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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Ventures 유래

우리 회사 이름은 Strong Ventures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이름이 그냥 ‘강한(strong)’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이보다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다.

(VC들은 잘 아실 텐데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 펀드들의 이름은 창투사가 위치한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창투사 founder들의 이름/학교/지역/고향 등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즉, 대부분의 펀드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서 더 개인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면:
–Sequoia Capital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Sequoia 나무에서 유래
–Palo Alto Investor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Palo Alto에서 유래
–DFJ는 펀드 창업자 3명의 이름 앞 자에서 유래 (Draper, Fisher, Jurvetson)
–Menlo Venture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Menlo Park에서 유래

등등 대부분 벤처펀드의 이름을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John이랑 나도 펀드를 처음 만들 때 우리랑 개인적으로 연관된 재미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둘 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의 까나리아 군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글 참고) 여기서 뭔가 영감을 얻자고 했고 이런저런 지명을 생각해 봤다. 우리가 자란 곳의 영문 이름이 Canary Islands이니까 처음에는 Canary Ventures라는 이름을 생각했는데 ‘카나리아’ 새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고 – 조금 약한 느낌 – 한국사람들 한테는 까나리 액젓도 연상되는 거 같아서 pass. 까나리아 군도의 라스팔마스(Las Palmas)라는 도시에 살았으니까 Las Palmas Ventures도 고려해봤지만(영어로는 Palm Trees) “라스팔마스”는 너무 길어 발음하기가 힘들어서 pass.

그러다가 까나리아 군도의 다른 섬들 이름을 생각해봤다(참고로 까나리아 군도는 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Fuerteventura라는 섬이 있는데, 이 섬의 이름에서 우리 회사 이름이 나왔다. Fuerteventura를 영어로 옮기면 “fuerte = strong” , “ventura = venture(이 번역은 아주 깔끔한 번역은 아니지만 비슷하다)” 라서 Strong Ventures로 정했다.
fuerteventura
다행히도 strongvc.com 도메인이 구매 가능했고(아주 운이 좋았다), “스트롱 벤처스”라는 이름이 누구나 한번 들으면 거의 잊지 않는 이름이며 한국 사람들이 발음/기억하기에도 아주 쉬운 이름이었다. 이게 Strong Ventures 이름의 유래이다.

창조경제 정부의 역할

몇 달 전에 TechStars/Brad Feld의 ‘저자와의 간담회’에 갔다가 받은 그의 책 “Startup Communities“를 얼마 전에서야 읽었다.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는 이 책은 굳이 실리콘 밸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본인이 사는 곳에서 창업과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며, 이와 관련된 Brad의 경험 위주의 책이다(Brad Feld는 콜로라도 주의 Boulder에서 여러 가지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맨손으로 만든 선구자 중 한 명이다). 여기서 그는 스타트업 활동과 커뮤니티를 만듦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에 관해서 설명했는데 내가 많이 공감한 부분들이 있어서 여기서 잠깐 공유해본다.

-Leader vs. Feeder: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들고 잘 운영하려면 ‘leader’와 ‘feeder’의 역할이 분명 해야 하며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Brad는 주장한다. 영문 그대로 leader는 앞장서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의 멤버들을 융합시키면서 모든 사람이 항상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남들한테 행동으로써 모범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Leader는 항상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Feeder는 leader들이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이런저런 도움과 지원을 먹여주는(=제공하는, feed) 사람들이다. 주로 정부, 대학, 기관, 대기업 등이 feeder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정부가 창업을 진흥하고 벤처를 돕겠다는 의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우 강하다. 지금 한국이 딱 그런 거 같다. 하지만, 정부가 항상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본인들이 feeder가 아니라 leader라고 생각하는 점이라고 Brad는 경고한다. 정부는 leader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leader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필수조건은 “입으로 하는 leading”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leading”인데 정부는 태생적으로 행동이나 실행과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 vs. 고성장 스타트업: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맡는 부서는 중소기업청 소속인데 이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Brad는 주장한다. 왜냐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특히 소기업)은 주로 특정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을 하는 저속성장의 비즈니스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주로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라고들 한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고속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비즈니스이며 지역경제와는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스타트업들은 본인들 비즈니스에 워낙 focus하고 있으므로 스타트업의 직원이라는 입장에서만 지역경제나 국가 경제에 간접적으로 공헌만 할 수 있다. 정부의 스타트업에 대한 무지는 바로 ‘벤처기업=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무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창업 지원정책은 그 누가 봐도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들의 생각과 필요성과는 거리가 멀다. 담당자들이 스타트업이나 창업가 커뮤니티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 담당자들은 사업을 시작하고, 가끔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속으로 참으면서, 개인/가족/회사를 밸런스 한다는 게 뭔지 잘 모른다. 오직 책으로만 습득한 얕은 지식을 창업정책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진심으로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스타트업 행사나 창업가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질문하는 걸 Brad는 권유한다. 이런 행사는 대부분 근무 시간 후 늦은 오후/밤 또는 주말에 있는데, 공무원들은 근무 시간 후에는 일하지 않는다는 게 또 다른 문제다.

