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아웃라이어 VC, 아웃라이어 창업가

얼마 전에 Crunchbase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었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가야 하고,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을 가야 하는데, VC가 되고 싶으면 어떤 전공을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답변을 구하기 위해서 미국과 캐나다의 투자자 4,500명의 학력을 분석한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하버드, 스탠포드, 유펜, MIT 등의 소위 말하는 ‘탑스쿨’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VC들이 많고, 학사 학위만 있는 VC보다 석사와 박사 출신 VC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학사 – 28%; 석사 – 57%; 박사 – 16%). 나를 포함한, 내 주변에 있는 VC들만 봐도 대부분 MBA가 있는 석사 출신이 많은 걸 보면, 맞는 분석인 거 같다. 그리고 기사를 조금 더 읽어보면, 57% 석사 학위 중 80%가 MBA라고 한다. MBA 학위가 VC가 되기 위한, 소위 말하는 ‘골든 티켓’인 셈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일반 학교 MBA보다는 하버드, 스탠포드나 워튼같은 탑 MBA 학위의 VC가 많은 걸 봐서는, 한국이랑 비슷하게 미국도 뭘 공부했냐 보다는, 어디서 공부했냐가 더 중요한 거 같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VC 분야에서는. 내가 보기에는 VC의 절대다수를 상징하는, 이렇게 적당히 많이 공부한 VC들은 비슷한 성향과 시각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성향과 시각을 가진 VC들이 투자하는 회사들도 정규분포곡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거 같다. 투자 실적은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지도 않고, 그냥 평범하다.

그냥 이렇게 결론이 나면 좀 재미없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주위를 둘러보면, 실은 다른 패턴들이 보인다. 간혹 만루홈런을 치는 VC들이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회사에 투자해서 수천, 또는 수만 퍼센트의 exit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 VC들은 위에서 언급한 평균적인 VC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고, 학교도 아이비리그나 서울대 나오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MBA도 없다. 아웃라이어 VC라고 할 수 있다. 창업가를 봐도 비슷한 패턴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잘 하는 창업가들을 보면, 평균적으로 좋은 학교 나왔고, 좋은 직장 경험이 있다. 좋은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유니콘 스타트업이 되진 않는다. 그냥 적당히 좋은 회사가 된다.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창업가를 보면, 좋은 학교 출신이 아니거나, 아예 대학을 안 나온 사람들도 많다. 아웃라이어 창업가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이건 아주 개인적인 의견인데, 좋은 학벌이나 좋은 직장 경험과 같은 골든 티켓이 없으면, 스스로 더 노력하기 때문인 거 같다. 남들이 5천 시간 일 할 때, 이들은 1만 시간 일한다. 물론, 이들 모두 기본적으로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이고, 자신이 하는 업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지만, 더 열심히 하므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볼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오른쪽으로 갈 때, 이들은 왼쪽으로 갈 수 있는 소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험

