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은 사람

얼마전에 내가 아는 분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배대표님, 벤처 업계에서는 꽤 유명하신 분이였네요. 제가 이 분야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니까 많은 분들이 알고 있더라구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아는 분들의 나에 대한 의견은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이다. 나를 굉장히 좋게 보는 분들도 있지만,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나를 정말 “xxx” 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파트너 John은 항상 나한테 싫어도 너무 티를 내지 말고 그냥 살살, 적당히 넘어가라고 한다. 실은,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아무리 싫고, 아닌거라도 그냥 좋은 게 좋은거라 하면서 그냥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성격의 투자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욕을 좀 먹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할 수 있는 돌직구를 던지는 투자자가 될 것인가. 아마도 나랑 비슷하게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거라고 생각된다(내 주위에 이런 분들이 좀 있다).

“The Dark Side of Charisma” 라는 심리학 논문을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매니저의 종류 중 하나가 ‘Highly Likable Floater’ 라는 부류인데 그냥 모든게 좋고, 어려운 결정은 절대로 본인이 하지 않으면서, 적을 절대로 만들지 않는 매니저이다. 주로 이런 매니저들은 조직에서 빠르게 승진을 하지만, 절대로 사장은 되지 못한다. 나도 가끔은 이런 사람이 되볼까 라는 생각도 한다. 모든게 좋고, 모든게 “그럴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이 무난하게 생각하는 나이스가이가 되면 인생이 더 편해질거 같다. 내 주위에도 이런 투자자들이 더러 있다. “아무리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이고, 창업팀이 별로지만 뭐하러 서로 감정 상하게 싫은 소리 해요?” 라면서 그냥 좋은 소리 해주고 돌려보낸다. 이런 사람들은 글을 써도 절대로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그 어떤 사람들이 읽어도 기분 상하지 않는 무난한 글들만 쓴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싫다. 어차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이 생각할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무난한 사람은 자기만의 주장이나 목소리가 없다고 난 생각한다. 특히, 모두가 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비전을 실행해야하는 창업가들과 남의 돈을 가지고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를 하는 우리같은 벤처투자자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 그냥 무난해요” 라고 하는 창업가 보다는 나는 오히려 모두에게 욕을 먹어도 자기만의 주장과 색깔이 강한 사람들을 선호한다(그런데 그게 도덕적으로 욕을 먹는거면 안 된다).

Strong Ventures와 LA

LA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스트롱벤처스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창투사이다. 그리고 우리가 LA에 있는걸 아는 많은 분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한다. “스트롱벤처스는 왜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LA에 있나요?”

실은 나는 뮤직쉐이크를 운영하기 위해서 2008년 부터 LA로 이사와서 살고 있었고, John은 처가가 LA에 있고 아이들도 다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LA에 스트롱벤처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약 3년 동안 한국, LA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왜 우리가 LA에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왜 계속 LA에 있을건지에 대한 생각들이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북미) 진출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보다 오히려 LA가 더 좋은 발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관련해서 몇가지 생각을 여기서 공유한다:

1. 한국 바깥에 있는 한국의 수도 – 일단 LA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LA의 한인 인구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약 50만 ~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LA와 그 주변 county들을 합치면). 이는 한국의 왠만한 소도시들보다 더 규모가 크며, 한인들끼리만 생활을 해도 경제권과 상권이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LA에서 50년 이상 사신 분들 중 영어를 전혀 못 하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LA의 많은 한인들이 영어를 제대로 못한다. 어쩌면 영어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낄지도 모른다. 영어를 안하고 한국어만 해도 살아가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LA의 코리아타운에 가면 한국에 있는 왠만한건 다 있다. 한인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LA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매우 friendly 하다. LA의 시장 Eric Garcetti 씨는 “LA is the capital of South Korea, outside of South Korea (LA는 한국 외부에 있는 한국의 수도 입니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그만큼 LA에는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존재한다.
내 파트너 John이 농담같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뽀빠이가 신선한 시금치를 먹어야지 힘을 쓸 수 있듯이, 한국 사람들은 신선하고 맛있는 김치를 먹어야지 일을 할 수 있다” 이다. LA 만큼 맛있고 신선한 한국 음식이 풍부한 도시는 미국에 없다. 재료가 더 신선하고 좋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음식들은 한국보다 더 맛있다(예: ‘북창동순두부’의 원조는 LA이다. 여기서 한국으로 넘어갔다).

