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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미국에서 VC 하기

내가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과 설명이다. 내가 쓰는 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어떤 분들은 동의할 것이고 어떤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인데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얼마전에도 이 질문을 받았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2년 전에 미국에 처음와서 MBA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제 곧 졸업인데 저 같은 한국 토종도 미국 VC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까요?”

일단…매우 애매하고 사람마다 다른 그런 질문이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라서 나도 나름대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아주 간단하게 풀어보면 나는 VC 들은 기본적으로 다음 능력/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 이건 당연하다. 투자하려면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투자자라고 볼 수 없다.
  2. 어느정도의 경험 – 스타트업 관련 경험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여러가지 일 수 있는데 창업 후 성공적인 exit 경험,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창업 후 여러가지 벤처 시나리오 경험, 직접 창업은 하지 않았지만 스타트업 경험, 직접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동안 여러 스타트업들에 투자해서 이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 정도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창업가들이랑 도저히 이야기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창업가들이 투자자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스타트업에 대해서 뭘 안다고?” 뭐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전혀 스타트업 경험은 없지만 투자하는 회사마다 대박이 나는 능력자들도 가끔 있다.
  3. Deal sourcing 능력 – VC 업계에도 최근들어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VC로써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이 deal sourcing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돈만 있으면 창업가들이 줄을 서서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좋은 창업가가 있다면 투자자들이 줄을 서고 창업가는 입맛에 따라 골라서 돈을 받을 수 있다. Deal sourcing을 잘하는 VC들은 내 생각에 2 부류가 있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없는 VC들인데 이들이 잘하는 건 발로 열심히 뛰어 다니는 거다. Facebook을 처음 발견한 Kevin Efrusy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참고로 Efrusy씨는 이제 실리콘 밸리에서 굉장히 유명한 거물 VC가 되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면서 마치 영업사원처럼 좋은 창업가와 회사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견하고 이들에게 스스로를 잘 팔아서 창업가들이 남의 돈이 아닌 내 돈을 받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부류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좀 있고 경험이 많은 VC들인데 이미 투자자로써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했고 그동안 좋은 connection을 – 다른 투자자 및 창업가들과 –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유망주들에 대한 소식을 남들보다 먼저 접하게 된다. 참고로, deal sourcing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남들이 잘 모르는 회사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하지 않을때 더 좋은 조건에 남들보다 먼저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로써 대박은 바로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자 그럼 한국에서 온 분들이 미국에서 이런 조건을 갖추고 VC를 하려면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장 중요하며 기본적인 건 영어다. 첫째도 영어, 둘째도 영어, 그리고 셋째도 유창한 영어다. 위에서 언급한 능력들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 보자. 재벌가 출신이 아닌 이상 투자를 하기 위한 돈 또한 외부에서 받아야 한다. 영어를 못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나 자신을 어필하고 수십억원의 돈을 받을 수 있나? 스타트업 경험을 쌓으려면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들과 아주 헤비하게 involve가 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영어가 안되면 택도 없다. 한국에서의 경험? 솔직히 요새 소위 말하는 unicorn 경험 또는 그와 비슷한게 아닌 이상 별로 안 쳐준다.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데 남들보다 먼저 deal sourcing은 어떻게 하나? 일단 어느 지역에 어떤 회사들이 요새 뜨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파악을 하더라도 그 회사의 창업팀을 찾아가서 “나,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당신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그리고 내가 유능한 미국 창업가라면 영어를 띄엄띄엄하는 투자자한테는 왠만하면 돈을 안 받을 거 같다. 능력있고 자신있는 창업가라면 돈을 받을 수 있는 구멍이 많은데 굳이 이 사람한테 돈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우리 회사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유창한 영어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비즈니스를 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필수 요소이다.

*관련 동영상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VC 되기” 보기
*영어 관련 과거 포스팅:
영어 하기
Do You Speak English? – Part 1
Do You Speak English? – Part 2

 

What is a startup?