직업을 대하는 태도의 경우, 내 주변 사람들과 내가 많이 다른 건,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실은, 나도 어떻게 하다가 VC를 하고 있는지 신기한데,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시점마다 큰 모험을 했기 때문에 내가 즐기는 이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2008년 1월 나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워튼스쿨에서 MBA 1학년 1학기를 마쳤다. 실은 생각보다 수업도 어려웠고, 프로그램도 학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한테는 큰 도움이나 영감을 주지 못 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동안 계속 뮤직쉐이크의 미국 일을 도와주면서 뭔가 내 인생의 기회가 왔고, 이걸 이번에 잡지 못하면 나는 평생 후회할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얼마 후 2008년 2월에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LA로 와서, 미래가 불확실했지만 그래도 그 어려움과 불확실함을 남이 아닌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2009년 자금줄이 마르면서, 1년을 무급으로 일했다. 다시 학교로 갈 수 있는 옵션도 있었고, 실은 당장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난 내가 시작한 걸 한번 마무리 지어 보고 싶었다. 큰 모험이었지만, 내가 잘하면 결과가 좋을 것이고, 못 하면 결과는 나쁠 것이기 때문에, 실은 이건 무모한 모험이라기보단 계산된 모험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2012년까지 뮤직쉐이크를 운영했는데, 이후에 몇 가지 커리어 옵션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이들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도와줄 수 있는 작은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펀드를 만드는 건 내가 예상했던 거 보다 훨씬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많은 분의 도움으로 잘 시작해서 좋은 회사에 투자할 수 있었다. 이후 규모가 조금 더 큰 두 번째 펀드도 결성했고, 앞으로 또 어떤 게 될진 모르겠지만, 우린 계속 모험을 하면서 나가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적절한 시기에 감행한 큰 모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현재 내가 즐기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거 같다. 당시 이런 모험이 없었다면, 솔직히 지금 나는 뭘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우리가 투자한 모든 회사와 팀도 나와 같은 이야기가 최소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안전한 길을 가고 있다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들은 모험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실은 이렇게 하면서 주위의 격려나 부러움보다는 질타와 손가락질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이고, 아직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질문을 매일 받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모험을 한 다는 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어깨 위에 스스로 더 많은 짐을 실으면서, 안 받아도 되는 스트레스로 자신의 몸을 과부하 시키는 거다. 실은 조금 미친 짓이다. 하지만, 이들은 살면서 지금까지 축적한 기술, 지식, 인맥, 그리고 운이 잘 합쳐지면 언젠가는 더 큰 보상을 맛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다는 큰 비전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모험을 한다. 물론, 이런 시도는 대부분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 확률이 더 높지만, 이런 모험을 할 때야 말로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결과만 봐서는 실패와 성공은 하늘과 땅 차이다. 실패는 좋지 않은 결과고, 성공은 좋은 결과다. 하지만, 모험이 우리에게 주는 설렘, 흥분, 그리고 가능성은 실패와 성공을 초월한 그 이상의 정신상태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生生MBA리포트] MBA와 스타트업 part.2 – MBA 졸업 후 스타트업에 join한다면?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씨는 와튼스쿨(Wharton School) 졸업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와 스타트업 1부에서는 MBA 졸업생들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2부에서는 스스로 창업하는 경우가 아니라 존재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경우 스타트업들이 MBA 출신들에게 연봉을 얼마나 지급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독립적인 외부기관인 Transparent Career에서 MBA 졸업 직후에 미국의 스타트업에 취업한 15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 적용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서 아무래도 취업 비자 지원이 어렵다는 점도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 점을 기억하시고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MBA 출신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이고,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는지 참고하시는 정도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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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조인하는 MBA 졸업생들은 평균 $104,000, 최저 $35,000부터 최고 $232,000의 패키지(현금성 salary와 기타 주식보상을 포함한 패키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와 최고가 무려 7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죠. 그중 Salary(돈으로 주는 금액)는 최저 $32,200부터 최고 $152,438까지 분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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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조인하는 MBA 졸업생들은 평균 $91,000, 최저 $35,000부터 최고 $232,000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와 최고가 무려 7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죠. 우선 회사들이 “pre-seed”벤처부터 Uber나 Airbnb 같은 유니콘까지 다양합니다. 우선 funding 단계에 따라 나눈 구분을 보면, “pre-seed”(seed 투자를 받기 전)의 단계에 있는 회사들은 평균 $84,255(한화 약 9600만 원)의 연봉을 지급했습니다. Series A 투자 단계에 있는 회사들은 $96,600(한화 1억1천만 원)을, Series B는 $99,083(한화 약 1억1300만 원)을 평균 연봉으로 지급했습니다. Series B에는 Yelp, Commonbond, BaubleBar같은 회사가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Airbnb, CreditKarma, SoFi나 Uber 같은 “late-stage” 스타트업은 $114,759(한화 약 1억 3100만 원)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서 환율은 제가 임의로 1,140원/달러를 적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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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일수록 stock compensation(스톡옵션 등의 형태로 돈 대신 주식으로 보상하는 것)의 비중이 큰 경향을 보였습니다. 평균적으로 $24,000 정도, 최저 $1,713부터 최고 $87,222까지 분포가 무척 넓었습니다. 물론 late-stage 회사들은 이미 주식 가치가 상당한 경우들이 있어서 이들의 평균적으로 가장 컸습니다. 우선 pre-seed 스타트업들은 평균 $8,750을 지급했고, 이는 Series B의 경우 $3,750으로 줄어들다가, late-stage로 가면 평균 $19,804로 증가했습니다.

