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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은 현실화 될 것인가?

미국이나 한국이나 요새 많은 관심이 집중된 분야 중 하나가 가상현실이다. 솔직히 ‘가상현실’ 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내 기억으로는 80년대 오리지날 TRON 영화를 보고 처음 들었던 거 같다) 가상현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된 계기는 Oculus의 출현이었던거 같다. 실은 나도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얼마전에 가상현실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와 이야기를 하다 HMD를(head-mounted display) 실제로 착용하고 경험해보니 정말로 완전히 신세계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말할것도 없고, 아무리 큰 모니터가 있더라도 우리의 컴퓨팅 경험은 화면의 크기에 의해 크게 제약을 받는데 가상현실 기기들을 통한 경험은 이런 화면의 크기나 공간으로 인한 제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신기하고 재미는 있지만 과연 가상현실이 대중적으로 현실화가 될까? 아니면 소수의 게이머나 tech 덕후들만을 위한 틈새 시장으로 존재할까? 이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 출장길에서 서울 지하철 안에서도 이런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 때문에 피크 출근시간대에 사당에서 2호선을 갈아탔는데 정말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다. 지하철 안에서 숨도 크게 못 쉬면서(앞에 여자분이 있었는데 지하철 급정거 하면 거의 뽀뽀할 정도로 가까워서) 주위를 보니 지하철 안의 광경은 가관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머리 쳐박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사진을 하나 찍고 싶었는데 도저히 손을 올릴 수가 없었다). 10년 전에 이런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는 서울 지하철 승객들은 대부분 신문이나 책을 읽었다. 그 어떤 유능한 점쟁이도 10년 후에 서울 지하철 모든 사람들이 손바닥안의 작은 기기만 보면서 낄낄거리고, 정보를 습득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세계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이야기 할 거라는 건 예측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출근시간의 2호선 지하철 안을 보니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머리통과 눈 앞에 뭔가를 다 쓰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고개과 손을 움직이는 비전이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일시적인 산소부족 현상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보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앞으로는 –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 가상현실이 대중적인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기기 자체도 지금같이 투박하지 않고 상당히 진화되었을 것이다.

내가 맞을까?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5년 뒤에 이 블로그 포스팅을 재방문 해봐야겠다.

파도타기와 타이밍

2085419215_74d7ac28d2_z얼마전에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새 미국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드론(drone)이랑 로보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은 이미 이 대기업이 몇 년 전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했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돈이 안 된다고 접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새 다시 각광 받는걸 보고 임원진에서는 이 사업을 다시 해야하는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거 같다.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 추진하는걸 보면 이와 비슷한 패턴을 찾아볼수 있다. 해마다 야심차게 미래전략과 장기사업계획을 수립하고, TF팀(Task Force)을 만들어서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함께 투자를 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본인들이 ‘미래’와 ‘장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도 2-3년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업들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평생 사업화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사장이나 사업부장이 바뀌면 그전에 진행하던 사업들은 백지화 시키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만들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접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건, 단기간내에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기간동안 대기업들이 집행한 투자와 R&D, 그리고 지속적인 언론보도는 그동안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전혀 모르던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창출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성과의 부재로 인해 대기업이 사업을 포기할 시점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로 들어와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방법으로 이 분야를 돈이 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걸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나는 대기업들이 조금 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신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확실한 cash cow 들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전략을 말 그대로 장기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을텐데 왜 중도에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중도 포기한 이 사업이 향 후에 커져서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해서 따라잡으려면 오히려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텐데.

