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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Update [2015년 4월 5일] – 아직 100명에게 비트코인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마감하려고 합니다(제가 일일이 보내드려야 하는데 이것도 일이네요). 실험은 재미있었고 곧 간단한 finding에 대해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Update [2015년 3월 31일] – 댓글로 비트코인 주소 보내주신 분들은 늦어도 48시간 안으로 보내겠습니다(좀 바빠서…)

비트코인 옹호자로서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글도 올리지만 아직 비트코인이 mainstream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거라는걸 잘 알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면에서 본다면 당장은 비트코인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상인들의 수가 비트코인을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우리의 투자사인 PurseIO와 같은 회사들이 바로 이 비트코인의 수요와 사용 부분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복합적으로 여러가지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기술적 요소들로 인해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 더 많은 일반소비자들이 비트코인을 실제로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작은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ChangeTip 이라는 회사/제품이 있는데 비트코인으로 온라인 기부나 팁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이다. 이 블로그 우측 상단에도 나한테 팁을 줄 수 있는 Tip 버튼이 있는데 아직 한번도 받지 못한걸 보면 한국은 아직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이 아닌 투자/투기용 도구로 보는거 같다. 또는, 내가 올리는 내용들이 형편없어서 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changetip

ChangeTip을 이용해서 블로그 주인장한테 팁 주기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비트코인이 얼마나 유용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사용하기 쉬운지 알려드리기 위해 무료로 소량의 비트코인을 선착순 100명 한테(인당 0.001 BTC = 약 280원 정도, 2015년 3월 31일 기준) 무료로 배포하려고 한다. 받은 분들은 이 블로그의 Tip 버튼을 이용해서 나한테 다시 팁을 줘도 좋고, 싫으면 그냥 보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된다:

1. 일단 비트코인 지갑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 있으면 Coinbase를 활용하면 되고(아니면 다른 지갑도 많다), 한국이면 우리 투자사 코빗에 계정을 열어 지갑을 만들면 된다.
2. 이 글에 댓글로 자신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복사(26 – 35개의 영숫자)
3. 내가 각자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1,000 bits를(=0.001 BTC) 송금
4. ChangeTip에 계정 만들기
5. 각자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ChangeTip 계정으로 비트코인 송금
6. Tip 버튼을 이용해서(블로그 우측 상단) 나한테 팁 주기(이건 옵션)

처음 하시는 분들이 보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전혀 복잡하지 않고 처음에 이렇게 셋업만 하면 서로 다른 계정으로, 그리고 다른 나라로 비트코인을 보내는게 얼마나 간단하고 저렴한지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트코인

Bitcoin-vs-Credit-Cards거래를 위한 프로토콜과 인프라 기술로서의 비트코인의 중요성에 대해서 전에 포스팅한적이 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앞으로 지속적인 disruption을 일으키면서 세상을 바꿀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느낀점은 그냥 기본적인 가상화폐와 송금의 수단으로서도 비트코인은 큰 공헌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유출되거나 도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금융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들이 인터넷을 만나면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인거 같다. 비트코인이 mainstream 화폐가 된다면 이런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금융사고는 극적으로 줄일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투뿔등심이라는 고기집에서 식사를 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최소 4개의 기관이 내 개인정보를 소유하게 된다. 투뿔등심 가게 자체에 내 개인정보가 남게되고, 투뿔등심의 신용카드 처리업체한테도 내 개인정보가 간다. 또한, 내가 마스터카드를 긁었다면 마스터카드 네트워크와 마스터카드를 발행한 은행에도(예: 외환은행) 내 개인정보가 남게된다. 최소한 이렇게 4개의 기관에 내 개인정보가 전달이 되고, 심한경우 10개 이상의 중개인들과도 개인정보가 공유된다고 한다.