전체 compensation 패키지의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Pre-seed – Seed – Series A – Series B – Late Stage로 갈수록 월급(salary)은 분명 늘어나지만, 기타 보너스, 사이닝 보너스(연봉계약서에 사인할 때 주는 보너스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반납해야 함), stock compensation은 꼭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Late stage 이전까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적은 게 Seed 단계의 $108,389, 가장 높은 것은 Series B의 $115,508 정도로 약 700만 원 차이밖에 나지 않죠. 그러다가 Late stage 벤처들은 $149,072로 확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연봉도 증가했고 주식보상도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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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대기업처럼 1년이나 반년 전에 채용계획을 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표준화된 연봉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케바케로 회사의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인력을 충원하고, 지급 가능한 액수를 제시합니다. 힘든 과정을 거쳐서 회사의 오퍼를 받아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연봉협상을 시작해야 할지 깜깜하기가 일쑤입니다. 그래서 Transparent Career의 정보는 그럴 때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참고로 보시길 바랍니다.

[生生MBA리포트] MBA와 스타트업 part.1 – 스타트업을 하려고 MBA 를 간다?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씨는 와튼스쿨(Wharton School) 졸업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마음에 스타트업을 향한 열망을 품고 계신 분 중에 MBA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서는 찬반이 크게 갈립니다. 사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그것도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전략을 세워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투자를 받는다는 일련의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마련이라 도저히 교실에 앉아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MBA 과정을 이수하는데 적게 잡아도 20만 불 가까이 드는데 차라리 이를 창업비용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에 MBA를 통해서 경영에 필수적인 지식을 쌓으면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와 마음이 맞는 파트너들을 찾고 그들과 함께 스타트업의 구상에 집중할 수 있다, 요즘은 학교들이 스타트업에 굉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그러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MBA 네트워크를 통해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VC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들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찬성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비자의 문제가 존재하는 이상,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한국인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 미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업하거나 계속 운영하기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런 지엽(이라고는 하나 가끔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오늘은 MBA들이 정말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경제위기로 MBA의 가장 큰 feeder(비즈니스 스쿨로 진학하는 이들이 기존에 일했던 곳)이자 employer(MBA들이 졸업 후 일하는 곳)였던 finance가 시들해진 이후로, 그 빈자리를 무섭게 꿰찬 것은 tech industry와 스타트업 붐이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tech가 강한 학교들 – Stanford, Haas, MIT – 등은 이 때문에 인기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생이 ‘미래에 스타트업을 하겠다’라는 커리어 골을 에세이에 적고 MBA에 진학했습니다. 학교들은 앞다투어 Entrepreneurship Center를 만들고 학생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MBA 학생 혹은 졸업생들은 창업할까요? 처음에는 창업할 생각으로 갔다고 해도, 졸업 후 남들처럼 큰 회사에 취직하면 받을 수 있는 평균 15만 불(한화로 거의 1.8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이라는 연봉을 보면 흔들리지 않을까요? 혹은 창업을 한다고 한들, MBA 샌님들은 필드에서 구르고 넘어지면서 온몸으로 배운 경쟁자들보다 아무래도 실전 전투력이 약해서 금방 포기하지는 않을까요?

