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분석]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일주일 전에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라는 개인적인 실험을 해봤다. 소량의 비트코인을 선착순 100명한테 주면서 비트코인 지갑이 없는 분들은 지갑을 만들어 보라고 권장했고, 이미 소유하고 있지만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은 실제 사용을 해보라고 권장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51명에게 각각 0.001 BTC를 드렸고 이 중 나한테 tipping을 한 분들은 7명이다(100명한테 드려야 하는데 내가 일일이 보내드리는게 너무 힘들어서 여기서 마감) – 나머지 44명도 실제로 비트코인 사용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7명 이라는 숫자가 워낙 작은 샘플이라서 이 분들의 의견이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 중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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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별로 어려운건 없었고, 복잡한것도 없었다. 실험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할 정도로 간단했다. 하지만, 별거 아닌거 같은 이 실험에 참여해서 처음으로 지갑을 만들고 비트코인을 사용해보신 분들은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하거나 또는 상당히 불편했을 일들을 매우 쉽게 처리했다.

한국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코빗이나 한국의 다른 비트코인 서비스로 계좌/지갑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이 분들한테 미국의 Coinbase 계좌로부터 0.001 BTC를 보냈는데, 이건 미국에서 한국으로 250원을 송금한거와 동일하다.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250원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미국 은행에서 한국 은행으로 보내면 수수료가 더 많이 발생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250원을 가지고 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수도 없다. 돈도 많이 들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불편함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부탁을 하면 되는데, 51명에게 250원을 보내라고 할 수도 없고 한국에서 계좌이체를 해도 타은행이면 5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니 불가능하다.
또한,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내가 비트코인을 보낸 후 약 30분 내로 모두 받으셨을 것이다.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이렇게 빨리 국제송금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받은 분들 중 7명이 나한테 팁을 줬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블로거한테 250원의 팁을 보내준 것이다. 250원 이라는 소액의 국제송금이라서 위에서 지적한 모든 부분들이 적용된다.

나한테 비트코인을 받고, 받은 비트코인을 tipping 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국제 송금이 일어났다 – 모두 1시간 내로, 최소의 수수료로, 그리고 최소의 클릭으로. 내가 알기로는 현존하는 그 어떤 방법보다 더 빠르고 쉬운 송금 방법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앞으로 비트코인의 사용은 mainstream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시장은 돈을 송금할때 발생하는 마찰점들과 정당화 할 수 없이 높은 수수료를 줄여주는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고, 비트코인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Liquidation preference 예제

우선주 투자자들이 갖게되는 파워풀한 권리인 liquidation preference에 대해서 전에 설명한적이 있다.
-‘투자자의 liquidation preference’ 포스팅
‘Liquidation preference’ 동영상

얼마전에 우리 투자사랑 이야기 하면서 liquidation preference 관련 추가 질문들이 있었는데, 다른 창업가들도 알면 좋을것 같아서 여기서 또 몇 자 적어본다. 전 글에서 이미 가장 흔한 3가지 종류의 preference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실제로 회사가 liquidate(청산, 정리, 인수 등) 되는 시나리오를 한번 보자.

레드모바일이라는 가상의 벤처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창업팀 40%; 직원 20%; 투자자 A(우선주) 30%; 투자자 B(보통주) 10%로 구성되어 있다. 레드모바일은 최근에 100억의 밸류에이션에 A로부터 30억원을 1X liquidation preference(no participation)의 조건에 투자받았다. 그리고 곧 레드모바일이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인수도 liquidation에 포함).

#1 시나리오 – 레드모바일이 너무 잘 나가서 최근 투자 받은 밸류에이션의 10배인 1,000억원에 인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1,000억원의 인수금은 다음과 같이 분배된다.

  • 일단 우선주 투자자 A는 이 상황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할지 안할지 생각을 하는데 솔직히 고민해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하면 우선주 투자자 A한테는 투자 원금 30억원만 돌아가고(배당금은 별도로 지급되는데, 편의상 이 시나리오에서는 A가 투자한 후 바로 회사가 인수되어서 배당금은 지급되지 않는걸로 가정), 1,000억원에서 남은 970억원이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에게 분배되기 때문이다.
  • 그래서 이 경우 투자자 A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을 한다. 투자계약서에는 이런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liquidation이 발생할 경우 우선주 1개가 보통주 1개로 전환된다.”와 비슷한 내용이다. A의 우선주 30%는 보통주 30%로 전환된다.
  • 1,000억원은 보통주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분배된다. 창업팀 400억원(40%); 직원들 200억원(20%); 투자자 A 300억원(30%); 투자자 B 100억원(10%)

