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네이버 실적에 대한 너무나 다른 시각들(우린 뭘 믿어야 하나?)

요새 워낙 이상한 미디어들이 많아서 도대체 어디까지 뭘 믿어야할지 참으로 난감할때가 많다. 어제 네이버 실적발표에 대한 한국과 미국 언론의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런걸 느꼈다. 기자들도 사람들이다. 객관적인 숫자와 사실을 근거로 글을 쓰는걸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이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현상에 대해서 다른 생각이나 느낌을 갖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를 보고 이 개가 똥개냐 진돗개냐 하는거랑, 이걸 고양이라고 하는거랑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실적 관련 기사들이 이렇다.

조선비즈의 “네이버·페이스북, 어닝서프라이즈” 기사에 의하면,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서비스들에 힘입어 작년 4분기에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3%, 30.3% 늘었다. 작년 전체 실적은 매출 2조 7,619억원, 영업이익 7,6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2.3%, 50.1% 증가했다.

실적 향상은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는 라인이 이끌었다

아시아투데이경제의 “라인의 힘, 네이버 작년 4Q 영업익 1961억…30.3% 상승” 기사에 의하면,

특히 라인 매출은 광고와 콘텐츠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61.9%, 전분기 대비 6.4% 상승한 2,217억 원을 기록했다

무료 통화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일본·대만·태국 등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등극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한국언론들은 네이버의 실적이 굉장히 좋고 엄청나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들을 발행했다. 한국 미디어만 보는 분들은 네이버의 실적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다들 그렇게 보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TechCrunch에서 쓴 네이버 실적에 대한 기사 “라인 매출 성장 둔화로 인해 네이버의 실적이 기대이하였다(Naver’s Earnings Miss Expectations As Line’s Sales Growth Slows)” 에 의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기업 네이버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는데 그 원인은 약했던 라인의 게임부문 매출때문이다(South Korean Internet giant Naver announced quarterly results that fell short of expectations because of weaker performance from the gaming unit of its messaging app Line)

2014년 영업이익은 작년대비 50.1% 성장했지만, 순익은 75.9% 감소했다(Its net profit for 2014 fell 75.9 percent from the previous year to 456.6 billion won, though its annual operating profit managed to grow 50.1 percent to 760.4 billion won)

네이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라인 사업부의 4분기 매출은 작년대비 62% 성장했지만, 증권분석가들의 예상에는 미치지 못한 실적이었다(Line, which is currently Naver’s most important source of revenue, grew its 4Q2014 revenue 62 percent year-over-year to 221.7 billion won, but that was still short of analysts’ targets…..)

라인의 현재 월 실이용자수는 1억 8,1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라인은 현재 일본, 대만 그리고 태국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시징앱이지만, 전체 이용자수는 WeChat(4억 6,800만)과 WhatsApp(7억)에 뒤지고 있다(Line revealed today that its current monthly active user count is 181 million. It is currently the top messaging app in Japan, Taiwan, and Thailand, but overall its user base lags behind WeChat, which has 468 million users, and WhatsApp, with 700 million users)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실적발표를 들었지만 한국과 미국의 기자들이 네이버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는게 재미있다를 떠나서 너무 이상한거 같다. 나의 심한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TechCrunch 기사를 더 신뢰한다. Catherine Shu 기자를 개인적으로도 조금 알지만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통찰력과 분석력이 한국의 tech 기자들보다 조금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조선비즈나 아시아투데이경제 기자들은 아마도 네이버에서 배포한 자료만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한거 같다. 그러니까 회사에 유리한 숫자와 내용만을 가지고 기사가 작성되었다. 재무제표를 아주 자세히 본 기자들이 몇 명 있을까? 봐도 뭘 알까? 그리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생각을 해서 실적발표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려는 노력도 안 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네이버라는 회사를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 포스팅은 네이버에 대한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가 동일한 실적발표에 대해서 이렇게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이상한 현상에 대한 글이다.

연습생보단 코딩공부를

미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한국 젊은이들의 연예인 선호도는 특히 높은거 같다. 내 초등학교 시절에는 장래 희망사항이 매우 다양했던거 같은데 최근에 학생들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해보면 연예인이 압도적으로 많은거 같다. 연예인이라고 하면 배우, 가수, 무용가 등 entertainment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을 다 포함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희망하는 연예인은 미디어에 비치는 화려한 특급 배우 또는 가수인거 같다. 이 중 연기, 노래, 춤을 정말로 사랑하고 예술을 평생 하고 싶어하는 소신있는 젊은 친구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돈’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A 급 배우나 가수들은 돈을 정말 잘 번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다. 그리고 이런 단편적이 면만을 보면 이쁘게 태어나서(이쁘지 않으면 고치면 된다) 연기랑 춤 연습 좀 열심히 해서 어린 나이에 이만큼 돈을 잘 버니 – 주말도 없이 술과 피로에 쩔어서 쥐꼬리만한 연봉 받으면서 회사다니는 아버지나 주위 어른들과 비교해보면 – 굉장히 ‘쉽게’ 버는거 같다. 확률은 낮지만 그래서인지 모두가 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나 보다.