스타트업을 하는 토종 한국 분들이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낯설고 어렵다. 사업적인 부분도 당연히 어렵지만, 정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한국’ 이라는 나라, 문화 그리고 음식에 매우 익숙한 도시인 LA를 발판으로 북미시장 진출을 시도하면 정서적인 부분의 어려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시장으로의 이주로 인한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빨리 적응하고, 일에 모든 걸 집중할 수 있다.

2. 한국 기업들의 북미시장 공략 발판 – 한국과의 끈끈한 관계 때문인지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게임 기업들은 대부분 LA에 북미 본사 및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게임빌, 라인, NHN 엔터테인먼트, 쿠팡 모두 LA에 북미 사무실이 있고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이 LA로 진출하면 같은 한국 기업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면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같은 곳에 있다고 협업이 자동으로 이루어 지는건 아니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자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파트너쉽, 투자, 인수 등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3. 소비자 tech 컨버젼스의 중심 – LA가 전통적으로 컨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강하다는 건 왠만한 분들은 잘 알고 있다. 할리우드와 대부분의 음반사들이 LA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모르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하드코어 기술이 아닌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BM 위주의 서비스들 – 소비자 제품에 있어서는 LA가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LA의 패션/의류/섬유 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크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모델의 패션/의류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런 모델들이 성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카테고리의 전자상거래 모델들로 발전했다. 확실한 자료는 없지만, subscription 기반의 전자상거래 모델도 LA에서 탄생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하드코어 기술 기반의 IT 산업 외의 산업들이 발달하다 보니 LA는 기술자나 투자자들 보다는 평범한 일반 소비자들과의 연결고리가 훨씬 더 강한 지역이 되었고,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창조경제가 실리콘밸리보다 더 먼저 형성된 독특하고 유일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조금 유식하게 포장해보면 기술, 미디어, 컨텐츠, 엔터테인먼트, 패션과 전자상거래의 컨버젼스가 이루어 지는 곳이며, 공교롭게도 한국이 꽤 잘하는 영역이 이런 분야들이다(물론, 원천기술도 요샌 강세이지만)

4. 급부상하는 유니콘 농장 – 3번의 독특한 환경에 IT가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LA의 스타트업 시장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매우 빠른 속도로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유니콘 회사들이 LA에서 창업되어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유니콘 회사 Snapchat도 LA 회사이다. 페이스북이 2조원 이상에 인수한 가상현실 기업 Oculus, 디즈니가 1조원 이상에 인수한 유투브 기반의 프로덕션 회사 Maker Studios, 그리고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 제시카알바와 한인창업가 Brian Lee가 공동창업했고 곧 IPO를 계획하고 있는 The Honest Company 모두 다 LA를 대표하는 유니콘 벤처기업들이다. 이미 LA에만 10개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있다.

5. 창업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
– 실리콘밸리의 형성과 성장에는 스탠포드 대학과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이 큰 기여를 했다.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공대생들이 창업을 통해서 미래의 꿈을 실현하고 있고, 이미 창업한 회사에 지속적인 엔지니어링 인력들이 공급되면서 엄청난 기업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LA에도 이에 뒤지지 않는 학교들이 있다. 대표적인 대학교들은 UCLA, USC(남가주 대학) 및 Caltech(캘리포니아공대) 이며, 이 외에도 수십개의 대학이 LA에 있다. 실리콘밸리 보다는 많이 늦었지만, 최근 몇년 전부터 LA의 대학생들도 창업과 기술쪽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명문대를 졸업한 똑똑한 젊은 공학도들이 실리콘밸리의 장점만을 흡수하여 LA만의 자체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이런 좋은 인력들을 실리콘밸리 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채용할 수 있다.