이 블로그 Startup Bible에 아주 잘 어울리는 동영상을 하나 공유한다. beLaunch 2014를 위해서 비석세스 팀에서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의 “What is a startup?”이란 질문에 대한 의견과 생각을 취합해서 정리한 2분짜리 동영상인데 (나도 잠깐 출연), 각자 스타트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재미있고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Flitto 이정수 대표의 말이 제일 찰지다 (1분 26초):

Startup is where you find a bunch of idiots. Idiots – they don’t give a shit about failure. They just enjoy their way(병신들이미친놈들이 무더기로 모여있는 곳이 스타트업입니다. 이 병신미친놈들은 실패라는 걸 모르고 상관도 하지 않죠. 그냥 지들이 하는 걸 즐길뿐입니다).

모두 다 병신이 되어미쳐서 인생을 즐기자.

beLAUNCH 2014 @DDP

올해로 우리 투자사 beSuccess가 주최하는 beLAUNCH 컨퍼런스가 3살이 되었다. 행사 준비와 실행은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와 그의 team이 전적으로 추진하지만 John과 나도 계속 사이드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해마다 느끼는거지만 이 정도 규모의 컨퍼런스를 소수의 인력이 준비를 하고 실행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걸 보면서 beSuccess 팀한테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

올해도 상당히 기대가 되는 beLAUNCH 행사이다. 일단 규모면에서는 2,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되며 스피커, 내용 그리고 스폰서들 모두 작년 대비 업그레이드 되었기 때문이다. 장소도 강남의 COEX를 탈피해서 세계적인 건축가 Zaha Hadid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인데 나는 아직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가본 분들에 의하면 매우 멋진 공간인거 같다.

한국에서도 이제 스타트업 관련 많은 유/무료 행사들이 열리지만, beLAUNCH 2014에 오셔서 멋진 경험을 하고 가시길. Let the craziness and party begin!

-When: 2014년 5월 14일(수) ~ 15일(목)
-Where: 동대문디자인플라자
Startup Battle 지원하기
Startup Booth 참여하기
표 구매하기

과거 beLAUNCH summary
-소개 동영상: beLAUNCH http://youtu.be/LsHriNljnXo | beGLOBAL http://youtu.be/iKH_0U1WHR4
-참석자 수: 1,300+ (2012), 1,700+ (2013), 2,000+ 예상 (2014)
-스타트업 전시 부스 수: 50 (2012), 100 (2013), 200+ 예상 (2014)
-과거 연사들: Phil Libin (Evernote CEO), David Lee (SV Angel), 정몽준 (현대그룹 회장) Aydin Senkut (Felicis), Bill Draper, Tim Draper, Adam Draper (Boost), Sarah Lacy (Pando Media), Jeff Clavier (SoftTech VC), Ben Huh (Cheezburger), 이석우 (카카오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
-과거 스폰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다음, 미래창조부, KISA 등

2MB 법칙

투자나 전반적인 피드백을 원하는 많은 창업가들이 Strong Ventures에 이메일을 보낸다. 대부분 회사/제품 소개 자료도 같이 보내는데 나는 이 중 일부는 읽고, 일부는 아예 열어보지도 않는다. 바빠서 그런게 아니다. 아무리 바빠도 왠만하면 모든 이메일과 자료는 읽는 편이다. 이메일 내용도 없고 첨부 자료가 더럽게 길고 용량이 큰 게 항상 문제가 된다.

