버그는 그동안 꾸준히 기술력을 강조했었고, 이러한 회사의 철학과 비전이 Instant Transfer와 같이 겉으로 봤을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좋은 기능으로 구현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문제가 많고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온라인 결제 부분에서 큰 성과를 거둔 텀블버그 팀이 자랑스럽다.

Review를 통한 불공평 해소

얼마 전에 택시를 타고 강남에서 서울역까지 넘어갈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좋지 않은 택시경험을 많이 했지만 이건 최악이었다. 좌석벨트 미착용은 이제 나한테는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 기사분은 운전 자체가 저질이었다. 초급가속, 초급정지, 멀미가 날 정도의 끼여들기는 정말 지옥같아서 한 마디 했지만 역시 돌아오는 건 침묵과 더 거친 보복성 운전이었다. 운전을 업으로 하는, 운전을 가장 잘 해야하는 택시 기사분의 수준미달 운전실력에 화가 났다. 도대체 이럴땐 어디에 하소연하고 아까운 내 돈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제대로 된 평가(=review)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나마 카카오택시는 별점이라도 줄 수 있지만, 이 또한 많이 부족하다. 별점 2개와 별점 3개의 차이는 상당히 애매하다. 만약에 승객들이 택시기사를 고를 수 있다면, 단순 별점을 가지고 좋은 기사인지 아닌지 판단하긴 힘들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으면, 돈을 낸 손님은 서비스에 대한 자세하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들은 이런 평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부 평가시스템들이 완벽하지는 않다. 영혼없는 – 주로 리워드를 노린 – 평가도 많고, 알바생들을 고용해서 평가를 왜곡시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내가 돈을 내고 택시를 타는 손님이라고 나만 택시기사를 평가하는 건 공평하지 못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도 손님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손님이나 서비스 제공자나 서로에 대한 평가를 전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현실이 많은 옵션 중 특정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에 대해서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손님에게 더 불리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전에 투자한 홈케어 O2O 서비스 닥터하우스도 이와 비슷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집수리는 택시보다 훨씬 더 비싸고 규모가 크다. 또한, 택시같이 한번 타고 끝나는게 아니라 이사가기 전까지는 수리한 집에서 온 가족이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뭐, 택시승차는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왔다갔다 하긴한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맡긴 업체나 기술자가 일을 엉망으로 해놓고 “원래 그 공사는 그렇게 하는거예요” 라면서 나 몰라라 하면 문제가 커진다. 이런 업체나 기술자는 다시는 이 바닥에서 일을 못 하게 해야하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바로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다.

제대로 만든 평가 시스템은 바이어와 셀러에게 동등한 권리를 줄 수 있는 공평성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시스템을 바이어와 셀러가 좋은 의도로 잘 사용해야 한다.

[리블로그] 서명을 작대기로 바꿔야 하나?

2주 한국 출장 후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인천공항에서 3시간 정도를 보내면서 면세점 2군데, 던킨도너츠와 잠바쥬스에서 물건을 구매했다. 신용카드를 5번 긁었고, 서명을 4번 했는데 이 중 4번 다 내 full 서명을 하지 못 했다. 고객서명을 하라고 해서 진지하고 열심히 서명하는데 카운터 직원이 중간에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 번은 카운터 직원이 아주 친절하게 내 서명을 대신 해줬다. 이번에는 동그라미가 아니라, 작대기 하나로.

너무나 대조적이다. 얼마전에 예스24.com 에서 책 2권 구매를 시도했는데 고객의 안전과 금융 보안을 위한 불필요한 각종 플러그인들과 누더기같은 프로세스 때문에 포기했는데, 상점에서 물리적으로 신용카드로 구매하고 서명함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태도와 프로세스가 이렇게 허술한게 이해가 잘 안간다.

관련해서 이미 과거에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물건을 구매하고 신용카드 서명을 하기전에 항상 “제 서명이 좀 길거든요. 다 할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을 했는데 이젠 귀찮고 입이 아파서 포기할 시점이 온 거 같다. 이제 한국에서만 사용할 서명을 하나 새로 만들어야 할거 같고, 내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과 똑같이 작대기 하나로 바꿔야할거 같다.

