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잡음(noise) 조심

작년 말 부터 느낀거지만, 특히 6월 beLAUNCH 행사 이후 부쩍 크고 작은 창업 경진 대회와 행사들이 한국에서 많이 개최되는거 같다. 민간 주도의 행사보다는 정부, 언론, 재단 그리고 학교 주최의 행사들이 특히 많은거 같다. 역시 스타트업의 생리나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은 단체들이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한가지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창업 경진 대회에 나오는 업체들이 대부분 이 바닥에서 닳고달아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회사라는 것이다. 이미 여러 창업 경진대회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오래된’ 스타트업들이라서 “또 저 회사야?”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도 여러번 한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보다 이런 스타트업 경진 대회가 훨씬 많다. 모두가 잘 아는 TechCrunch Disrupt, DEMO, LAUNCH 등이 좋은 예다. 하지만, 그 어떤 대회를 봐도 과거에 이미 수상경력이 있거나 본선 진출한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들은 다시 뽑지 않는다. 아니, 뽑지 않는게 아니라 이미 과거에 대회를 통해서 데뷔한 스타트업들은 다시 이런 대회에 지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서비스다’라는걸 무대를 통해서 세상에 알린 후, 대부분의 회사들은 조용히 잠수를 탄다. 그리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이 스타트업들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때는 아주 좋은 제품이 완성되고, 돈을 내는 고객이 생길때 쯤이다.

신생 벤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닳고달은 회사들에게 상을 주는 대회도 문제가 있다. (“한국에는 생각만큼 스타트업들이 별로 없습니다”라는 말은 이제 신빈성이 없다. 내가 직접 확인해보니 엄청 많다. 발굴이 안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계속 이런 대회에 지원하는 스타트업들도 문제가 있다. 제품은 언제 만들고, 일은 언제 하는지 참 궁금하다.

엄청나게 큰 투자를 받거나, 미디어에 여러번 노출되거나 또는 각종 경진 대회에서 수상했다고 그 스타트업이 성공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을 유치하고, 그 고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서 돈을 내면 매출이 생긴다. 이게 스타트업의 성공이다. 그 외 모든건 잡음이다. 잡음을 조심하고 본질에 집중하자.

Palace Hotel 무대에 다시 서다

*Update 1 – 어제 발표 잘했고, 운 좋게도 우리가 MobileBeat 2012 Smartphone App Competition에서 우승했다. 
-관련 기사 “The Good Ear wins our MobileBeat smartphone app competition

2007년 9월 17일, 나는 San Francisco의 Palace Hotel에서 개최된 초대 TechCrunch40 행사 결승에 진출한 뮤직쉐이크 발표를 했다. 난생처음으로 2,000명 이상의 대형 관객 앞에서 하는 8분짜리 발표라서 밤을 새워서 연습했고 다행히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내일, 5년 만에 같은 Palace Hotel의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번에는 뮤직쉐이크가 아니라 우리가 투자하고 공동창업한 The Good Ear Company의 아이폰 앱 Better Hearing을 소개하고 launch 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다.

TechCrunch만큼은 아니지만 VentureBeat에서 주관하는 명성있는 모바일 행사인 MobileBeat 2012의 ‘Smartphone App Innovation Competition’ 결승 업체 15개 중 하나로 운 좋게 선정이 되었고 어쩌다가 보니 내가 또 발표하게 되었다. 발표 시간은 4분으로 매우 짧고, 발표 자료는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오직 앱 데모만 허용된다. 청각손실 향상이 가능한 Better Hearing 앱은 현재 App Store에 제출한 상태이다. 내일까지 승인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앱의 완성도와 UI/UX 면에서는 나도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하기 때문에 아주 좋은 발표가 될 거 같다. 하지만 역시 4분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발표 준비는 쉽지가 않다. 그동안 수많은 발표를 했지만, 역시 할 때마다 어려운 게 public speaking이다.

Wish me good luck!

Product Ninja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Y Combinator와 Paul Graham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Y Combinator는 창업 첫해인 2005년만 해도 8개 밖에 없던 스타트업들이 이제는 300개가 넘는다.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우리가 아는 많은 신생 스타트업들이 Y Combinator 출신이라는걸 생각해보면 폴 그레이엄은 정말 엄청난 사람이다. Reddit, Airbnb, Dropbox, WePay 등 내가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웹서비스들이 Y Combinator의 작품들이다.