‘MBA가 정말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궁금증과 ‘MBA에서만 얻을 수 있는, 창업에서 성공하는 데 필수적인 어떠한 요소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조금은 다를 것 같습니다. 창업자와 스타트업은 다르고, 제반 상황과 여건도 다르기에, 아무리 성공적인 창업자라도 그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각기 다른 대답을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MBA가 도움이 되었는가, 혹은 시간 낭비 돈 낭비일 뿐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실제 MBA 재학생/졸업생들이 창업들을 하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비 MBA들과 비교를 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어쨌든 우리처럼 궁금한 사람들이 많기에, MBA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Poets & Quants에서는 2013년부터 Top 100 MBA Startups of the Year라는 랭킹을 발표합니다. 지난 5년간(2012.1.1 이후) MBA 재학생이나 졸업생이(역시 직전 5년 내) 이 founder로 설립한 스타트업 중에 가장 VC-backed capital을 많이 끌어온 100개의 회사를 모아서 발표하는 거죠. 올해도 해당 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1위부터 25위까지의 표를 붙여두었습니다.(전체 100개 회사를 다룬 표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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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첫째, 탑스쿨 출신들이 대부분입니다. 작년만 해도 전체 100개 업체 중 42개가 HBS 동문이 만든 학교였고, 스탠포드, 와튼 이 세 학교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습니다. 올해는 HBS 출신들은 100개 중 24개에 이름을 올렸고, 이 24개 업체가 총 $618 million을 끌어모았습니다. 반면 스탠포드는 올해 24개로 HBS와 동률을 보였고, 투자금액에서는 $958 million을 조달했습니다. HBS/Stanford가 줄어든 만큼 다른 학교들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작년까지는 이 두 학교가 모두 71개를 차지해서 거의 리스트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단 42개에 그치는 대신, 와튼이 작년의 5개에서 12개로, 컬럼비아는 7개에서 11개로, 그리고 켈로그는 4개에서 8개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위를 차지한 회사는 Deliveroo라는 이름의 회사이며, 2012년에 Wharton을 졸업한 William Shu가 친구와 함께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이 회사는 $474 million을 조달했고, 작년 4월에는 $190 million 의 Series E funding을 발표했습니다. 2위는 Linio(NYU, MIT, HBS 친구들이 함께 만든 회사)가 $230 million을 발표하며 전년도의 7위에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3위 역시 음식배달 회사인 DoorDash(스탠포드, $186 million)가 차지했습니다. 4 위는 NuBank(Stanford, $178million), 5위는 또 다른 음식배달 업체인 Grofers(Columbia)가 차지했습니다. 올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100개 회사 중에서 70개 업체가 2016년 한 해에만 조달한 금액은 $1.3 billion으로 100개 전체 회사가 5년간 총 조달한 금액인 $2.9 billion의 거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외부조사기관인 Pitchbook이 2006년부터 2016년 여름까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이제까지 6,600명 이상의 MBA들이 6,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거의 $100 billion에 이르는 VC 펀딩을 일구어냈습니다. 이 6,000명은 탑 25개 학교만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가장 많은 창업자를 배출한 것은 하버드로, 961명의 창업자가 $22.4 billion을 끌어왔고, 스탠포드는 720명이 600개가 넘는 회사를 만들어 $14.4 billion을, 그리고 와튼에서는 577명의 창업자가 506개의 회사를 만들어 $10.6 billion을 조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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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여전히 West Coast의 지리적 이점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00개 중 35개 회사가 서부에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서부 중에서도 31개 회사는 Bay Area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2016년에 상당한 펀딩을 조달하여 여러 계단 뛰어오른 Augmedix(스탠포드), Branch(스탠포드), Capital Float(스탠포드) 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 minimum cutoff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작년에 100위를 차지한 기업의 조달액수가 $2.65 million이었던 반면, 올해 100위를 차지한 Totspot(스트롱 벤쳐스의 투자사 중 하나이며, Poshmark에 인수되었죠)은 $4.3 million을 기록했습니다. 인정을 받은 스타트업들은 과거보다 좀 더 많은 액수를 조달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 번째, 졸업 후 바로 창업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은 완만한 감소추세라고 합니다. 2016년 하버드 졸업생 중 7%는 바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는데, 이는 전년도의 9%로부터 조금 감소한 수치이고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숫자입니다. 스탠포드도 마찬가지로 올해는 15%가 창업을 한다고 보고했는데, 2013년의 18%부터 완만하게 조금씩 내려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와튼의 경우에는 작년의 4%와 비교할 때 올해는 6%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2012, 2013, 2014의 숫자보다는 약간 감소한 정도라고 하는군요. 이 ‘감소’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 담당자들의 말은 엇갈리는 데가 있습니다. 우선 와튼의 Clare Lainweber(Penn Wharton Entrepreneurship의 managing director)는 MBA 학생들이 startup에 대해 갖는 관심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Stanford의 Entrepreneurship Center의 director인 Deb Whitman은 관심은 증가할지 모르나, 벤처캐피털의 자금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대신, 비즈니스 스쿨에서 2년간 실패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창업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며,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는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누구든 만날 수 있으므로 여전히 매력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컬럼비아의 Vince Ponzo(Eugene Lang Entrepreneurship Center의 Director)는 이런 견해에 반대합니다. “There’s still plenty of money to invest(투자할 돈은 여전히 아주 많습니다). 펀드들은 계속 펀딩을 받고 있고, 나눠줄 자금은 충분해요.” 반면 그의 주장은 VC들이 한층 더 깐깐해진 눈으로 스타트업들을 평가한다는 겁니다. 이미 몇 개 크게 성공적인 모델이 나온 이상, 그 정도 pitch로는 VC들의 마음에 흡족하기 어렵다는 거죠.

