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tail과 “좀 기다려 봅시다”

뭔가 새로운 기술이나 움직임이 시장에서 포착될 때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니 좀 기다려 봅시다.”라는 말들을 한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들이 있다 – 모두 후발주자가 되어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허덕거린다(이런 기술이나 움직임이 시장의 주류가 되는 경우).

왜 그럴까? 특히 나는 이 “좀 기다려 봅시다”를 대기업 분들한테 최근에 정말 많이 들었는데 이분들의 논리는 재미있는 기술이지만 아직 의미가 있는 비즈니스가 될지, 돈을 벌 수 있을지, 이러다가 그냥 조용히 사라질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기 때문에 조금 더 예의주시하면서 뭔가 더 진행되거나 발전이 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검토를 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이 간과하고 있는 건 이미 오랜 시간 동안 long tail 들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쌓여왔고, 시장에서 누군가 이걸 눈치채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이건 주류가 될 수 있는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더 기다리면 이미 늦었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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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n 2015. 5. 31. 오후 3.58이 그림은 전형적인 하키 스틱 성장 그래프이다(J curve라고도 하고 exponential curve라고도 한다. 오랫동안 천천히 성장하다가 – 너무 천천히 성장해서 멀리서 보면 성장하지 않는 거 같아 보임 – 한순간 갑자기 확 성장하는 그래프 모습이 하키선수들이 사용하는 하키 스틱 모양과 같다고 해서). 천천히 성장하다가 갑자기 확 뛰는 그 시점 바로 전까지는 누구나 다 “좀 기다려 봅시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조금만 더 자세히 관찰하면 이미 오랜 시간 동안 long tail 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패턴이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원들이나 박사들한테만 보이는 게 아니다. 그 누구라도 시간과 관심을 두고 보면 이런 패턴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게 이 작은 long tail들이 한방에 확 뛰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성장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 그동안 언저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든 기업이 관심을 두기 시작하며, 이게 바로 미래인 것처럼 파리같이 달려든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누군가는 이 트렌드를 이미 파악했고 이 분야에 엄청난 투자와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하키 스틱 헤드가 시작되는 시점은 이미 늦었다. 이미 저 앞에 가고 있는 선두주자를 따라잡아야 하는 피곤하고 비싼 게임을 해야 한다.

이런 내 생각에 대한 반론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 좀 더 기다리지 않고 매우 많은 자원을 투자했는데, 하키 스틱 커브가 위로 안 가고 밑으로 가서 눈 깜작할 사이에 이 산업이 망해버리면? 당연히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어쩌면 이렇게 될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은 – 요샌 중소기업도 – 소위 말하는 ‘신사업’을 담당하는 전담팀들을 가지고 있다. 우수한 내부 인력 또는 외부에서 주로 전략이나 컨설팅하던 분들을 영입해서 구성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런 신사업 팀들은 실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떻게 성공만 할 수 있나? 오히려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 이들은 long tail 들이 생기는 게 보이면, 과감하게 베팅을 해야 한다. 실패해도 이 정도 투자는 회사에서 충분히 할 수 있고, 실패하면서 얻는 많은 배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명실상부한 시장의 일인자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뒤늦게 출발한 후발주자들이 하키 스틱 헤드가 이미 진행된 산업에서 1등을 따라잡는 건 정말 쉽지 않기 때문에 매우 유리한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 이후부터는 실행만 잘하면 기업의 제2의 성장을 위한 발판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이 포스팅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한국 대기업 담당자들의 “좀 더 두고 봅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또 얼마 전에 “LOSING THE SIGNAL”이라는 블랙베리의 급성장과 몰락을 다룬 신간 도서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 오늘 포스팅해봤다. 블랙베리야말로 “좀 기다려 봅시다”의 전형적인 사례인 거 같다. 아이폰이 나온 후 이미 시장에서는 터치스크린, 앱, 그리고 아름다운 디자인에 대한 long tail 욕구/필요성 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자세히 관찰했으면 앞으로 시장은 이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게 너무나 명확했지만, 블랙베리 임원들은 자신의 후광에 취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계속 두고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말 너무나 갑자기 시장이 바뀌었다. 그제야 정신 차린 블랙베리는 Storm이라는 키보드가 없는 터치크스린 폰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출시했다. 정말 최악의 제품이었고 완전 실패작이었다. 그리고 캐나다의 자존심이자 세계 최고의 폰 회사였던 블랙베리의 시장점유율은 8년 만에 0.4%로 하락했다.

