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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ets Beta

스타트업 바이블은 2010년 8월 출시됐고, 2년 뒤인 2012년 7월에 스타트업 바이블 2 판매가 시작됐다. 실은 둘 다 졸작이긴 하지만, 내용 면으로 봤을 때는 2권이 1권보단 완성도가 높은데, 당시에 기존의 출판사를 건너뛰고 직접 e북과 POD로만 출판해서 판매하려는 야심 차지만 어리석은 전략 때문에 많은 분이 스타트업바이블 2권이 있다는 것 조차 모른다. 오늘 어쩌다가 2권을 다시 읽었는데, 역시 내용은 아주 쉽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혔다.

특히 [끝마치면서]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에 뭔가 짠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아서, 여기서 그냥 그대로 공유해본다(지난 주에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가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더욱더 짠했다).

“앞으로 최소 6개월 또는 12개월 동안 단 한 푼의 월급도 못 받으면서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데 자신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물론 모두가 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책을 샀다면,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분명히 여러분에게는 삶의 주인이 되거나 꿈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면, 평생 단 하루도 일이 노동 같이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고 어떤 시상식에서 말했다. 감동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었다.

아직도 아내는 남편을 불안한 눈빛으로 보면서 (속으로) 걱정한다. 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또한 안타깝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왜 좋은 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친 후 고액 연봉 주는 선망의 대기업에서 때깔 나게 직장 생활을 하지 않을까? 왜 사서 고생해? 뭐 분명히 이런 질문을 속으로 하고 계실 거로 생각한다.

그걸 다 알고,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오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나는 한 번 사는 인생을 최대한 가치 있게 살아보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나는 창업가 정신과 벤처 정신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스타벅스 모두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인류의 삶에 대한 비전을 그렸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 비전을 현실화했다. 이게 바로 벤처 정신의 힘이다.

벤처 정신은 단순하게 인터넷 회사를 창업해서 돈을 번다는 좁은 의미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다.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창업자가 된다는 게 단순히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창업자는 남이 안 된다고 하는 곳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남이 도망갈 때 위험을 감수한다. 이런 삶의 방식은 모든 사람이 인생을 가치 있게 살려면 필요한 자세라고 한다.

즉, 창업가 정신은 바로 인생 성공의 열쇠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면 우리는 남과 똑같은 길을 간다. 우리는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직원이 된다. 자기계발이나 발전이라는 엔진은 서서히 죽는다.

하지만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스스로 발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속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베타 제품을 지속해서 수정·보완하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이런 정신을 ‘영원한 베타(permanent beta)’라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살려는 정신이며, 이는 바로 모든 창업자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창업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창업이 모두를 위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를 떠나서 독자 여러분도 영원한 베타의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길 바란다. 그래서 인생의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길 기원한다.

Because life should only get beta.

미친 성장과 미친 펀딩만이 답인가?

sun-581299_640프랑스 요리 중 푸와그라(Foie Gras)라는게 있다. 불어로 ‘살찐 간’이라는 뜻인데, 거위의 간을 페이스트 형식으로 만든 요리다. 이걸 만들기 위해서 거위를 못 움직이게 고정한 후 강제로 사료를 하루에 여러 번 먹여서 사육하는데, 이렇게 하면 간이 커진다고 한다. 얼마 전에 CB Insights에서 발표한 내용 중 ‘The Foie Gras’ing Of Startups‘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여기서 말하는 살찐 간 스타트업은, 짧은 기간 안에 펀딩을 너무 많이 받아서 덩치가(=밸류에이션) 비대해지는 회사인데, 투자를 많이 받아서 ‘살찐’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하늘을 치솟지만, 정말로 이 회사의 가치가 그렇게 높은지 비교·분석해봤다.

2013년부터 1,000억 원 이상의 엑싯(IPO와 M&A 포함)을 한 스타트업 500개 이상을 분석했고, 전체 투자받은 금액이 1,000억 원 이하인 회사(=적게 투자받은 회사)와 1,000억 원 이상인 회사(=많이 투자받은 회사)로 구분한 후, 이들이 인수됐을 때의 기업가치 또는 IPO 기업가치를 비교했고, 그 이후의 단기/장기 기업가치의 변화도 비교해봤다. 모두 미국 기업이었고,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있었다:
1/ IPO 이후에는, 많이 투자받은 회사가 적게 투자받은 회사보다 실적이 현저하게 떨어짐.
2/ 가장 많이 투자받은 회사들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적게 성장함.
3/ 1,000억 원 이하로 투자받은 많은 회사가 가장 좋은 엑싯을 함.
4/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같은 메가 펀드로부터 큰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엑싯 자체는 가장 컸지만,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음.
5/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는 예외 – 투자도 많이 받고, 엑싯도 컸고, 수익도 큼. 그런데 페이스북과 같은 아웃라이어들이 미디어를 도배하기 때문에 많이 투자받고 엑싯하는게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생김.

