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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는 투자자한테 물어볼 2가지

사업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힘든 사업을 가지고 투자 받는 건 더 힘들다. 스타트업을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과거에 운영했던 창업가들은 누구나 다 투자자들 앞에서 피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남보다 이런 경험이 훨씬 많을 텐데, 피칭한 경험이 많을수록 투자받은 횟수보다는 거절당한 횟수가 월등하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피칭 횟수가 증가할수록 거절의 횟수는 가속도가 붙으면서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우리는 투자 금액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꽤 많은 회사에 투자한다. 많은 회사에 투자를 한 다는 건, 다른 면에서 보면 그만큼 많은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정확한 계산은 안 해봤지만, 10개를 검토하면 이 중 한 회사에 투자를 하는 거 같다. 지금까지 6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으니, 최소 600개 이상의 회사를 검토했고, 500명 이상의 대표이사님들에게 “우리는 pass 할게요”라는 거절 의사를 전달한 거 같다.

인생을 걸고 피칭했던 투자자한테 거절당한다는 건 매우 쓰라리다. 그리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 지금까지 들였던 공과 시간을 뒤로 한 채로 고스란히 다시 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 왜냐하면 투자유치 과정은 scalable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상상은 두렵기까지 해서 공황장애를 일으킬 수준이다. 그래도 어떡하나? 이게 현실이고 나를 믿는 팀원들과 우리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서 투자유치는 필수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

거절당한 창업가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 세 가지가 있다:

1/ 투자자들은 주로 이메일로 거절의 의사를 전달한다. 실은, 그동안 창업가가 들인 공을 생각하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예의지만 서로 바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소식을 전달하는데 얼굴을 본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런 거절의 이메일을 받았으면, 최소한 이메일 잘 받았다는 답변이라도 보내라. 같은 인간으로서 투자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언제 다시 이 투자자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딜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서로에 대한 professional 한 이미지를 남기고 헤어지는 게 좋다. 우리도 회사를 검토하다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전하면, 창업가가 화가 나서 그런지 아예 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경우에는 나도 이 분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

2/ 반드시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해라. 여러 번 만났던 투자자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까 투자하기가 싫어서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거기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투자를 거절한 거는 상관없지만,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투자자한테 건설적인 피드백을 요청하는 게 좋다. 만약에 방금 나를 거절한 투자자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다른 투자자와 미래에 만난다면,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만나야지만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발표 자료나, 질문에 대해서 답변하는 스타일이나, 또는 비즈니스의 방향이나 모델에 문제가 있어서 거절을 당한 거라면, 이런 점들은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약점으로 비칠 테니, 투자자한테 거절을 당할 때마다 내가 부족했던 점들과 고쳐야 할 점들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라. 다음 투자자 미팅 전에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걸 반복하다 보면 투자확률이 계속 올라간다.

3/ 한 명의 투자자한테 거절당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세상은 넓고, VC들도 많고, 돈도 넘쳐흐른다. 하지만, 경험 없는 창업가의 네트워크로 이런 투자자들을 다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특정 투자자한테 거절을 당했어도, 이 분이 아는 다른 투자자 소개를 부탁해라. 이런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 VC라서 거절을 했다면, 이 투자자의 네트워크 안에 이런 분야에 투자할만한 다른 VC 딱 한 명만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 VC라서 거절을 했다면, 이 투자자의 네트워크 안에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만한 다른 VC 딱 한 명만 소개해 달라고 부탁해라. 이렇게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열릴 것이다.

실은 이렇게 해도 피드백도 안 주고, 소개도 안 해주는 VC들이 꽤 많다. 하지만, 거절을 당한 후에도 낙심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피드백을 요청하고, 소개를 부탁하는 창업가들을 대부분의 투자자는 잘 기억할 것이다(그렇지 않은 창업가보다는). 그리고 이 투자자를 다시 만나면 – 내가 장담하건대, 이 분야에 계속 종사하다 보면 다시 만날 것이다 – “아 저 대표이사 옛날에 만났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상당히 진지하고 professional 했던 기억이 나네” 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뭔가 건진 거다.

