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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IoT에 대한 단상

Matrix_code_by_phi_AU미국의 제2위 스포츠 의류업체 Under Armour가 피트니스 관련 앱 3개를 인수하는데 사용한 비용이 거의 7,500억원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앱 인수 배경에는 지금은 시계나 팔찌같이 몸에 착용하는 기기들을 웨어러블이라고 하지만 결국 미래에는 실제 의류들이 이런 기기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나도 이 생각과 어느정도 동의는 한다. 단순 면으로 만든 운동복이 땀 흡수와 통풍을 가능케 하는 신소재 운동복으로 대체되고 있듯이 앞으로는 거추장스러운 기기들이 그냥 우리가 평상시에 즐겨 입고 다니는 옷으로 흡수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너도나도 웨어러블과 IoT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시장에서의 가장 큰 승자는 웨어러블/IoT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나 의류 업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기기들이 수집하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데이터를 제대로 프로세싱하고, 이 데이터에 접근을 가능케 하는 API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야 말로 진정한 승자이자 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질 회사들이라고 생각한다.

Fitbit 같은 기기나 Athos 같은 옷을 통해서 분명히 몇 년 후에는 – 생각보다 더 빠를수도 있다 – 우리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우리 삶에 대한 모든 종류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는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우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24시간 몸에 뭔가를 부착하고 다니면 더 많은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진다.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차곡차곡 쌓일텐데 이렇게 되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 많은 데이터의 표준을 정의하고, 이 정보를 필요로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위해서 방대한 raw 데이터를 ‘의미있는 정보’로 프로세싱 할 수 있는 분석기능, 그리고 단일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쉽고 효율적으로 이 정보들에 접근을 가능케 하는API가 아닐까 싶다. API에 대한 내 생각은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예를 들면 수면 중 수집된 뇌파/바이오리듬 데이터와 내 오전 미팅 일정을 분석해서 회사로 가는 동안 내 컨디션을 최적으로 유지해 줄 수 있는 음악을 차에서 알아서 재생하게 하려면 이런 데이터 프로세싱 기능과 API가 필요하다.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수집된 정보를 – 몇 칼로리를 태웠고,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등 – 기반으로 운동 후 차를 타자마자 필요한 단백질 위주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 경로를 띄어 주려면 이런 소프트웨어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솔직히 웨어러블과 IoT를 하드웨어 각도에서만 접근하면 제조, 개발, 디자인 자원이 풍부한 큰 업체한테 밀릴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오히려 작고 빠른 스타트업한테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서 더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eviantart.com/art/Matrix-code-28555951>

서울만 중요한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실제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역대 미국 스나이퍼 중에서도 전설로 불리는 카일씨는 160여 명의 이라크 무장 세력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내용을 떠나서 이 영화의 흥행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패턴이 보인다.

일단 미국 영화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개봉한 주말의 흥행기록인데(미국 영화들은 대부분 금요일에 개봉한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북미와 캐나다 개봉 주말 매출은 1,150억 원 정도였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라서 금/토/일/월 나흘 동안의 기록이었지만 중저가예산의 영화치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높은 매출이었다. 더 재미있는 건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가장 많이 본 10개 도시 중 8개가 미국 남부와 중서부 도시였다. 전통적으로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 더 많은 극장이 있고, 영화표 가격이 더 비싸고,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주 극장에 가기 때문에 성공한 영화들은 이 두 도시에서 항상 강세를 보이지만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경우 과거의 데이터와 많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만큼 미국 시골의 작은? 도시에는 평소에는 극장에 거의 가지 않는 참전용사들과 –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보기 위해서 수 십 년 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분들도 있다 – 이들을 위주로 형성된 underserved(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시장이 말이다.

이 재미있는 현상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시장에 대해서 잠깐 생각을 해봤다.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 이다. 나도 부산에서 잠깐 살아봤지만, 그때는 한국 제2의 도시 부산과 서울의 격차가 그렇게 많이 나는지 몰랐다. 한 도시와 그 주변에 한 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사는 나라가 한국말고 과연 또 있을까?