6. LA의 ‘코리아 마피아’ – LA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름을 붙인 ‘Korea Tech Mafia’ 라는 한인 출신 창업가/투자자 그룹이 존재한다.
LA K-mafia
-David Lee/SV Angel: David Lee는 세계 최고의 시드 펀드/마이크로 VC인 SV Angel의 대표이다. SV Angel은 지금까지 5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으며 이 중 160개 이상의 회사가 IPO 또는 인수를 통해 성공적인 exit을 했다. SV Angel의 투자는 마치 성공의 보증수표와도 같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브랜드가 강한데 몇 년 전에 David은 LA로 이사와서 거주하고 있다.
-Michael Yang: 한인 출신 창업가 중 북미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 중 한 명인 Michael Yang은 3번의 성공적인 exit을 했으며, 현재 스트롱벤처스 사무실인 Kolabs에서 4번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2000년도에는 mySimon을 CNET에 8,000억원에 매각하면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Brian Lee와 Richard Jun/BAM Ventures: 한인 출신 창업가 중 현재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분은 Brian Lee 이다. Brian은 온라인 법률서비스인 LegalZoom을 창업했으며(기업가치 약 6,000억원), 그 이후 할리우드의 유명한 연예인 Kim Kardashian과 신발 전자상거래 사이트 ShoeDazzle을 창업해서 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후 또다른 LA의 유니콘 회사인 JustFab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또 다른 할리우드의 유명배우 제시카 알바와 The Honest Company를 창업했고 1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Brian이 지금까지 창업한 기업들이 창출한 시장가치는 약 4조원 정도가 된다. BAM Ventures는 Brian Lee와 그의 동료 Richard Jun이 운영하는 LA 기반의 마이크로 VC 이다.
-Peter Lee/Baroda Ventures: Baroda Ventures는 LA의 스타트업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 이다. 지역적인 focus가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창투사 보다 훨씬 더 양질의 LA 기반의 스타트업들을 찾아서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eter Lee는 Baroda Ventures의 대표이다.

LA의 Korea Mafia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자주 연락하면서 항상 한국과 한국의 스타트업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는데 주로 요새 어떤 회사들이 잘 하고 있고, 이런 회사들이 미국에 진출하면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한다. 인생의 선후배인 이 분들 모두 한국 회사들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투자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미 우리는 5개 이상의 한국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를 했다. John과 나는 이 그룹에서 스트롱벤처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나름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분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어 능력도 부족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 한국 스타트업 투자 및 이들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스트롱벤처스를 많이 신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LA의 Korea Mafia를 하나로 만드는 접착제와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일하는 곳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위에서 나열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LA가 한국 기업을 위한 최적의 북미시장 진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가 성장하고 커지면 비즈니스의 방향에 따라서 실리콘밸리, 뉴욕, 시애틀, 텍사스 등 미국의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영원한 숙제인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첫번째 진입 도시로서는 LA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도 이 부분에 많은 투자와 고민을 할 계획이다.

