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근에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Tumblbug)에 투자를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유, 크라우드, 대중의 힘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들에 관심이 많다. 항상 말하지만 공유/크라우드 제품들은 인터넷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고, 반대로 인터넷은 이런 서비스들을 위해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Kickstarter와 Indiegogo의 성장을 지켜본 나로써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킥스타터를 찾게 되었다. 솔직히 텀블벅 말고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한국에도 이미 많이 존재하고 새로 생겨나고 있다. 어떤 회사들은 매출이나 규모면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지만 왠지 뭔가 부족하고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텀블벅의 엔지니어를 만났고, 그 이후 염재승 대표를 만났는데 첫 미팅에서 굉장히 좋은 인상을 가지고 텀블벅 사무실을 떠났다.
일단 우리는 텀블벅의 engineering team에 굉장히 감명 받았고, 자연스럽게 기술과 개발을 중시하는 회사의 문화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이런 좋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뭔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려는 회사의 방향이 내가 전부터 생각했던 크라우드펀딩 개념과 잘 맞았다. 회사의 모토인 ‘독립적인 문화창작을 위한 펀딩 플랫폼’ 그리고 이를 실현해 줄 수 있는 능력있는 개발력과 팀원들 – 이 정도면 비즈니스를 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혀도 충분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동안 만났던 모든 크라우드펀딩 회사들이 지향하는 미래는 펀딩 ‘플랫폼(platform)’ 이다. 인터넷 플랫폼을 만든다는 건 말을 하고 상상하기에는 너무나 쉽지만, 실제로 실행하는건 굉장히 어렵다. 궁극적으로 탄탄한 플랫폼을 만들고 그 플랫폼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좋은 기술력이 그 플랫폼을 뒷받침 해줘야 하는데 아쉽게도 많은 분들이 엔지니어링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영업에만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구축은 힘들다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들의 캠페인들을 보면서 맘에 들지 않았던 또 다른 점은 많은 캠페인들이 단순한 기부형 프로젝트라는 건데 – 그리고 오히려 이런 기부형 프로젝트를 장려한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 텀블벅은 이런 프로젝트들을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한다. FAQ를 보면 이 부분이 명확하다:
Q. 돈이 필요한데 기부형 프로젝트도 가능한가요?
A. 단순히 기부가 목적인 프로젝트는 텀블벅과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특정단체의 존속을 위한 막연한 기금 모금 행사 같은 경우이지요. 기부가 가치있는 활동임은 틀림없지만, 텀블벅은 시작과 끝이 명확한 창조적인 목적성을 가진 프로젝트에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만, 프로젝트 결과의 일부가 기부로 연결되는 것은 괜찮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능해진 민주화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물론, 부작용도 많지만 이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텀블벅과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 변두리에 사는 창업이나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 본인 스스로가 부자가 아니라면 –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절대로 남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이런 발명가들은 텀블벅과 같은 펀딩 플랫폼을 통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초기자금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된다. 물론, 자금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그냥 기부하는 건 아니다. 이런 좋은 프로젝트나 제품에 투자를 함으로써 남들보다 그 제품을 먼저 구매하거나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나는 이 그림이 너무 좋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본 분들이라면 이제 다 알겠지만 이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말은 개소리다 (요샌 초딩들도 이런 말 믿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0 m에서 시작하고, 어떤 운 좋은 사람들은 90 m에서 시작한다. 아주 재수없는 사람들은 아예 -30 m에서 시작한다. 이런 불공평한 세상을 내가 어떻게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뒤처진 곳에서 출발을 하더라도 그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뒤처진 사람들은 더 빨리 그리고 더 열심히 뛰어서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 크라우드펀딩은 이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누구에게나 다 주는 아주 아름다운 것이다.
<이미지 출처 = www.tumblbug.com>
‘Mentor(멘토)’ – 난 최근에 이 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 업계뿐만이 아니라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서 멘토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다. 실은 나도 그동안 적지 않게 나 자신을 창업가들한테 ‘멘토링’을 제공하는 멘토라는 말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더 많은 회사와 창업가들을 만나고,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자신을 멘토라고 하는 게 얼마나 쪽팔리고 우스운 건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특히나 이번에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많은 창업가를 아주 깊고 인간적으로 알 기회가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멘토로 삼고 싶은 20대 중반 창업가들도 더러 있었다.

투자를 하다보면 다른 업종이 제공하지 못하는 많은 특권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다른 업종이 제공하지 않는 많은 골치거리와 스트레스 또한 경험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