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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창업팀

비개발자나 비디자이너 출신의 창업가들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는 계속 해왔다. 그래서 우리도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없는 창업팀이라면 왠만하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예외도 있는데 그건 창업가가 이미 성공경험이 있어서 능력있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쉽게 데려올 수 있는 경우이다). 우리가 또 싫어하는게 있는데 바로 ‘비만’ 창업팀이다. 다시 말하면 lean하지 않은 창업팀인데 초기 창업팀/팀원이 너무 많은 경우를 말한다.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4명 이상의 인력이 있다면 이건 내 눈에는 비만이다. 지방이 너무 많이 끼여있는 거다.

최근에 만난 2개의 팀이 있다. 한 회사는 9명, 다른 회사는 11명이 있었다. 운 좋게 부자 부모 만난 창업가랑 다른 사업을 소유하고 있는 창업가가 있어서 초기 자본은 스스로 마련했다. 사업을 시작한지는 반년이 넘었는데 두 팀 모두 10명의 인력을 가지고도 아직 제대로 된 제품 하나 시장에 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매달 인건비로 거의 2,000 – 3,000만원이 나가고 있었다. 10명 직원 중 개발자는 2명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영업, 마케팅 그리고 관리 인력들이었다. CFO도 어디서 영입을 해왔다.

이런 회사들은 조심해야 한다. 아직 제품도 없는 회사가 무슨 영업과 마케팅 인력이 필요한가? 팔게 없고 홍보할게 없으니 영업과 마케팅 인력은 필요 없다. 만약에 해야 한다면 대표이사가 이 시점에 직접 해야할 일들이다. CFO? 돈 한푼 못벌고 매달 고정 비용만 나가는 회사가 무슨 회계? 그것도 사장이 엑셀이나 구글닥스로 하면 된다.

왜 이런 비만 창업팀이 만들어질까? 근본적인 이유는 창업자들이 비개발자/비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개발/디자인 스킬이 없는 3명이 일단 회사를 차린 후 여기저기서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데려와서 회사를 꾸리면 5명이 훌쩍 넘어버린다. 그런데 초반에 실제로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은 개발자와 디자이너이고 3명의 창업 멤버들은 솔직히 하는일이 없다. 그냥 잉여인력으로 회사돈만 까먹는다. 뭐 하나 만들 줄 모르니 어쩔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직접 창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개발자 1명, 디자이너 1명 이렇게 2명이면 몇 달 안에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코딩하는 디자이너라면 혼자서도 몇달만에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날씬한’ 팀과 위에서 말한 ‘비만’ 팀을 비교 해본다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회사의 성공 확률이 더 높을지 대략 판단이 설 것이다.

Instagram의 경우를 한번 보자.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거의 1조원의 가격에 인수되었을때 이 회사 직원 수는 13명이었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11명이라고 한다). 13명의 똑똑한 젊은 친구들이 1년 반 만에 1조원 짜리 회사를 만들었다. 위에서 말한 제품도 없는 9명 팀원의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회사의 가치가 과연 얼마라고 생각할까? 분명히 6,900억원은 아닐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gigaom2.files.wordpress.com/2013/11/turkey.jpg>

지분 희석 개론

지분 희석 (stock dilution)에 대해서는 전에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조금 어렵다고 하는 분들을 위해서 실험 삼아서 동영상을 만들어봤다.
*장비: iPad, ScreenChomp App, Targus Stylus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20 – 지분은 희석된다

Public Speaking

Photo Dec 21, 9 24 25 AM이번에 대통령 후보 토론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실망했을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말을 잘 한다는 두명의 –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전 대통령 후보 – 진지하고 긴장감까지 돌았던 토론의 기억이 아직도 머리속에서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하면서 더 큰 실망이 있었을 것이다. 어쩜 이렇게 두 나라 대통령 후보 토론의 수준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날까? 정말 황당하고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왜 그럴까? 박근혜씨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씨가 머리가 나쁘거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아닌거 같다. 다만, 남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스킬이 매우 딸리는 사람들인거 같다. 즉, 남 앞에서 말하는 public speaking 기술이 없었기 때문인거 같다. 몇일전에 나는 오바마-롬니의 토론을 다시 한번 봤다. 이번에는 서로가 하는 말보다는 그들의 눈빛, 얼굴 표정, 손짓 그리고 자세를 위주로 봤다. 역시 둘 다 professional한 스피커들이였다. 어느 순간에 언성을 높여야 하는지, 언제 3초 쉬어야 하는지, 언제 손과 손가락을 사용해야하는지, 그리고 언제 어떤 식의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토론 전날 밤을 새면서 습득한 기술/실력은 아닐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연습해서 몸에 완전히 베인, 아주 자연스러운 동작들이었다.

나는 스탠포드에서 ‘Public Speaking’ 이라는 수업을 2학기나 들었다. 참고로 3학점 짜리 수업이니까 총 6학점을 들은 것이다. 스탠포드와 워튼에서 들었던 가장 인상깊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나한테 묻는다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교수의 강의도 아니고 경제학상을 받은 교수의 경제학 수업도 아니다. 바로 남들 앞에서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public speaking 수업이다. 매 수업마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각자 3~5분 동안 발표를 하고, 이걸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각자에게 전담된 코치와 함께 자세하게 분석해서 발표 실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그 다음 수업에서는 지난 주에 지적 받았던 사항들이 개선되었는지, 안되었다면 뭐가 문제인지 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연구하고, 발표하고 또 발표를 한다. 시험은 없고 마지막 수업시간에 자유 주제를 기반으로 10 ~ 15분 동안 발표를 한다. 학기 중 배운 모든 기술을 발표하면서 구사하는지에 대한 채점을 기반으로 최종 평가를 받게 된다.
나는 첫 학기에 B-를 받았지만 – 참고로 B 이하는 매우 형편없는 점수이다 – 그 다음 학기는 B+를 받았다. 성적은 두 단계만 향상을 했지만 단지 몇개월 만에 내 발표 실력과 청중 앞에 섰을때의 자신감은 200배 정도 상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도 이런 수업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발표는 그 어떤 수업에서 배우는 지식보다도 사회 생활할때 도움이 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남들이 발표할때 Public Speaking 수업에서 배웠던 사항들을 (다 기억하는건 아니다) 하나씩 마음속으로 check하면서 듣는다.