기억해라. 피드백과 소개. 그리고 한번 해봐라. 차이를 느낄 것이다.

블로깅의 습관화

내가 블로그를 처음 쓰기 시작한 건 2007년 4월이다. 그 이전에는 취미로 글을 쓴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6년도에 MBA 준비를 하면서 서점을 기웃거리다 보니, MBA 준비 과정에 대한 책들은 넘쳐흘렀지만 실제로 MBA를 시작하면 학교생활은 어떻고, 공부는 할 만한지, 그리고 어떤 걸 경험하고 배우는지에 대한 내용을 경험 위주로 서술한 책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MBA 준비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MBA 과정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많다는 걸 내가 준비하면서 느꼈기 때문에, 그러면 내가 이런 책을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년간의 MBA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책으로 남기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이 컨셉을 출판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상의를 해봤는데, 은근히 반응들이 좋아서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워튼에 입학을 했다.

일기 형태로 일주일에 2~3번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이걸 2년 후에 편집해서 책 한 권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글솜씨도 없었지만, 열심히 블로깅을 시작했다. 이때 내 블로그의 제목이 ‘Life At Wharton’이었다. 당시에는 수업, 학교 다니면서 만난 친구들, 워튼이라는 학교, 과외활동, 기혼자로서의 MBA 생활 등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글을 썼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다. 말로 할 수 있는 걸 글로 쓰려니 3배의 시간이 걸렸고, 글을 쓴 후에도 이걸 2번 정도는 더 검토하고 포스팅하다 보니 하루에 한두 시간은 여기에 할애해야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걸 꾸준히 하다 보니까 속도도 붙으면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2008년 2월에 나는 뮤직쉐이크를 하기 위해서 학교를 그만두면서, MBA 과정에 대한 책 만드는 걸 포기하고 글쓰기를 중단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블로그를 열심히 구독하고 읽는 독자층이 생겼고, 담백한 글들이 재미있으니 꼭 MBA가 아니더라도 그냥 뭐라도 계속 블로깅을 했으면 좋겠다는 시장의 피드백들이 있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의 제목도 ‘Life Away From Wharton’으로 바꿨다. 하는 게 스타트업이라서 주로 이 분야와 관련된 글들을 쓰다 보니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고, 그 이후 쭉 ‘The Startup Bible’이라는 제목으로 이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내가 이 분야에서 블로깅을 하면서 role model로 삼고 있는 두 분이 있는데 바로 YC의 Paul Graham과 USV의 Fred Wilson이다. 여전히 내 우상이고, 솔직히 내 경험이나 글솜씨는 이분들을 따라가려면 –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한참 멀었다. 초기에는 나도 폴 그레이엄 같이 꽤 긴 글들을 비정기적으로 포스팅하다가, 한 3년 전부터는 프레드 윌슨과 같이 짧은 글들을 정기적으로 포스팅하면서 이제는 가능하면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개의 글을 올린다. 참고로 프레드 윌슨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글을 쓰는데, 나도 한번 이렇게 해볼까 고민하다가 도저히 지속해서 못 할 거 같아서 포기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것도 바쁘고 힘든데, 왜 굳이 뭔가를 창작하는지에 대해서 나도 스스로 생각해 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나한테 의미 있는 건 다음과 같다.