<이미지 출처 = http://laepiclosangeles.com/public/blog/where-in-los-angeles-should-you-live-in-your-20s>

beGlobal Seoul 2015 – 배석훈 대표 B2B 세션

beGlobal 2015-2전에 내 파트너 John이 쓴 ‘한국의 유니콘들‘ 이라는 글을 기억하실 것이다.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을 많이 하게한 글인데 나한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시사점은 “한국에는 아직 B2B 유니콘 스타트업이 없다” 였다. 왜 한국에는 아직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enterprise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안 나왔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분명히 B2B 유니콘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일반 소비자들이 아닌 기업들을 상대해야하는 B2B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그만큼 대기업들한테 영향을 많이 받고, 외산이 아닌 이상 왠만하면 대기업이 그냥 자체적으로 이런 소프트웨어들을 만들어서 작은 스타트업들을 죽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지배적인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5월 14일과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beGlobal Seoul 2015에서(한국의 메인 행사는 beLaunch, 규모가 더 작은 미국 행사는 beGlobal 이었는데 올해부터 beGlobal 이라는 브랜드로 통합) 내가 인터뷰하는 3D Systems의 배석훈 대표와의 세션이 더욱 더 기대된다. 자세한 건 5월 15일(금) 오후 4:30분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직접 와서 보면 되지만(세션: How to Build a B2B Startup in Korea and Exit It Twice in Silicon Valley / 한국 B2B 스타트업이 실리콘 밸리에서 두 번 액싯하기), 다음은 배석훈 대표 관련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항들이다:

  • 한국토종 엔지니어 출신으로 보기 드물게 B2B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라 두 번 창업했다
  • 한 번은 한국에서 창업했고, 한 번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 첫번째로 창업한 INUS 테크놀로지는 2012년도에 3D 프린팅의 리더 3D Systems에 인수되었다
  • 두번째로 창업한 VisPower Technology도 2013년도에 3D Systems에 인수되었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B2B 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없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B2B 창업을 두 번이나 해서 두 회사를 모두 다 같은 미국의 대기업에 매각한 분도 있다. 아마도 굉장히 재미있고 많은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세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너스 테크놀로지나 VisPower Technology는 유니콘 스타트업은 아니었다(정확한 인수가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1조원은 넘지 않는걸로 추측).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1조원 가치가 넘는 게임회사들이나 전자상거래 업체들보다 기업가치는 떨어지지만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B2C 제품이나 회사들보다는 훨씬 덜 섹시하고, 수천만명이나 수억명의 사용자들이 있진 않지만,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이 있고, 제품의 core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기업사용자들이 제대로 된 가격을 내는 B2B 소프트웨어는 한국에서도 앞으로 많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반드시 탄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퀴벌레 창업가

superoach지난 주 한국 출장 중 다양한 회사들을 만났다. 새로 만나는 회사들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스타트업들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수 년 동안 알고 지내던 창업가들 중 초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분들도 있었고, 4-5년 전과 다름없이 아직도 바닥에서 기면서 고생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고, 더욱 더 중요한 건 죽지않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자신의 믿음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바퀴벌레’ 창업가라고 한다.

그런데 부정적인 의미의 바퀴벌레가 아니라 매우 긍정적인 의미의 바퀴벌레이다. 아무리 밟고 밟아도 죽지않고, 밟아서 죽이면 새끼들이 배에서 기어나와 다시 바닥을 기어다니는 그런 끈질기고 생명력이 강한 의미의 바퀴벌레들이다. 내가 어릴적 살았던 스페인 라스팔마스 섬에는 바퀴벌레들이 많았다. 손가락 2개 크기만한 바퀴벌레들이 집 천장 끝에서 끝으로 날아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약간의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새벽 조용한 어둠속에서 큰 바퀴들이 날라다니면 날개 소리가 푸득푸득 날 정도로 생명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벌레 한마리를 죽이려면 살충제를 거의 1/4 캔을 써야한다. 그래도 죽지않고 천천히 기어가는 바퀴벌레들을 보면서, “와 쉑히들 진짜 끈질기네. 질렸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바퀴벌레 창업가들을 보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다.