한 회사가 투자금을 주주가치와 주주 이익으로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지표는 그 회사의 엑싯 기업가치 대비 총 투자받은 금액이다.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가 엑싯을 크게 하면, 이 지표는 높고, 투자를 많이 받은 회사의 엑싯이 상대적으로 작으면, 이 지표는 낮다. 즉, 요새 미디어에서 매일 흔하게 읽을 수 있는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끝이 항상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는 말이다. 기업가치 수조 원에 수 천억 원을 투자받은 회사도 IPO 하거나 인수되어야 하는데, 그때 기업가치가 낮거나, 그 이후에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이 회사의 ‘효율’은 상당히 낮다는 뜻이다.

투자를 많이 받은 대표적인 회사 – 가장 많은 펀딩을 받고, 가장 밸류에이션이 높은 – 11개 중 6개인 스냅, 그루폰, 드롭박스, 징가, 렌딩클럽과 그린스카이는 IPO 이후 기업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 중 기업가치가 올라간 회사인 트위터나 Zayo Group도 기업가치 성장이 2배 이하였고, 다큐사인은 IPO 이전이나 이후나 기업가치는 거의 같다.

그런데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의 가치 변동을 보면, 조금은 다른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 중, IPO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9개 스타트업 중 6개인 Veeva Systems, Palo Alto Networks, ServiceNow, Tableau Software, Splunk와 Ubiquiti Networks는 IPO 후 시총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ServiceNow는 기업가치가 IPO 이후 1,900% 증가했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B2C 회사보단 B2B 회사들이 투자를 적게 받았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훨씬 더 높아지는 거 같다.

이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실리콘밸리의 메가 펀딩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미친 펀딩과 미친 성장은 겉으로만 번드르르하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 특히, public market의 관점에서 – 봤을때 오히려 미친 펀딩과 미친 성장은 실패로 가는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오히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스타트업은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적게 투자받고, 더 좋은 엑싯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팀의 몸값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처음 창업하고, 창업한 지 얼마 안 돼서 딱히 수치가 있는 제품도 없고, 이전에 아무런 실패나 성공의 경험도 없고, 과거 직장 경력도 5년 미만인 창업팀의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우리도 초기 투자를 주로 하니까 이런 팀을 자주 만나고, 이런 팀에 투자하게 되는 경우,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 얼마 전에도 이런 팀을 만났다. 이전 스타트업에서 3년 정도 일 한 공동 창업가 두 명이 힘을 합쳐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 아직 MVP 단계도 아니라고 생각되는 제품을 만들었고, 과거 스타트업에서 일 한 경험은 있지만, 본인들이 실제로 뭔가를 창업한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와 거의 동일한 모델이 미국에서 엄청나게 잘 성장하고, 투자도 많이 받았다는 걸 계속 나한테 영업하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치는 30억 원 ~ 50억 원이라고 은근슬쩍 주장했다.

솔직히 나는 창업가들이 원하는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이게 높다 낮다라는 이야기는 잘 안 한다. 밸류에이션이라는게 정말 고무줄 같은 거고, 나는 그 가격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그 가치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시장에 있다면 그 밸류에이션이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한두 번 만난 팀이고, 내가 잘 모르는 비즈니스라서,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내가 먼저 뭐라고 하진 않는다. 하지만, 창업가들이 자주 물어본다. “대표님은 이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면서. 그러면 나는 옳고 틀리고의 여부를 떠나서,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걸 말해주면서, 이건 정말 100% 내 생각이니까, 일단 시장에 그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이는 투자자가 있는지 없는지 “쇼핑”을 좀 다녀보라고 한다.