약 8년 동안 꾸준히 블로깅을 해보니까 이제는 글 쓰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고, 아무리 바빠도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만들다 보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대부분 투자자는 사람 만나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 내 일정도 보면 하루에 3~4개 미팅이 잡혀있으니, 일주일에 20명 이상을 만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다. 실은 VC들이야말로 미래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사람만 만나다 보니 이걸 잘 못 한다. 나는 글을 쓸 때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 있게 글 쓰는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일주일에 2~3 시간이지만, 매우 생산적이고 정신적으로 보상받는 시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글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고, 독자에게 새로운 상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을 쓰려면 통찰력이 필요한데, 사람의 통찰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사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해야 한다. 블로깅은 나한테 이런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좋은 내용의 글을 쓰려면, 좋은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좋은 주제는 항상 눈과 마음을 열어놓고 내 주변의 현상과 사물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너무 당연하다. 누구나 머릿속에는 좋은 생각들이 있고, 이걸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을 정말로 내 것으로 만들고, 조금 더 나아가서 남들에게 잘 설명하려면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나 흐릿해지지만, 머릿속의 이 생각을 손끝으로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종이 위의 내용을 읽으면서 머리에 입력시키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최근 들어 내가 블로깅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는데, 나 스스로 좀 편해지기 위해서이다. 나는 다양한 질문을 꽤 많이 받는다. 주로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이 가장 활발하게 질문을 하는데, 질문들을 받다 보면 비슷한 내용이 꽤 많다. 그러다 보면, 이메일을 검색해서 과거의 비슷한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을 찾아서 카피 페이스트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관련 내용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한 후에, 그 링크만 보내주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시간을 꽤 많이 절약할 수 있다.

꾸준히 블로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솜씨도 늘고, 일관성이 습관화되었고, 사물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생겼고, 나 자신과 스트롱벤처스를 위한 훌륭한 마케팅 채널을 하나 확보할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글을 전혀 못 쓰던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이 정도까지 올 수 있다면, 누구나 다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훈련과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블로깅을 시작하는 건 모두에게 권장하고 싶다. 다만, 시작했으면 밥 먹고 똥 싸는 것처럼 꾸준히 해라.

조용히 일하기

얼마 전에 다른 투자자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투자한 회사 이야기를 잠깐 했다. 이 분이 그 회사 이름을 듣자마자, “어, 그 회사 힘들지 않나요? 요새 언론에 전혀 들리는 이야기도 없고, 다른 투자사들도 별로 언급을 안 하는 거 같아서 망한 줄 알았어요.”라고 하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본질과 겉모습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에서 말한 회사는 잘하고 있다. 매출도 증가하고, 재구매 고객도 차근차근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돈을 벌다 보니, 특별히 새로운 펀드레이징이 필요 없어서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지 않고, 대표이사의 성격상 언론을 통한 마케팅을 굳이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시간도 없고) 미디어에서 소식을 잘 못 듣는 것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고객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고, 기존 고객과 시장과 소통하는 걸 이 팀은 회사의 미션으로 삼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시장이 확장되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기면서 우리는 점점 본질보다는 언론에 비친 이야기와 모습들을 가지고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거 같다. 매일 들려오는 스타트업들의 투자 소식은 마치 투자를 받은 회사는 이미 성공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물론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한 회사들이 투자를 받지는 않을 것이고, 투자를 못 받는 회사들보다는 뭔가 잘하고 있으니까 남의 돈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짧은 경험에 의하면 투자와 회사의 바람직한 성장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다. 기업이 잘하고 있다고 판단을 받으려면 고객을 만들고, 이 고객들이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이런 기업이라면 투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 투자를 받지 않으면 미디어에 노출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이 회사들이 잘 안 되는 건 아니다.

이런 추세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너무 많은 스타트업들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언론에 노출되려고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게 요새 너무 많이 보인다. 남들보다 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보면 헛짓거리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의미도 없는 제휴, 소위 말하는 ‘콜라보’, 인상적이지 않은 수치 달성 등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가끔은 웃음밖에 안 난다. 저런 기사 만들고,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잘 나간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에 본업에 충실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항상 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최근 2년 동안 언론에 한 번도 노출이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성장을 하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들이 우리 주변에 꽤 있는데 이런 조용한 회사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도 모두 이런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불쌍하지만 부러운