#2 시나리오 – 경영진 불화와 경쟁사의 출현으로 인해 레드모바일의 비즈니스가 순식간에 악화되었고, 최근 투자 받은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가격인 50억원에 인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 우선주 투자자 A는 우선주를 보통주 30%로 전환하면 15억원만 돌려받기 때문에(50억의 30%),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투자원금 30억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배당금은 ‘0’ 이라 가정)
  • 인수금 50억원에서 남은 20억원은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에게 비례해서(A에게 분배된 30%를 제외한 70%에 대해) 분배된다. 창업팀 11.4억원(57%); 직원들 5.7억원(28.6%); 투자자 B 2.9억원(14.3%)
  • 지분율과 인수금 분배율은 많이 달라진다. 투자자 A는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가져간 돈은 60%이며(30억원/50억원), 회사 지분 40%를 가지고 있던 창업팀이 실제로 가져간 돈은 23% 이다.

자, 여기서 만약에 #2번 시나리오의 투자자 A가 1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투자원금 30억원을 돌려받고, 30%의 지분은 다시 보통주같이 취급되기 때문에 남은 20억원의 30%를 또 가져간다 – 총 36억원을 가져간다. 그 이후에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이 남은 14억원을 지분율대로 가져간다. 이 경우 A는 회사 지분은 30%를 가졌지만, 실제로는 인수금의 72%를 가져간다.

위의 상황들에서 알 수 있듯이 liquidation preference는 상황이 좋지 않을때 우선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우선주 투자자들은 회사가 높은 가격에 팔리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그렇지 않으면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한다(예외도 존재한다. 주로 IPO가 발생하면 우선주는 강제로 보통주로 전환이 되는데, 이 또한 계약서마다 다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창업가들은 투자를 받을때 liquidation preference를 잘 이해하고, 계산을 한 후에 돈을 받는게 좋다. 멋모르고 3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주었다가 나중에 회사가 적당한 금액에 인수되었는데 인수금을 전부 다 우선주 투자자가 가져가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투자자들은 주로 우선주를 구매하고, 창업가들이나 직원들은 보통주를 받거나 구매한다. 물론, 이 부분도 협상하기 나름이다.

[실험]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Update [2015년 4월 5일] – 아직 100명에게 비트코인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마감하려고 합니다(제가 일일이 보내드려야 하는데 이것도 일이네요). 실험은 재미있었고 곧 간단한 finding에 대해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Update [2015년 3월 31일] – 댓글로 비트코인 주소 보내주신 분들은 늦어도 48시간 안으로 보내겠습니다(좀 바빠서…)

비트코인 옹호자로서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글도 올리지만 아직 비트코인이 mainstream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거라는걸 잘 알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면에서 본다면 당장은 비트코인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상인들의 수가 비트코인을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우리의 투자사인 PurseIO와 같은 회사들이 바로 이 비트코인의 수요와 사용 부분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복합적으로 여러가지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기술적 요소들로 인해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 더 많은 일반소비자들이 비트코인을 실제로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작은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ChangeTip 이라는 회사/제품이 있는데 비트코인으로 온라인 기부나 팁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이다. 이 블로그 우측 상단에도 나한테 팁을 줄 수 있는 Tip 버튼이 있는데 아직 한번도 받지 못한걸 보면 한국은 아직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이 아닌 투자/투기용 도구로 보는거 같다. 또는, 내가 올리는 내용들이 형편없어서 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changetip

ChangeTip을 이용해서 블로그 주인장한테 팁 주기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비트코인이 얼마나 유용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사용하기 쉬운지 알려드리기 위해 무료로 소량의 비트코인을 선착순 100명 한테(인당 0.001 BTC = 약 280원 정도, 2015년 3월 31일 기준) 무료로 배포하려고 한다. 받은 분들은 이 블로그의 Tip 버튼을 이용해서 나한테 다시 팁을 줘도 좋고, 싫으면 그냥 보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된다:

1. 일단 비트코인 지갑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 있으면 Coinbase를 활용하면 되고(아니면 다른 지갑도 많다), 한국이면 우리 투자사 코빗에 계정을 열어 지갑을 만들면 된다.
2. 이 글에 댓글로 자신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복사(26 – 35개의 영숫자)
3. 내가 각자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1,000 bits를(=0.001 BTC) 송금
4. ChangeTip에 계정 만들기
5. 각자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ChangeTip 계정으로 비트코인 송금
6. Tip 버튼을 이용해서(블로그 우측 상단) 나한테 팁 주기(이건 옵션)

처음 하시는 분들이 보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전혀 복잡하지 않고 처음에 이렇게 셋업만 하면 서로 다른 계정으로, 그리고 다른 나라로 비트코인을 보내는게 얼마나 간단하고 저렴한지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트코인

Bitcoin-vs-Credit-Cards거래를 위한 프로토콜과 인프라 기술로서의 비트코인의 중요성에 대해서 전에 포스팅한적이 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앞으로 지속적인 disruption을 일으키면서 세상을 바꿀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느낀점은 그냥 기본적인 가상화폐와 송금의 수단으로서도 비트코인은 큰 공헌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유출되거나 도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금융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들이 인터넷을 만나면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인거 같다. 비트코인이 mainstream 화폐가 된다면 이런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금융사고는 극적으로 줄일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투뿔등심이라는 고기집에서 식사를 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최소 4개의 기관이 내 개인정보를 소유하게 된다. 투뿔등심 가게 자체에 내 개인정보가 남게되고, 투뿔등심의 신용카드 처리업체한테도 내 개인정보가 간다. 또한, 내가 마스터카드를 긁었다면 마스터카드 네트워크와 마스터카드를 발행한 은행에도(예: 외환은행) 내 개인정보가 남게된다. 최소한 이렇게 4개의 기관에 내 개인정보가 전달이 되고, 심한경우 10개 이상의 중개인들과도 개인정보가 공유된다고 한다.

갈비집에서 고기먹고 고기값만 내면 되는데 왜 내 이름, 생년월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까지 이런 외부업체들과 공유를 해야할까? 물건을 구매하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려면 구매하는 사람이 물건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신용) 있다는것만 증명되면 그만인데 투뿔등심, 카드사 그리고 은행이 내 주민번호랑 주소까지 알아야할까? 카드를 워낙 많이 긁다보니 이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 모두가 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하는 이슈인거같다.

비트코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으며, 기존 가상화폐의 가장 큰 문제점인 이중사용(double-spending)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한다. 모든 거래의 흔적은 기록되고, 비트코인이 정확히 어디에서 어디로 갔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지만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개인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완벽한 화폐는 절대로 아니다. Mt.Gox나 Bitstamp가 경험한 대형사고들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아직 비트코인이 대중화 되려면 – 대중화가 된다면 – 수 십년이 걸릴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는 안전한가? 오히려 더 위험하고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현금은 위조할 수 있고 잃어버리면 끝이다. 신용카드는 어쩌면 우리 역사상 가장 안전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해킹하기 쉬운 플라스틱이다.

어쩌면 비트코인은 인류역사상 가장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 http://moneyandtech.com/will-businesses-ditch-credit-cards/>

[리블로그] GMO 감자와 사과

arctic-apple나같이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농업기술에도 관심있는 분들한테는 흥미로운 소식이다.

얼마전에 미식품의약국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재조합된(GMO’d) 감자와 사과를 승인했다. ‘Arctic’ 종 사과는 껍질을 깐 후 공기와 접촉하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걸 방지하도록 재조합 되었고, ‘Innate’ 종 감자는 멍이 덜 들고 고온에서 요리하면 형성될 수 있는 발암성 물질 아크릴아미드 함유량을 줄일 수 있도록 재조합 되었다. Arctic 사과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실제 판매되기 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Innate 감자는 몇 개월 후에는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조사와 실험을 거친 이 두 농산물은 “영양과 안정성 면에 있어서는 유전자 재조합되지 않은 기존 감자와 사과랑 동일하다” 라고 식품의약국은 발표했다.

이미 우리가 먹고 있는 콩이나 옥수수는 대부분 유전자재조합된 제품들이지만 이들은 소비자보다는 농부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 내성이 더 강하고,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수확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농부들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에 승인된 사과와 감자의 경우 농부들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GMO 농산물들이 시장에서 받던 부정적인 피드백과는 약간 다른 반응이 예상된다.

앞으로 유전자재조합 관련된 연구와 개발은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며 실리콘밸리의 돈도 이 분야에 많이 투자될 것이다.

