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에 대해 정리하는데, 2025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아서 이 블로그의 한 해를 정리해 본다.
이 글을 포함, 2025년에 난 약 4만 9,000개의 단어로 만들어진 94개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약 4일에 한 번씩 포스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포스팅 수치는 거의 같다. 지금 같이 긴 휴식을 즐기거나, 월요일과 목요일이 공휴일이면, 새 글을 잘 안 쓰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날 수 있다. 이 글을 제외한 93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오늘을 기준으로 약 120,151 명이다. 월평균 1만 명, 하루 평균 333명이 방문한 셈이다. 작년 대비 9% 정도 트래픽이 감소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더 많이 읽히는 글을 포스팅하면, 더 많이 공유되어 자연스럽게 많은 트래픽이 유입된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많이 읽히고 공유되는 글이 올라가면, 일 트래픽이 8,000까지 뛰는 걸 봤다. 올해도 일주일에 두 번씩만 포스팅했지만, 언젠가는 월요일과 목요일뿐만 아니라 매일 글을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더 긴 글을 쓸지 고민해 본 적도 있는데, 내 스타일은 비교적 짧고 담백한 글이라서, 이건 그냥 유지할 계획이다.
2025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올해 가장 많은 댓글이(267개) 달렸던 글이고, 가장 많은 공격을 받았던 글이기도 하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댓글에 답변을 달아주고 싶었지만, 이렇게 하면 정말 큰 온라인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아서 대부분 그냥 읽기만 했다. 내 입장은 이 글과 동일하고, 그동안 하나도 바뀐 게 없다. 한국이 계속 잘 성장하고 계속 부자나라가 되고 싶다면, 모두 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일도 안 하고 놀기만 좋아하면서 워라벨만 주장하는 나라의 장래는 매우 어둡다. 그리고 회사는 놀이터가 아니다. 정당한 월급을 받고 싶다면, 그만큼 일해야 한다.
2/ 희망의 실종
이 글이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이라는 게 좀 의아하다. 올해의 계엄 사태, 그리고 이후에 우리가 경험한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경제적, 사회적 사건들로 인해서 정말 우울한 한 개가 예상된다는 어두운 글이었는데, 현장에서 스타트업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많이 공감했던 것 같다. 실은 내년도 어떻게 될지 불안하지만, 그래도 우린 최악의 상황은 조금씩, 천천히 벗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3/ 채용하지 말아라
내가 만약에 창업한다면 웬만하면 사람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이다. 그리고 올해 내내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설교했던 내용이다. 본문의 다음 부분이 이 글의 핵심을 잘 요약해 준다.
“그래서, 일단 가급적이면 채용하지 말아라. 임직원들이 모두 200% 캐파로 일해서 더 이상 더 많은 일을 못 한다면, 그리고 100%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으면, 그때 한 명씩, 아주 천천히 채용해라. 그리고 정말 개 같이 일 할 수 있는 사람만 뽑아라.”
4/ 투자, 그리고 바로 해고
위 3번 포스팅과 밀접하게 연관된 내용이다. 투자를 못 받으면 불필요한 인력을 한 번 정리하고, 투자받아도 불필요한 인력을 한 번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이렇게 하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 즉, 지방이 거의 없이 아주 lean 하고 lean 하게 – 사업에 임하라는 내용의 포스팅이다.
5/ 왜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이 글도 38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올해 가장 많이 읽힌 1번 글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의 댓글들을 보고, 이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포스팅이다. 모든 댓글에 대한 카운터 댓글은 못 달았고, 그중 여러 번 읽어도 개인적으로 절대로 동의 못 하는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다.
6/ 집착이 유니콘을 만든다
풀타임 직업이 있는 전문직들도 요새 창업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창업을 취미생활로 하면 유니콘은 못 만든다는 포스팅이다. 이 글도 내 주변에서 창업한 전문직분들의 원성을 듣긴 했지만, 내 생각에 변함은 없다.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선 집착해야 하는데, 사이드로 창업하면 이런 집착이 생길 수가 없다.
7/ 개발자도 회사의 조직원이다
이 글은 2024년 가장 많이 읽혔던 포스팅이다. 난 솔직히 이 글에 이렇게 많은 댓글이 달리고, 스타트업 업계에 큰 파문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여러 번 설명했지만, 개발자들을 일반화해서 욕할 의도는 전혀 없고, 돈 버는 제품을 만들 의도는 별로 없는, 그렇지만 회사에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 가는 자존심만 살아있는 그런 개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쓴 것이다.
8/ 스타트업의 지분 할당
이 글은 2023년도에 가장 많이 읽혔고, 2024년도 9위의 포스팅이다. 솔직히 나에게 물어보면, 이 글은 그냥 특색 없는 평범한 글이다. 그런데 많이 읽힌 걸 보면, 회사가 성장하면서 어떤 인재를 영입해야 하고, 이들을 채용할 때 스톡옵션이나 회사의 지분을 어떻게 부여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인지 고민하는 창업가들이 많다는 신호인 것 같다.
9/ 면접의 허상
스타트업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사람인데, 제대로 망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또한, 대부분의 창업가가 가장 어려워하는 게 채용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채용 방법에 관해서 쓴 글인데, 첫 번째는 잘 아는 사람만 채용하는 것, 두 번째는 6개월의 연애(=수습) 기간을 거친 후에 결혼(=채용)하는 것, 세 번째는 면접 시 말발보단, 실제 실력을 기반으로 보상하는 것, 이 세 가지다.
10/ 모든 스타트업이 어른을 필요로 하는가?
다른 큰 회사에서 좋은 경험과 경력을 가진 ‘어른’들이 작은 스타트업에 왔을 때 과연 이전 회사에서만큼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한 글이다. 결론은 ‘No’다. 큰 회사에서 날아다녔던 사람들 대부분 큰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들은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에서 밥을 맛있게 먹은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에서는 본인이 직접 밥을 차리고, 이걸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커지고 어른이 필요하면, 외부보단 내부에서 이런 사람을 찾는 걸 권장한다.
이상 2025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블로그 관련해서 내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어떻게 정기적으로 글을 쓸 시간과 여유를 확보할 수 있냐인데, 이건 바쁘고 안 바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누구나 다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다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냥 하면 된다.
올해도 이렇게 1년 동안 쓴 글들을 분석하면서 스타트업 바이블의 2025년을 마무리해 본다.
Happy New Year everyone!
한해동안 좋은 글들을 접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이 깨닫고 많이 배웠습니다.
글은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영향을 주시는일, 무엇보다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1년동안 대표님 글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들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