주기적 문제: 정부와 스타트업의 시계는 너무 다르다. 태생적으로 주기가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예를 한 번 들어보자. 한국의 정권은 5년마다 바뀐다. 이 때문에 모든 정부의 정책은 5년이라는 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한 3개월 동안은 아무런 활동이 없다. 새로운 정부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그다음 6~8개월 동안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담당자들이 바뀌고,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고, 발표한다. 이러면서 1년이 날아간다. 남은 4년 중 3년 동안 새로운 정책들이 (운이 좋으면) 부분적으로 실행되고 마지막 1년은 또 그다음 정권 준비한다고 날아간다. 정부는 이 3년 동안 무조건 실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면서 단기적인, 그리고 외형적인 성과를 원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5년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의 시계와 맞지 않는다.

Feeder로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하고 쉬운 건 과연 정부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지 창업가들한테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스타트업 정책을 만드는데 왜 대학교수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대기업 간부들과 회동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창업가들한테 정부가 뭘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본 후에 “그건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는 “그건 우리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답변을 줘야 한다. “상부에 건의해 볼게요” 라면서 5년 동안 뭉그적거리지 말고.

이 글을 읽는 분 중 지금까지 정부의 도움을 받은 창업가들이 있다면, 정부가 여러분들의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구체적인 댓글로 알려주면 나와 다른 독자들한테 큰 도움이 될 듯.

글로벌 서비스 제대로 번역 하기

PS_0834_YOU_ENGLISH지난 9개월 동안 내 파트너 John과 나는 꽤 많은 스타트업들에 투자했다. 계산을 해보니 한 달에 평균적으로 한 개의 회사에 투자했다. 미국인들이 만든 완전 미국 회사들도 있지만 역시 대부분 회사는 한국인들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창업한 벤처들이다. 현재로써는 모두 다 힘없고 작은 회사들이지만 앞으로 크게 global business가 될 가능성이 높은 팀원들로 구성된 회사들이다.

창업팀이 한국 사람들이다 보니 글로벌 서비스를 만드는 게 쉽지가 않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역시 가장 기본이 되는 언어에서 그 문제점들은 시작된다. 대부분 회사는 일단 제품을 한글로 만들어 놓은 후, 영어로 번역하게 되는데 이렇게 할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일단, 한글 -> 영어를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다. 처음엔 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중/고/대학을 미국에서 나오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조차 실력이 의심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는 창업가의 친구 중 “영어 좀 한다는” 사람들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는다. 영어 좀 하는 사람 중 제대로 된 번역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번역을 하는 사람을 찾아도 이 사람들의 결과물을 보면 왠지 어색한 부분들이 항상 존재한다. 글씨/문장 하나하나를 비교해보면 아주 완벽한 번역이라서 딱히 틀린 부분을 지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하면서 전체적인 사용자경험의 면에서 보면 특정 상황이나 특정 화면과는 적합하지 않은 번역이 많다. 왜냐하면, 그 제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번역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번역하는 예를 한번 들어보자.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번역하면, 단어 하나씩에 대한 번역은 맞을지 몰라도 영화를 관람하면서 자막을 읽어보면 왠지 전체 영화랑은 잘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문맥(context) 기반의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글로 만든 서비스를 제대로 영문 현지화하려면 그 제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품을 사용해 본, 그리고 영어를 매우 잘하는 사람이 번역을 해야 한다. 이런 사람을 찾기는 정말 힘들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 중에 우리 제품을 100% 이해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고, 우리 제품을 100% 이해하는 사람 중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 또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창업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경험하고, 그 경험과 제품을 own 하는 사람만이 글로벌 사용자의 입장에 입각한 ‘제대로 된’ 번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미국 사람이면 이 화면이 나올 때 어떤 메시지를 보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더 중요한 건 그 질문에 대한 미국적인 답변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게임과 같이 사용자의 감성과 지성을 자극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서비스라면 더욱더 그렇다. B2B 서비스와는 약간 달리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이미지 하나, 이 모든 걸 글로벌화 해야 한다.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파악하고 그 번역을 처리하는 건 거의 예술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게임 번역은 대통령 전용 동시 통역가도 할 수 없는 큰 작업이다.