갈비집에서 고기먹고 고기값만 내면 되는데 왜 내 이름, 생년월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까지 이런 외부업체들과 공유를 해야할까? 물건을 구매하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려면 구매하는 사람이 물건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신용) 있다는것만 증명되면 그만인데 투뿔등심, 카드사 그리고 은행이 내 주민번호랑 주소까지 알아야할까? 카드를 워낙 많이 긁다보니 이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 모두가 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하는 이슈인거같다.

비트코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으며, 기존 가상화폐의 가장 큰 문제점인 이중사용(double-spending)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한다. 모든 거래의 흔적은 기록되고, 비트코인이 정확히 어디에서 어디로 갔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지만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개인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완벽한 화폐는 절대로 아니다. Mt.Gox나 Bitstamp가 경험한 대형사고들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아직 비트코인이 대중화 되려면 – 대중화가 된다면 – 수 십년이 걸릴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는 안전한가? 오히려 더 위험하고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현금은 위조할 수 있고 잃어버리면 끝이다. 신용카드는 어쩌면 우리 역사상 가장 안전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해킹하기 쉬운 플라스틱이다.

어쩌면 비트코인은 인류역사상 가장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 http://moneyandtech.com/will-businesses-ditch-credit-cards/>

소프트웨어가 은행도 먹어 치울 것이다

world money traffic얼마전에 “은행의 종말” 이라는 글을 통해서 전형적인 굴뚝산업인 은행들의 비효율성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서 불평한 적이 있다. 최근 한국 출장에서 은행거래업무를 몇 번 했는데 수수료를 부담할때마다 나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비해서 한국의 수수료는 저렴한 편이다. 그래도 타은행 이체수수료가 나갈때마다 내 돈을 내 친구한테 송금하는데 왜 수수료를 내야할까라는 의문을 항상 하게 된다. 돈은 아니지만, Hotmail에서 Gmail로 이메일 보내는건 무료인데 왜 같은 은행끼리 돈 보낼때는 무료이고 타은행으로 보낼때는 수수료가 발생할까? 외환은행 직원이 국민은행으로 물리적으로 돈을 직접 가지고 배달하는것도 아닐텐데 어디서 이 비용이 발생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것도 남의 돈도 아니고 내 돈을 움직이는건데. 은행 직원한테 물어보니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해서 그렇다는데 역시 이해할 수가 없다. 불필요하게 많은 물리적인 은행 지점들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직원들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이라는게 내 결론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토스(Toss)라는 제품을 사용해봤다. 전부터 사용해보고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아이폰 앱도 최근에 출시되어 드디어 사용해봤는데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경험을 했다. 회원등록부터 실제 송금까지 모든 과정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아쉬운 점은 제휴 은행이 몇 개 없었고 내 거래은행인 외환은행도 (아직) 등록되지 않아서 송금을 받은 친구가 실제로 돈을 받지는 못 했다. 토스가 mainstream이 되고 모든 은행과 제휴 된다면 상당히 편리하고 유용한 제품이 될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을거 같다. 이 서비스가 크게 성장해서 은행들의 수수료 매출에 – 아무리 찾아봐도 정확한 매출 규모 파악 불가 – 타격을 입히는걸 은행들이 절대로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안전한 울타리 안으로 누군가 침범하는걸 은행들은 분명히 규제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힘든 싸움과 hustling이 될 것이지만, 토스 팀이 잘 실행해서 좋은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 진심으로.

토스같은 서비스의 성공에 필사적으로 반대할 은행들을 상상해보면 카카오톡과 이통사들이 생각난다. 엄청난 매출을 발생시키는 문자서비스를 죽일게 너무나 뻔한 카카오톡을 매장시키려고 이통사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생각해보면 참 못나고 부질없는 짓이었다. 문자 서비스의 어두운 미래가 빤히 보이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런 변화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을 더 늘려서 데이터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나 메시징 플랫폼을 활용해서 이통사들이 신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은행들도 토스와 같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싫든 좋든 이미 시장은 이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보다 현실을 더 빨리 수용하고 토스와 같은 핀테크를(솔직히 이 단어를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한국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다 알고 있는 용어가 되어버려서) 활용해서 은행 고객의 만족도를 늘리면서 추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은행은 고객들의 소중한 돈을 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더욱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하는 방식은 안전한가? 은행도 망하고, 해킹당하고,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새로운 실험들을 해야할 때가 왔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고, 곧 은행도 먹어 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다. 은행과 스타트업/기술을 싸움 붙이려는 건 아니지만, 수백년 동안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공룡들이 더 작지만 빠르고 적응력이 월등한 생명체들한테 밀리면서 결국 멸종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면 짜릿하다.

