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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좆밥 회사들에 투자한다

사진 2014. 1. 4. 오후 8 50 00

얼마 전에 올린 ‘한국 대기업들도 할 말 많다‘라는 글에 대해서 논란도 많았고 예상치 못했던 코멘트들도 많이 달렸다. 솔직히 나는 이 글을 나쁜 의도 보다는 좋은 의도에서 썼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분들도 많았나 보다. 전반적인 의견은 한국과 미국은 환경 자체가 다르므로 미국과 같은 exit을 한국에서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댓글 중 솔직히 상당히 거슬렸던 내용이 있었는데, 여기서 한번 공유해 본다(내 블로그에 직접 올라온 거는 아니고 비석세스에 올라온 답글이다). 그런데 이 정도 소신으로 답글을 쓰시려면 왠만하면 ‘익명’이나 ‘가명’이 아닌 본명을 쓰라고 권장하고 싶다. 이딴 욕지거리를 익명으로 쓰는 사람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다기보다는 그냥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글을 읽어보면 기본적으로 그냥 너는 ‘미국 상황 잘모르는 병신’ ‘너는 자본주의 개념조차 모르는 jot밥’ ‘자유경쟁이 뭔지 모르는 개병신’ 이렇게 상대를 기본적으로 하대하고 글을 적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기업가 분이였는데 정말 큰 실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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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자본주의 개념 많이 배우고 똑똑하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미국에서 창업 경험해보았고, 대 성공(?)은 모르겠으나 투자자로 활동하셔서 스타트업 평가하는 사회적 위치에 올라가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미국상황 잘 모르는 한국 스타트업에 ‘닥치고 개발해라’라고 좋은 말씀해주시면 ‘어익후’ ‘이런 좋은 말씀을’ 하고 립서비스 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좋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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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배기홍님. 아무리 좆밥처럼 보이는 아시아 변방, 한국의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인내심을 가지고 소통하시길 권합니다. 배기홍님이 좆밥처럼 생각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거쳐 훌륭한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잘나셨는지 모르겠으나 겸손하시길 권합니다.

솔직히 난 이 분의 정확한 포인트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분이 옳다 틀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판단하고 싶지도, 할 자격도 없다. 이건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차피 우린 우리만의 의견이 모두 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우리 Strong Ventures는 이 분이 말하는 ‘좆밥’같은 한국 회사들에 매우 활발하게 투자를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 좆밥같은 회사들이 빨리 글로벌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회사들로 성장할 수 있을까 대가리 터지게 1년 365일 고민하고 있다. 이 분이 말하는 “배기홍님이 좆밥처럼 생각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거쳐 훌륭한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 와, 제발 이렇게 되길, 그리고 제발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이렇게 훌륭한 기업이 되길 나랑 내 파트너 John은 매일 기도하고 있다. 이 분은 뭘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결과에 따라서 천국으로 날아갈 수도 있고 지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과 커리어가 이 분이 말하는 ‘좆밥’같은 한국 스타트업에 달려있는데 내가 과연 ‘너무 잘나서’ 한국 회사들이 잘 안 되길 바라는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우리가 투자한 한국 회사들이 잘 돼야 하지만, 이 중 너무 매력적이어서 대기업이 당장 큰 금액에 인수를 고려하게끔 하는 회사들은 아직 없다. 아니 – 우리가 투자해서 어떻게 보면 우리 얼굴에 침 뱉기지만 – 대부분의 회사는 한참 멀었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로 구성된 회사라면 항상 가능성은 존재하며, 우리 모두 창업팀들과 같이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그래, 어쩌면 전에 쓴 글에서 내가 한국 스타트업들을 ‘좆밥’으로 보고 있다는 냄새를 풍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야말로 이 회사들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같이 일하고 있고 한국 회사들이 잘되길 가장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점도 제발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분은 이렇게 열정적으로 댓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제발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시길. 벤처를 운영하시는 분이라면 자신의 회사가 ‘좆밥’이 되지 않도록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정말로.

스타트업 바이블 2 무료 배포(3일만)

내 기대와 예상과는 달리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서는 전자책 시장이 정착하지 못했다. 물론 한 순간에 tipping point에 다다르면 상황은 바뀌겠지만 전자책이 활성화 되려면 인프라, 결제정책, iTunes와 Kindle의 한국정착 그리고 독자들의 태도와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게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으로만 출간한 – 나중에 시장의 흐름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종이책도 냈지만 – <<스타트업 바이블2>> 전자책은 선전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뻐하고 있다.