발표의 달인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은 Steve Jobs를 생각한다. 잡스는 우리 시대가 낳은 최고의 communicator 중 한명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public speaker는 ‘긍정의 힘’의 저자이자 Lakewood 교회의 담임목사인 Joel Osteen이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스틴 목사에 대해서는 돈을 밝힌다니, 이단이니 등등 말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걸 떠나서 오스틴 목사의 설교 장면을 보면 – 내용은 상관없이 – 사람들을 매료하는 public speaking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을것이다. 모두가 한 번 정도는 오스틴 목사의 설교 장면을 보면서 그의 말투, 눈빛, 제스처, tone 등을 잘 연구하길 바란다. 그리고 거울을 보면서 그를 100번만 따라해보면 갑자기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그 자신감을 무대로 그대로 가져가면 된다.

Guy Kawasaki가 말하는 “남들 앞에서 말을 잘할 수 있는 11가지 기술

(실리콘 밸리) 디자인은 숫자다

얼마전에 500 Startups 주최의 흥미로운 conference에 참석했다. 요새 부쩍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UI/UX 관련 Warm Gun이라는 디자인 전문 행사였는데 최근에 내가 참석했던 그 어떤 행사보다도 재미있고 유익했던 1일 conference 였다. 행사의 슬로건도 “The 1-Day Conference on Measurable Design (정량화/수치화 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하루짜리 conference)” 이었는데 디자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느낀 점이 많았다. 흔히 ‘디자인’ 이라고 하면 우리는 약간 미친 예술가들이 뜬구름 잡는 형체가 없는 예술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생각은 “수치화할 수 없는 디자인은 말 그대로 수치화 할 수 없는 뜬구름일 뿐이다” 이라는 느낌을 다시 한번 강하게 받고 왔다.

아직도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몇가지 learning들:

  •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찾기 힘든 인력은 ‘코딩할 수 있는 디자이너’ 들이다. 코딩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은 – 찾을 수만 있다면 – 핵폭탄급 인력이다.
  •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서비스에서 중요한 수치는 딱 3가지인데 바로 how many / how long / how much 이다. 우리 사이트를 몇명이 방문하는지 (how many), 그들이 얼마동안 오래 체류하는지 (how long), 그리고 그들로 인해서 얼마의 매출 또는 전환이 일어나는지 (how much). B2C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다른건 보지말고 how many / how long / how much로만 이야기를 해라. 이에 대한 수치가 없거나, 이 수치들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 영리 서비스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 디자이너들도 숫자로 이야기를 해야한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들의 비전/환상/그림과 개발자들의 코드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사적으로 이 gap을 좁힐 수 있는 유일한 건 ‘숫자’이기 때문이다.

가족한테 투자 받기

엔젤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어떤 젊은 친구랑 밥을 먹는데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배 대표님, 실은 저희 아버님께서 대기업 CEO입니다. 할아버지는 이름만 들으면 아는 K씨고요. 전부터 부모님께서 3억 정도 종잣돈을 대주시겠다고 하는데, 영 껄끄럽더라고요. 나중에 잘못되면 아버님 보기도 미안하고요. 도리가 아니라 거절했습니다.”

나는 밥먹다가 젓가락을 책상에 던지면서,
“야 이 새끼야! 너희 아버님 돈은 잘못되면 미안하고 우리 돈은 잘못돼도 괜찮다는 말이냐!” 라고 버럭 한마디 해줬다.

가족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거에 대한 독자분들의 생각은?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로 가족의 돈으로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반대다. 초기 펀딩을 유치할 시점에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제품이 없다. 단순한 아이디어 또는 아주 early alpha 버전만 가지고 있을텐데 이걸 가지고 기관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는다는건 정말 힘들다. 과거에 성공적으로 exit한 경험이 없거나 지금 잘나가는 제품이 없으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투자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시점에 유일하게 나를 믿어주고 제품이나 아이디어 보다 ‘나’라는 사람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즉, 가족 또는 친구들이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투자받으면 좋다. 내 천사들은 항상 주위에 있고 나를 잘 안다. 막말로 사업하다 망해도 내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감옥 갈 일은 (거의) 없다. 또한, 가족한테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향 후 기관 투자자들한테 아주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창업가 자신의 돈, 땀, 피, 노력 그리고 창업가 가족의 돈까지 스타트업에 쏟아 부었다면 정말로 이 창업가는 완전이 올인하고 있구나 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내가 하려는 서비스도 유행을 탄다. 언제 유행이 끝날지 모르니, 돈을 주겠다면 아는 사람 돈은 무조건 받아서 빨리 시작해야 한다. 도리 어쩌고는 핑계다. 그런 창업가는 자신이 없는 것이다.

가족이 투자를 하겠다면 고맙게 생각하고 맘 바뀌기 전에 빨리 받아라. 그리고 그 돈을 가지고 죽을 힘을 다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성공해라. 성공해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면 된다.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17 – 가족이 투자하겠다면 축복이다,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