*공시 – 우리는 토스의 투자사가 아니다. 나는 토스와 비즈니스적이나 개인적인 그 어떠한 관계도 없다. 다만, 토스의 대표이사와는 (막 친하지는 않지만) 친분은 있다.

<이미지 출처=http://www.xconomy.com/national/2014/10/29/currencyfair-rides-irish-fintech-wave-with-money-transfer-market/>

2015년 한국 스타트업 현장에 대한 단상

158723763스타트업 바이블 1권이 나온지 벌써 4년 반이나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보다 더 빨리 변하는 벤처 업계에는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0년 8월 책 출간 당시 한국에서는 ‘스타트업’ 이라는 단어조차 굉장히 생소했다. 뭐, 내 책 때문에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알려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기여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한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벤처 현장은 굉장히 재미있고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부정적인 부분도 적지 않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훨씬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투자자들, 창업가들, 이들과 공생하는 기업들, 미래의 창업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와 학원들, 스타트업과 연관된 다양한 기관들, 그리고 칭찬보다는 주로 욕을 먹는 정부기관들과 같은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헛짓들과 노력을 동시에 하면서 한국의 스타트업 현장은 이제 어느정도의 기초가 다듬어졌고 이 모든게 점점 유형화 되어가고 있다.

작년부터 한국에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창업되어 성장하고 있다는걸 몸으로 많이 느끼기 시작했다 – 이는 벤처생태계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들이 성장을 얼만큼 했고, 고용을 어느정도 창출했고, 매출을 얼만큼 만들었고 등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고 조사도 해보지 않았지만 항상 한국의 스타트업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런 좋은 변화가 눈에 보이고, 한국 나올때마다 “아, 한국에서 이제 이런 회사들이 나오는구나” 라고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있다.

그동안 2권의 책을 썼다. 스타트업 업계의 속도로 보면 이제 거의 골동품이 된 책들이지만 아직도 꾸준히 팔리고 벤처를 하시는 분들이나 벤처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이들 읽고 나한테 연락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업이나 학교에서도 강연이나 Q&A 세션에 대한 요청이 정기적으로 들어온다. 내가 물리적으로 미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관계로 잘 하지는 못하는데 이번 3월 한국 방문때는 시간과 기회가 되어서 몇 번 진행을 해봤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강연이 2개가 있었다.

하나는 울산과기대(UNIST) 학생들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다. 서울 외 지역의 팀, 회사 및 기회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비서울 지역의 스타트업들에 요새 관심이 매우 많다. 울산과기대 교수님과도 친분이 있었지만, 이 지역의 학생들과 벤처에 대한 생각 등 여러가지가 궁금해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예상보다 수준도 높고 왠만한 서울의 학생들보다 진지한 눈빛과 질문들에 많은걸 느끼고 배웠던 소중한 강연이었다. 특히, 순수하고 경험이 상대적으로 없는 학생들 이라서 그런지 나 스스로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질문들도 꽤 있었다.