2014년은 한국에도 전자책이 제대로 정착하기를 기원하며 오늘부터 3일 동안만 (미국 서부 시간 기준으로 1월 5월까지) 스타트업 바이블2 킨들 버전을 무료로 배포한다. Enjoy! (그리고 공짜로 읽으신 분들은 아마존에서 review도 부탁~)

스타트업 바이블 2 킨들 버전 무료로 다운받기

See’s Candies의 교훈

Sees미국에 여행이나 출장 온 경험이 있는 분들은 웬만한 미국 공항에서 See’s Candies라는 초콜릿을 봤거나 구매해 보신 경험이 있을 거다. 나도 미국에서 공항을 이용할 일이 있거나 한국에 갈 때 항상 선물로 2~3박스 정도는 산다(그리고 내가 다 먹는다). See’s Candies라는 회사는 1921년에 LA에서 Charles See가 그의 어머니 Mary See와 부인 Florence와 함께 창업한 작은 캔디 구멍가게였는데, 최근에 한국에도 진출한 거로 알고 있다. 이 초콜릿이 더욱더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 맛이 너무 좋다는 이유 외 – 1972년도에 워렌 버핏이 2,500만 달러에 인수해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회사이기 때문이다.

3주 전에 난 샌프란시스코에 잠깐 갔다 왔는데, LA로 돌아올 때 공항에서 습관처럼 See’s Candies 한 박스를 사서 거의 이틀 만에 와이프랑 다 먹었다. 이 초콜릿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너무 맛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다른 초콜릿처럼 단맛이 강하지 않다. 그리고 내가 1999년도에 처음 먹었던 그 씨스 캔디와 2013년도에 먹는 씨스 캔디는 맛이 똑같았다. 포장 또 한 거의 변하지 않고 옛날 그 촌스러운 포장 그대로이다. See’s Candies는 절대로 싸지 않다. 24~28개에 $22~$28이니까 작은 초콜릿 하나에 거의 $1인 셈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내 주위 사람들은 그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먹어도 행복하고 남한테 선물 줘도 항상 맛있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우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도 사드릴 때마다 너무 좋아하신다.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들도 See’s Candies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특별히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 요란한 껍데기와 포장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비즈니스의 core에만 집중하면 그 서비스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본질이 좋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See’s Candies는 초콜릿의 품질과 맛으로 승부를 겨룬다. 가격을 깍지도 않고, 크게 광고를 하지도 않고, 행사에 돈을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항상 같은 formula를 사용하고 최상의 원료를 사용한다 (내 친구가 씨스 캔디스에 원료를 납품하는데 품질 관리 정말 까다롭다고 한다). 왜냐하면, 맛이 좋으면 고객이 항상 다시 찾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우리 투자사와 마케팅에 돈을 쓰냐 마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씨스 캔디스 생각을 했다. 거창한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지만, 결국 제품이 좋으면 고객이 발생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우리가 합의한 결론이었다. 한국의 경우, 요새 정부에서 주관하는 행사도 많고 이런저런 pitch 대회도 많은데 이런 데만 여러 번 참여하는 많은 회사들 보면 솔직히 한심하다. 진작 중요한 게 뭔지 모르고 너무 껍데기에만 신경을 쓰는 거 같은데, 그럴 시간에 제품이나 좀 제대로 만들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객들이 사용할만한 제품을 만드는데 100%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도 성공확률은 5% 미만인데 발표자료랑 회사소개서 만드는데 사장과 경영진들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비싸면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있고, 비싸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다. 후자가 되려고 모든 벤처인은 노력해야 한다. See’s Candies 처럼.

참고로 See’s Candies는 워렌 버핏이 공식 석상에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투자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미지 출처: See’s Candies 웹사이트 http://www.sees.com>

Strong Ventures 유래

우리 회사 이름은 Strong Ventures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이름이 그냥 ‘강한(strong)’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이보다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다.

(VC들은 잘 아실 텐데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 펀드들의 이름은 창투사가 위치한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창투사 founder들의 이름/학교/지역/고향 등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즉, 대부분의 펀드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서 더 개인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면:
–Sequoia Capital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Sequoia 나무에서 유래
–Palo Alto Investor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Palo Alto에서 유래
–DFJ는 펀드 창업자 3명의 이름 앞 자에서 유래 (Draper, Fisher, Jurvetson)
–Menlo Venture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Menlo Park에서 유래

등등 대부분 벤처펀드의 이름을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John이랑 나도 펀드를 처음 만들 때 우리랑 개인적으로 연관된 재미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둘 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의 까나리아 군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글 참고) 여기서 뭔가 영감을 얻자고 했고 이런저런 지명을 생각해 봤다. 우리가 자란 곳의 영문 이름이 Canary Islands이니까 처음에는 Canary Ventures라는 이름을 생각했는데 ‘카나리아’ 새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고 – 조금 약한 느낌 – 한국사람들 한테는 까나리 액젓도 연상되는 거 같아서 pass. 까나리아 군도의 라스팔마스(Las Palmas)라는 도시에 살았으니까 Las Palmas Ventures도 고려해봤지만(영어로는 Palm Trees) “라스팔마스”는 너무 길어 발음하기가 힘들어서 pass.

