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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성장과 마이너스 매출총이익

작년에 USV의 Fred Wilson이 마이너스 매출총이익(negative gross margin) 성장에 대해 굉장히 통찰력 깊은 글을 썼다. 실은 나도 이와 비슷한 각도에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생각난김에 몇 자 적어보고 싶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소프트웨어 유니콘 회사들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말들이 많다. 곧 거품이 터지고 모든 유니콘이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초 부정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현재 174개로 알려진 유니콘 기업들의 숫자는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초 긍정론자들도 있다. 참고로, 나는 조심스러운 긍정론자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그 기반에는 프레드 윌슨이 말하는 ‘마이너스 매출총이익 성장’이 있다. 마이너스 매출총이익은 간단히 말해서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 물건을 팔았을 때 버는 매출보다 큰 구조이다. 실은 우리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온디맨드 O2O 서비스들이 이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제품을 팔 때마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잃는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는 대표이사가 멍청해서가 아니다. 일단 남들보다 싸게 서비스를 제공해서 수요를 창출하고, 사용자들을 확보해서 그 플랫폼에 완전히 가두기 위해서이다. 규모가 생기고, 이 규모를 일단 플랫폼에 가두면 나중에 가격을 올리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이다(또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70조 원의 1등 유니콘 회사 우버 또한 이런 비용구조 위에 만들어진 비즈니스이고, 온디맨드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유니콘 회사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나는 이들이 이런 성장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온디맨드 플랫폼 비즈니스 자체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쟁사가 출현할 수 있는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는데 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에서 천천히 성장을 하다 보면 다른 경쟁사들이 쉽게 들어와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진입장벽이 낮아서, 아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없다면 누군가 탄탄한 자본력을 가지고 밀어붙이면 시장의 1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어쩌면 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분야에서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매출총이익 전략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수익구조를 희생하면서라도 최대한 싸게 팔고, 최대한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최대한 빨리 성장을 해야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등 비즈니스가 바로 유니콘 기업들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팀과 돈이다. 워낙 오랫동안 돈을 태우면서 성장해야 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돈이 필수다. 그리고 이 팀의 비전을 끝까지 믿고 언젠가는 이 회사가 돈을 벌 거나 더 큰 회사에 인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진 투자자를 잘 만나야 한다.

수익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투자만 계속 받고, 외형적으로만 성장하는 걸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지만, 위에서 말한 이런 생리를 이해하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품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100원인데 이 제품을 90원에 팔아서 물건 하나 팔 때마다 10원의 마이너스가 나는 회사, 그리고 이 마이너스 나는 10원을 투자자의 돈으로 메꾸는 그런 게 무슨 비즈니스냐 라고 하시면 솔직히 나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런 회사에 계속 자금을 대주는 투자자들이 있고, 이 과정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모든 고객을 확보해서 업계 1위의 유니콘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면 결국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다.

글로벌 서비스, 그리고 물리적 위치

pokemon-go-nick_statt-screenshots-1.05년 전에 내가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를 그만두고 스트롱벤처스를 시작할 당시 나는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싶으면 무조건 물리적으로 미국에 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을 했다. 아무리 세계가 연결되어 있더라도 한국과 미국의 물리적인 위치 차이는 한국에서 미국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팀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불리한 약점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이 허락한다면 나는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고 항상 권장했다.

하지만 아무 준비도 없이 – 위에서 내가 말한 부분 중 ‘상황이 허락한다면’을 이분들은 너무 쉽게 생각한 거 같다 – 무턱대고 미국으로 가서 실패한 한국 스타트업을 너무 많이 만났고, 이와는 반대로 미국이 본사가 아닌 해외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나는 이런 내 생각을 더는 고집하거나 주장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 게임의 강자 슈퍼셀이다. 2010년도 북유럽의 핀란드에서 탄생한 이 작은 게임 개발사는 핀란드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제패했다. 아마도 창업한 이후 2-3년까지는 핀란드를 떠나지 않았고, 북미 시장을 석권한 이후에 미국에 사무실을 만든 걸로 알고 있다. 참고로 슈퍼셀은 2015년도에 단지 3개의 게임만으로 매출 2.6조 원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최근에는 굳이 홈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아도 제대로 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한국에 본사를 두고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주장을 했다.

