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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블로그] 창업의 어두운 면 – 스트레스, 공황, 우울, 자살

helping-hand최근에 한국 스타트업 CEO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알던 분은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직접적으로는 자살한 분의 가족, 지인 그리고 동료들이 큰 충격에 빠지지만 간접적으로는 같은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창업가나 투자자들 한테도 그 파장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스트레스, 공황, 우울, 자살 이런 단어들은 창업가들한테 낯선 단어는 아니다.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창업가들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는 멋쟁이들이다. 거기에다가 회사가 잘 되면 막대한 부를 거머지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은 겉과는 달리 이들의 속은 각종 공포, 걱정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서 곯았다는 점이다. ‘Entrepreneur’라는 가면의 화려함 뒤에는 창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데 이걸 잘 다스리지 못하면 어떤 이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내 주위에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몇 있지만 나는 이 분들한테 “힘내세요. 모든게 잘 될 겁니다.”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우울증으로부터 오래동안 시달려온 사람들한테는 이런 말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모든게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마음의 병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섣부른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현재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한마디는 해주고 싶다. 힘들면 주위에 도움을 구하라는 말이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누구라도 붙잡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도움을 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본인과 주위 모든 분들을 위한 최선책이다.

[과거글: 힘들면 도움을 구해라]

1월 말에 LA는 Jody Sherman이라는 유능한 창업가를 잃었다. Jody는 2009년도에 어린이들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Ecomom이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LA와 남가주 쪽에서는 꽤 유명하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47살에 그는 권총으로 자살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수 년 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자살은 한국인들한테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Wikipedia에 의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40살 이하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자살하는 사람 중에는 우리가 아는 창업가들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다.
나도 여러번 말한적이 있지만, 월급쟁이들이 받는 직장의 스트레스와 owner들의 스트레스는 많이 다르다. 뭐가 다른지는 여기서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창업을 했고 이 짓을 오래한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을테니까. 스트레스의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창업가들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그에 대한 반응 또한 샐러리맨들과는 달리 극을 달릴 수 있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현재 너무 힘들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러지 말고 이걸 끝까지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나도 이 짓을 몇 년 해왔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성공의 확률이 높지 않은 스타트업 industry에서 일을 하면서 이 바닥의 ups and downs를 매일 경험하고 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인 소모가 많은게 스타트업 운영이라는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창업을 했고 스타트업을 평생 운영할 계획이라면 이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하면 더했지 줄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단단히 각오해라. 하지만, 좋은 소식은 바로 인생이 고달플때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창업가들이 명심해야하는 사실은 바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창업가들이 있고 분명히 겉으로는 웃으면서 모든게 잘 되고 있다고 연기를 하고 있지만 모두 다 힘들어 하고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것이다.

힘들어 하는 창업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 더이상 희망이 없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할때 –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면 분명히 이런 순간이 올 것이다 – 주위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도움을 구해라. 가족, 친구, 동료, 투자자, 변호사, 회계사 심지어는 경쟁자도 상관없다. 아주 당당하고 직설적으로 도움을 구해라. 힘들때 도와달라고 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게 아니다. 가끔 난 창업이라는게 거대한 압력밥솥 속에 발가벗은 채 들어가 있는거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압박은 더욱 더 심해진다. 이런 압박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다보면 몸과 마음에 당연히 영향이 미친다. 그러니까 힘들면 괜히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겉으로 웃지말고 솔직하게 도움을 구해라.

Jody가 앓던 우울증이나 최근 한국의 연예인들이 경험하는 공황장애는 미국에서는 더 이상 ‘병’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분류 할 정도로 흔한 현대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혹시,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도움을 주자.

<이미지 출처 = http://comeinunity.org/partners/>

유니크한 포지셔닝

회사 소개서를 잘 안 보는 편이지만 어쩌다 보니 9월 마지막 주에만 5개 이상 본 거 같다. 회사 소개서마다 공통적으로 내 눈길을 끄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대략 다음과 비슷한 차트가 포함된 페이지다:

나만의 유니크한 포지셔닝

나만의 유니크한 포지셔닝?

