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Hustle on

최근에 한국 갔을 때 서베이 서비스 모아폼을 운영하는 내 고등학교 친구 명철이가 다음과 같은 명언을 했다. “기홍아, 성공할 수 있는 비결 진짜 간단한 거 같다. 그냥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

저녁 먹으면서 들은 말이라서 그냥 웃고 넘겼지만, 지난주에 다시 이 말을 떠올리면서 단순하지만, 점점 더 make sense 한다는 생각을 했다. LA에 위치한 우리 투자사 Brandboom한테 지난주 금요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었는데 바로 회사의 연 매출이 100만 달러 (=한화 약 10억 원)를 돌파한 날이었다. 브랜드붐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B2B 서비스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enterprise 서비스를 가지고 연 매출 10억 한다는 게 진짜 쉽지가 않고, 지난 7년 동안 옆에서 이 회사의 사장 Eric과 그의 팀원들이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그 누구보다 우린 잘 알기 때문에 투자자이자 친한 친구로서 회사의 100만 달러 매출 돌파는 매우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동안 이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을 크게 한번 pivot 했고, 그 이후 7년 동안 매일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했다. 비즈니스를 중간에 접고 다른 걸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지만, 이 팀은 자신들의 능력, 시장의 가능성과 회사의 비전을 믿고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 달려왔다. 큰 투자도 받지 않았다. 아니, 받으려고 수십번의 피칭을 했지만, 그때마다 기업용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과 회사의 상대적으로 느린 성장 때문에 – 모바일 제품들과 B2C 서비스들보다 – 무산되었다. 물론, 실리콘 밸리 기준으로 봤을 때 연 매출 100만 달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많은 거에 익숙한 현대인들한테 매출 10억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와 같이 이 팀이 그동안 걸어왔던 과거를 아는 사람들한테는 감회가 새롭고 많은 기대와 희망이 생긴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영어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hustle’이라는 단어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맹렬히 활동하다’ 인데 더 실용적인 뜻은 ‘바둥바둥하면서 고생하다(좋은 의미로)’ 이다. Brandboom의 7년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hustling의 연속이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고, 거절당하면 받아들여질 때까지 또 했다. 힘들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걸 정말 즐기고, 자신이 하는 걸 진심으로 믿고 있다면 나는 끝까지 hustle 하라고 모든 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다가 잘 되면 좋지만,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안 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경험할 수 있고, 살아가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악착같이 살지 마“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제목과는 달리 이 기사의 내용은 오히려 악착같이 살아라 인거 같다.

믿지 않는다면 빨리 그만둬라. 하지만, 믿는다면 악착같이 hustle 해라. 그리고 성공할 때까지 해라.

beGlobal 2014

작년에 이어 올 9월 12일 (금) 샌프란시스코의 고풍스러운 InterContinental Mark Hopkins 호텔에서 beGlobal 2014가 개최된다. 작년에 실험적으로 개최한 첫 행사가 다행히 반응이 매우 좋아서 – ‘폭발적’이라는 말은 잘 안 쓰지만 정말 반응은 폭발적 이었다 – 이번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의 투자사인 비석세스 팀이 모든 operation과 실행을 담당하면서 더운 여름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준비를 했다 (지금도 준비 하고 있는 중이다).

해마다 한국에서 열리는 beLaunch 행사의 실리콘 밸리 연장선으로 단순히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 2살 밖에 되지 않은 beGlobal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유니크하게 포지셔닝이 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외에서 열리는 최고의 코리안 tech 행사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과 밸리 최고의 연사들, 최신 주제와 이슈들을 다루는 세션들, 그리고 행사의 꽃인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의 pitch가 준비되어 있다. 솔직히 나도 많은 행사를 준비해 봤고, 한국과 미국의 많은 tech 행사에 여러 자격으로 참석해 봤지만 beGlobal은 기존 한국의 기업이나 타 기관에서 해외에서 주최하고 진행하는 행사와는 ‘격’이 다른 알짜배기 행사이자 축제이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진행되는 행사지만 혹시 이 블로그 독자분들 중 9월 12일 (금) 샌프란시스코에 계시면 꼭 참석하라고 강요하고 싶다.