[과거글: 동그라미 서명]

최근 3년간 한국에 여러 번 출장 다니면서 의아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던 신용카드 서명 관련된 이야기다. 과거에는 실제 신용카드 전표에 펜으로 서명을 했지만 이제는 모두 기계로 바뀌면서 스타일러스 펜으로 기기의 화면에 서명을 한다. 그런데 미국과 약간 다름점이 있다면 미국의 경우 서명을 한 후에 누르는 ‘확인’ 버튼이 서명을 하는 기기에 있어서 신용카드 소비자가 누르게 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서명하는 기기에 ‘확인’ 버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봤는데, 내가 갔던 식당이나 가게는 거의 이랬다). 대신 이 ‘확인’은 카운터에 있는 분이 알아서 누르게 되어 있다.

난 서명이 좀 길고 복잡해서 그냥 대충 동그라미나 줄 한두게 긎는 사람들보다는 서명하는데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그런데 서명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카운터에서 그냥 ‘확인’을 눌러버려서 반쪽짜리 서명으로 신용카드가 결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직히 이건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 주인이 서명을 하지 않았는데 – 카드사용을 승인하지 않은거랑 동일 – 가게에서 승인을 해버리는거랑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막말로 내가 나중에 이 가게에 와서 이거 내 서명이랑 다르고, 내가 서명한게 아니라고 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가게 주인들한테는 이렇게 따져봤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커녕 다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서 “손님 서명이 너무 길어요 ㅎ”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신용카드 뒷면을 보면 카드주인이 서명하는 란이 있다. 그리고 이 밑에 보면 “이 카드는 상기란에 서명된 회원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양도, 대여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미국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면 카드 뒷면의 서명과 실제 서명을 비교해보는 경우도 종종 있고, 신분증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의 경우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문화 차이인가?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해보자. 도둑놈이 내 신용카드를 막 긁고 다니면서 내 서명이 아닌 다른 서명을 하는데 그 누구도 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사기와 신용카드 정보유출 관련 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요새는.

더 재미있는 건, 어떤 커피샾에서 계산하면서 내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카운터 알바생이 나 대신 그냥 다음과 같이 지가 서명하고 내 신용카드 승인을 해준 경우가 있었다. 뭐라 하니까 “원래 다 그렇게 해요”라는 성의없는 답변만 돌아왔고 그 알바생은 그날 나한테 험한 말 좀 들었다.

signature

이런건 원래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 아닌가? 내가 너무 까칠한건가? 이런 생각을 아무도 해보지 않은건지 좀 궁금하다.

Mission Impossible – 인터넷 결제

한국의 온라인 결제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얼마나 불편하고 뒤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은 잘 알 것이다. 관련해서 이미 과거에 몇 번 글을 쓴적이 있다:
나의 불편했던 eBook 구매 경험
누구를 위한 공공사이트인가?

그런데 이 깨진 시스템을 내가 단시간 내에 직접 고칠 수 있는게 아닌걸 나도 잘 알기 때문에 불평해도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어디서 하소연 할 곳도 없기 때문에 여기서 불평을 한 번 더 해야겠다.

내 책 ‘스타트업 바이블‘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서 몇 권 주문하기 위해서 예스24에 들어갔다. Chrome으로는 시도할 생각도 안 했지만 Firefox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 yes24.com에서 책을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하려고 하니 사은품 구매 페이지가 나타났다.

1-FireFox 사은품

사은품 선택 페이지(이후로는 진행이 안 됨)

그런데 뭘 눌러도 그 다음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았다. 전에는 매우 분노했겠지만, 워낙 익숙해진 상황이라서 – 이런 익숙함이 참 무섭다 – 더 이상 시도하지 않고 그냥 닫고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실행했다. 로그인하고, 책 선택하고, 결제 진행하기 전까지는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다(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한국 사이트에서 뭔가를 구매하려고하면 항상 불안하다). 일단 일반 신용카드를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이젠 너무나 익숙한 다양한 엑티브X 플러그인들 다 설치하고 신용카드(하나카드, 구 외환카드) 결제를 선택했는데 다음과 같은 하나은행 안심클릭 팝업창이 떴다.