이 차트의 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경영 컨설턴트들이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한 거 같다. Magic quadrant, competitive matrix 등으로 불리는 거 같고 우리 회사가 속한 분야에 어떤 경쟁사들이 있고, 그 중 우리는 어디에 포지셔닝이 되어 있고, 경쟁 중에 우리는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한 눈에 잘 보여주는 차트라서 유용하긴 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내가 본 모든 차트가 주는 인상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분야는 경쟁이 살벌합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도 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다른 경쟁사와는 달리 유니크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 때문에(더 저렴, 더 빠름, 더 포커스된 등)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거 굉장히 좋은 말이지만 현실감은 120% 떨어진다. 오히려 괜히 시간 낭비해서 쓸데없는 슬라이드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위치해 있는 공간에는 경쟁사들이 거의 없고 다른 3 사분면에는 경쟁사들이 미어터질 정도로 많다. 일단 이거부터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무조건 제일 좋은 사분면의 제일 끝에 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소셜하고, 가장 성능이 좋다. 정말로 굉장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서비스가 아닌 이상 –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천재들이나 연구소에서 나오지 일반인들한테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모든 사분면이 경쟁사로 득실거려야 하는게 현실이다. 그리고 x 축과 y 축의 명칭에 상관없이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와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은 차트를 꽉 채워야 하는데 항상 보면 어느 구석에 다른 회사보다 조금 큰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관련글 ‘너나 잘해라‘).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경쟁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 경쟁이 없다면 내일 또는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것이다. 만약에 평생 경쟁이 없다면 이건 오히려 시장성이 없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나같은 경우 이런 차트를 봤을때 특정 회사가 대형 경쟁사들 사이에 찡겨 있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내가 관심있는 건 이런 쟁쟁한 경쟁사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나만의 유일한 product fit과 market fit을 찾아서 의미있는 비즈니스와 고객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모든 창업가들은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비즈니스가 속한 사분면에 아무도 없게 x축과 y축을 인위적으로 정의할까 고민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들보다 뭘 우리가 다르게 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으면 한다.

API 비즈니스

YC의 폴 그래이엄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이 있다 – “API = self-serve biz dev.”

Photo Sep 06, 5 17 48 PM

대략 의역을 하면 좋은 API를 만들어서 제공하면 다른 서비스들이 알아서 이 API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큰 영업조직을 유지하면서 영업 사원들이 영업을 하지 않아도 API가 스스로 영업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API는 사업성과 파급력이 크다. 얼마전에 발표된 Uber API를 구현하면 차량 이동이 필요한 서비스들은 (예: 지도관련 서비스, 식당 관련 서비스 등) 사용자들에게 아주 편리하고 깔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고, 이런 서비스들이 더 많이 생길수록 우버의 영향력은 커진다. Chain.com은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API이다. 이 API를 통해서 모든 비트코인 거래가 저장되는 공개장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서비스를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 장부는 어차피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전에도 누구나 접근이 가능했지만 Chain API는 이를 더 쉽게 만들었다 (Chain이라는 이름도 정말 기똥차다). 뭐, 그 외에도 API들은 엄청 많지만 내가 요새 간단하면서도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API들은 EasyPost (미우체국, UPS, DHL, FedEx 배송 시스템과 연동)와 Lob (종이, 편지, 명함, 카드 등에 출력을 가능케함)이다. 공교롭게도 두 스타트업 모두 YC 출신이다.

API의 장점에 대해서 아주 기술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Uber API 예를 들어보자 (아직 우버가 API를 완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공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버가 API를 제공하지 않고 구글이나 Yelp와 같은 회사들과 개별적인 파트너쉽을 통해서 시스템 통합을 시도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또한, 이 통합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려면 우버와 파트너사 모두의 자원이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API를 잘 만들어서 제공하면 우버가 할일은 그냥 API를 지원만 하면 되고 그 외의 모든 작업은 파트너사 쪽으로 전가된다. 그와 동시에 우버 비즈니스는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확장하고, 더 큰 파트너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다. 물론, 이로 인해서 얻게 되는 매출 및 트래픽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에는 좋은 API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API를 제공하는 한국 회사가 당장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는다. 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API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면 좋겠다. 우버의 경우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API를 직접 만들어서 제공하지만, 대량의 서비스/데이터/정보가 존재하고 이 서비스/데이터/정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층이 존재한다면 이 두 관계자들을 매끈하게 연결해 주는 API만을 가지고도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여기에서 한국의 차세대 유니콘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s://twitter.com/paulg>

영어가 그렇게 중요한가? YES

얼마전에 한국에서 오신 분이랑 LA의 한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 세트 하나 시키는게 별거 아니지만 캐시어가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이 분이 하나도 못 알아들으셔서 주문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리고 먹는 동안 계속 “아, 내가 영어만 좀 하면 저런 멕xx놈들한테 무시 당하지 않을텐데.” 라면서 투덜거렸다. 듣다 못해 내가 “그럼 영어 좀 배우세요.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하면서 차갑게 한마디 해줬다.

