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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는 투자자한테 물어볼 2가지

사업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힘든 사업을 가지고 투자 받는 건 더 힘들다. 스타트업을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과거에 운영했던 창업가들은 누구나 다 투자자들 앞에서 피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남보다 이런 경험이 훨씬 많을 텐데, 피칭한 경험이 많을수록 투자받은 횟수보다는 거절당한 횟수가 월등하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피칭 횟수가 증가할수록 거절의 횟수는 가속도가 붙으면서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우리는 투자 금액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꽤 많은 회사에 투자한다. 많은 회사에 투자를 한 다는 건, 다른 면에서 보면 그만큼 많은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정확한 계산은 안 해봤지만, 10개를 검토하면 이 중 한 회사에 투자를 하는 거 같다. 지금까지 6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으니, 최소 600개 이상의 회사를 검토했고, 500명 이상의 대표이사님들에게 “우리는 pass 할게요”라는 거절 의사를 전달한 거 같다.

인생을 걸고 피칭했던 투자자한테 거절당한다는 건 매우 쓰라리다. 그리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 지금까지 들였던 공과 시간을 뒤로 한 채로 고스란히 다시 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 왜냐하면 투자유치 과정은 scalable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상상은 두렵기까지 해서 공황장애를 일으킬 수준이다. 그래도 어떡하나? 이게 현실이고 나를 믿는 팀원들과 우리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서 투자유치는 필수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

거절당한 창업가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 세 가지가 있다:

1/ 투자자들은 주로 이메일로 거절의 의사를 전달한다. 실은, 그동안 창업가가 들인 공을 생각하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예의지만 서로 바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소식을 전달하는데 얼굴을 본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런 거절의 이메일을 받았으면, 최소한 이메일 잘 받았다는 답변이라도 보내라. 같은 인간으로서 투자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언제 다시 이 투자자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딜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서로에 대한 professional 한 이미지를 남기고 헤어지는 게 좋다. 우리도 회사를 검토하다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전하면, 창업가가 화가 나서 그런지 아예 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경우에는 나도 이 분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

2/ 반드시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해라. 여러 번 만났던 투자자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까 투자하기가 싫어서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거기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투자를 거절한 거는 상관없지만,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투자자한테 건설적인 피드백을 요청하는 게 좋다. 만약에 방금 나를 거절한 투자자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다른 투자자와 미래에 만난다면,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만나야지만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발표 자료나, 질문에 대해서 답변하는 스타일이나, 또는 비즈니스의 방향이나 모델에 문제가 있어서 거절을 당한 거라면, 이런 점들은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약점으로 비칠 테니, 투자자한테 거절을 당할 때마다 내가 부족했던 점들과 고쳐야 할 점들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라. 다음 투자자 미팅 전에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걸 반복하다 보면 투자확률이 계속 올라간다.

3/ 한 명의 투자자한테 거절당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세상은 넓고, VC들도 많고, 돈도 넘쳐흐른다. 하지만, 경험 없는 창업가의 네트워크로 이런 투자자들을 다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특정 투자자한테 거절을 당했어도, 이 분이 아는 다른 투자자 소개를 부탁해라. 이런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 VC라서 거절을 했다면, 이 투자자의 네트워크 안에 이런 분야에 투자할만한 다른 VC 딱 한 명만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 VC라서 거절을 했다면, 이 투자자의 네트워크 안에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만한 다른 VC 딱 한 명만 소개해 달라고 부탁해라. 이렇게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열릴 것이다.

실은 이렇게 해도 피드백도 안 주고, 소개도 안 해주는 VC들이 꽤 많다. 하지만, 거절을 당한 후에도 낙심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피드백을 요청하고, 소개를 부탁하는 창업가들을 대부분의 투자자는 잘 기억할 것이다(그렇지 않은 창업가보다는). 그리고 이 투자자를 다시 만나면 – 내가 장담하건대, 이 분야에 계속 종사하다 보면 다시 만날 것이다 – “아 저 대표이사 옛날에 만났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상당히 진지하고 professional 했던 기억이 나네” 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뭔가 건진 거다.

기억해라. 피드백과 소개. 그리고 한번 해봐라. 차이를 느낄 것이다.

조용히 일하기

얼마 전에 다른 투자자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투자한 회사 이야기를 잠깐 했다. 이 분이 그 회사 이름을 듣자마자, “어, 그 회사 힘들지 않나요? 요새 언론에 전혀 들리는 이야기도 없고, 다른 투자사들도 별로 언급을 안 하는 거 같아서 망한 줄 알았어요.”라고 하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본질과 겉모습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에서 말한 회사는 잘하고 있다. 매출도 증가하고, 재구매 고객도 차근차근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돈을 벌다 보니, 특별히 새로운 펀드레이징이 필요 없어서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지 않고, 대표이사의 성격상 언론을 통한 마케팅을 굳이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시간도 없고) 미디어에서 소식을 잘 못 듣는 것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고객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고, 기존 고객과 시장과 소통하는 걸 이 팀은 회사의 미션으로 삼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시장이 확장되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기면서 우리는 점점 본질보다는 언론에 비친 이야기와 모습들을 가지고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거 같다. 매일 들려오는 스타트업들의 투자 소식은 마치 투자를 받은 회사는 이미 성공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물론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한 회사들이 투자를 받지는 않을 것이고, 투자를 못 받는 회사들보다는 뭔가 잘하고 있으니까 남의 돈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짧은 경험에 의하면 투자와 회사의 바람직한 성장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다. 기업이 잘하고 있다고 판단을 받으려면 고객을 만들고, 이 고객들이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이런 기업이라면 투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 투자를 받지 않으면 미디어에 노출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이 회사들이 잘 안 되는 건 아니다.