위에서 말 한 창업가들도 나한테 계속 본인들이 생각하는 30억 ~ 50억 (물론, 본인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건 50억 원이겠지) 밸류에이션이 내가 보기에 어떤지 의견을 굳이 듣고 싶다고 해서, 나는 이분들한테 내가 솔직하게 생각하는 밸류에이션은 3억 원이라고 했다. 좀 충격적이라는 표정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 내가 왜 이 회사가 3억 원짜리인지 설명을 좀 했다. 일단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두 명의 공동창업가의 직장경력이 너무 짧아서 새로 시작하는 비즈니스는 그냥 완전히 맨땅에서 헤딩하는 거와 똑같고, 실패했든 성공을 했든 과거에 창업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이건 상당히 높게 평가될 텐데 그것도 이 회사는 아녔다. 그러면 나는 주로 이 두 명의 공동창업가의 몸값이 바로 회사의 현재 밸류에이션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보기에 두 분이 연봉을 많이 주는 직장에 가도 각각 최대 1.5억 원 이상은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1년 연봉만을 기준으로 하냐면, 이 스타트업의 수명이 1년 이상이 안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3억 원이라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나온다.

만약에 이 두 분이 직접 창업한 경험이 있다면, 그리고 진짜로 회사를 만들고, 사람을 고용하고,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만들었다면, 그 규모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나는 훨씬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줬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값진 경험은 대한민국 인구의 5%도 해보지 못하는거라서 그 경험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성공이나 실패 경험이 전혀 없다면, 창업가들의 몸값이 높을 수가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창업가들한테 내가 준 조언은 다음과 같다. 어차피 내가 말한 3억 원이라는 밸류에이션은 맘에 들지 않고, 이 밸류에이션에 그 어떤 금액을 투자받더라도 희석이 너무 심하니까, 오히려 그런 걸 방지하게 위해서 우리가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인위적으로 조금 높여서 5억 원에 투자하는 옵션이 하나 있고, 아니면 지금 투자를 받지 말고, 어떻게든 버티면서 제품을 만들고 출시해서, 이 제품을 시장이 원한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초기 수치를 갖고 훨씬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받는 옵션이 있다고 했다. 전자의 경우, 일단 희석이 많이 되고, 투자금이 많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투자받는다는 장점이 있고, 후자의 경우, 지금은 배고프지만, 수치를 조금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훨씬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괜찮은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팀은 그래서 후자의 옵션을 선택했고, 나는 가끔 업데이트를 달라고 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가끔 터무니없이 자신의 몸값과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높게 평가하는 팀이 있는데, 다른 투자자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생각하니,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

조정하며 성장하기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이 얼마 전에 끝났다. 테니스 대회야 항상 재미있지만, 이번 윔블던은 내가 좋아하는 로저 페더러 선수가 준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을 이겼고, 노박 조코비치와 결승에서 5시간 접전 후에 비록 지긴했지만, 잊지 못할 경기를 펼쳐줘서 정말 행복했다.

로저 페더러선수를 내가 좋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곧 4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세계 최강의 테니스 실력을 구사한다는 점이 대단한 거 같다. 나도 테니스를 오래 쳤고, 단순 취미가 아니라 정말 serious 하게 테니스를 친 경험에 비춰보면, 페더러만 한 선수는 앞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선수는 능력도 타고났지만, 주변 환경에 굉장히 잘 적응하면서, 내/외부 환경이 변할 때마다 스스로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난 거 같다. 내부 환경의 변화란 바로 페더러 선수의 생체시계를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인지능력도 떨어지는데, 40대의 선수가 아직도 20대의 몸으로 하던 방식으로 테니스를 치면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가고 부상으로 고생할 텐데, 페더러는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여기에 맞춰서 힘으로 치기보단 최대한 부드럽게 몸의 회전을 이용하고, 체력 안배를 잘하면서 자신의 테니스 스타일을 조정하고 있다. 외부 환경의 변화란 장비가 더 좋아지고, 더 무시무시한 경쟁자의 출현이다. 테니스 라켓은 더 가벼워지고, 볼은 빨라지기 때문에, 옛날 장비에 길든 몸 또한 새로운 장비와 기술에 조정을 해야지만 부상을 방지하면서, 출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신인 테니스 선수의 나이는 계속 더 어려지고 체력은 강해지기 때문에, 페더러같이 나이 든 선수는 힘과 스피드보단 경험과 노련미로 승부하는 쪽으로 스타일을 조정해야 한다.