행사 표는 여기서 구매할 수 있다 (프로모 코드 “strongvc-30” 사용하면 30% 할인)

bringing Seoul to the Valley. See you at beGlobal 2014!

<이미지 출처 = http://beglobal.co/>

용맹스럽게 싸우는 자

한국이나 미국의 능력 있는 투자자 중 창업이나 벤처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창업가들과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려면 벤처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게 –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 여러모로 좋다고 난 생각한다. 물론,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왜냐하면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조언을 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창업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볼 수 있어야지만 회사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평생 대기업에서만 일을 한 임원은 배고픈 벤처기업의 힘든 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위 말하는 교과서적인 좋은 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이에 대해서 내가 이래라 저래라 말 할 자격은 없다. 나보다 훨씬 좋은 회사에 투자하고 좋은 조언을 주는 벤처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 건 이런 분들의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어리고 경험없는 창업가들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마케팅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유통만 40년 했다.”, “한국은 그런 시장이 없다.” 등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마치 본인들이 만들어 내고 본인들만 유일하게 경험한 듯이 말하는 사람들이 창업가들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노련한 창업가라면 그냥 듣고 흘릴 내용이랑 깊이 기억해야 할 내용을 구분할 수 있는 경험과 내공이 있지만 이제 막 시작한 창업가들은 이런 저런 말들에 생각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사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창업 경험이 없고, 벤처에서 일한 경험이 없고, 창업가들과 오랫동안 같이 눈높이를 맞춰보지 않고, 대기업에서만 충분한 예산과 자원을 가지고 일했고, 벤처를 책으로 배운 분들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면 이런 이야기들을 아예 창업가들한테 안 했으면 좋겠다. 하더라도 그냥 부드러운 의견으로 제공하지 마치 자기가 모든 걸 다 알기 때문에 미숙한 창업가는 무조건 본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전혀 모르거나 경험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창업가들은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냥 참고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실행 할 때만 비로소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못하고 있는 건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장에서 피튀기면서 목숨을 위해 싸우는 건 창업가이기 때문에 남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본인의 소신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 결과는 오로지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고 직접 싸워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고민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은 게 바로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도 자주 인용했던 말인데 여기서 한번 더 인용해 본다:

“중요한 것은 비평가들이 아니다. 공(功)은 실제 경기장에서 먼지와 땀 그리고 피에 뒤범벅되어 용맹스럽게 싸우는 자의 몫이다. 그는 실수하고 반복적으로 실패한다. 또, 가치 있는 이유를 위해 열정과 헌신으로 자신을 불태운다. 무엇보다 그는 마지막에 주어지는 위대한 승리와 패배를 알기에, 그것들을 전혀 모르는 차갑고 겁 많은 영혼들과 결코 함께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시민의식’ 연설 중. 1910년 4월 23일 파리 소르본 대학. 테오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

<이미지 출처 = http://www.keepcalm-o-matic.co.uk/p/have-a-good-day-and-ignore-all-naysayers/>

검색 – 계속되는 도전과 발전

애플의 차기 운영체계 OS X과 iOS 8의 기본 검색엔진은 여전히 Google 이지만 얼마전 WWDC 무대에서 애플이 발표하지 않은 내용 중 하나가 새로운 운영체계의 Safari에서 옵션으로 제공될 DuckDuckGo라는 검색엔진이다. 덕덕고 (별 뜻은 없다. 그냥 Duck, duck, goose라는 어린이들이 하는 게임에서 유래)는 Google이나 Bing과 같이 잘 알려진 검색엔진은 아니지만 – 미국도 아는 사람만 알지 대중적이지는 않다 – iOS 8에 옵션으로 장착된다면 그 노출도는 엄청날 것이다.