위처럼 말로 하면 쉽지만, 이걸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정말 어렵다. 글로벌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창업팀한테 내가 주는 조언은 창업팀에 영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을 채용하든지, 아니면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같이 앉아서 작업하고 고민할 수 있는 미국인 또는 영어 잘하는 사람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번역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번역만 잘한다고 글로벌 서비스가 만들어 지는 건 아니다. 제대로 된 번역은 localization이라는 빙산의 일각이다. 하지만, 가장 기초가 되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eelingoodtees.com/I-WANT-YOU-TO-SPEAK-ENGLISH-T-SHIRT–P2256.aspx>

생산성 누수 현상

photo-9-18-16-10-43-47-am-1며칠 전에 내 페이스북 친구가 wall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미국에 와서 밤에 일하기를 매우 즐기고 있는데 밤에 일하는 기분이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며 다시 느꼈는데, 여기서는 해가 지면 집중이 되며 정신이 맑아지는 반면 한국은 해가 지면 빨리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한 잔 빨러 가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만 줄여도 생산성이 30%는 올라갈 거다.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술 권하는 사회고 이로 낭비되는 국민의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내가 이번에 한국에서 느꼈던 점을 그대로 표현하는 글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라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본다. 나는 이번에 한국에 약 한 달 동안 머물다 방금 LA로 돌아왔다. 한 달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오랜만의 출장은 너무나 짧았고 엄청나게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하루에 평균 4개의 미팅을 했는데 결국 시간이 모자라서 저녁 약속도 거의 매일 있었다. 서울의 밤거리는 내가 한국에서 일했던 2007년보다 더욱더 술에 취해있었다. 식당이건 술집이건 상관없이 아예 앉자마자 소맥으로 시작해서 완전히 떡이 되도록 마시는 걸 보면서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과 처음으로 조국에 대한 걱정까지 해봤다.

한나라를 지탱하는 척추와도 같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제일 심했다. 도대체 월요일부터 술을 이렇게 퍼마시면 이 사람들은 아직 4일이나 남은 한 주 동안 어떻게 살아남을까? 그리고 일은 언제 할까? 해답은 간단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일을 별로 안 하는 거 같다. 밤새도록 퍼마셔도 어쩔 수 없이 그다음 날 정시 출근을 하면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오전 내내 일을 거의 못한다. 점심때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오후에는 담배 한 대 피고 동료들과 커피 한잔 하면서 노가리까다보면 오후 3시 정도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일한다. 그러다 보니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야근해서 피곤하니 집에 가기 전에 간단하게 한잔하고 가면 12시가 훌쩍 넘는다. 이런 악순환이 연속되니 생산성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상을 반영하듯 한국은 모든 게 늦게 열고 늦게 닫는 거 같다. 미국은 스타벅스가 새벽 5시 30분에 열어 8시면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 새벽에도 커피 사려고 줄 서 있는 직장인들이 꽤 있다.) 한국은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이 8시가 넘어서야 문을 열고 거의 밤 11시까지 영업을 한다. 새벽 6시에 운동가면서 보니 골목골목 그 전날 술 먹고 비틀비틀 귀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았다. 오히려 2007년보다 더 심했다.

식당이랑 술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청담사거리 뒷골목의 많은 식당은 밤 11시에도 바글거린다. 미혼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이렇게 늦게까지 술을 먹고 집에 안 들어가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비즈니스’ 때문에 술을 늦게까지 먹는다는데 이것도 한두 번이지, 대부분 다 핑계다. 나도 한국에서 일해봤지만, 술 늦게까지 안 먹고 회식 자리 몇 번 빠져도 회사 안 망하고 세상 안 망한다. 오히려 그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회사 나와서 남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회식을 빠지면 직장상사와 동료들한테 미움 받고 찍힌다고 한다. 상관없다. 어차피 그런 이유로 사람 병신 만드는 상사와 동료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이젠 정말로 실력으로 경쟁하는 세상이다.