그런데 ‘쉽게’ 돈 벌고 싶어서 연예기획사 연습생 준비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한테 나는 오히려 코딩을 공부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크게 성공을 한다는 가정하에 technology 기반의 회사를 직접 창업해서 성공하는게 유명 연예인이 되는거 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예인으로서 성공할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고 성공한 가수나 배우들 고생한 이야기 들어보면 정말 쉽지 않은 분야라는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도 만만치 않게 낮다. 정확한 최신 숫자는 나도 잘 모르겠고 별로 관심도 없지만, 창업해서 성공하는게 오히려 연예인으로 성공하는거 보다 더 힘들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말 성공하면 왠만한 연예인들 수입은 소수점으로 보일 정도로 대박날수 있다.

내가 연예인 공부보다 코딩 공부를 권장하는 다른 이유는 코딩을 제대로만 공부해 놓으면 대박 성공하지 못해도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TV 에서 소위 말하는 ‘연습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열심히 그리고 힘들게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안타깝게도 이 친구들 절반 이상이 수년동안 연습만 하다가 데뷔 한번 못해보고 인생의 황금기를 보낸 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참 생각하고, 일하고, 배우고, 느끼고, 준비했어야할 중요한 젊은 시기를 연습생으로 춤추고 노래했기 때문에 사회에 나오면 적응하는게 쉽지가 않다고 한다. 연예계쪽으로 커리어를 물색해 보지만 A,B급 연예인이 아니면 제대로 밥벌이를 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동안 연습한 연기, 노래, 춤 실력을 제값 받으면서 써먹을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코딩은 이와는 약간 다른거 같다. 학교에서 또는 스스로 코딩을 배워서 성공하지 못해도 일반 기업에서 개발자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길은 존재한다. 물론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의 개발자 대우는 매우 다르지만 한국도 점차 좋아질거라고 생각한다. A급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개발자들이 먹고 살수 있는 방법들은 존재한다.

또한 제대로 된 코딩의 배움에 있어서 선천적인 능력이 성공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물론 IQ가 높고 선천적으로 좋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남들보다 더 빨리 배우고 프로그래밍을 잘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절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연예인의 경우 조금 다른거 같다. 물론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좋은 연기자나 가수가 된 분들도 있지만,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일반인이 더 잘하기란 코딩의 경우보다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여러가지 오디션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연예 분야에서 “타고났다” 만큼 유리한 조건은 없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목적이 굳이 돈이 아니라 화려함과 대중의 인기라면? 개발자 출신 창업가들도 연예인 못지 않은 슈퍼스타 대접을 받는 세상이 미국은 이미 왔고, 한국도 곧 올 것이다.

시장의 결정

전에 내가 Aereo 라는 회사에 대해서 여러번 글을 쓴 적이 있다:
Disrupt to Create
The Disruptors
허락보다는 용서를 구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성공할만한 모델이었는데 기존 방송국들과 굴뚝 미디어 산업의 반대와 로비로 인해서 결국 대법원 패소 5개월 후에 파산신청을 했다. 솔직히 Aereo 사례를 분석해보면 저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내 짧은 소견과 시각으로 봤을때에는 불법이 아닌 비즈니스모델이지만 막강한 파워와 역사를 가진 대형 방송사들의 비즈니스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였기 때문에 파워플레이에서 밀린거 같다. 앞으로 Aereo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 기술을 다른 회사에서 인수하여 비슷한 서비스를 다른 방법으로 제공할수도 있다. 하지만, Aereo의 패소와 파산으로 인해서 궁극적으로 손해를 보는건 소비자들이다. TV를 볼 수 있는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Uber가 가는곳마다 운송당국과 택시노조와 부딪히는걸 보면 Aereo가 자꾸 생각난다. 특히 서울시는 우버의 Kalanick 사장까지 고소하면서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굉장히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우버의 미래, 그리고 이 사태가 앞으로 우버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궁금하다(솔직히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거 같다). Aereo와 마찬가지로 우버도 상당히 애매모호한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엄밀히 봐서는 불법은 아닌거 같다. 그렇다고 완전히 ‘합법’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엮여있고 어느 도시에서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택시조합의 밥줄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 난관을 단순히 돈과 깡으로 해쳐나가기는 쉽지 않을거 같다. 하지만 우버의 서울시 영업이 전면적으로 불법화 된다면 – Aereo와 마찬가지로 – 궁극적으로 손해를 보는건 안전하고 편리하고 깔끔한 택시 서비스의 경험을 잃는 소비자들이다(‘과거글‘ 글 참조)