또 뭐가 있을까? 비트코인? 한류? K-pop? 나는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한 표 주는데 다른 분들의 의견과 생각도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하키스틱) = http://artimagesfrom.com/hockey-stick-clip-art/>

영원한건 없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대표했던 기업 중 하나이자 인터넷의 척추 역할을 하는 라우터와 스위치의 대명사인 시스코의 수장이 7월 26일부로 20년만에 바뀐다. 곧 바뀔 대표이사 John Chambers는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장수한 사장이 아닐까 싶다. 1999년 스탠포드에서 유학할때 시스코 임원인 Mike Volpi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시스코란 회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Cisco라는 이름 자체가 San Fran”cisco”에서 나왔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그때 알게되었다.

당시만해도 시스코의 파워는 막강했다. 잠시였지만 2000년 초에는 시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시총이 높은(610조원) 회사였던 적이 있었고, John Chambers 사장이 시스코 실적 발표를 하면서 공유하는 시장 전망은 실리콘밸리의 모든 tech 회사들이 경청하고 이들이 미래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는데 바이블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당시 체임버스 사장이 “인터넷 비즈니스를 100m 달리기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아직 1m도 못 왔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발전가능성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라는 말을 했는데 인터넷이 더욱 더 성장할수록 시스코는 그냥 자동으로 같이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불과 16년만에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항상 고공비행 할거 같았던 시스코의 주가는 현재 2000년 초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의 대부와도 같았던 존 체임버스도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지 못한 상태에서 물러난다. 요새는 오히려 존 체임버스 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의 영향력이 더 커진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10년은 시스코한테 썩 좋지 않았다. 막강한 경쟁사들도 출현했고, 새로 진출한 시장에서는 생각만큼 성공적이지 못 했다. 이 정체기가 계속 지속될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쉽 하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는 두고봐야할거 같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1등도 없고 영원한 꼴찌도 없다는 걸 새삼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작은 회사나 후발주자들한테도 항상 기회는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젊음, 그리고 용맹

11265245_842532005782427_3523948992242029118_n올해 Masters 골프 대회는 21살의 청년 Jordan Spieth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고 기쁘게 하면서 압도적으로 우승했다. 그리고 골프 대회 중 상금이 가장 높은(100억원 이상) Players 대회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26세의 청년 Rickie Fowler가 우승했다. 실은 조던과 리키의 골프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고 성격도 많이 다른걸로 알고 있다. 이들의 골프 패션은 완전히 극과 극이다. 그래도 이 둘은 아주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젊음’과 항상 동반되는게 있는데 ‘용맹’ 이라는 것이다. 이 두 젊은 골퍼들의 플레잉 스타일을 보면 용감하고 사납다. 안전하게 플레이 할수도 있지만, 이들은 남들과 같이 안전하게 치면 잘 해봤자 그들과 비슷하게 끝난다고 생각을 한다. 장애물이 있어도 극복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어렵지만 성공하면 남들이 5번 쳐서 par 할 걸 3번 쳐서 eagle 또는 4번으로 birdie를 해서 우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젊다는 거 자체가 이들에게는 무기이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또 시도하면 된다. 젊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도 많고 기회도 많다. 이런 젊은 골퍼들의 시원한 플레이를 보면, 터무니 없는 실수를 하고 점수가 형편없어도 보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진다. 젊고 용맹스러운거, 이거 굉장히 멋있다.