2-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일반신용카드 – 모비페이 안심클릭

일단 창 안의 내용이 짤려서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짜증이 팍 났다. 창 크기 조절도 안되고 그 안의 내용을 최소화 할 수도 없어서 내용 자체를 읽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일반결제를 하려고 했지만, 일반결제 부분이 짤려서 어쩔 수 없이 ‘모비페이’ 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잠시 PC를 떠나서 아이폰으로 모비페이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했는데, 내가 사용하는 카드를 이 앱에 등록하는 절차가 굉장히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PC와 아이폰을 왔다갔다 하면서 한 15분 동안 모비페이 앱을 셋업 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내 인내심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버렸다. 그리고 PC로 다시 와서 결제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했는데 역시 이 팝업창의 내용도 짤려있어서 결제코드가 잘 안보였다.

3-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모비페이 짤린 결제코드창

자, 이제 다시 모비페이 앱으로 가서 긴가민가한 이 결제코드를 입력했다. 확인을 누르니 ‘결제비밀번호’ 또는 ‘공인인증서’로 결제를 진행하라고 하는데 아이폰에서 공인인증서로 뭔가를 할 상상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나서 그냥 결제비밀번호를 선택했다.

Untitled

모비페이 결제비밀번호 vs. 공인인증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어디에도 이게 어떤 비밀번호인지 설명을 안 해줘서 그냥 큰맘먹고 공인인증서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 참고로 아이폰에서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뭔가를 해보는 첫 시도였다. 그래서 어렵게 다시 PC를 통해서 외환은행 사이트에 들어갔고, 공인증서를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확인한 후에 정확하게 인증서 전송에 성공을 했다. 다시 모비페이앱을 통해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한 결제 진행을 해보니 전송이 잘 안되었다. 이 과정을 다시 반복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6-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공인인증서 저장 계속 실패

결국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건 포기하고 다른 옵션인 계좌이체로 결제를 다시 시도해봤다.

7-계좌이체

계좌이체 서비스 창 내용도 다 짤려서 안 보인다

계좌이체할 외환은행을 선택하니까 또 무슨 플러그인을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를 했는데, 계속 보안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떠서 계좌이체도 실패했다.

8-계좌이체

몇번을 설치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

결국 온라인 구매를 포기할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가장 쉬워보이는 핸드폰 결제를 시도해봤다. 참고로 핸드폰 결제는 한국 핸드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9-핸드폰결제

핸드폰 결제 창도 짤려서 내용을 보기가 쉽지 않음

그런데 이 팝업창 역시 내용이 다 짤려서 도대체 어느 부분에 어떤 정보를 기입해야하는지가 상당히 난감했지만, 오기가 생겨서 거의 때려맞추는 수준으로 핸드폰 번호와 필요한 정보를 기입했다. 핸드폰으로 인증번호가 날라와서 그것만 기입하면 이제 고생 끝인줄 알았지만, 핸드폰 결제를 하려면 또 무슨 동의를 별도로 해야한다는 문제가 날라왔다.

10-핸드폰결제

마지막 희망인 핸드폰결제도 실패!

결국 나는 거의 한 시간을 PC, 아이폰, 그리고 액티브엑스와 사투를 벌였지만 완전히 졌다. 시간만 낭비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게 무슨 대단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아야 하고, 해킹을 해야하는 업무였으면 이해가 가지만 내가 내 돈 써가면서 책 2권을 사는데 이런 고생을 해야하나? SERIOUSLY? 정말 너무너무 짜증나는 경험이었고 예스24와 외환은행이 죽도록 미워졌다(물론, 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은행은 계속 사용해야하니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앞으로 예스24.com은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결제와 보안 관련 규정과 법을 만든 사람들, 이런 말도 안되는 규정을 통과 시킨 높으신 분들, 그리고 이걸 기술적으로 구현함에 있어서 실제 사용자 경험이나 소비자의 불편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업체들이 야속했던 하루다. 이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는데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다. 아마존이라면 책 2권 결제하는데 30초 걸렸을 것이다.

결국 나는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에 직접 가서 스타트업 바이블 2권을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