[과거글: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고찰]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이 제일 먼저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먹거리 이다. 요새 한국이나 미국이나 ‘잘먹고 잘사는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래의 식량 곤충). 동네 슈퍼에서도 쇼핑을 많이 하지만 유기농 제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슈퍼나 마트도 자주 가고, 이제는 뭐를 하나 사더라도 재료랑 영양성분 표기를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렇다고 보면 다 이해한다는 건 아니다).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요새 미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게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재조합 식품)라는 레이블이다. 식품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유전자 조작 유무를 표기하기 시작했고 Non-GMO Project나 Just Label It!과 같은 관련 단체들은 이걸 의무화 시키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업체 Ben & Jerry’s와 멕시칸 semi-패스트푸드 업체 Chipotle는 아예 유전자 재조합 재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에 둘러쌓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GMO는 굉장히 안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하고 슈퍼에서도 non-GMO 라벨 제품들을 찾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 이를 반박하는 기사와 글들을 통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사실을 몇가지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교육하는 차원에서 여기 몇 자 적어본다.

-과학일 뿐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인간의 삶은 굉장히 편해지고 윤택해졌다. 유전자 재조합도 생명과학일 뿐이지 음식에 나쁜 짓을 하는게 아니다. 이미 수천년 동안 농부들은 다양한 교배 방법을 통해서 더 강하고 맛있는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고 80년대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서 과학자들이 다른 품종의 특성을 특정 식물의 DNA에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가뭄을 더 잘 견디는 씨앗이나 해충의 피해를 덜 입는 씨앗이 탄생하게 되었다. 1996년도에 유전자 재조합이 상용화 되었고 이제 우리가 먹는 옥수수와 콩의 80%가 유전자 재조합된 품종들이다.

-농부들의 선택이다: 유전자가 재조합되지 않은 씨앗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농부들이 유전자 재조합 품종을 선호한다. 뭐, 이유는 뻔하다. 유전자 재조합 씨앗은 내성이 더 강하고,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수확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월등하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기억해야하는 사실은 농부들은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고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유전자 재조합 씨앗을 사용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맛도 좋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본인들도 이걸 먹고 이들의 가족들도 먹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근거: 그동안 많은 연구 결과가 진행되었지만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들이 건강에 나쁘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에 대해서는 가장 까다롭다는 유럽의 모든 식품 관련 규제 기관들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들이 안전하고 일반 농산물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인정을 했고 이는 미국의 식약청도 마찬가지이다.

-엄격한 규제: 생명공학으로 탄생한 농산물들은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의 시험과 규제를 받는다. 새로운 씨앗이 탄생되면 미국 농무부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며, 미식약청으로부터 자발적 – 하지만, 거의 의무적이다 – 검사를 받게 된다. 씨앗들에 살충제나 해충제가 들어가 있다면 미국 환경청의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 때문인지 새로운 씨앗을 개발해서 상용화 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약 1,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비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되는 씨앗은 정부의 검사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를 살리는 GMO 농산물: 유전자 재조합 씨앗들은 오히려 지구를 살리고 있다. 대부분의 GMO 씨앗들은 해충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충제의 사용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 실제로 2012년도에 살충제 감소로 인해 전세계 탄소배출량을 267억 킬로나 줄였다고 한다 (이는 1년 동안 자동차 1,180만대가 방출하는 탄소와 동일)

-심리적 요인: 약간의 심리적 요인도 작용을 한다. “유전자 재조합” 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일부 GMO 업체들은 비GMO 업체들이 영리적인 목적 때문에 일부러 이런 무시무시한 용어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기까지도 한다.

지구를 사과로 생각해보자. 이 사과를 반으로 쪼개고, 또 반으로 쪼개고, 32등분으로 쪼갤때까지 잘라보자. 그 32개의 사과조각 중 하나가 바로 농업을 할 수 있는 땅의 크기이다. 나를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은 잘 못 느끼고 있지만 지구의 자원부족과 식량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더 심해질 것이다. 매일 전세계 인구 9억명이 고픈배를 움켜잡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좁은 땅덩어리에서 더 많은 수확을 해야만 하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한 유전자 재조합이 필수인거 같다.

나도 맹목적으로 non-GMO 라벨만을 선호했었는데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거 같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c.ca/news/canada/nova-scotia/non-browning-arctic-apple-concerns-nova-scotia-growers-1.2559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