내 나이 이제 40이 조금 넘었다. 버릇없게 나이 많이 먹었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솔직히 요새 20대 초반 젊은이들 보면 참 부럽다. 물리적으로 피부도 탱탱하고 체력도 좋은게 부럽지만, 젊기 때문에 용맹할 수 있다는게 실은 너무 부럽다. 그동안 세월과 경험이 – 보잘것 없고, 더 경험 많은 분들이 보면 욕하겠지만 – 나를 나약하게 만들었고, 다시는 20대의 그 용맹함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beGLOBAL Seoul 2015는 작년보다 더 성황리에 마감했다. 스타트업 정신 “do more with less” 를 몸소 실천한 정현욱 대표/전진주 이사와 비석세스 팀한테 다시 한번 존경을 표시한다. 해마다 비글로벌 행사를 통해서 나도 많은걸 느끼고 배우는데 올해 내가 가장 많이 느낀건 바로 젊음과 용맹함이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부스에는 나보다 15살 정도 어린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태도에서는 용맹함이 느껴졌다. 돈 한 푼 못버는 회사 직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무서울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소개하고 설명하는걸 보면서 정말 대단한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을 이틀 내내 했다. 나도 바빴지만 중간 중간에 이층으로 올라가서 행사장의 부스들을 전체적으로 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용감함과 사나움이 만들어 내는 그 광경과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돈을 줘도 볼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함 그 자체였다.

실은 비글로벌 행사에서 본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극소수이다. 한국의 20대 들은 방황하고 있다는 소식을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다. 취직도 안 되고, 인생은 더욱 더 힘들어 지고, 돈이 없어서 결혼도 못하는 젊은이들이 넘쳐 흐르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비글로벌에서 본 젊은이들은 더욱 더 반가웠다. 어쩌면 경험이 없어서 용맹스러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무식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순박하고 순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그냥 젊기 때문에 용맹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용맹함은 위대함을 만들 수 있다는걸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글로벌 행사 참석하신 우리 아버지는 젊은 친구들이 너무 열심히 사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다. 아마도 아버지도 내가 느낀 그러한 용맹함과 젊음이 부러우셨을거다.

내 나이 20대 초반때 우리 부모님이 시간만큼 소중한게 없고 젊음 만큼 부러운게 없다고 하셨다. 본인들한테 딱 한가지 소원이 주워진다면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것” 이라고 하셨는데 당시에 나는 그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복권 당첨이 되거나 때돈을 버는거와 같이 더 좋은 소원이 있을텐데 왜 굳이 젊어지려고 하시는지…..안 그래도 복잡한 청춘인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가 간다. 그리고 나이가 조금씩 더 들수록 더 공감할거 같다.

계속 이렇게 용맹스럽게, 그리고 열심히 사세요. 당신들이야 말로 애국자이고, 국가대표이고, 정치인들보다 더 멋진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구요. 뭐, 굳이 거창하게 ‘나라’를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위해서 그렇게 살길. 왜냐하면 40대가 되면 그렇게 살지 않았던 자신이 굉장히 미워질것이기 때문에.

<이미지 출처 =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

기업의 전략적 펀드 출자

우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벤처펀드는 남의 돈을 가지고 운영되는 투자도구이다. 수백 ~ 수천억 원 규모의 펀드라면 펀드운용사 또는 운용 매니저들이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직접 조달할 능력이 대부분 없으므로 ‘출자자(펀드 투자자)’ 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이 자금을 다시 여러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집행한다. 출자자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리가 잘 아는 대기업들; 국민연금; 모태펀드(정부의 돈); 대학교(한국은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돈 많은 개인 등이다.

출자자들의 펀드 출자 목적도 매우 다양하다. 개인 출자자들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출자하지만, 정부는 돈보다는 고용창출이나 자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의 공공 목적 때문에 출자한다. 여기서는 대기업들의 출자 목적에 대해서 조금 말해보려고 한다. 우리도 대기업 투자담당자들에게서 많이 듣는 질문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 회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고, 우리도 내부적으로 투자팀이 있는데 굳이 외부 펀드에 출자할 필요가 있을까요?”