벤처업계도 이 패턴을 따르는 거 같다. 한국의 벤처 돈의 90%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아무리 서울에 인구가 많고, 회사들이 많고, 학교들이 많지만 이건 너무 과한 것 같다. 비서울 지역에도 좋은 학교, 인력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분명히 있다. 나한테 연락 오는 벤처 중 지방이 본사인 회사들도 많고 이 중 굉장히 좋은 회사들도 많다. 하지만 모두 하는 말이 “서울이 아니라서 그런지 정보도 얻기 힘들고 투자자분들이 귀찮고 바빠서 잘 안 내려오시네요.”이다. 스타트업들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서울에서 출시되는데 나는 오히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을 초기시장으로 공략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들이 모두 underserved 시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예상치 못한 시장을 찾았듯이 스타트업들도 서울이 아닌 underserved 시장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장들은 ‘underserved(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시장이지 ‘undeserved(손길을 미칠 가치가 없는)’ 시장이 아니다.

<참고기사 = http://www.wsj.com/articles/america-embraces-american-sniper-1421705164>

우버에 대한 단상

얼마 전에 2주 동안 서울에 출장을 갔다 왔다. 항상 그렇듯이 택시, 버스, 지하철을 번갈아 이용하면서 이동을 했는데 시간과 이동거리 때문에 주로 택시를 애용했다. 일부러 한번 계산을 해봤는데 2주 동안 다양한 시간대에 택시를 37번 탔다.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님들에게 우버에 대해서 여쭤봤는데 나이드신 분들은 역시 아직 잘 모르셨지만 젊은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우버에 대한 좋은 말은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사분들은 쌍욕을 하면서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미국의 불법택시업체가 밥줄을 위협한다고 상당히 불만들이 많았다. 정부가 더 세게 대응을 해서 한국에서 완전히 추방을 해야한다는 분들도 꽤 있었다. 이 기사분들 중 안전벨트를 착용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세어봤는데 37번 탄 택시 중 안전벨트를 착용한 택시기사는 6명이었다(뭐, 내가 이상한 택시만 탔을수도 있다).

좀 씁쓸했다. 아직도 그 이유를 난 명확하게 이해를 못하지만 서울시에서 우버는 불법 판정을 받았다. 또, 한편에서는 승객의 생명을 책임져야하는 택시기사들은 법으로 요구되는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채로 서울시를 미친 레이서처럼 달리고 있다. 경찰들은 오히려 우버를 비롯한 불법택시를 단속하는데 신경쓰고 있지 택시기사들 안전벨트 미착용은 단속도 하지 않고, 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 실제로 내가 탄 택시가 신호에 걸려 있었는데, 창문을 열고 기사가 경찰한테 인사를 하자 경찰도 그냥 인사만 하고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달리는 내내 계속 안전벨트 경고음만 울리고 있었다. 결국 손해보는건 돈을 내야하는 나같은 택시 고객이다. 이동하는 동안 계속 마음을 졸이고 있었지만, 택시를 더 난폭하게 몰까봐 찍소리 못 했다. 그리고 내린 다음에 어디 불평할 곳 하나 없었다.

이미 관련하여 전에 내 생각을 쓴 적이 있는데, 서울시에서 불법으로 판정한 우버를 서울시민이 계속 이용하고 너무너무 좋다는 평을 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택시기사들은 무턱대고 우버만 욕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우버보다 승객들한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조금만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별거 없다. 안전벨트 착용하고, 신호등 위반하지 말고, 정속으로 달리고, 그냥 법만 지켜도 많은 부분들이 해소된다. 택시기사들은 우버를 불법이라고 욕하지만 본인들이 습관처럼 하는 안전벨트 미착용, 신호등 위반, 과속 등의 행동들도 불법이다. 그것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수 있는 불법행위들이다.

어제 우버가 최근 투자유치한 시리즈 E 라운드를 1조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회사의 가치가 무려 40조원 이상인데 이는 시총 36조원의 현대자동차보다 높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우버의 비즈니스를 믿고 있다는 뜻이다.