내가 잘 아는 분야라서 테니스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운동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다. 그리고 비즈니스와 투자도 이런 점이 적용될 수 있을 거 같다. 얼마 전에 나보다 투자 경험이 훨씬 더 많은 VC 선배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투자를 오랫동안 잘하기 위해서는 쓸 근육과 안 쓸 근육을 잘 구분하고, 힘을 써야 할 때랑 힘을 빼야 할 때를 잘 판별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투자와 나쁜 투자를 반복하고 – 주로 나쁜 투자를 더 많이 한다 – 투자 경험이 쌓이면서, 회사와 창업가를 판단하는 기준 또한 계속 조정돼야 하는데, 내부와 외부의 환경 변화에 따라서 자신을 조정하지 못하면 좋은 투자를 계속할 수가 없다.

전에도 내가 몇 번 말했던 거 같은데, 나는 나이가 들면서 밀레니얼들의 감을 따라가는데 계속 뒤처지고 있다. 분명히 과거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잘 될 리가 없는 서비스인데,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서, 이런 시대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동안 내가 배우고 경험했던 걸 계속 미세하게 조정하는 노력을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게 바뀌듯이, 나 자신도 이 변화에 발맞춰서 계속 조정해야 한다.

노련한 VC한테 배울 수 있는 점

CB Insights는 여러 분야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양한 기사와 리포트를 만들어서 매일 출간한다. 얼마 전에 발표한 리포트는 USV의 프레드 윌슨이 USV를 설립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종교적으로 쓰는 블로그의 내용을 기반으로 그의 VC 경력을 통해서 배울만한 교훈 11가지를 정리해준다. USV는 2011년부터 거의 해마다 1조 원 이상의 엑싯을 통해서 큰 수익을 만들었고, 트위터, Indeed, Etsy 등이 그런 유니콘들이다.

참고로 프레드 윌슨은 40년 동안 직간접적으로 1,0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그의 블로그를 보면 노련미 넘치고 인사이트가 작렬하는 내용이 아주 많이, 그리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쓸 수 있는 그런 통찰력 있는 글을 매일 쓰는 프레드 윌슨한테 배울 수 있는 점을 정리한 이 리포트를 읽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11개의 포인트를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Keep your vision simple at the beginning – 시작할 때는 돈도 없고 자원도 없으니, 간단한 거부터 시작해서 이 걸 완벽하게 한 후, 다른 기능이나 시장으로 이동
2/ Early revenue growth isn’t always a positive – 사업 초반부터 매출이 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대신, 초반 매출보단 더 많고 안정적인 미래의 매출을 만들 수 있는 product-market fit에 집중
3/ Social networks are most effective when bundled with other services – 소셜 서비스는 “소셜”과 특정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같이 제공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링크드인은 소셜 네트워크지만 이력서 DB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파워풀함
4/ Second order network effects – 소프트웨어 자체는 결국 일용품이지만,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사용자 네트워크를 만들면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음
5/ Social networks for the single user – 소셜 네트워크는 단순히 내 지인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중요한 게 아니라, 나한테도 뭔가 유용한 가치를 제공해줘야지 중요함
6/ Spend the most energy on your middle portfolio pack – 투자자는 가장 잘하는 투자사나 가장 못 하는 투자사가 아니라, 중간에 있는 투자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기 회사들이 펀드에 가장 큰 수익을 만들어 주기 때문
7/ Invest in bits, not atoms – atom은 옷과 음식과 같은 물리적인 제품을 구성하지만, bit은 정보와 같은 정형화 할 수 없는 제품을 구성한다. Bit에 투자해야지 더 짧은 시간에 더 빠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atom에 투자하면 VC가 원하는 시간 내에 수익이 발생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함
8/ Investors need to love their losers – 잘 안 되는 투자사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지만, 정말로 안 될 회사라면 빨리 손실 처리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면 더 많은 지원을 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음
9/ Discipline – 남들이 투자한다고 따라서 투자하기보단, 나만의 철학을 갖고 투자를 하다 보면, 1년에 20개 회사에 투자할 수도 있고, 1개 회사에만 투자할 수도 있다.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님
10/ Crisis can make a company stronger – 위기 상황에서는 평소 하기 어려웠던 과감한 결정을 대표이사가 할 수 있고,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회사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음
11/ Growth isn’t always worth it – 빨리 성장하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성장에는 그만큼 희생이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