이런 추세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너무 많은 스타트업들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언론에 노출되려고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게 요새 너무 많이 보인다. 남들보다 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보면 헛짓거리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의미도 없는 제휴, 소위 말하는 ‘콜라보’, 인상적이지 않은 수치 달성 등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가끔은 웃음밖에 안 난다. 저런 기사 만들고,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잘 나간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에 본업에 충실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항상 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최근 2년 동안 언론에 한 번도 노출이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성장을 하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들이 우리 주변에 꽤 있는데 이런 조용한 회사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도 모두 이런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불쌍하지만 부러운

우리가 2번째 펀드에서 투자를 시작한 지가 이제 약 1년 3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45개 정도의 회사에 투자했다. 며칠 전에 나도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 10기 대상 첫 번째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자료를 조금 정리하면서 계산을 해보니,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절반 정도가 프라이머 출신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이었다. 프라이머와 초기에 같이 투자한 회사들도 있지만, 주로 후속 투자를 스트롱이 많이 했는데, 프라이머 회사들과 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이 중 몇 회사들과는 정기적으로 교류함으로써 발생한 결과인 거 같다. 물론, 대부분 회사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

나도 이제는 실제 스타트업 운영에서 손을 뗀 지가 7년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회사와 만나면서 시장, 방향, 운영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시장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내 의견을 자신 있게 표현하지만, ‘운영’에 대해서는 나는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의 dynamic 한 운영에 대해서는 나보다는 대표이사님이 훨씬 더 잘 알기 때문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고객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대표보다 나 같은 뜨내기가 이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투자하는 초기 기업들과 같이 일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가까운 곳에서 자세히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머 10기 약 20개 스타트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창업가들을 보고 ‘불쌍하다’와 ‘부럽다’라는 두 가지 감정이 교체하는 걸 느꼈다. 프라이머 투자와 acceleration을 통해서 이제 막 힘차게 시작하는 분들을 보고 불쌍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이제 그 힘든 전쟁터에 입문해서 고생할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창업자분들이 단단히 각오하고 시작하겠지만, 내가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느꼈던 건 회사를 시작해서 운영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힘듦은 내 예상보다 5배~10배 정도였다. 이분들의 머릿속에서는 분명히, “엄청 힘들겠지만, 나는 잘 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할 것이지만, 이 회사 중 90%는 5년 후에는 어쩌면 죽는 게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에 모두 단단히 육체적/정신적으로 중무장을 해야 한다. 하여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분들이 너무 부러웠다. 일단 나 같은 투자자는 할 수 없는 진정한 변화를 창업가들은 만들 수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남의 밑에서 일을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100% 모든 노력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다. 내가 뭔가를 직접 만들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고 싶어도 나는 직접 하지 못하지만, 창업가들은 할 수 있다. 이게 너무 부러웠다.

또 한가지는, 성공은 힘들고 확률적으로 낮지만, 성공하면 이분들은 돈을 엄청 벌 수 있다. 나 같은 투자자들은 좋은 회사에 투자해도 엄청난 대박이 아니면 – 그리고 한국은 exit 시장이 미국만큼 크진 않기 때문에 이런 초대박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 큰돈을 벌수가 없다. 나도 투자를 시작할 때는 좋은 회사에 많이 투자해서 개인적으로도 돈을 좀 벌어보자는 기대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벤처산업에서 정말 큰돈을 벌 수 있는 분들은 창업팀밖에 없다. 연초에 올린 “부자의 대열에 끼기“라는 포스팅에서 언급했지만, 조 원대의 재산을 축적해서 정말로 부자의 대열에 끼고 싶다면 기술 창업을 통한 성공이 가장 빠르고 유일한 방법이다. 참고로, 삼성전자 사장을 10년 동안 하면서 150억 연봉을 그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다 저축을 해도 1,500억 원밖에 못 모은다. 1조 원의 7분의 1 이다.

어쨌든 프라이머 10기 모든 회사들에 행운을 빌고, 앞으로 3개월 동안 나도 많이 배우길 기대한다.

