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ford 대학원에서 룸메이트였던 Bon과 Moto 그리고 같은 반 친구였던 Fendi와 conference call이 오전 8시에 있어서 오늘은 10시 수업이지만 새벽같이 일찍 일어났다. Bon은 원래는 중국/홍콩 혈통인데 어렸을 적부터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등 다양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친구이다. 뉴질랜드에서 학부를 졸업하였고, Stanford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취득한 후 실리콘 밸리 Cisco에서 일하다가 프랑스의 INSEAD에서 MBA를 취득한 후 현재 스위스의 Tag Heuer (high-performance 시계) 본사에서 brand marketing을 하고 있다. Moto 또한 일본인 이지만 유년기를 유럽에서 보내서 영어가 매우 유창한 친구이다. Moto는 한마디로 천재/수재인 친구이다. 동경대 기계공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여 Stanford에서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4년 만에 졸업한 매우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다. 현재 Kinya라는 동경대 동창과 같이 동경에서 Takram이라는 상품개발/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비즈니스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나도 작년 11월 Wharton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동경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서 Takram 사무실을 방문하여 Kinya랑 인사를 한적이 있는데 매우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왔다 (점심도 비싼 도시락을 얻어먹었다). Fendi는 인도네시아 갑부 집 아들이다. Wisconsin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Stanford에서 제조공학 (Manufacturing Systems Engineering)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실리콘 밸리의 A.T. Kearney에서 컨설턴트 생활을 오래 하다가 가업을 물려받기 위하여 자카르타로 돌아와서 나보다 한달전인 6월에 결혼을 했다. Fendi네 집안은 인도네시아에서 굉장히 유명한 대리석 비즈니스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데 나도 6월달에 Fendi 결혼식 참석 차 공장 견학을 하였는데 이게 장난이 아닌 비즈니스였다.
스탠포드에서는 워낙 다양한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는데 위 3명은 나랑 아주 각별하게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다. 6월달 Fendi 결혼식도 나와 Moto가 참석하였고, 7월달 내 결혼식에도 Moto는 왔었다. 그리고 올해 5월달에 Moto가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 나들이를 왔었는데 이때 3일동안 우리집에서 자면서 서울 시내 구경도 하고 지현이랑 같이 인사도 하고 굉장히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Moto, Bon 그리고 나는 약 6개월 동안 같은 아파트에서 룸메이트로 살았는데 3명 다 학교 공부보다는 사업과 창업에 관심이 많아서 일주일에 2번은 꼭 스탠포드 앞에 있는 Starbuck’s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나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brainstorming을 하고 밤늦게 Denny’s에서 야식을 엄청나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다. 졸업식 날도 팔로알토의 유명한 중국 식당인 Hong Kong Flower Garden에서 부모님들과 다 같이 저녁먹은 이야기를 아직도 가끔씩 하곤 한다 🙂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는데….그럼 오늘 conference call은 왜 한거냐? 요새 우리 친구 Fendi가 가지고 있는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대리석이라는 낙후되고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Fendi네 회사 Jaya Abadi Group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 대표이사인 Fendi 아버지 및 나이드신 경영진 어르신들의 머리에서는 도저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안 나오는 것이다. 미국에서 선진 비즈니스를 배운 2세들이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하면 항상 부딪히는 벽에 Fendi도 예외없이 부딪힌 것이다. 일을 벌이려고 하면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 경영진들이 사사건건 반대를 해서 요새 잠을 거의 못자는거 같아서 우리가 좀 도와주겠다고 나서서 각각 다른 시간대 –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스위스 – 에 있는 옛 동지들이 힘을 뭉치기로 했다. 일단 시간 자체를 잡는게 너무 힘들었는데 필라델피아 시간 오전 8시면 다 깨어있는 시간이라서 오늘 오전에 진행을 한것이다. 몇 달 전에 Moto가 Ryu Itadani라는 일본인 화가/디자이너 친구를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이 친구의 디자인을 대리석에 입혀서 high end market을 겨냥한 명품 대리석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오늘 conference call을 진행하였다. 오랜만에 4총사가 모여서 그동안 살았던 이야기, 신혼생활 이야기,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 (Skype를 통해서 conference call을 했는데 정말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걸 느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꼈다)도 하고 본격적인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였다. Moto의 수고로 인해서 Ryu Itadani도 직접 conference call에 초대를 하여서 같이 이야기를 하였다.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는데 confidentiality 관계로 여기에 공개적으로 쓰지는 못하겠다. 정작 궁금하신 분들은 저한테 직접 연락해 주시면 힌트를 조금 드릴게요.
내가 Fendi의 위치에 있었으면 과연 어떤 액션을 취했을까? 나 같으면 일단 현재 경영진들을 과감하게 교체하였을 것이다. 한 두번 변화의 힌트를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은 막말로 “짤라야” 한다. 나이 많고 갈 곳 없는 사람들한테는 너무 잔혹하지만 회사, 직원, 직원들에 딸린 식구들 그리고 주주들을 위해서는 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대화를 통해서 이 사람들을 설득한다? 시간이 그렇게 많은가? 더 이상 옛 방법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리는 없다. 무조건 변화해야 한다. 과묵하기로 소문난 이건희 회장도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았는가 “마누라와 애들을 제외하고는 다 바꿔라!” 좋은 아이디어 전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은 사람들이다.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나쁜 아이디어를 좋은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는 무한가능성이 있다. 일단 star team을 갖추어야 한다. 왜 좋은 경영대학원에 오려고 노력하는가? 이미 사전 스크린된 좋은 사람들의 표본 집단이기 때문이다. 5명과 이야기 하면 최소 3명은 똑똑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나도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시 학교에 오지 않았는가.
일찍 일어나서 좀 피곤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오랜 친구들과 수다 떠니까 참 잼있었다. 어리버리한 대학원생들이 저마다 각국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는걸 보면 참 대견하기고 하고…나 스스로도 대견스럽고 ㅎㅎ. Skype를 창업한 Niklas Zennstrom과 Janus Friis 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으며, 이 회사에 돈을 대준 선견지명이 있던 투자자들 그리고 Skype를 26억 불이라는 엄청난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한 eBay의 결단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