“우리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식상할 정도다. 이런 분들한테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내가 만든 제품, 내가 하는 비즈니스, 앞으로 회사의 계획 등에 대해서 글로벌 고객, 글로벌 투자자, 글로벌 파트너 그리고 글로벌 직원들에게 창업가 스스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에서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한데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설득력있는 스토리텔링이 불가능하다. 통역을 사용해도 되지만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한글 -> 영어 통역이 아닌 감정/문맥/생각/경험이 그 통역에 녹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창업가의 생각이 100% 효율적으로 전달되기 힘들다. 결론은, 쉽지 않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영어 공부를 하고 영어를 배워야 한다.

9월 초 US Open 테니스 대회에서 일본의 영웅이 된 Kei Nishikori를 보면서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플로리다로 일찍 테니스 유학을 와서 그런지 영어를 잘하는 이 일본의 젊은이가 세계 테니스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당연히 테니스를 잘쳐서 그렇지만 또다른 이유는 유창한 영어로 팬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터뷰와 TV 쇼에 초대를 받고 그럴때마다 본인의 생각을 영어로 진솔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팬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 수 있다.

테니스 선수는 아니지만, 같은 운동 선수인 LA Dodgers의 류현진 선수를 비교해보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의 피처로서의 실력은 어느정도 인정 받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류현진 선수는 아직은 그냥 공 잘 던지는 피처지 ‘미국의 팬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스타는 아니다. 내 생각에는 영어도 그 이유 중 하나인거 같다. 류현진 선수는 영어를 못한다 – 영어 하는걸 아직 한번도 못 봤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에 의하면 거의 한마디도 못 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나 TV 쇼 같은데서 그가 직접 그의 생각을 말하는 걸 난 못 봤다. 가끔씩 나오지만 통역사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좋은 통역이지만 그의 생각이나 어감/어투를 100% 전달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LA 팬들도 아직 류현진 선수가 인간적으로는 어떤 생각을 가진 선수인지는 잘 모른다. 직접 본인 입으로 그날의 구질이나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거랑 이 내용을 한다리 걸쳐서 통역을 통해서 팬들에게 말하는 거는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샜지만, 포인트는 동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 그리고 내가 말하는 글로벌 시장은 북미시장이다 – 창업가와 대표이사가 영어를 잘 하는게 필수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연습하길 권장한다.

<이미지 출처 = http://article.wn.com/view/2013/09/12/Dodgers_will_have_to_watch_HyunJin_Ryu_carefully_down_stretc/>

한국의 유니콘들

기고자 소개) John Nahm은 (남호형)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배기홍씨의 친구이자 스트롱벤처스 공동 대표이다. 그는 기술 및 금융 산업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과 미국의 초기 벤처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John Nahm 대표는 어린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영어, 스페인어 및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동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했다.

2013년 11월 TechCrunch에 “Welcome To The Unicorn Club: Learning From Billion-Dollar Startups“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글이 그렇듯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해서 분석한 글이지만 나를 비롯한 tech 업계의 모든 분들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유니콘’이라는 단어가 전설속의 날개달린 말이 아닌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을 가르킬때 사용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글을 기고한 Aileen Lee에 의하면 유니콘은 ‘2003년 이후 창업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소프트웨어 회사’ 이다. 그 이후 더 많은 유니콘들이 미국에서는 탄생했지만 글이 발행되었을 당시에 미국에는 39개의 유니콘들이 있었다.

American unicorns

우리는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한국에는 유니콘들이 있을까? 있다면 몇 개? 앞으로는 어떤 유니콘들이 탄생할까? 스트롱벤처스가 (미래의) 유니콘들을 초기에 발견해서 투자하려면 뭘 어떻게 더 개선하고 바꿔야 할까?

내 파트너 John이 이런 질문들과 생각들을 시작으로 한국의 유니콘들을 찾아봤다.