쉽지 않은 결정이다. 내가 서울시의 관련 정책결정권자라도 고민하고 또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결정은 시장한테(market, not mayor)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면 시장은 당연히 더 좋고 효율적인 대체 서비스를 원할것이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창업가들은 시장이 원하는 솔루션을 만들어서 제공할 것이다. 아무리 Aereo와 우버같은 서비스를 기존 플레이어나 당국에서 단속해도 시장이 원한다면 이런 서비스는 계속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원한다면 불법 서비스라도 무조건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시장은 효율적이기 때문에 법의 태두리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시장이 결정하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김치와 햄버거

OLYMPUS DIGITAL CAMERA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고 햄버거는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미국인들한테 김치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질문은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벤처인들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이 창업했고, 한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키는건 마치 미국인들에게 김치를 판매하는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 정답은 모른다. 태생이 한국인 제품 뮤직쉐이크를 미국 시장으로 진출시키면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고 잘 한 부분도 있지만, 아주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고는 못 하겠다. 실은, 뮤직쉐이크 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제품에만 국한해서 보면 그 어떤 한국의 스타트업도 미국에 진출해서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다. 미국에서 김치를 판매하는건 무리인가?

우리가 하고자 하는게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이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스트롱벤처스도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나는 3 가지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1. 김치말고 햄버거를 팔아라 – 과연 미국인들이 김치를 먹을까? 이 시각의 전제는 ‘미국인들은 김치를 먹지 않는다’ 이다. 그러면 미국 사람들한테는 김치가 아닌 햄버거를 팔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평생 김치만 먹고, 김치만 만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햄버거를 만들 수는 없다. 레시피를 보고 대충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햄버거 맛을 잘 아는 양놈들이 이런 엉터리 버거를 돈내고 사먹을리 없다. 한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대충 영어로 번역해서 미국에서 판매하려고 하는 전략이 바로 이런 엉터리 햄버거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거와 비슷하다. 제대로된 햄버거를 만들려면 햄버거를 이미 만들어 본 요리사를 새로 영입해야 하는데, 미국 시장용 제품을 만들고 싶으면 영어를 하고,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미국 문화를 아는 인력을 영입해야 하는 거와 같다.

2. 계속 김치를 팔아라 – 이 의견의 전제는 ‘미국인들도 김치를 먹는다.’ 이다. 상식적으로 평생 김치를 만들어 팔던 사람들이 갑자기 햄버거를 만들어 팔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냥 잘 만들던 김치를 만들어서 계속 판매하는게 자연스러운 전략일수 있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분명히 미국인들도 먹을 것인데 다만 아직 미국 사람들은 김치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마케팅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한다. 한국에서 너무나 인기있는 소프트웨어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데, 양놈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마케팅을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 일단 미국에 사는 교포들을 대상으로 김치를 판매하고, 이를 시작으로 서서히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김치를 백인들한테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느낀건 김치 자체가 모든 미국인들이 즐기기에는 너무나 한국적인 음식이라는 것이다.

3. 아메리칸 김치를 팔아라 – #1번과 #2번을 적절히 혼합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치의 기본 재료와 ‘발효’라는 core 컨셉은 유지하되 양념과 맛을 미국 시장에 조금 더 적합하게 customize 하는 것이다. 덜 맵게 하거나, 냄새가 강한 마늘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또는 미국인들이 좋아하게 더 달게 만드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고 어떤게 가장 잘 먹히는지는 꾸준한 실험과 반복을 통해서 fit을 찾아야 한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라면 그 기본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UI, 기능, 결제방법 등을 더 미국적으로 바꾸는 거와 비슷하다. 그리고 지속적인 product iteration을 하면서 market과 product fit을 찾아야 한다. 아메리칸 김치를 만드려면 한국의 오리지날 김치도 먹어보고 김치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햄버거도 먹어보고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본 요리사가 필요하다.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서, 한국과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를 잘 알고, 양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아메리칸 김치’의 예에 가장 적절한 내가 아는 음식/식당 두개가 있다. 하나는 food truck 열풍을 시작한 Kogi 이다. 한국 교포 요리사 Roy Choi가 한국의 갈비, 파, 김치를 재료로 만든 멕시코의 대표 길거리 음식 타코인데 정말 맛있다. 지금은 유사품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몇 년 전과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Kogi 트럭이 오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 또다른 음식은 LA 우리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Seoul Sausage 이다. 한국인 2세 3 명이 경영하는 이 식당은 핫도그가 주 메뉴인데 한국의 갈비와 돼지갈비를 가지고 만든 소세지를 사용한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식당에 가면 한국 음료인 ‘암바사’와 ‘쌕쌕’도 팔고, 튀긴 김치 주먹밥과 같은 다양한 코리안 퓨젼 음식들이 있다. 한국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국 컨셉의 음식을 팔지만, 고객의 대부분은 미국인들이다.