우버가 불법인가? 이 세상에 해를 끼치는 사회악인가? 잘 모르겠다. 사회에 악을 끼쳐서 불법이라기 보다는 사회, 정치,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아주 오래된 특정 집단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떨쳐낼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버는 아주 좋은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우버의 직원들은 회사를 사랑한다. 우버의 투자자들도 회사를 너무 좋아한다. 우버의 고객인 승객들은 – 나를 포함 – 한 번이라도 우버를 사용해봤다면 평생 사용할 것이다. 우버의 다른 고객인 우버기사들도 대부분 우버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물론, 그렇지 않은 기사들도 있다). 한 비즈니스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렇게 행복한데 – 특히 고객들이 – 이 비즈니스가 그렇게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

결정의 속도 vs. 결정의 질

shoot_then_aim_web나는 MBA를 하다 중퇴했고 내 글을 좀 읽어보신 분들은 내가 MBA 학위가 창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일인이라는걸 잘 알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MBA 학위가 아주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창업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일할때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는 학위이다 ([生生MBA리포트] 시리즈 참고)

얼마전에 미국 MBA 학교들이 실리콘밸리와 발맞추기 위해서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와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세상이 바뀌니 당연히 학교의 커리큘럼도 바뀌어야 하고 이는 좋은 시도이자 취지이지만, 여전히 MBA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이런 수업들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게 내 생각이다.

자기 사업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어려운 점들이 많다. 여기서 하나씩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써야할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은데, 창업가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빠른 결정’ 이다. 그것도 필요한 정보의 5%도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해야한다. 벤처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정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결정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결정의 질’ 보다는 ‘결정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차피 정보가 없기 때문에 시장조사나 더 많은 데이터를 취합하기 위해서 시간을 끌면 자원과 안 그래도 없는 옵션들이 고갈되기 때문에 계속 빠르게 결정하고, 그 결정이 틀리다면 다시 결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즈니스의 생명을 유지시켜야 한다. 결정이 틀리더라도 빠르게 결정한다면 그 다음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결정이 느리고 그 결정이 틀렸다면 이미 너무 늦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결정하는 걸 훈련시키는 MBA 수업의 기본 철학과 이 부분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는 과연 경영대학원에서 이런걸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비싼 돈 들여 학교 다니는데 “감으로 빨리 결정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해라” 를 학교에서 가르치는것도 좀 이상하다. 이런건 오로지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울수 밖에 없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처음부터 올바른 결정” 이란 없다. “일단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올바르게 만들자” 만이 존재한다. 내가 결정을 하면, 그 결정을 올바르게 만들기 위해서 모든 행동과 정신을 그쪽으로 집중하고 이렇게 하면 뭔가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걸 나는 여러번 경험했다. 하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빨리 또 방향을 바꾸면 된다. 이렇게 빠른 결정을 5번 하는게 계속 생각만 하고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것보다 회사한테는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초기 벤처의 경우 ‘결정의 속도’가 ‘결정의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greenmossway.wordpress.com/2014/01/27/shoot-then-aim/>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자동차 테슬라

얼마전에 소프트웨어의 저렴하고 쉬운 product iteration, 그리고 이로 인해 하드웨어 제조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장점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계속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일전에 테슬라 모터스에서 재미있는 발표를 했다.

테슬라의 Model S P85D은 굉장히 빠른 차다(모터가 2개 달렸다). 0-100키로 까지 가속하는데 3.2초 걸리는데, ‘업데이트’를 통해서 더 빨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테슬라에서 발표했다. 실은 0.1초 더 빨라져서 3.1초만에 100키로까지 가속하는거지만 마치 수영이나 달리기에서처럼 빠른 자동차들한테 0.1초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거는 0.1초가 아니라 ‘업데이트’ 이다. 그것도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쇳덩어리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부품이 고장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정비소에 차를 몰고가서 몇시간 동안 맡겨놔야한다. 미국의 경우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아서 항상 누구랑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지만 다시 그 차를 타고 집에 왔다가 정비가 끝나면 다시 다른사람 차를 타고 찾으러 가야한다.

그런데 마치 윈도우스 업데이트 하는거처럼 – 그만큼 불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그냥 집에서 무선으로 테슬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자동차가 물리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이 개념은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적인 발상이다. 정비소에 갈 필요도 없고, 본네트를 열어서 물리적으로 부품을 교체할 필요도 없다. 엘론머스크는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다양한 방법으로 iteration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양한 변수들을 바꿔가면서 테슬라 자동차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고,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차를 뜯어고치거나 하드웨어에 크게 손을 대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지속적으로 iterate 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