안 될거 같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일을 하면 잘 할 수 있는데 내가 할 수 없고, 하고 싶은 의지가 그만큼 강하지 않은 일을 계속 붙잡고 하면, 다른일을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되니 안 되니 판단은 본인이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한다. 하지만, 반드시 될 거 같으면 죽지않고 살아남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살아남아서 조금씩 전진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 그리고 정말로 될 비즈니스라면 – 누구에게나 최소한 한번의 기회는 온다(운 좋고 준비성이 좋은 사람한테는 한번 이상의 기회가 오더라). 그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바퀴벌레같이 기어다니면서 살아남아야 한다.

쉽지는 않다. 한번 밟히면 포기하고 싶고 그냥 죽고 싶다. 하지만, 밟히고 밟혀도 살아남아라. 스스로를 믿고, 비전을 믿는다면 계속 기어다녀야 한다. 우리도 이런 회사들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걸 잘 안다. Good luck.

<이미지 출처 = http://animalnewyork.com/2013/remote-controlled-roaches-may-save-us-all/>

가장 성공할 것 같은

Michael-jordan농구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마이클 조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85년 3월에 처음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나이키 Air Jordan의 가격은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65 였다. 두 달만에 700억원 어치가 판매되었고, 그 해 말 에어조던 제품의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2년 조던 브랜드의 매출은 거의 3조원 이었다. 미국에서 판매된 농구화의 58%, 그리고 어린이 농구화의 77%가 조던 브랜드였다. 더 재미있는건, 조던 농구화를 구매하는 ‘어린이’ 들은 마이클조던이 실제로 농구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고객들이다.

엄청난 브랜드이다. 나이키의 뛰어난 마케팅 실력을 칭찬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키는 도대체 어떤 비법으로 젊은 마이클 조던을 발굴해서 이런 엄청난 브랜드로 키웠을까? 실은 나이키가 발굴한게 아니다. 조던이 제발로 걸어왔다.
North Carolina 대학의 농구스타였던 조던은 아디다스의 광팬이었다. 1984년 졸업당시 그는 당연히 아디다스와 프로선수 스폰서 계약을 하고 싶어했는데 아디다스 독일본사의 경영진들이 반대했다. 그들은 가드가 아닌 키가 더 큰 센터들과 계약을 하고 싶어했다. 당시 아디다스 경영진의 말을 빌리자면, “키 2m 농구선수가 뭐 그리 대단한가? 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너무 약해. 너무 작아.” 라고 하면서 스폰서 계약을 거절했다고 한다. 아디다스한테 거절당한 조던은 당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나이키를 찾아갔고, 이는 스포츠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딜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이클조던은 당연한 농구천재였고 아디다스는 엄청난 실수를 했지만, 당시에는 전형적인 스타농구선수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이키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실은 투자자로서 우리도 나이키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창업가를 처음 만났는데 우리가 평소에 찾는 느낌이나 자격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거절한 적이 있는데 이 창업가는 다른 창투사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상당히 성공적으로 현재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뭘 놓쳤을까? 나는 보지 못하고 남들이 본 그건 뭘까? 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들을 갖춘 창업가들이 예상했던대로 성공한다. 하지만, 이와 거의 비슷한 확률로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던 창업가들도 성공을 한다. 마이클 조던이 NBA 프로무대에서 잘 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NBA 프로선수가 되어 경기를 하는 것이고, 창업가가 실제 스타트업을 잘 운영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 비즈니스를 해보는 것이다. 실전에 임하기 전에 이들의 성공을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투자자로서 우리는 이런걸 잘 해야한다. “나는 이 팀은 반드시 성공할 줄 알았어요” 라는 말을 하는 투자자들은 그 팀이 성공을 한 후에만 이런 말을 한다.

열심히 하면서 좋은 창업가/좋은 팀의 profile을 잘 관찰하고 학습하고, 슈퍼스타를 찾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 가겠지만, 마이클 조던이 아디다스에서 퇴짜맞고 나이키를 제발로 찾아왔듯이 미래의 슈퍼스타 창업가가 우리한테 제발로 찾아오길 매일 기도하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priceonomics.com/when-michael-jordan-wore-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