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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UNCH 2014 @DDP

올해로 우리 투자사 beSuccess가 주최하는 beLAUNCH 컨퍼런스가 3살이 되었다. 행사 준비와 실행은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와 그의 team이 전적으로 추진하지만 John과 나도 계속 사이드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해마다 느끼는거지만 이 정도 규모의 컨퍼런스를 소수의 인력이 준비를 하고 실행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걸 보면서 beSuccess 팀한테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

올해도 상당히 기대가 되는 beLAUNCH 행사이다. 일단 규모면에서는 2,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되며 스피커, 내용 그리고 스폰서들 모두 작년 대비 업그레이드 되었기 때문이다. 장소도 강남의 COEX를 탈피해서 세계적인 건축가 Zaha Hadid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인데 나는 아직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가본 분들에 의하면 매우 멋진 공간인거 같다.

한국에서도 이제 스타트업 관련 많은 유/무료 행사들이 열리지만, beLAUNCH 2014에 오셔서 멋진 경험을 하고 가시길. Let the craziness and party begin!

-When: 2014년 5월 14일(수) ~ 15일(목)
-Where: 동대문디자인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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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beLAUNCH summary
-소개 동영상: beLAUNCH http://youtu.be/LsHriNljnXo | beGLOBAL http://youtu.be/iKH_0U1WHR4
-참석자 수: 1,300+ (2012), 1,700+ (2013), 2,000+ 예상 (2014)
-스타트업 전시 부스 수: 50 (2012), 100 (2013), 200+ 예상 (2014)
-과거 연사들: Phil Libin (Evernote CEO), David Lee (SV Angel), 정몽준 (현대그룹 회장) Aydin Senkut (Felicis), Bill Draper, Tim Draper, Adam Draper (Boost), Sarah Lacy (Pando Media), Jeff Clavier (SoftTech VC), Ben Huh (Cheezburger), 이석우 (카카오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
-과거 스폰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다음, 미래창조부, KISA 등

2MB 법칙

투자나 전반적인 피드백을 원하는 많은 창업가들이 Strong Ventures에 이메일을 보낸다. 대부분 회사/제품 소개 자료도 같이 보내는데 나는 이 중 일부는 읽고, 일부는 아예 열어보지도 않는다. 바빠서 그런게 아니다. 아무리 바빠도 왠만하면 모든 이메일과 자료는 읽는 편이다. 이메일 내용도 없고 첨부 자료가 더럽게 길고 용량이 큰 게 항상 문제가 된다.

그리고 항상 한국 분들이 문제다. 혹시나 나한테 자료를 보내고, 이걸 내가 읽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다음 사항들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

  • 2MB 이하 – 소개 자료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소개 자료다. 아주 구체적인 자료는 길어도 된다). 소개 자료가 너무 길면 그건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못한다는 의미이거나 비즈니스 자체가 너무 복잡하다는 뜻이다. 어떤 분들은 거의 50MB 짜리 자료를 다운받아 보라고 링크를 보내는데, 이렇게 큰 파일을 다운받을 시간도, 긴 자료를 읽을 시간도, 관심도 나는 없다. 왠만한 투자자들도 나랑 같은 생각일 것이다. 파일을 첨부하려면 무조건 2MB 이하로 만드는 걸 권장하고 PPT 보다는 PDF가 좋다.
  • 필요한 내용만 – 소개 자료에는 필요한 최소 내용만 있으면 된다. 더 궁금하면 투자자들이 다시 물어볼 것이다. 소개 자료에 제품 사진이나 스크린샷 또는 공장 사진 (제조업이라면)을 덕지덕지 붙여서 보내면 용량만 커지고 professional한 느낌이 많이 떨어진다. 만약에 굳이 사진을 많이 붙이려면 용량은 최소화해서 보내는게 읽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 What do you want? – 이메일을 보낼때 제발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표시해라. “현재 1억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특정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등등 구체적을 원하는걸 알려주면 좋겠다. 많은 한국분들이 “회사 자료 보내드립니다.” 하고 이메일이 오는데 이런건 읽어 보지도 않고 삭제한다.

내가 왜 이렇게 까칠하게 구냐고?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메일 communication을 워낙 많이 하다보니 이젠 이메일만 봐도 이 사람이 professional한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게 된 거 같다. 한 줄의 이메일과 2장짜리 소개 자료가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장문의 이메일과 20MB 짜리 자료가 읽히지도 않고 바로 휴지통으로 가는 경우가 많으니 위 부분은 항상 명심하면 좋을 거 같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성향이다.