MBA가 창업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것처럼 보이지만, 창업이란 엄청난 집중과 헌신을 해야 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주인장분도 학교를 떠나 집중하신 거고, 이 기사에 소개된 스탠포드의 Branch 팀 역시 이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Branch 는 앱 개발자들에게 deep technology linkage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Alex Austin, Mada Seghete, Mike Mokinet and Dmitris Gaskin이 설립하였습니다. 앞의 세 명은 2014년에 스탠포드에서 MBA를 받았고, Dmitris Gaskin은 이 팀에 조인하기 위해서 스탠포드 학부를 중퇴하였습니다. 앞의 세명은 스탠포드의 유명한 Launchpad 수업 중에 처음으로 만나서 의기투합한 케이스입니다. 이들은 월 $10,000씩 받을 수 있는 여름 인턴십을 포기했고, Molinet은 실리콘 밸리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때그때 문을 열어준 친구 집의 소파에서 살았습니다. 지금은 Seghete의 차고에서 살며, 다운타운 팔로 알토에 있는 Branch의 사무실을 위한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사무실에서 살면 될 텐데 그렇게는 안 하네요). 컨설팅과 같은 취업의 기회를 포기해야 했고, MBA 친구들이 즐기는 파티나 이벤트들도 포기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헌신과 노력에는 성과가 있어서, 총투자금액 $53 million으로 올해 리스트의 1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가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정말 창업을 하고 싶다면, 여기에 100%를 바치세요. 파티 같은 이벤트나 재미있는 활동들이나 남들이 받는 인턴십이나 돈을 많이 주는 취업의 기회 따위에 정신이 팔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정말 열정을 갖고 있어서 당신의 비즈니스를 세워가는 데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면, 이러한 잡다한 것들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겁니다.”

(제가 참조한 기사 원문은 여기에 있습니다. 2부에는 MBA를 졸업하고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경우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블로깅의 습관화

내가 블로그를 처음 쓰기 시작한 건 2007년 4월이다. 그 이전에는 취미로 글을 쓴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6년도에 MBA 준비를 하면서 서점을 기웃거리다 보니, MBA 준비 과정에 대한 책들은 넘쳐흘렀지만 실제로 MBA를 시작하면 학교생활은 어떻고, 공부는 할 만한지, 그리고 어떤 걸 경험하고 배우는지에 대한 내용을 경험 위주로 서술한 책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MBA 준비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MBA 과정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많다는 걸 내가 준비하면서 느꼈기 때문에, 그러면 내가 이런 책을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년간의 MBA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책으로 남기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이 컨셉을 출판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상의를 해봤는데, 은근히 반응들이 좋아서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워튼에 입학을 했다.