유감스럽게도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새로운 산업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은 마땅한 매출원이 없기 때문에 이 산업이 ‘뜨기’ 전까지는 투자자 돈으로 연명을 해야하는데 이게 6개월이 될 수도 있지만 6년이 될 수도 있고, 영원히 빛을 못 보고 그냥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Chasing Mavericks‘ 라는 글에서도 내가 강조했듯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고, 꾸준히 이 분야를 파고 들어가서 시장의 1인자가 되면 언젠가는 큰 파도가 한 번은 올 것이다. 그리고 이 파도는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까지 스타트업을 한방에 데려다 줄 것이다. 이 파도는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과거에 철수하고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만들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신사업에 대한 인내심 부족은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들 한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새로운 분야를 잘 선택했고,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이미지 출처 = http://www.designer-daily.com/hokusais-great-wave-is-everywhere-4697>

[사후 분석]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일주일 전에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라는 개인적인 실험을 해봤다. 소량의 비트코인을 선착순 100명한테 주면서 비트코인 지갑이 없는 분들은 지갑을 만들어 보라고 권장했고, 이미 소유하고 있지만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은 실제 사용을 해보라고 권장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51명에게 각각 0.001 BTC를 드렸고 이 중 나한테 tipping을 한 분들은 7명이다(100명한테 드려야 하는데 내가 일일이 보내드리는게 너무 힘들어서 여기서 마감) – 나머지 44명도 실제로 비트코인 사용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7명 이라는 숫자가 워낙 작은 샘플이라서 이 분들의 의견이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 중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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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별로 어려운건 없었고, 복잡한것도 없었다. 실험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할 정도로 간단했다. 하지만, 별거 아닌거 같은 이 실험에 참여해서 처음으로 지갑을 만들고 비트코인을 사용해보신 분들은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하거나 또는 상당히 불편했을 일들을 매우 쉽게 처리했다.

한국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코빗이나 한국의 다른 비트코인 서비스로 계좌/지갑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이 분들한테 미국의 Coinbase 계좌로부터 0.001 BTC를 보냈는데, 이건 미국에서 한국으로 250원을 송금한거와 동일하다.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250원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미국 은행에서 한국 은행으로 보내면 수수료가 더 많이 발생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250원을 가지고 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수도 없다. 돈도 많이 들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불편함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부탁을 하면 되는데, 51명에게 250원을 보내라고 할 수도 없고 한국에서 계좌이체를 해도 타은행이면 5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니 불가능하다.
또한,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내가 비트코인을 보낸 후 약 30분 내로 모두 받으셨을 것이다.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이렇게 빨리 국제송금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받은 분들 중 7명이 나한테 팁을 줬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블로거한테 250원의 팁을 보내준 것이다. 250원 이라는 소액의 국제송금이라서 위에서 지적한 모든 부분들이 적용된다.

나한테 비트코인을 받고, 받은 비트코인을 tipping 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국제 송금이 일어났다 – 모두 1시간 내로, 최소의 수수료로, 그리고 최소의 클릭으로. 내가 알기로는 현존하는 그 어떤 방법보다 더 빠르고 쉬운 송금 방법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앞으로 비트코인의 사용은 mainstream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시장은 돈을 송금할때 발생하는 마찰점들과 정당화 할 수 없이 높은 수수료를 줄여주는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고, 비트코인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험]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Update [2015년 4월 5일] – 아직 100명에게 비트코인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마감하려고 합니다(제가 일일이 보내드려야 하는데 이것도 일이네요). 실험은 재미있었고 곧 간단한 finding에 대해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Update [2015년 3월 31일] – 댓글로 비트코인 주소 보내주신 분들은 늦어도 48시간 안으로 보내겠습니다(좀 바빠서…)