그런데 요새 포케몬고 사태를 보면서 다시 생각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포케몬고 때문에 난리가 났다고 한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 특히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어 하는 동네(=local) 비즈니스 –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투자자와 창업가들은 이 서비스와 포케몬고가 만들어 가는 사회적 현상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물리적으로 포케몬고를 할 수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으므로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물론 이걸 어떻게 하고,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에 있는 내 친구들을 통해서 듣고 있고 다양한 기사를 접해서 대략 알고 있지만, 포케몬고를 글로 읽는 거와 실제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므로 참으로 답답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포케몬고를 아직 한국에서 할 수 없으므로 인해서 이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하는 한국 창업가들의 기회손실은 치명적이고, 이런 비즈니스에 투자를 해야 하는 나 같은 투자자들도 눈 뜬 장님같이 “포케몬고가 그렇다고들 하더라”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미국에 있었으면 직접 포케몬고를 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하므로 이를 통해서 느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분명히 이 중 몇 제품들은 크게 될 것이다. 미국에 있는 창업가들이 이러고 있는 동안 한국에 있는 우리는 그냥 이런 현상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끝난 NBA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미국에 있었으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농구 이야기를 했고, TV를 켜도 항상 방송되는 게 NBA 경기이고, 미디어에서도 계속 커리와 제임스 이야기만 하니까 그냥 자동으로 관심을 두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단 그 누구도 NBA 플레이오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관련 소식을 내가 노력해서 찾아야 했고, 이렇게 관련 콘텐츠들이 나한테 푸쉬되지 않으니 나도 자연스레 흥미를 잃고 이와 함께 관심도가 내려갔다. 한국에서 농구나 스포츠 관련 앱을 개발하려는 창업가들은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미국의 창업가보다는 태생적으로 불리한 시작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주목해야 할 만한 현상이다. 내가 한국에 사는 창업가이며 포케몬고 관련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는 미국 시장을 잘 모르는 팀이 –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고 미국인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모르는, 그리고 영어를 하지 못하는 – 글로벌 시장을 위한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B2C 제품은 단순하지가 않다.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문화, 패턴, 트렌드, 삶, 주위 환경, 주위 사람들 등 상당히 복합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미국에 물리적으로 있지 않으면서 이런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든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포케몬의 예에서 말한 대로 한국에 있으면 미국사람들이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어디에 관심이 있으며, 요새 유행하는 게 무엇인지를 직접 깊게 이해하고 체험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영어를 아무리 잘해서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을 수 있어도 한계가 있다. 마치 내가 포케몬고 관련 겪는 어려움과 같이.

그렇다고 북미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본사를 북미로 옮겨야 한다는 단순한 흑백논리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나도 이와 관련된 생각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다른 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 theverge.com>

누구나 다 구글이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대기업들 부럽지 않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큰’ 스타트업들은 확실히 한국 회사들이랑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기업 문화부터 시작해서 구성원들이 일을 바라보는 자세, 나이나 경력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능력과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철저한 실력주의는 아직 우리한테는 조금 생소한 개념들이다. 이런 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졌고 많은 혁신이 이 동네에서 시작되는 거 같다.

확실히 부러운 점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가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특히나 모든 기업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문화를 닮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연구해보면 모두가 나름대로 일하는 방식이 있고,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봐도 공부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 일찍 시작해야지 능률이 오르지만, 이와는 반대로 어떤 이들은 늦게 시작해서 밤을 새우면서 일해야지 잘한다. 모두 각자의 방식이 있는데 이는 개개인들의 DNA, 성향, 성장환경, 교육환경, 지역적 위치 등의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

요새 언론에서 진짜 많이 들리는 말이 있다. 어떤 대기업은 기업문화를 스타트업과 같이 바꾸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어떤 대기업은 구글과 같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새로운 미래전략이라고 한다. 어떤 대기업은 갑자기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모든 호칭을 ~님, 또는 영어 이름을 쓰겠다고 공포했다. 솔직히 발표용으로는 좋은 기삿거리지만 나는 이런 소식을 접하면 굳이 저렇게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한다.