우리가 2번째 펀드에서 투자를 시작한 지가 이제 약 1년 3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45개 정도의 회사에 투자했다. 며칠 전에 나도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 10기 대상 첫 번째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자료를 조금 정리하면서 계산을 해보니,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절반 정도가 프라이머 출신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이었다. 프라이머와 초기에 같이 투자한 회사들도 있지만, 주로 후속 투자를 스트롱이 많이 했는데, 프라이머 회사들과 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이 중 몇 회사들과는 정기적으로 교류함으로써 발생한 결과인 거 같다. 물론, 대부분 회사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

나도 이제는 실제 스타트업 운영에서 손을 뗀 지가 7년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회사와 만나면서 시장, 방향, 운영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시장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내 의견을 자신 있게 표현하지만, ‘운영’에 대해서는 나는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의 dynamic 한 운영에 대해서는 나보다는 대표이사님이 훨씬 더 잘 알기 때문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고객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대표보다 나 같은 뜨내기가 이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투자하는 초기 기업들과 같이 일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가까운 곳에서 자세히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머 10기 약 20개 스타트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창업가들을 보고 ‘불쌍하다’와 ‘부럽다’라는 두 가지 감정이 교체하는 걸 느꼈다. 프라이머 투자와 acceleration을 통해서 이제 막 힘차게 시작하는 분들을 보고 불쌍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이제 그 힘든 전쟁터에 입문해서 고생할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창업자분들이 단단히 각오하고 시작하겠지만, 내가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느꼈던 건 회사를 시작해서 운영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힘듦은 내 예상보다 5배~10배 정도였다. 이분들의 머릿속에서는 분명히, “엄청 힘들겠지만, 나는 잘 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할 것이지만, 이 회사 중 90%는 5년 후에는 어쩌면 죽는 게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에 모두 단단히 육체적/정신적으로 중무장을 해야 한다. 하여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분들이 너무 부러웠다. 일단 나 같은 투자자는 할 수 없는 진정한 변화를 창업가들은 만들 수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남의 밑에서 일을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100% 모든 노력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다. 내가 뭔가를 직접 만들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고 싶어도 나는 직접 하지 못하지만, 창업가들은 할 수 있다. 이게 너무 부러웠다.

또 한가지는, 성공은 힘들고 확률적으로 낮지만, 성공하면 이분들은 돈을 엄청 벌 수 있다. 나 같은 투자자들은 좋은 회사에 투자해도 엄청난 대박이 아니면 – 그리고 한국은 exit 시장이 미국만큼 크진 않기 때문에 이런 초대박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 큰돈을 벌수가 없다. 나도 투자를 시작할 때는 좋은 회사에 많이 투자해서 개인적으로도 돈을 좀 벌어보자는 기대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벤처산업에서 정말 큰돈을 벌 수 있는 분들은 창업팀밖에 없다. 연초에 올린 “부자의 대열에 끼기“라는 포스팅에서 언급했지만, 조 원대의 재산을 축적해서 정말로 부자의 대열에 끼고 싶다면 기술 창업을 통한 성공이 가장 빠르고 유일한 방법이다. 참고로, 삼성전자 사장을 10년 동안 하면서 150억 연봉을 그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다 저축을 해도 1,500억 원밖에 못 모은다. 1조 원의 7분의 1 이다.

어쨌든 프라이머 10기 모든 회사들에 행운을 빌고, 앞으로 3개월 동안 나도 많이 배우길 기대한다.

새로운 플랫폼들

%ec%82%ac%ec%a7%84-2016-9-13-%ec%98%a4%ed%9b%84-1-48-49나는 주로 비즈니스 출장을 가면 가격과는 상관없이 호텔을 선호한다. 어차피 잠만 자고, 어디를 가나 같은 quality가 보장되는 체인형 호텔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LA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Palm Springs라는 사막에서 2주 동안 휴가를 즐겼는데, 이번에는 에어비앤비로 집을 통째로 빌렸고, 에어비앤비 단기투숙할 때와는 다르게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초기의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이 장기 출장을 가거나,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또는 집에 남는 방이 있을 때 이 과잉공급공간을 필요로 하는 타인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모델이었다. 물론, 기업가치 30조 원 에어비앤비는 지금도 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 플랫폼이 엄청난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거대한 마켓플레이스가 되면서,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임대업을 본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 다양한 부동산을 매매하여,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상당히 수익성이 높은 임대업을 하는 비즈니스들이 미국에는 상당히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미국만큼 크진 않지만, 우리 아파트에 사는 어떤 젊은 친구도 강남에 아파트 3개를 확보해서 에어비앤비에서 계속 돌리고 있는데, 공실률이 10% 안 된다고 하니까 단순하게 계산을 해도 수익성이 상당히 좋은 거 같다.