Airbnb와 Dropbox를 처음 사용했을때 나는 강한 impression을 받았다. 이제 나한테는 “어린애들”이 되어 버린 대학생 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친구들이 2,000만원 ~ 3,000만원의 자본금만을 가지고 6개월만에 구축한 웹서비스들의 완성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처음 창업하고 경험도 없는 이 어린애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사용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서비스를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었을까?

musicshake.com이 미국에서 운영된지가 벌써 4년이 넘었다. 우리 product manager인 철이도 동의하겠지만 아직도 나는 우리 사이트의 전반적인 디자인이 맘에 안든다. 아무리 우리가 4년동안 열심히 노력해봤지만 역시 한정된 인력과 돈으로는 이정도 밖에 못 만들었다. 하지만, Airbnb와 Dropbox는 우리보다 더 한정된 인력과 돈으로 훨씬 뛰어난 UX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도 뮤직쉐이크의 현재 기능 및 UX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는데 동의한다. 즉, 특정 기능을 사용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자 경험이 깨지지 않고 부드러운걸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하기 까지는 4년이라는 긴 시간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우리는 완벽하게 개발했다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출시하면 항상 여기저기서 버그가 발생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용자 시나리오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이런 부분들을 보강해야만 했다. 4년 정도 이 짓을 하다보니 드디어 사용자 complaint가 거의 없는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런데 Airbnb와 Dropbox의 창업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개월만에 매우 사용가능한 UX를 구현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하는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Paul Graham’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개발과정과 제품에 대한 지식이 워낙 많은 Product Ninja이다 (실제 어떤 컨퍼런스에서 그는 아직도 왠만한 해커들보다 본인의 실력이 더 낫다고 한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Y Combinator의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그들이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기 전에, 또는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게 적절한 코칭과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다. 이건 제품개발과 기획에 대한 책을 몇권 읽은거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워낙 많은 제품들을 봤고, 그 제품들이 개발되는 과정에 대해서 뼛속 깊숙히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것이다.

나도 요새 스타트업들에 소액투자하고 멘토링을 해주겠다고 깝죽거리고 있지만, product ninja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어쩌면 영원히 Paul Graham과 같은 경험과 지식을 못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거는 제대로된 스타트업이 되려면 창업팀에 개발과 제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product ninja가 있거나, 이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Disrupt to Create

“Nothing gets created unless it disrupts something”

IAC의 악명높은? 창업자/사장 Barry Diller가 얼마전에 했던 말인데 계속 머리속에서 매아리를 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Diller씨가 최근에 200억 이상을 투자한 Aereo라는 스타트업을 둘러싸고 있는 논란에 대해서 그가 한말이다. Aereo라는 스타트업은 재미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송국들의 공중파 프로그램의 신호를 자체제작한 안테나로 ‘훔쳐서’ 클라우드에 저장한 다음에 사용자들에게 다시 인터넷을 통해서 스트리밍을 해주는 ‘재’방송 서비스이다. 사용자들은 실시간 또는 원하는 시간에 웹, 아이폰, 아이패드 등과 같은 기기를 통해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현재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은 바로 Aereo는 방송국들의 신호를 공짜로 확보하지만, 사용자들에게는 월 사용료 $12를 받고 ‘재방송’을 해주는 부분이다. 법정에서 이게 어떻게 해결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어쨋던간에 재미있는 세상이고 머리 잘 돌아가는 창업가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Diller씨가 위해서말한걸 해석해보면, 뭔가 새로운거를 창조하려면 기존의 시스템을 완전히 엎어버려야 (disrupt) 한다는 뜻이다. 수십년동안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메인스트림 TV 방송을 개방형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Aereo의 신선한 시도는 어쩌면 제도권의 방해공작으로 실패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만큼 오래된 제도와 시스템을 엎어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건 매우 어렵다. 마치 수백년된 나무를 송두리째 뽑으려면 깊은 뿌리때문에 주변의 건물이나 땅에 피해를 입히지 않을 수 없는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Disruption’은 정말 짜릿한 말이다. 10년전에 Jeff Bezos라는 젊은 친구가 인터넷으로 책을 판다고 했을때 모두가 미친놈이라고 했다. 기존 대형 서점들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수백년동안 책방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책을 팔던 공룡같은 산업을 disrupt하고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기름기를 쫙 뺀 온라인 서점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창조했다. Bezos씨는 Kindle을 앞장세워 다시 한번 eBook이라는 disruptive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된 애플의 Steve Jobs 또한 여러번 기존 사업을 disrupt했다. 이런 기술들이 세상을 바꾸는걸 지켜보고 그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짜릿한가.