일기 형태로 일주일에 2~3번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이걸 2년 후에 편집해서 책 한 권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글솜씨도 없었지만, 열심히 블로깅을 시작했다. 이때 내 블로그의 제목이 ‘Life At Wharton’이었다. 당시에는 수업, 학교 다니면서 만난 친구들, 워튼이라는 학교, 과외활동, 기혼자로서의 MBA 생활 등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글을 썼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다. 말로 할 수 있는 걸 글로 쓰려니 3배의 시간이 걸렸고, 글을 쓴 후에도 이걸 2번 정도는 더 검토하고 포스팅하다 보니 하루에 한두 시간은 여기에 할애해야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걸 꾸준히 하다 보니까 속도도 붙으면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2008년 2월에 나는 뮤직쉐이크를 하기 위해서 학교를 그만두면서, MBA 과정에 대한 책 만드는 걸 포기하고 글쓰기를 중단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블로그를 열심히 구독하고 읽는 독자층이 생겼고, 담백한 글들이 재미있으니 꼭 MBA가 아니더라도 그냥 뭐라도 계속 블로깅을 했으면 좋겠다는 시장의 피드백들이 있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의 제목도 ‘Life Away From Wharton’으로 바꿨다. 하는 게 스타트업이라서 주로 이 분야와 관련된 글들을 쓰다 보니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고, 그 이후 쭉 ‘The Startup Bible’이라는 제목으로 이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내가 이 분야에서 블로깅을 하면서 role model로 삼고 있는 두 분이 있는데 바로 YC의 Paul Graham과 USV의 Fred Wilson이다. 여전히 내 우상이고, 솔직히 내 경험이나 글솜씨는 이분들을 따라가려면 –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한참 멀었다. 초기에는 나도 폴 그레이엄 같이 꽤 긴 글들을 비정기적으로 포스팅하다가, 한 3년 전부터는 프레드 윌슨과 같이 짧은 글들을 정기적으로 포스팅하면서 이제는 가능하면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개의 글을 올린다. 참고로 프레드 윌슨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글을 쓰는데, 나도 한번 이렇게 해볼까 고민하다가 도저히 지속해서 못 할 거 같아서 포기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것도 바쁘고 힘든데, 왜 굳이 뭔가를 창작하는지에 대해서 나도 스스로 생각해 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나한테 의미 있는 건 다음과 같다.

약 8년 동안 꾸준히 블로깅을 해보니까 이제는 글 쓰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고, 아무리 바빠도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만들다 보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대부분 투자자는 사람 만나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 내 일정도 보면 하루에 3~4개 미팅이 잡혀있으니, 일주일에 20명 이상을 만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다. 실은 VC들이야말로 미래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사람만 만나다 보니 이걸 잘 못 한다. 나는 글을 쓸 때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 있게 글 쓰는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일주일에 2~3 시간이지만, 매우 생산적이고 정신적으로 보상받는 시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글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고, 독자에게 새로운 상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을 쓰려면 통찰력이 필요한데, 사람의 통찰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사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해야 한다. 블로깅은 나한테 이런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좋은 내용의 글을 쓰려면, 좋은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좋은 주제는 항상 눈과 마음을 열어놓고 내 주변의 현상과 사물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너무 당연하다. 누구나 머릿속에는 좋은 생각들이 있고, 이걸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을 정말로 내 것으로 만들고, 조금 더 나아가서 남들에게 잘 설명하려면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나 흐릿해지지만, 머릿속의 이 생각을 손끝으로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종이 위의 내용을 읽으면서 머리에 입력시키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최근 들어 내가 블로깅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는데, 나 스스로 좀 편해지기 위해서이다. 나는 다양한 질문을 꽤 많이 받는다. 주로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이 가장 활발하게 질문을 하는데, 질문들을 받다 보면 비슷한 내용이 꽤 많다. 그러다 보면, 이메일을 검색해서 과거의 비슷한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을 찾아서 카피 페이스트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관련 내용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한 후에, 그 링크만 보내주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시간을 꽤 많이 절약할 수 있다.

꾸준히 블로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솜씨도 늘고, 일관성이 습관화되었고, 사물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생겼고, 나 자신과 스트롱벤처스를 위한 훌륭한 마케팅 채널을 하나 확보할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글을 전혀 못 쓰던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이 정도까지 올 수 있다면, 누구나 다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훈련과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블로깅을 시작하는 건 모두에게 권장하고 싶다. 다만, 시작했으면 밥 먹고 똥 싸는 것처럼 꾸준히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