그런데 에어비앤비에 집을 등록만 해 놓으면 수요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수많은 옵션 중 우리 집을 선택하게 하려면 나름 집을 잘 꾸며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집들을 리모델링한다. 특히 우리가 묵었던 지역의 전체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비즈니스의 30% 정도가 에어비앤비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니 이 동네 경제에 상당한 이바지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대여를 계속한다면 이런 리모델링을 정기적으로 해야 하니 업체들에는 예측 가능한 신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에어비앤비에 많은 부동산을 올려놨다면 관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도 이 집을 예약하고 체크인을 하기 전에 집주인한테(=호스트) 이미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2주 동안 묵으면서도 자잘 구리 한 요청과 질문을 많이 했다. 이럴 때마다 호스트는 상당히 빠르게 우리의 요청에 매우 친절하게 응대해줬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들은 좋은 리뷰를 써주지 않고, 좋지 않은 리뷰는 호스트의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준다. 그런데 많은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 이렇게 빠른 고객 응대를 하는 게 어렵다. 특히 손님들이 외국에 있으면 시간대도 맞지 않고, 집주인이 만약에 다른 full-time 직업을 갖고 있다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서 에어비앤비 집들만 따로 관리해주는 비즈니스들이 미국에는 존재한다. 이들은 고객 응대 뿐만 아니라, 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 고장, 물품 부족, 전구 교체 등 – 제때 해결해주고,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원활하게 운영하면서 청소와 빨래 같은 업무까지 모두 알아서 해준다.

손님이 체크아웃하면 다음 손님을 맞기 전에 집을 청소하고 침대 시트나 수건 등을 세탁한다. 일반 가정집은 청소나 빨래는 대부분 외주를 주지 않고 – 물론, 가정부가 하는 경우도 있고 요새는 온디맨드 서비스들도 많지만 – 집주인이 직접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특성상 청소와 세탁은 외주업체들이 처리한다. 에어비앤비 집들만 전문적으로 청소하고 세탁을 해주는 비즈니스들이 존재하고, 기존 청소업체나 세탁소들에는 엄청난 신규 비즈니스의 기회를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셈이다. 우리가 있던 동네는 워낙 더운 사막이라서 모든 집에 수영장이 있다. 남한테 돈을 받고 집을 빌려주기 때문에 수영장의 청결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멕시코 아저씨가 와서 수영장 청소하고 수질관리를 해주셨는데, 이런 분들도 에어비앤비 때문에 더 많은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거는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장기투숙을 하면 그 지역이나 동네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데, 그 경험이 좋으면 그 지역의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한테도 신규 비즈니스의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우리가 있었던 집에도 “이 집에서의 숙박이 마음에 드셨나요? 저한테 연락 주시면 고객님에게 딱 맞는 좋은 부동산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라는 전단지와 함께 중개업자 명함이 입구 옆에 놓여있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에어비앤비는 이제는 단순한 대형 마켓플레이스가 아니라, 수많은 비즈니스들과 사람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대형 플랫폼이 되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테리어업자, 리모델링 업자, 에어비앤비 관리사, 청소업체, 세탁업체 및 수영장관리사는 에어비앤비가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거나 훨씬 더 적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지금은 아직 미약하지만, 에어비앤비와 같은 큰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가진 비즈니스들이 있는데, 기대가 많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