우리도 최근에 매우 disruptive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미국의 The Good Ear Company라는 회사이다. 50년 이상 변화가 없던 청력손실/보청기 시장에 신선한 disruption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회사이며,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가 크다. 단순한 소셜과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실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기술 자체는 한국에서 개발되었지만, 미국의 mass market을 위한 제품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간단하고 비접촉식 방식으로 청력손실을 고칠 수 있는 iOS 앱을 현재 개발 중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

Disrupt to Create!

SpaceX와 스타트업 방식

*Update 1 – 2012년 5월 25일 SpaceX의 Dragon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과의 도킹에 성공했다.

아직도 전세계가 페이스북 IPO와 마크 저커버그로 떠들썩한데 어제 나는 개인적으로 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Elon Musk는 저커버그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슈퍼 연쇄창업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Elon이 Mark보다 훨씬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창업가라고 생각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 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 디즈니와 정작 본인은 극구 부인 – Elon Musk는 PayPal의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전기자동차 Tesla Motors의 공동 창업자/CEO 그리고 우주선 제조업체 SpaceX의 공동 창업자/CEO/CTO이다. 한가지만 해도 될까말까한데 이 71년생 젊은 창업가는 현재 두 스타트업의 CEO를 겸임하면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들인  ‘교통’과 ‘환경’에 대한 해결책을 땅과 하늘에서 찾고 있다.

그가 어제 또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ISS (국제 우주 정거장: International Space Station)와 도킹을 하기 위한 SpaceX의 최초의 민간우주선 Dragon을 실은 Falcon 9 로케트가 어제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우주 정거장과의 도킹에 성공할지 여부는 2주 후에 알겠지만서도 발사성공 자체는 인류한테 엄청난 시사점들과 희망을 가져다 주는 소식이다. 왜?

  • 민간우주선 산업의 역사는 10년이 채 안되었다. 주로 NASA나 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은 정부 기관이 주도하던 이 복잡한 기술과 제품을 민간 기업이 (스타트업!) 10년만에 상용화했다.
  • NASA에서 새로운 우주선을 개발하는데 쓰는 비용은 대략 수십조원이다. SpaceX에서 사용한 비용은 8,000억원 미만이다.
  • SpaceX가 우주선/로켓 개발을 시작했을때 업계 관계자들은 손가락질하면서 비웃었다. 항공산업과 국방산업과 끈도 없고 빽도 없는 신생 스타트업이 다른 국방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했다. SpaceX는 경쟁했고, 이겼고, 성공했다. 
  •  SpaceX의 직원 수는 2,000명 이하이다. 반면 NASA에는 20,0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다. 또다른 항공/우주 대기업 Lockheed Martin에는 130,000명의 직원이 있다.
  • 실은 이번 발사는 2번째 시도였다. 지난 주 토요일 발사 바로 직전에 엔진 부품에 문제가 있어서 급히 발사를 취소했다. 3일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발사에 성공한거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것이다. 정부기관이었다면 최소 2주는 걸렸을 것이다.

SpaceX의 성공적인 발사는 다시 한번 스타트업의 힘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2002년에 주위의 만류와 의구심을 뒤로하고 맨땅에서 시작한 SpaceX라는 스타트업이 10년만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업적을 이룩했다. 그것도 기존 정부기관과 대기업 보다 수십배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은 잘 알겠지만, 로켓/우주선 발사는 아직 대한민국 정부 조차도 성공하지 못한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공학 박사들로 이루어진 초일류 엘리트 집단의 IQ가 직원 2,000명이 안되는 SpaceX 보다 못한 것일까? 글쎄다…그건 아닌거 같다. 하지만, 분명히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과 개발을 접근하는 전략과 태도가 스타트업만큼 민첩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여러 단계와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존재하는거 같다. 결국 항상 제품개발이 지연되고, 막판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에 대응하는게 더디고, 결과는 실패인거 같다.

결국 정부기관이던 대기업이던 스타트업들한테 배울게 많이 있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