[기고문]

회사의 가치가 천억 대를 넘어 조 단위에 이르는 스타트업 그룹을 ‘더 유니콘 클럽(The Unicorn Club)’이라고 부른다. ‘유니콘’이란 전설속의 상상의 동물이지만 마치 유니콘처럼 보기 드물고 마술적인 가치를 창출해 낸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드롭박스와 같은 스타트업들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지난 11월 카우보이벤처스(Cowboy Ventures)의 에일린 리(Aileen Lee) 대표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한화 약 1조384억 원) 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39개를 유니콘이라고 지명하는 기사를 테크크런치에 기고했다. 그후로 10억 달러가 넘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은 전세계에서 유니콘(Unicorn)으로 불리고 있다.

내일 9월 12일 개최되는 지난 금요일 개최된 비글로벌2014 (beGLOBAL2014)에서는 국내 10개 유망 스타트업들을 해외 VC와 스타트업 관계자에게 선보이는 무대가 펼쳐졌다. 이번 계기로 인해 필자가 속해있는 스트롱벤처스와 비석세스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중 ‘한국의 유니콘 클럽(Korean Unicorn Club)’을 선정해 보았다. 분석에 의하면 한국에는 10개의 유니콘이 존재한다.

Korean unicorns

쿠팡은 지난 5월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의 투자로 인해서 기업 가치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마켓은 이베이코리아(eBay Korea)에 2009년 인수된 가격을 기반으로 가치를 정했다(현재 가치는 아마도 더 높을 것이다). 컴투스(Com2US), 다음(Daum), 엔씨소프트(NCSoft), 넥슨(Nexon)은 상장한 회사이니 현 시점의(9월 10일) 시총을 기준으로 잡았다.

스마일게이트(Smilegate)는 작년 이익에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현재 평균 P/E ratio를 적용해서 기업가치를 정했다. 네이버의 경우, 라인(LINE)이 곧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니 네이버의 현재 시총에서 라인의(보수적인) 예상가치를(130억 달러) 분리했다. 카카오(Kakao)와 라인의 기업가치는 최근 미디어에서 거론되는 수치를 기준으로 정했다.

이 분석에 의하면 다음의 몇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새롭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만하다):

  • 한국은 소프트웨어도 잘한다(Korea is good at software): 많은 사람들에 의하면 한국은 하드웨어는 잘하는데 (e.g. 삼성, LG) 소프트웨어는 못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 유니콘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뛰어나며, 충분히 거대한 비즈니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게임은 한국의 최대 강점이다(Gaming is our specialty): 고정관념과 일치하는 부분은 한국에는 좋은 게임회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유니콘 10개 중 4개가 게임회사다(Com2us, NCSoft, Nexon, Smile Gate).
  • 전자상거래 분야가 부상하고 있다(E-commerce is rising as a leading category):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쿠팡과 지마켓만 유니콘으로 분류되었지만, 그 외에도 소셜커머스에는 티켓몬스터(TicketMonster)와 위메이크프라이스(WeMakePrice), 배달 시장에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 현지 스타트업이 시장을 이끈다(Local players lead the local market): 한국의 경우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만든 스타트업들이 대성공한다. 한국에서 야후(Yahoo!)와 구글(Google)이 로컬 검색과 포털사업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 토종 서비스인 다음과 네이버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주로 이렇게 보인다.
  •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는 한국의 스탠포드다(SNU and KAIST are the Stanford of Korea): 한국 유니콘 10개 중 적어도 5개의 스타트업은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창업멤버들로 구성 되어있다.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 라인의 경우 거의 동기동창으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창업멤버들이다.
  • 메신저 앱이 가장 빨리 성장한다(Messaging Apps rule): 한국 유니콘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최고의 스타트업들은 모바일 메신저앱 카카오와 라인이다.
  • B2B 유니콘은 한국에 없다(B2B SaaS unicorns are non-existent in Korea):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유니콘은 B2C 소비자 서비스들이다. B2B분야를 폭발적으로 리드할 유니콘 탄생의 기회가 다분히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많은 단체들과 많은 관계자들의 노력과 협조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테크 스타트업 업계는 티핑 포인트를 (tipping point) 넘어섰다. 앞으로 5년 안에 한국의 유니콘이 적어도 10개가 더 탄생할 수 있기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이미지 출처>
http://siddgan.wordpress.com/2014/03/09/trip-to-the-unicorn-capital-of-the-universe/
http://techcrunch.com/2013/11/02/welcome-to-the-unicorn-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