김영철의 슈퍼파월 도서관

개그맨 김영철 씨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다. ‘나 혼자 산다’를 비롯, 여러 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 중인데, 웃기고 재치도 있지만 나는 김영철 씨 하면 ‘책’ 과 ‘영어’ 이미지가 떠오른다. 한 번도 해외에서 거주하지 않았지만 웬만한 유학생 수준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구사하고, 책을 통해서 습득한 고급 지식을 방송을 통해서 자랑하는 김영철 씨를 보면서 나는 기획사에서 저런 인텔리 이미지로 가라고 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김영철 씨를 만났고, 이후에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영어를 정말 잘하고,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김영철 씨가 우리가 투자한 책 관련 스타트업 2개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추천해서 배달해주는 서비스 ‘플라이북’의 고객이자 공유도서관 ‘국민도서관‘에서 현재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이 개인도서관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국민도서관 장웅 대표님과 셀레브리티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도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예인들과 뭔가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단순히 연예인이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을 홍보해주는 그런 1차원적인 그림이 아니라 조금은 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고, 책을 많이 읽는 유명인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김영철 씨가 떠올랐고, 같이 식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안 그래도 김영철 씨 집에 책이 많은데 보관할 공간이 모자라서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장웅 대표가 제안한 게 바로 ‘셀레브리티 도서관’이다. 김영철 씨가 국민도서관에 책을 키핑하고, 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개그맨과 소셜 공간에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개념이다. 김영철 씨는 일차적으로 책 328권을 국민도서관에서 키핑하고 있으며, 전 세계 최초로 ‘슈퍼파워 라이브러리‘라는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는 셀레브리티가 되었다. 김영철 씨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일정 금액이 적립되며 김영철 씨와 팬의 이름으로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또한, 책을 빌리는 팬들에게 책과 관련된 소식을 보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

슈퍼파워 라이브러리가 공개된 지 아직 며칠 안 되었지만, 영철씨 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독서를 생활화하는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자신의 책꽂이를 공개하고 공유하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첫 사례가 탄생했는데, 앞으로 다른 셀레브리티들도 동참하면 좋겠다.

안 될 것 같은데…

미국을 떠난 지 거의 9개월 만에 LA 본사 KOLABS에 왔다. 비행기 타는 걸 워낙 싫어해서 웬만하면 자주 안 오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와보니까 LA 날씨와 캘리포니아의 여유 있는 삶이 참 좋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되었다. 미국을 떠나면서 내 파트너 John과 스트롱의 일을 분담하기로 했는데 내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에 있는 투자사들과 투자자들을 담당하고, John이 미국 투자사들과 투자자들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투자사들과 연락을 완전히 두절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미국에 있는 파트너가 미국 회사들과 일을 하는 게 맞기 때문에 나는 상대적으로 한국 회사들과 더욱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 미국 본사 규모는 약 150평이다. 공간이 꽤 크기 때문에 이 안에는 우리 투자사뿐만 아니라 한인들이 창업한 LA 기반 스타트업들이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이 중 하나이자 우리의 자랑스러운 투자사가 한국 과자를 월정액제로(=subscription) 배송해 주는 이커머스 스타트업 스낵피버이다. 오랜만에 스낵피버 팀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 회사가 단기간 안에 달성한 성장 때문에 깜짝 놀랐다. 내가 9개월 전 LA를 떠날 때만 해도 스낵피버의 월 매출은 1~2천만 원 정도였다. 우리가 투자했지만, 실은 “한국 과자를 미국 사람들이 사 먹을까?” , “먹어도 얼마큼 먹을까?”라는 의구심을 나는 항상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 달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 참고로 스낵피버 고객의 90%는 미국인이다. 교포들도 아니고 완전 미국인들 – 2천만 원 어치의 한국 과자를 판매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한계라고 생각도 가끔은 했다.

그런데 이 “잘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내 편견을 이 팀은 보기 좋게 깨줬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 2~3년 후에 스낵피버가 한국 과자를 년간 50억 원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LA 코리아타운에서 바퀴벌레같이 시작한 이 작은 스타트업이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만드는 과자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50억 원 어치 팔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실은 농심이나 롯데 미주 지사장들도 깜짝 놀란다. 본인들이 한국 과자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도 못 하고 있고 – 실은 해보지도 않았겠지만 – 그러므로 안 될 거로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기회가 존재했던 것이다.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유니콘 회사가 얼마 전에 LA에서 탄생했다. 저가의 남성 면도날을 월정액제로 판매하는 Dollar Shave Club이 그 주인공이다. 2011년도 창업한 LA의 스타트업이고, 창업 초기부터 알고 있던 회사지만 싸구려 면도날 파는 회사가 팔아봤자 얼마만큼 팔까 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했다. 이 회사가 5년 만에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1조 원에 최근에 인수되었다. 이 역시 “잘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게 해준 좋은 예다.

투자자인 나도 의심을 하고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비즈니스가 이렇게 잘 되는 걸 보면 나도 많은 걸 배운다. 아무리 안 될 것 같은 사업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남들이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내가 굳게 믿고, 그 믿음을 꾸준히 실행하면, 안 될 것 같은 것도 된다. 이번에도 많이 배웠고, 우리 투자사들한테 항상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