출자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우리와 같이 크고 작은 펀드에 출자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 스타트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양한 스타트업 발굴: 많은 대기업 임원들과 투자 담당자들은 – 특히, 미국보다는 한국이 더 심하다 – 본인들이 모든 스타트업들을 발굴할 수 있고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물론, 이미 유명해져서 언론에 많이 노출된 회사들은 누구나 다 알지만 아무리 네트워크가 좋고 잘나가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도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 생기는 모든 스타트업들을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므로 다양한 분양의 벤처펀드에 출자하면 어디에 어떤 스타트업들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VC 들을 안테나와 같이 활용하는 전략인데 수십억 또는 수백억을 여러 개의 펀드에 출자하는 게, 나중에 전혀 모르고 있던 좋은 스타트업을 경쟁사에 빼앗김으로써 발생하는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이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보다는 훨씬 더 저렴하고 좋은 전략이다.

-대기업을 싫어하는 스타트업에 투자: 뜻밖에 대기업들과 같이 일하거나 투자받는 부분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특히, 자신감 있고 장래가 밝은 스타트업 중 대기업 담당자들이 찾아오면 만나주지도 않는 회사들도 많다. 대기업들에 대해 워낙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고, 이런 좋은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투자받을 수 있는 채널이 많기 때문이다. 벤처 펀드에 출자했다면, 대기업의 이름은 숨기면서 펀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런 좋은 회사들에 투자할 수가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들과의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이는 파트너쉽, 대기업의 직접 투자 또는 인수로 이어진다.

-기업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투자: 대기업들은 언론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 툭하면 “대기업이 그런 것도 하냐” 하면서 여론을 몰아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도박 또는 마리화나 관련 비즈니스에 국내 유명 대기업이 투자하면 언론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칠게 뻔하다. 하지만, 도박이나 마리화나도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이며 실행만 잘하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외부 벤처펀드에 출자하고, 그 펀드를 통해서 이런 비즈니스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면 된다. 그러면 기업 이미지 손상을 방지하면서 이런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배울 수 있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순수 금전적인 보상을 목적으로 벤처 펀드에 출자하는 대기업들도 있지만 내가 아는 대기업들은 모두 위에서 나열한 전략적인 목적을 가지고 펀드에 출자한다.

Ode to My Father

사진 2015. 5. 14. 오후 3 42 39얼마전에 비행기 안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봤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잠깐 출연도 하고, 워낙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가 너무 컸던지…..솔직히 영화 자체는 so so 였다. 내용도 좀 뻔했고, 그냥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는 느낌만 받았다.

하지만 감동은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의 삶을 한번 간접적으로 상상해봤다. 우리 아버지가 1940년 생이시니 아마도 이 영화의 주인공 덕수랑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서 영화에서 묘사된 전쟁, 경제적 파탄, 경제적 성장, 이산가족 등의 모든 과정을 겪으셨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만큼 드라마틱하게 사시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운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맨손으로 집안을 일으키신 분이다. 공부도 잘 했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자신의 학업도 일부 포기하면서 어린 나이에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어 5명의 형제들을 먹여살린 ‘가장’인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걸 희생했고,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버지도 경상도 분이시고, 나도 부산에서 몇 년 살았고, 실제로 남포동 국제시장에 가봐서 그런지 영화가 끝날 때에는 마음이 짠 했다. 우리 고모들이 이 영화를 보고 오빠(=우리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거 같다.

열심히 사신 아버지는 이제 은퇴하신지 꽤 되셨고, ‘가장’의 바톤을 내가 이어 받았다. 릴레이 경기에서 이기려면 선발주자보다 후발주자들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 나는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 과연 내가 아버지보다 더 열심히 인생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국제시장’ 과는 달리 우리나라도 강대국이 되었지만,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노력을 이어받아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좀 했다.

‘국제시장’의 영어 제목은 ‘Ode to My Father(아버지에게 바치는 서시)’ 인데 이번 포스팅은 정말로 ‘아버지에게 바치는 서시’ 이다. 아버지 수고하셨구요, 이제 좀 쉬세요. 우리가 잘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