덕덕고는 다른 검색엔진과는 달리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저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 결과도 개인화가 전혀 가미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검색 결과가 보여진다. 다른 검색엔진들이 구글을 따라하고 있는 추세와는 반대로 덕덕고야 말로 대표적인 anti-Google 프라이버시 검색 엔진이다.

이걸 보면서 역시 시장이 정말로 크고, 그 큰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여러가지가 존재한다면,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이지만 다양한 기술과 다양한 기능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검색만 해도 그렇다. 절대적인 숫자로만 본다면 구글은 검색의 왕이다. 구글을 검색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플레이어가 가까운 미래에 나올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색 시장이 커질 수록 – 그리고 검색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많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게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구글이 해결하지 못하는 구멍들이 계속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덕덕고는 익명성이 가장 잘 유지되고 사용자 정보를 트래킹하지 않는 검색경험에 촛점을 맞추었고 이 시장 하나만 봐도 엄청 크다는걸 발견하고 좋은 제품을 개발했다. 솔직히 나도 검색엔진 기술이나 덕덕고의 기술력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애플이 이 검색엔진을 채택했다는 건 의미가 아주 크다고 본다 (물론, 간접적인 구글 견제책이기도 하다).

검색의 발전은 이걸로 끝인가? 절대로 아니다. 검색은 앞으로 계속 바뀌고 발전할 것이다. 검색의 기본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찾아주는건데 아직 그 어떤 검색엔진도 이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빙, 덕덕고 그 어떤 검색엔진도 내가 원하는 답을 100% 제공해주지 못한다. 큰 시장에 명확한 문제점들이 존재하는 이상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는 기술과 제품들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이 중 누군가 이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문제들이 보일것이고 이 사이클은 반복될 것이다.

비단 검색시장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존재하는 큰 시장들이 너무나 많다. 분명 그 시장에서의 강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그 시장의 강자도 해결하지 못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문제점들이 보이고 거기서 다시 한번 좋은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탄생한다.

<이미지 출처 = http://cdn.searchenginejournal.com/wp-content/uploads/2012/11/DuckDuckGo.png>

결국은 제품이다

오늘 새벽에 USV의 Fred Wilson의 “No Pain No Gain“이라는 포스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 포스팅의 내용은 고통이 더 클수록 얻는게 더 값지다는건데 육체적인 고통에 대한 건 아니고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서비스에 익숙해 지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을수록 더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일 확률이 높다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예를 들었다. Pandora나 Spotify (둘 다 한국에서는 음원 저작권 때문에 즐길 수 없는걸로 알고 있다)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그냥 채널, 음악 또는 아티스트만 설정하면 알아서 자동으로 계속 음악을 재생해서 굉장히 쉽지만 어느 정도 듣다보면 계속 똑같은 음악이 반복되어 금방 싫증이 난다. 이와 반대로 SoundCloud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좀 들어가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아티스트들을 팔로우하고, 음악을 큐레이션하고 다른 유저들이 포스팅한 음악을 다시 리포스팅 하다보면 그 결과물은 훨씬 더 다채롭고 서비스 사용자 경험이 매우 흥미롭다.
Fred는 트위터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시간을 들여서 본인도 계속 트윗을 하면서 실험하고, 나랑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이들의 트윗을 잘 읽고 다시 리트윗하고, favorite하다 보면 그 어떤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트위터 만의 매력과 유용함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두번 사용해서 되는게 아니라 이건 어느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마치, 아무도 발견하지 않은 조용하고 깨끗한 해변가를 찾으려면 산을 오르고 정글을 지나야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SoundCloud나 Twitter를 사용하다가 자기 맘대로 안되고 남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왜 나만 잘 모르겠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익숙해질 때까지 이 제품들을 사용하는 유일한 이유는 좋은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사용하기 어려운 서비스인데 각 단계마다 사용자 경험을 불편하게 하거나 에러가 나면 모두 중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귀찮고 어려워도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계속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게 만드는 건 product manager,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들의 뼈를 깍는 고민과 노력이 제품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과 마지막 10%에 대한 집착 때문인거 같다. 역시 한국 회사들이 많은 생각과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공공사이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