동그라미 서명

최근 3년간 한국에 여러 번 출장 다니면서 의아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던 신용카드 서명 관련된 이야기다. 과거에는 실제 신용카드 전표에 펜으로 서명을 했지만 이제는 모두 기계로 바뀌면서 스타일러스 펜으로 기기의 화면에 서명을 한다. 그런데 미국과 약간 다름점이 있다면 미국의 경우 서명을 한 후에 누르는 ‘확인’ 버튼이 서명을 하는 기기에 있어서 신용카드 소비자가 누르게 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서명하는 기기에 ‘확인’ 버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봤는데, 내가 갔던 식당이나 가게는 거의 이랬다). 대신 이 ‘확인’은 카운터에 있는 분이 알아서 누르게 되어 있다.

난 서명이 좀 길고 복잡해서 그냥 대충 동그라미나 줄 한두게 긎는 사람들보다는 서명하는데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그런데 서명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카운터에서 그냥 ‘확인’을 눌러버려서 반쪽짜리 서명으로 신용카드가 결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직히 이건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 주인이 서명을 하지 않았는데 – 카드사용을 승인하지 않은거랑 동일 – 가게에서 승인을 해버리는거랑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막말로 내가 나중에 이 가게에 와서 이거 내 서명이랑 다르고, 내가 서명한게 아니라고 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가게 주인들한테는 이렇게 따져봤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커녕 다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서 “손님 서명이 너무 길어요 ㅎ”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신용카드 뒷면을 보면 카드주인이 서명하는 란이 있다. 그리고 이 밑에 보면 “이 카드는 상기란에 서명된 회원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양도, 대여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미국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면 카드 뒷면의 서명과 실제 서명을 비교해보는 경우도 종종 있고, 신분증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의 경우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문화 차이인가?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해보자. 도둑놈이 내 신용카드를 막 긁고 다니면서 내 서명이 아닌 다른 서명을 하는데 그 누구도 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사기와 신용카드 정보유출 관련 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요새는.

더 재미있는 건, 어떤 커피샾에서 계산하면서 내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카운터 알바생이 나 대신 그냥 다음과 같이 지가 서명하고 내 신용카드 승인을 해준 경우가 있었다. 뭐라 하니까 “원래 다 그렇게 해요”라는 성의없는 답변만 돌아왔고 그 알바생은 그날 나한테 험한 말 좀 들었다.

signature

이런건 원래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 아닌가? 내가 너무 까칠한건가? 이런 생각을 아무도 해보지 않은건지 좀 궁금하다.

마지막 10%

전에 ‘Detail의 중요성‘이라는 글에서 결국 고객이 제대로 사용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서비스의 핵심은 마지막 세세한 터치, 즉 ‘디테일’이라고 했다. 지난 주 KOTRA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3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을 만났고 이들의 서비스를 배우고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아주 기발한 회사는 없었지만, 꽤 괜찮다고 생각한 회사는 몇 개가 있었다. 그렇지만 나한테 이 회사들에 투자하겠냐고 물어본다면 심각하게 고민은 해 보겠지만, 아마도 하지 않을 거 같다.

‘마지막 10%’의 부재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괜찮은 서비스이고, 외국에서 잘 되고 있는 서비스를 거의 비슷하게 카피했거나 아니면 조금 다르게 한국 상황에 맞게 고친 서비스들인데 역시 조금만 깊게 사용을 해보면 디테일이 상당히 약하다.
‘비주얼 관심 유발 -> 손으로 클릭 -> 서비스 사용 시도’ 까지는 무난하게 가지만 그 이후에 일어나야하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서비스 깊게 사용 -> conversion(구매, 회원등록 등)’까지 갈 수 있는 서비스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과 인력들은 머리도 좋고 손이 빠르다. 이들은 서비스의 완성도를 0% -> 90% 까지는 상당히 빨리 올릴 수 있다. 아주 좋은 능력이다. 미국의 팀들은 같은 90% 완성도를 만드는데 거의 1.5배 – 2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원도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91% 완성도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시간도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 지속적인 제품 반복 (product iteration)을 해야하는 높은 집중도와 작은거에 대한 세세한 관찰이 필요한데 이상하게도 이 완성도 91% 이상에 있어서는 한국의 팀들이 약점을 보인다. 디테일이 부족한 제품은 절대로 90% 이상의 완성도를 갖출수가 없는데 91% -> 100%의 성역에서는 미국의 팀들이 강한 실행력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을 압도하는 거 같다.