모든 회사가 똑같을 필요는 없다. 대기업은 그 나름대로 장점들이 존재한다. 흔히 대기업의 문화라고 하면 좋지 않은 생각만 떠올리게 된다. 특히 한국 대기업의 이미지는 딱딱한 수직적 조직, 줄타기, 정치 싸움, 관료주의, 갑질 등으로 대표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또한 이 회사의 문화이며, 어떻게 보면 이런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아서 오늘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이런 회사들이 굳이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문화를 그대로 모방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세상은 바뀌고 있고 이에 적응하려면 사람도 변해야 하고 기업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context 기반의 변화이어야 한다. 즉, 기업의 성장 배경,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격, 기업이 위치한 나라의 문화, 조직원들의 성향 등이 반영된 자기만의 변화를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문화와 역사가 엄연히 다른 나라이다. 특히,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은 미국의 다른 지역과도 매우 다르고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동네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무형자산인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이나 무역업으로 시작했고 모든 산업에 걸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채용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의 고유한 교육을 받은 한국인들이다. 이렇게 DNA 자체가 다른 한국의 대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을 따라 하는 건 체질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삼성의 역사는 78년, 현대는 69년이다. 반면에 구글은 18살이고, 페이스북의 역사는 12년밖에 되지 않았다. 실은 삼성과 현대가 훨씬 오랫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살아남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잘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쩌면 우리가 항상 욕하고, 대기업의 임원들이 실리콘밸리와 비슷하게 바꾸고 싶어 하는 ‘구시대적’인 기업문화일 수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문화는 겉으로 보면 솔직히 한국 대기업보다는 훨씬 섹시하기 때문에 따라 하고는 싶다. 하지만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이런 문화를 갖게 된 것이다. 정장을 입던 한국의 대기업에 갑자기 양말도 신지 않은 하얀 다리에 반바지와 구두를 신고 나타난 어색하고 촌스러워 보이는 직원과 임원들이 ‘과장’ , ‘이사’ 와 같은 호칭이 아니라 서로에게 ‘톰’ 또는 ‘제인’ 이라는 영문 이름을 쓰는 걸 상상하면 정말 손발이 다 오그라든다. 이렇게 하면 기업의 창의성이 더 오른다는 발상은 정말 잘 모르겠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변해야 한다. 하지만, 잘 연구해서 그들만의 방법을 찾아서 변화해야 한다. 누구나 다 구글이 될 수도 없지만, 누구나 다 구글이 될 필요도 없다.

글로벌 진출 – 첫 번째 사람

“글로벌 진출”

이 말 한국와서 정말 신물나게 들었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건 모든 한국 기업인들의 꿈이자 지상과제이다. 좋은 말이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 중 한국 밖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성격의 회사라면 다 글로벌 시장 진출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오늘은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 싶다. 참고로 내가 그나마 조금 알고 경험한 유일한 글로벌 시장은 북미 시장이기 때문에 이 내용들은 대부분 북미 시장에 국한되어 있다.

창업가들에게 왜 북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미국 시장이 한국 시장보다 10배 이상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것은 10배 이상 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건 100배 이상 어렵다는 점이다. 북미 시장은 세계 최대의 시장임은 확실하지만 그만큼 미국 어렵다. 나도 뮤직쉐이크를 5년 정도 북미에서 운영하면서 매일 몸으로 경험했던건 바로 “미국 고객에게 뭔가를 파는건 너무너무 어렵다”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은 북미 시장 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 어떤 스타트업도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하지 못 했다. 많은 꿈, 자신감, 허상과 자원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모두 다 보란듯이 실패했다. 왜 그럴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을것 같지만 그래도 굳이 한가지를 꼽아 보라고 하면 바로 사람을 채용하지 못해서인 거 같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하려면 사람을 잘 뽑아야 하는데,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들도 이걸 잘 못 하니 스타트업들한테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실은 제대로 된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건 너무나 당연한 말 같이 들리겠지만, 실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어려운 일이다.

요새는 달라졌지만 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할때는 미국 시장을 모르는 본사의 사장님이 직접 가거나 본사 인력으로 구성된 ‘별동부대’를 보냈다. 이 조직의 구성원들은 현지 근무경험이 있거나 영어실력이 있다기보다는 거의 본사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인데 단지 본사에서 근무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잘 안다고 생각을 하고, 이런 사람들이 처음에 미국 시장에서 판을 잘 깔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실패의 지름길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걸 지난 5년 동안 경험한거 같다.