세상 모든일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에 정답은 없다. 어떤 회사들은 미국에서도 계속 김치를 팔면서 꾸준히 시장을 만들어 가고, 어떤 회사들은 방향을 완전히 바꿔서 햄버거를 팔면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또는, 김치와 햄버거 경험을 두루 갖춘 인력을 기반으로 미국시장에 최적화된 ‘아메리칸 김치’를 만들어서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회사의 제품, 인력, 방향, 전략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서 전략은 다를 것이고 이 전략 자체가 계속 바뀔수도 있다. 하지만, 전략과는 상관없이 아직 그 어떤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도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하진 못했다. 나는 5년 안으로 할 수 있다는데 한 표를 걸어본다.

<이미지 출처 = http://pureglutton.com/bulgogi-brothers-stir-burger-revolution>

대기업은 원래 그래요

bureaucrat_2최근 몇개월 동안 한국과 미국 대기업 분들과 같이 소통하고 일 할 기회가 좀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대기업과 같이 일하는게 쉽지 않고 항상 실망감만 남았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특정 기업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가졌던거 보다는 대기업의 사람들한테 큰 실망감을 경험했다.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잘 아시잖아요. 대기업이 원래 좀 그래요.”

의사결정이 엄청 느렸다. 대기업이 원래 그렇단다. 같은 부서 직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안 되었다. 다른 부서는 완전히 다른 회사다. 대기업이 원래 그렇단다. 언제까지 뭔가 결과물을 전달해 준다고 했는데 항상 늦었다. 대기업이 원래 그렇단다. 뭔가 잘 안되면 ‘윗 사람들’이 승인을 안해서 그렇단다. 대기업이 원래 그렇단다. 아예 연락이 안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기업이 원래 그런가보다. 참 안타깝고 실망스러웠다.

실은 대기업이 원래 그렇다기 보다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그 사람들이 원래 그렇다고 하는게 맞을거 같다. 능력있고 일 잘하는 사람들도 대기업 들어가면 결과나 효율보다는 정치, 프로세스, 책임면피 이런거에 집중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경우를 나도 더러 봤는데 많은 사람들은 회사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런 사람들이 대기업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의사결정이 전반적으로 느린 이유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결정 프로세스를 느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말단 직원은 그 이유를 상사한테 넘기고, 상사들은 그 이유를 다시 그들의 상사한테 넘긴다. 실은 맨 위의 의사결정권자 한테는 이 내용이 제대로 전달 되지도 않는다. 권한은 모두가 다 가지려고 하는데,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회사 잘 아시잖아요. 원래 좀 그래요.”를 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그 회사가 그렇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능력이 없는거고 그걸 회사의 탓으로 돌리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사람이 많고, 책임감을 여기저기 토스하면서 시간과 자원의 손실이 발생해도 대기업은 굴러갈 수 있는 돈과 자원이 있기 때문에 이게 가능하다. 기업문화가 회사의 직원들을 형성한다는 이론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기업문화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 기업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전에 내가 Red Bull의 기업문화에 대해서 쓴 적이 있는데, 당연히 이런 회사에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회사의 문화를 흡수해서 진정한 Red Bull 사람이 된다. 회사가 그 사람을 만들지만, 그 전으로 가보면 그런 회사는 Red Bull의 직원들이 만든 것이다. Red Bull도 직원이 거의 1만명이나 되는 대기업이지만, 내가 이들과 같이 일했을때를 회상해보면 부사장이나 리셉셔니스트나 모두 책임과 권한을 본인들이 가지고 움직였지 한번도 남 또는 회사를 탓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조직의 스타트업과 같이 일하는 걸 좋아한다. 이런 bullshit도 없고, 회사에 쓸데없는 지방이(fat) 끼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기업도 스타트업과 같이 운영될 수 있다. 결국엔 사람과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생각을 제대로 갖고 그에 충실한 액션을 취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Verite Re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