비트코인 옹호자로서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글도 올리지만 아직 비트코인이 mainstream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거라는걸 잘 알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면에서 본다면 당장은 비트코인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상인들의 수가 비트코인을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우리의 투자사인 PurseIO와 같은 회사들이 바로 이 비트코인의 수요와 사용 부분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복합적으로 여러가지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기술적 요소들로 인해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 더 많은 일반소비자들이 비트코인을 실제로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작은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ChangeTip 이라는 회사/제품이 있는데 비트코인으로 온라인 기부나 팁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이다. 이 블로그 우측 상단에도 나한테 팁을 줄 수 있는 Tip 버튼이 있는데 아직 한번도 받지 못한걸 보면 한국은 아직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이 아닌 투자/투기용 도구로 보는거 같다. 또는, 내가 올리는 내용들이 형편없어서 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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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Tip을 이용해서 블로그 주인장한테 팁 주기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비트코인이 얼마나 유용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사용하기 쉬운지 알려드리기 위해 무료로 소량의 비트코인을 선착순 100명 한테(인당 0.001 BTC = 약 280원 정도, 2015년 3월 31일 기준) 무료로 배포하려고 한다. 받은 분들은 이 블로그의 Tip 버튼을 이용해서 나한테 다시 팁을 줘도 좋고, 싫으면 그냥 보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된다:

1. 일단 비트코인 지갑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 있으면 Coinbase를 활용하면 되고(아니면 다른 지갑도 많다), 한국이면 우리 투자사 코빗에 계정을 열어 지갑을 만들면 된다.
2. 이 글에 댓글로 자신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복사(26 – 35개의 영숫자)
3. 내가 각자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1,000 bits를(=0.001 BTC) 송금
4. ChangeTip에 계정 만들기
5. 각자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ChangeTip 계정으로 비트코인 송금
6. Tip 버튼을 이용해서(블로그 우측 상단) 나한테 팁 주기(이건 옵션)

처음 하시는 분들이 보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전혀 복잡하지 않고 처음에 이렇게 셋업만 하면 서로 다른 계정으로, 그리고 다른 나라로 비트코인을 보내는게 얼마나 간단하고 저렴한지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트코인

Bitcoin-vs-Credit-Cards거래를 위한 프로토콜과 인프라 기술로서의 비트코인의 중요성에 대해서 전에 포스팅한적이 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앞으로 지속적인 disruption을 일으키면서 세상을 바꿀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느낀점은 그냥 기본적인 가상화폐와 송금의 수단으로서도 비트코인은 큰 공헌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유출되거나 도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금융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들이 인터넷을 만나면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인거 같다. 비트코인이 mainstream 화폐가 된다면 이런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금융사고는 극적으로 줄일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투뿔등심이라는 고기집에서 식사를 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최소 4개의 기관이 내 개인정보를 소유하게 된다. 투뿔등심 가게 자체에 내 개인정보가 남게되고, 투뿔등심의 신용카드 처리업체한테도 내 개인정보가 간다. 또한, 내가 마스터카드를 긁었다면 마스터카드 네트워크와 마스터카드를 발행한 은행에도(예: 외환은행) 내 개인정보가 남게된다. 최소한 이렇게 4개의 기관에 내 개인정보가 전달이 되고, 심한경우 10개 이상의 중개인들과도 개인정보가 공유된다고 한다.

갈비집에서 고기먹고 고기값만 내면 되는데 왜 내 이름, 생년월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까지 이런 외부업체들과 공유를 해야할까? 물건을 구매하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려면 구매하는 사람이 물건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신용) 있다는것만 증명되면 그만인데 투뿔등심, 카드사 그리고 은행이 내 주민번호랑 주소까지 알아야할까? 카드를 워낙 많이 긁다보니 이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 모두가 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하는 이슈인거같다.

비트코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으며, 기존 가상화폐의 가장 큰 문제점인 이중사용(double-spending)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한다. 모든 거래의 흔적은 기록되고, 비트코인이 정확히 어디에서 어디로 갔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지만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개인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완벽한 화폐는 절대로 아니다. Mt.Gox나 Bitstamp가 경험한 대형사고들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아직 비트코인이 대중화 되려면 – 대중화가 된다면 – 수 십년이 걸릴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는 안전한가? 오히려 더 위험하고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현금은 위조할 수 있고 잃어버리면 끝이다. 신용카드는 어쩌면 우리 역사상 가장 안전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해킹하기 쉬운 플라스틱이다.

어쩌면 비트코인은 인류역사상 가장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 http://moneyandtech.com/will-businesses-ditch-credit-ca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