미국과 유럽의 직장인들이 매우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꽤 많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확실히 말해주고 싶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내가 아는 미국인들, 엄청나게 생산적으로 일한다. 아주 일찍 일어나서 근무시간에는 전혀 딴 짓 안 하고 일만 한다. 한국같이 12시 되면 우르르 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빨리 일하고 집에 가려고 집에서 점심을 싸오거나 아니면 간단하게 샌드위치 먹으면서 점심시간에도 일한다. 그리고 6시에 정시에 퇴근한다. 회식이란 문화는 미국에는 없다. 신입사원 환영회나 아니면 축하해야 할 일이 있으면 대부분 점심을 하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조촐하게 맥주 한 캔씩 한다(오후). 저녁을 먹을때도 있지만 이건 말 그대로 강제성을 띄지 않는 ‘저녁’이다. 6시에 퇴근해서 이들은 가정으로 돌아가고 그때부터는 책임감 있는 남편, 아내, 엄마, 아빠가 된다. 그리고 푹 쉬고 스트레스 풀고 그다음 날 다시 일찍 출근한다.

이렇게 일하니까 일 년에 3주씩 휴가를 갈 수 있다. 그만큼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프랑스 사람들 한 달씩 바캉스 가는 거 보면서 “저놈들은 언제 일하냐”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우리나라 사람들 술을 먹고 술 취해서 허비하는 시간을 더하면 한 달도 훨씬 넘는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회식이나 동료들과 술 먹는 거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직장 문화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해야 한다. 누가 봐도 한국의 이런 무절제 술 문화는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다. 아직은 이렇게 누수되는 생산성을 코피 터지면서 밤새워 일하는 걸로 땜질하고 있지만, 이런 미봉책이 평생 갈 수는 없다. 근본적인 대책과 변화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의 7 가지 실수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일하다 보면 – 특히, 대한민국이 그나마 강하다고 자처하는 IT 분야에서 –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오는 비즈니스맨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원래 알던 분들이 미국에 출장 온다거나, 또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시장조사를 오신다거나, 아니면 아는 사람들의 소개를 통해서 만난다거나…아마도 나는 한 달에 3~4명의 새로운 한국 비즈니스맨들을 이메일/전화/미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거 같다. 거기다가 모든 한인이 살면서 일생에서 한번은 거친다는 LA라는 지리적인 특색을 고려하면 더욱더 많은 한국분을 알게 된다.

실로 LA에 살면서 그동안 나는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을 –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시는 –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경영인, 창업가, 언론인, 영화배우, 운동선수, 식당업, 제조업, 농수산물 등등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세계라는 무대를 대상으로 바쁘게 사시는 분들이며 모두 나름대로 배울 점들이 많은 분이다. 이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꼈던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쳤으면 좋은 점 7가지를 여기서 한번 나열해 본다. 물론, 이 리스트는 나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이기 때문에 굳이 남들의 동의를 구하지는 않지만 거의 10년 이상 우리나라 분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와..내가 미국인이었다면 이럴 땐 정말 황당해할 거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을 모아놓은 사례들이다.

1/ 이메일 계정 -언젠가 한국에서 꽤 잘나간다는 신문사 기자를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명함에 기재된 이메일은 bonjoureverybody@xyz.com 이었다. 몇 주 후에 만난 한 벤처기업 마케팅 이사의 이메일은 bestandhappy@wxy.com이었다. 무슨 특별한 뜻이 있냐고 물어보니 “항상 최선을 다해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을 하더라 – “이거 생각해낸다고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라는 말도 함께. 이 분이랑 같이 미국 회사 중역들과 미팅을 하였는데, 명함의 이메일을 보고 황당해하는 그 미국인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메일 주소는 무조건 이름을 사용해라. 왜 그러냐고 묻지도 마라. 그냥 무조건 자기 이름과 성을 가지고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라. 이건 너무나 기본적인 이메일 원칙이며,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맨들이 이렇게 function하고 있다. 튀는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데는 그냥 평범한 원칙을 따르는 게 좋다. 괜히 말도 안되는 ‘튀는’ 이메일 계정을 만들지 말고 그냥 누가 봐도 무난하고 이름을 외울 수 있는 이메일을 사용해라. 나도 여러 개의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kihong, khbae, kihong.bae, kbae 이런식으로 되어 있다.
유난히 아시아인들이 (특히 한국과 일본) 독특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런 걸 볼 때마다 미국인들은 많이 비웃고 우습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 한번 관심을 가지고 9시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라. 10명 중 9명의 기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언론인들은 이런 걸 좀 자제해주면 좋을 거 같다.