다른 하나는 상암동의 명물 술파는 서점 북바이북에서 했던 저자와의 번개 모임이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30명 정도의 독자와 청중이 이 공간을 꽉 채웠던 열기 넘치는 장소였고 시간도 꽤 늦은 오후 8시에 시작해서 10시가 넘어 끝났지만 그 누구도 일찍 떠나지 않았다. 북바이북의 청중은 대부분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곧 창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들 또는 현재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질의응답을 거의 1시간 동안 했다. 질문의 수준도 굉장히 높고 상당히 진지한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베어있는 그런 종류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런 모든 경험이 스타트업 바이블이 출간된 2010년과는 사뭇 달랐다. 창업을 해서 이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젊은 친구들의 눈빛은 살아있었고 실행은 공격적이었다. 이들은 500억원 짜리 회사를 만들어서 남한테 파는데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1조원의 회사를 만들 생각으로 진지하게 제품을 만들고 비즈니스에 임하고 있었다. 직장인들의 태도도 과거와 달랐다.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4-5년 전 내가 만났던 학생들에 비해서 많이 발전했고 내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93년의 나보다는 한 10 단계는 더 성숙해 있었다.

모든걸 종합해 봤을때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벤처 생태계는 앞으로 더 탄탄해지고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해 보고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gettyimages.ae/detail/photo/sunset-over-the-han-river-seoul-royalty-free-image/158723763>

한국형 호칭

*이 글의 내용은 100% 주인장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나는 한국 회사들과 일을 많이 한다. 주로 작은 스타트업들이랑 많이 어울리지만,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들 또는 tech 대기업들과도 많은 교류가 있다. 한국 회사들의 전통적인 직위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이러한 수직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사내호칭을 조금 더 수평화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이제는 별도의 직위 없이 ‘기홍님’ 또는 전사적으로 영문 이름을 도입해 ‘Albert님’ 뭐 이런 식으로 호칭제도를 변경하는 회사들이 보인다. 그런데 솔직히 나한테는 이런 ‘~님’ 또는 한국 토종을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게 너무나도 어색하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는 나이와 연차가 너무나 중요한 문화/사회적 요소이기 때문에 아무리 호칭을 이렇게 바꿔도 부하가 상사를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보스한테 ‘기홍님’이라고 하면 이 수평적인 호칭과 보스에 대한 전통적인 수직적인 태도와 관념이 충돌을 일으켜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떤 취지인지는 잘 알겠다. 한국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영어 이름을 사용하면 미국 사회와 미국 회사의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인 거 같다. 또한, 외국과 비즈니스를 많이 하는 경우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이름을 영문으로 바꾼다는 취지도 있는 거 같다. 그래도 나는 좀 우습다. 생각해봐라….영어 거의 못하는 한국 사람 둘이서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면서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게 좀 웃기지 않나? 그리고 무슨 가족오락관도 아니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매출을 만들고 수익을 극대화 해야 하는 상사나 동료랑 ‘~님’ 하면서 대화하면 오히려 좀 어색 할 거 같다. 그렇게 수평적인 조직을 원한다면 오히려 ‘~님’을 아예 없애고 그냥 서로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건 불가능하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회사에서 계급이 높은 분의 이름을 막 부를 수는 없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어려운 호칭들이 많다. 연구기관에서는 ‘선임’ ‘책임’ ‘주임’ 등의 호칭들이 존재한다. 연구기관에서 나온 분들이랑 일을 하는데 그 사람을 한번 부를 때마다 ‘배기홍 책임연구원님’ 이라고 해야한다. 일 시작하기도 전에 호칭 부르다가 에너지를 다 낭비하는 느낌?

실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명함을 보면 한국보다 더 많은 직위가 막 존재한다. 회사마다 – 특히 벤처기업은 – 자기 직위를 마음대로 만드는 회사들도 있다. Chief Fun Officer, Chief Revenue Officer, VP of Partner Entertainment 등 재미있는 직위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미국은 모든 사람을 직위가 아닌 그 사람의 실제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John, Kihong, Albert 이렇게 부르지 ‘Chief Revenue Officer Kihong’ 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한국은 다르다. 이름으로 사람들을 부를 수가 없으므로 뭔가 붙여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호칭제도는 비효율적이고 어색한 거 같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냥 전통적인 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 직위를 선호한다. 두 단어이기 때문에 발음하기도 쉽고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 있는 호칭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장 심플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하는데 다른 분들은 현재 몸담은 조직의 직위와 호칭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