그러다가 까나리아 군도의 다른 섬들 이름을 생각해봤다(참고로 까나리아 군도는 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Fuerteventura라는 섬이 있는데, 이 섬의 이름에서 우리 회사 이름이 나왔다. Fuerteventura를 영어로 옮기면 “fuerte = strong” , “ventura = venture(이 번역은 아주 깔끔한 번역은 아니지만 비슷하다)” 라서 Strong Ventures로 정했다.
fuerteventura
다행히도 strongvc.com 도메인이 구매 가능했고(아주 운이 좋았다), “스트롱 벤처스”라는 이름이 누구나 한번 들으면 거의 잊지 않는 이름이며 한국 사람들이 발음/기억하기에도 아주 쉬운 이름이었다. 이게 Strong Ventures 이름의 유래이다.

창조경제 정부의 역할

몇 달 전에 TechStars/Brad Feld의 ‘저자와의 간담회’에 갔다가 받은 그의 책 “Startup Communities“를 얼마 전에서야 읽었다.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는 이 책은 굳이 실리콘 밸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본인이 사는 곳에서 창업과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며, 이와 관련된 Brad의 경험 위주의 책이다(Brad Feld는 콜로라도 주의 Boulder에서 여러 가지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맨손으로 만든 선구자 중 한 명이다). 여기서 그는 스타트업 활동과 커뮤니티를 만듦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에 관해서 설명했는데 내가 많이 공감한 부분들이 있어서 여기서 잠깐 공유해본다.

-Leader vs. Feeder: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들고 잘 운영하려면 ‘leader’와 ‘feeder’의 역할이 분명 해야 하며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Brad는 주장한다. 영문 그대로 leader는 앞장서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의 멤버들을 융합시키면서 모든 사람이 항상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남들한테 행동으로써 모범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Leader는 항상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Feeder는 leader들이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이런저런 도움과 지원을 먹여주는(=제공하는, feed) 사람들이다. 주로 정부, 대학, 기관, 대기업 등이 feeder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정부가 창업을 진흥하고 벤처를 돕겠다는 의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우 강하다. 지금 한국이 딱 그런 거 같다. 하지만, 정부가 항상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본인들이 feeder가 아니라 leader라고 생각하는 점이라고 Brad는 경고한다. 정부는 leader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leader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필수조건은 “입으로 하는 leading”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leading”인데 정부는 태생적으로 행동이나 실행과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 vs. 고성장 스타트업: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맡는 부서는 중소기업청 소속인데 이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Brad는 주장한다. 왜냐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특히 소기업)은 주로 특정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을 하는 저속성장의 비즈니스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주로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라고들 한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고속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비즈니스이며 지역경제와는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스타트업들은 본인들 비즈니스에 워낙 focus하고 있으므로 스타트업의 직원이라는 입장에서만 지역경제나 국가 경제에 간접적으로 공헌만 할 수 있다. 정부의 스타트업에 대한 무지는 바로 ‘벤처기업=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무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창업 지원정책은 그 누가 봐도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들의 생각과 필요성과는 거리가 멀다. 담당자들이 스타트업이나 창업가 커뮤니티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 담당자들은 사업을 시작하고, 가끔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속으로 참으면서, 개인/가족/회사를 밸런스 한다는 게 뭔지 잘 모른다. 오직 책으로만 습득한 얕은 지식을 창업정책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진심으로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스타트업 행사나 창업가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질문하는 걸 Brad는 권유한다. 이런 행사는 대부분 근무 시간 후 늦은 오후/밤 또는 주말에 있는데, 공무원들은 근무 시간 후에는 일하지 않는다는 게 또 다른 문제다.

주기적 문제: 정부와 스타트업의 시계는 너무 다르다. 태생적으로 주기가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예를 한 번 들어보자. 한국의 정권은 5년마다 바뀐다. 이 때문에 모든 정부의 정책은 5년이라는 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한 3개월 동안은 아무런 활동이 없다. 새로운 정부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그다음 6~8개월 동안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담당자들이 바뀌고,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고, 발표한다. 이러면서 1년이 날아간다. 남은 4년 중 3년 동안 새로운 정책들이 (운이 좋으면) 부분적으로 실행되고 마지막 1년은 또 그다음 정권 준비한다고 날아간다. 정부는 이 3년 동안 무조건 실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면서 단기적인, 그리고 외형적인 성과를 원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5년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의 시계와 맞지 않는다.

Feeder로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하고 쉬운 건 과연 정부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지 창업가들한테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스타트업 정책을 만드는데 왜 대학교수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대기업 간부들과 회동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창업가들한테 정부가 뭘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본 후에 “그건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는 “그건 우리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답변을 줘야 한다. “상부에 건의해 볼게요” 라면서 5년 동안 뭉그적거리지 말고.

이 글을 읽는 분 중 지금까지 정부의 도움을 받은 창업가들이 있다면, 정부가 여러분들의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구체적인 댓글로 알려주면 나와 다른 독자들한테 큰 도움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