2/ 회사 이메일 –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장과 함께 LA에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생긴 지 얼마 안되는 회사라서 명함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뭐 미국에서의 명함은 한국에서와 같은 절대적이고 심각한 의미를 지니지 않기 때문에 그건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장이 미팅을 하였던 미국인의 명함에 적어준 본인의 이메일은 xyz@paran.com이었다. 파란을 당연히 모르는 미국인은 “파란”이 모기업의 이름이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미쳐 중간에 끊어서 답변을 하기 전에 그 사장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아뇨, 파란은 그냥 웹메일입니다. 회사 메일이 있는데 그냥 귀찮아서 잘 사용 안 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그 사장한테 그게 귀찮아서 명함에 파란 메일을 박아서 다니려면 그냥 짐 싸서 집에 가라고 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건데 아직도 한국에서 오시는 비즈니스맨들을 보면 hotmail, hanmail이나 gmail을 명함에 박아서 다니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아직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았거나 회사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면 큰 상관은 없지만 대부분 거의 2~3년 이상 회사를 운영하신 분들이 이러니 참…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어떤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회사 명함에 abc@hotmail.com이라는 이메일 주소를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엉터리 회사, 사기꾼 또는 진지하게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3/ CC: – 한국분들과 이메일을 하다 보면 cc:의 개념을 잘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뜻밖에 많다. 내가 메일을 보낼 때 누군가를 cc: 하면 cc:된 사람도 계속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그 이후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그 사람도 cc: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답장을 할 때는 항상 reply all을 하는 게 예의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은 그냥 reply를 한다. 그러면 내가 또 다른 사람을 cc:해서 답장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또 그냥 나한테만 reply를 한다.

분명히 이 사람은 cc:라는 걸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다.

4/ 명함 – 실리콘 밸리에서는 명함을 아예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메일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수단인 동네에서 명함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어떤 분들은 환경을 위해서라고 한다). 설령 명함을 상대방한테 주더라도 그냥 한 손으로 주는 게 이 동네의 분위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명함을 던져주는 분들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일본 사람들은 명함을 무슨 목숨과도 같이 지키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항상 명함을 무슨 신주 모시듯 꺼내고, 두 손으로 매우 반듯한 자세로 상대방한테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한 손으로 전달하면 된다.

5/ 악수 – “두 손” 전략은 비단 명함 전달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악수를 할 때도 한국분들은 굳이 두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반가움의 밀도를 표현하는 거라고 하지만 괜히 미국에서는 이상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악수는 그냥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한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지긋이 잡아주면 된다. 그리고 악수를 하면서 쓸데없이 허리를 굽히거나 괜히 굽신거리는 몸짓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6/ 회사 연혁은 생략 – 한국 회사의 소개자료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게 있는데 바로 회사 창립일부터 현재까지 매년/매달 단위로 주저리주저리 적어놓은 회사 연혁이다. 특히, “중소기업청 이노비즈” , “대한민국 혁신벤처기업상” 등등 전혀 미국 비즈니스에 도움되지 않는 연혁들을 소개자료에 집어넣는 회사들이 있는데 미국 회사들은 이런 회사의 연혁을 주저리주저리 회사 소개 자료에 포함하지 않는다. 회사 경영진,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정도만 포함하면 된다.

7/ 어설픈 영문 자료 – 이 또한 매우 짜증 나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너무나 많은 한국 회사들의 영문 자료나 영문 웹사이트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문 표현들과 오타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회사는 보니까 회사 이름에도 오타가 있던데 한 1년 동안 그 틀린 글자가 그대로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더라. 어차피 미국인이 아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철자나 영문법 같은 거야 틀릴 수 있다고 굳이 주장하시는 분들한테는 그러면 그냥 집으로 가시든지 아니면 준비가 된 후에 다시 미국으로 오시든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문자료는 주위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나, 외부 전문 기관에 돈 몇 푼 주고 검토해달라고 부탁하면 되는 건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위에 나열한 7가지 “mistake”들은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분들은 내가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면 “너 지금 어릴 때부터 외국 살아서 영어 잘한다고 자랑하냐?”라고 비꼬면서 비아냥거리시는 분들도 있다. 과연 그런 걸까? 솔직히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슈들이고, 그렇다고 위에 나열한 7가지 실수들이 큰 계약의 성사를 방해하거나 회사를 하루 아침에 망하게 하는 절대적인 deal-breaker 수준의 실수들은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은 다르다. 모든 일에 있어서 “기본”이라는 건 존재한다. 아무리 창의력과 차별화가 요구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이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에티켓들이라는건 존재하며,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런 기본적인 규칙들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