나는 얼마전에 알게된건데 iOS 7의 시계 아이콘 자체가 실제 시계인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거 같다 (아이콘의 시계바늘이 실제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 클릭해서 시계를 실행시키면 몇시인지 알 수 있지만, 아마도 이 한번의 클릭을 없애면서 사용자의 불편함 제거 (뭐, 큰 불편함은 절대 아니다), 배터리 보존 (이것도 그닥 큰거는 아니다) 그리고 눈의 즐거움 증대를 (이건 크다) 하지 않았나 싶다. 바로 이런게 세세한 디테일을 배려한 제품 관리가 아닌가 싶다.

ios7 clock
왜 이 마지막 10%가 중요한가? 고객들이 특정 서비스에 쓰는 돈의 – 유료 서비스라면 – 90%를 바로 이 마지막 10%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떤 서비스는 이 마지막 10%의 디테일 때문에 매출의 100%가 발생한다. 디테일에 신경을 쓴 서비스가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이다. 90% 완성도를 갖춘 서비스는 껍데기는 화려할지도 모르고, 이에 유저들이 끌려서 서비스를 몇번 사용해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려한 외관을 보고 몰려든 고객들이 돈을 쓰게 만드려면 이 마지막 10%가 제일 중요하다. 100% 완성도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지만, 93% 완성도의 서비스만 만들어도 아주 훌륭한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는 좆밥 회사들에 투자한다

사진 2014. 1. 4. 오후 8 50 00

얼마 전에 올린 ‘한국 대기업들도 할 말 많다‘라는 글에 대해서 논란도 많았고 예상치 못했던 코멘트들도 많이 달렸다. 솔직히 나는 이 글을 나쁜 의도 보다는 좋은 의도에서 썼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분들도 많았나 보다. 전반적인 의견은 한국과 미국은 환경 자체가 다르므로 미국과 같은 exit을 한국에서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댓글 중 솔직히 상당히 거슬렸던 내용이 있었는데, 여기서 한번 공유해 본다(내 블로그에 직접 올라온 거는 아니고 비석세스에 올라온 답글이다). 그런데 이 정도 소신으로 답글을 쓰시려면 왠만하면 ‘익명’이나 ‘가명’이 아닌 본명을 쓰라고 권장하고 싶다. 이딴 욕지거리를 익명으로 쓰는 사람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다기보다는 그냥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글을 읽어보면 기본적으로 그냥 너는 ‘미국 상황 잘모르는 병신’ ‘너는 자본주의 개념조차 모르는 jot밥’ ‘자유경쟁이 뭔지 모르는 개병신’ 이렇게 상대를 기본적으로 하대하고 글을 적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기업가 분이였는데 정말 큰 실망했습니다.

.중략.

미국식 자본주의 개념 많이 배우고 똑똑하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미국에서 창업 경험해보았고, 대 성공(?)은 모르겠으나 투자자로 활동하셔서 스타트업 평가하는 사회적 위치에 올라가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미국상황 잘 모르는 한국 스타트업에 ‘닥치고 개발해라’라고 좋은 말씀해주시면 ‘어익후’ ‘이런 좋은 말씀을’ 하고 립서비스 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좋으시겠습니다.

.중략.

끝으로 배기홍님. 아무리 좆밥처럼 보이는 아시아 변방, 한국의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인내심을 가지고 소통하시길 권합니다. 배기홍님이 좆밥처럼 생각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거쳐 훌륭한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잘나셨는지 모르겠으나 겸손하시길 권합니다.

솔직히 난 이 분의 정확한 포인트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분이 옳다 틀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판단하고 싶지도, 할 자격도 없다. 이건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차피 우린 우리만의 의견이 모두 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우리 Strong Ventures는 이 분이 말하는 ‘좆밥’같은 한국 회사들에 매우 활발하게 투자를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 좆밥같은 회사들이 빨리 글로벌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회사들로 성장할 수 있을까 대가리 터지게 1년 365일 고민하고 있다. 이 분이 말하는 “배기홍님이 좆밥처럼 생각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거쳐 훌륭한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 와, 제발 이렇게 되길, 그리고 제발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이렇게 훌륭한 기업이 되길 나랑 내 파트너 John은 매일 기도하고 있다. 이 분은 뭘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결과에 따라서 천국으로 날아갈 수도 있고 지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과 커리어가 이 분이 말하는 ‘좆밥’같은 한국 스타트업에 달려있는데 내가 과연 ‘너무 잘나서’ 한국 회사들이 잘 안 되길 바라는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우리가 투자한 한국 회사들이 잘 돼야 하지만, 이 중 너무 매력적이어서 대기업이 당장 큰 금액에 인수를 고려하게끔 하는 회사들은 아직 없다. 아니 – 우리가 투자해서 어떻게 보면 우리 얼굴에 침 뱉기지만 – 대부분의 회사는 한참 멀었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로 구성된 회사라면 항상 가능성은 존재하며, 우리 모두 창업팀들과 같이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그래, 어쩌면 전에 쓴 글에서 내가 한국 스타트업들을 ‘좆밥’으로 보고 있다는 냄새를 풍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야말로 이 회사들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같이 일하고 있고 한국 회사들이 잘되길 가장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점도 제발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분은 이렇게 열정적으로 댓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제발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시길. 벤처를 운영하시는 분이라면 자신의 회사가 ‘좆밥’이 되지 않도록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