그리고 항상 한국 분들이 문제다. 혹시나 나한테 자료를 보내고, 이걸 내가 읽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다음 사항들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

  • 2MB 이하 – 소개 자료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소개 자료다. 아주 구체적인 자료는 길어도 된다). 소개 자료가 너무 길면 그건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못한다는 의미이거나 비즈니스 자체가 너무 복잡하다는 뜻이다. 어떤 분들은 거의 50MB 짜리 자료를 다운받아 보라고 링크를 보내는데, 이렇게 큰 파일을 다운받을 시간도, 긴 자료를 읽을 시간도, 관심도 나는 없다. 왠만한 투자자들도 나랑 같은 생각일 것이다. 파일을 첨부하려면 무조건 2MB 이하로 만드는 걸 권장하고 PPT 보다는 PDF가 좋다.
  • 필요한 내용만 – 소개 자료에는 필요한 최소 내용만 있으면 된다. 더 궁금하면 투자자들이 다시 물어볼 것이다. 소개 자료에 제품 사진이나 스크린샷 또는 공장 사진 (제조업이라면)을 덕지덕지 붙여서 보내면 용량만 커지고 professional한 느낌이 많이 떨어진다. 만약에 굳이 사진을 많이 붙이려면 용량은 최소화해서 보내는게 읽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 What do you want? – 이메일을 보낼때 제발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표시해라. “현재 1억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특정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등등 구체적을 원하는걸 알려주면 좋겠다. 많은 한국분들이 “회사 자료 보내드립니다.” 하고 이메일이 오는데 이런건 읽어 보지도 않고 삭제한다.

내가 왜 이렇게 까칠하게 구냐고?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메일 communication을 워낙 많이 하다보니 이젠 이메일만 봐도 이 사람이 professional한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게 된 거 같다. 한 줄의 이메일과 2장짜리 소개 자료가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장문의 이메일과 20MB 짜리 자료가 읽히지도 않고 바로 휴지통으로 가는 경우가 많으니 위 부분은 항상 명심하면 좋을 거 같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성향이다.

동그라미 서명

최근 3년간 한국에 여러 번 출장 다니면서 의아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던 신용카드 서명 관련된 이야기다. 과거에는 실제 신용카드 전표에 펜으로 서명을 했지만 이제는 모두 기계로 바뀌면서 스타일러스 펜으로 기기의 화면에 서명을 한다. 그런데 미국과 약간 다름점이 있다면 미국의 경우 서명을 한 후에 누르는 ‘확인’ 버튼이 서명을 하는 기기에 있어서 신용카드 소비자가 누르게 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서명하는 기기에 ‘확인’ 버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봤는데, 내가 갔던 식당이나 가게는 거의 이랬다). 대신 이 ‘확인’은 카운터에 있는 분이 알아서 누르게 되어 있다.

난 서명이 좀 길고 복잡해서 그냥 대충 동그라미나 줄 한두게 긎는 사람들보다는 서명하는데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그런데 서명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카운터에서 그냥 ‘확인’을 눌러버려서 반쪽짜리 서명으로 신용카드가 결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직히 이건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 주인이 서명을 하지 않았는데 – 카드사용을 승인하지 않은거랑 동일 – 가게에서 승인을 해버리는거랑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막말로 내가 나중에 이 가게에 와서 이거 내 서명이랑 다르고, 내가 서명한게 아니라고 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가게 주인들한테는 이렇게 따져봤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커녕 다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서 “손님 서명이 너무 길어요 ㅎ”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신용카드 뒷면을 보면 카드주인이 서명하는 란이 있다. 그리고 이 밑에 보면 “이 카드는 상기란에 서명된 회원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양도, 대여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미국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면 카드 뒷면의 서명과 실제 서명을 비교해보는 경우도 종종 있고, 신분증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의 경우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문화 차이인가?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해보자. 도둑놈이 내 신용카드를 막 긁고 다니면서 내 서명이 아닌 다른 서명을 하는데 그 누구도 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사기와 신용카드 정보유출 관련 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요새는.

더 재미있는 건, 어떤 커피샾에서 계산하면서 내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카운터 알바생이 나 대신 그냥 다음과 같이 지가 서명하고 내 신용카드 승인을 해준 경우가 있었다. 뭐라 하니까 “원래 다 그렇게 해요”라는 성의없는 답변만 돌아왔고 그 알바생은 그날 나한테 험한 말 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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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건 원래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 아닌가? 내가 너무 까칠한건가? 이런 생각을 아무도 해보지 않은건지 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