이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사람을 채용하려고 한다(단, 창업팀이 미국에서 자랐고 공부했다면 직접 한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조인할 제대로 된 미국인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많은 회사들이 좌절하고, 채용은 힘들고 시간은 없으니까 그냥 미국에서 공부했고 영어 좀 하는 한국인이나 교포들을 채용하는데 이렇게 해서 성공한 회사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첫 번째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면 미국 시장 진출을 접거나 제대로 된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미루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사람이 중요하다.
이 첫 번째 사람을 뽑을때 고려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스킬은 바로 현지 산업의 네트워크 이다. 이 첫 번째 사람을 잘 뽑아 놓으면 미국 시장에서 시작을 잘 할 수 있다. 시작을 잘 하면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 지는데, 본격적으로 성장을 하려면 더 많은, 더 좋은 현지 인력들이 필요하다.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 그리고 이들로 구성된 top 실력의 핵심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 첫 번째 사람을 잘 뽑아 놓으면 이 사람이 알아서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대부분의 핵심인력을 모두 단 시간 내에 채용할 수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네트워크가 약하면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한 추가 인력을 뽑는데 상당히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불확실한 인터뷰 결과를 기반으로 사람을 뽑았는데 같이 일하다 보니 아니다 싶으면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새로운 시장에서 빨리 움직여야하는 스타트업한테는 상당히 좋지 않다. 하지만 과거에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실력있고 믿을만한 그런 사람들이 이 첫 번째 사람의 네트워크 안에 있다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 이런 네트워크가 있다는 건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일단 영어가 자유롭고,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일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좋은 네트워크가 있다는 의미이다.

현실적으로 이제 갓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북미시장에서 이런 인력들을 찾는다는건 정말 힘들다. 하지만 한국을 나가서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이런 좋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력, 즉 첫 번째 사람을 정말 잘 뽑아야 한다. 그러면 글로벌 진출의 90% 이상이 해결된 것이다.

Switching cost

고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건 과거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과거보다는 현재가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 비해서 웹서비스나 모바일 앱들의 종류와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하루에도 수 백개의 새로운 제품들이 구상되고 개발되는거 같다. 대부분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 있지만, 뭔가 문제가 있거나 사용상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그런 단점들을 개선한 제품들이다. 그 누구나 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면 시장에 존재하는 기존 제품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기능이나 경험을 우리 제품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많은 경쟁 제품의 고객들을 다 가져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뭐, 당장은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기대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현실은 주로 그렇지 않다. 아니, 완전 반대다. 창업팀이 생각하는 대로 어쩌면 그들의 제품은 그동안 시장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할지도 모르지만, 이걸로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걸 많은 분들이 경험했고, 현재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 경험할 것이다. 나도 이런 창업가들을 많이 만난다. 아니, 거의 매일 만나는데 이 분들에게 내가 항상 강조하는건 switching cost 이다. 즉,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유사 제품이 있는데 조금 더 좋은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는데(=switching)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 “현재 경쟁사는 초점을 잘 못 잡고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 제품은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라며 자신의 제품과 논리를 방어한다. 어쩌면 이들이 맞을 수도 있다. 제품을 출시하면 엄청나게 인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수 많은 앱들이 내 아이폰에 깔려 있는데 정말로 필수 앱이 아니라면 – 우리 투자사 앱들은 예외다. 필수 앱이 아니라도 대부분 설치해서 사용해본다 – 내 아이폰 스크린에 설치될 확률은 매우 낮다. 실은 나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내 주위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현대인이라면 ‘앱 피로’ 현상을 매일 경험한다. 어떨때는 앱스토의 아이콘들만 봐도 토할거 같다. 현실이 이러니 사용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앱을 설치하게 하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 설치 후에 앱을 실행했는데 로그인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만약에 페이스북 회원가입 프로세스가 없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면 바로 나가버리고 다시는 그 앱을 사용하지 않는게 일반적인 행동이다.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게 이렇게 힘들다.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은 커녕, 대부분 그 전에 앱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특히 이 앱이 이미 내가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비슷하다면. 그만큼 switching cost가 높다.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는 제품에 비해 아무리 새로운 기능과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어도, 내 인생에 정말로 유용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을 확보하는게 매우 어렵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보다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든 창업팀은 이 ‘더’의 의미를 잘 정의해야한다.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기존 제품이 아무리 완벽하지 않고 몇 가지 기능이 빠져있더라고,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는 switching cost가 너무 높으면 원래 사용하던 익숙한 제품을 계속 사용할 확률이 높다. 이 말을 조금 더 간단하게 풀어보면,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새 기능들에 익숙해져야하는 귀찮음이 새로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보다 크다면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