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창작자와 소비자의 마켓플레이스

two-sided-marketplace-800px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분들의 지상과제는 수요와 공급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급/판매/생산하는 공급자들과, 이를 원하는 수요자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을 원활하게 매칭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많은 마켓플레이스에 투자를 했고, 모두 다른 비즈니스를 운영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을 잘 밸런싱해야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중, 뭔가를 만드는 창작자와 이들이 만든 창작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창업가들을 위해, 내 경험을 일부 공유하고 싶다.

내가 미국에서 운영하던 뮤직쉐이크도 크게 보면 마켓플레이스다.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와 이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전형적인 양면 음악 마켓이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창작자와 소비자의 비율은 1:9 정도였다. 즉, 10명 중 한 명은 정성껏 우리 제품을 사용해서 음악을 만들고, 나머지 9명은 음악은 만들지는 않지만, 남이 만든 음악을 들었다. 우리의 초기 가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창작 본능을 갖고 있지만, 음악을 만든다는 거 자체가 너무 어려우므로 음악 창작 활동을 못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모르고, 악기를 연주하지 못 하는 사람도, 뮤직쉐이크를 사용해서 누구나 다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 수만 있다면, 세상 모두가 다 창작자가 될 것이라는 게 우리 서비스의 가장 근본적인 가설이었다. 우리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 집단에 모든 자원을 투입했다. “어떻게 하면 나같이 음악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이 음악을 재미있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뮤직쉐이크를 어떻게 더 쉽게 만들 수 있을까?”가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였다.

첨단 기술과 많은 노가다를 투입해서 우리는 더 좋은 음악창작 제품을 만들어서, 더욱더 많은 일반인이 창작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위에서 말한 1:9의 비율이 9:1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입한 후에 내가 배운 점이 있다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음악을 만드는 거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남이 만든 좋은 음악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데 관심이 있지, 본인들이 음악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고, 이런 경향은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창작활동에도 적용되는 거 같았다. 창작이 아무리 쉬워도, 창작자 대비 소비자의 비율을 3:7 이상으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급하게, 창작자가 아닌, 우리 서비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한테 초점을 옮겨서 남이 만든 음악을 더 잘 발견하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쪽으로 서비스의 방향을 틀었다. 다양한 커뮤니티, 소셜 기능, 그리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뮤직쉐이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와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아마도 창작자와 소비자가 존재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팀이라면,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위에서 내가 말한 내용이 절대로 절대 진리는 아니지만,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창작자-소비자의 마켓플레이스에서는 항상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거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 마켓플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소수의 창작자보다는 다수의 소비자가 최대한 이 플랫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돈을 쓸 수 있도록 회사의 자원을 투입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인 거 같다. 소셜기능이 강화된 커뮤니티 관련 기능들이 잘 구현되면, 이런 소비자 기반 마켓플레이스의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뮤직쉐이크같이 창작자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든다면, 창작자의 비율을 소비자보다 더 높게 만들고(6:4 정도?), 이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완성도가 높은 기능을 지속해서 출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해보면 알겠지만, 이 각도로 접근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소수의 까다로운 입맛에 호소하는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양면을 다 충족해야 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공급자들이 뭔가를 창작해서 올려야 하고, 그 창작과정을 도와주는 툴까지 우리가 만들어서 제공을 해야 하면, 이는 단순 양면마켓플레이스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다.

<이미지 출처 = Reason Street>

해봐야지만 아는 것들

4월 2일 막을 내린 2017 Shell Houston Open 골프대회 우승을 한국의 강성훈 선수가 아쉽게 놓쳤다. 나는 강성훈 선수보다는 개인적으로 Rickie Fowler 선수를 좋아해서 시간 날 때마다 계속 경기를 시청했다. 몇 번 홀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린의 오른쪽 끝에 깃대가 있었고, 그린 바로 옆에 큰 벙커가 있었다. 대부분의 선수는 안전하게 플레이했고, 벙커를 피해서 그린의 다른 쪽에 공을 올렸지만, 리키 파울러는 홀을 바로 공략했고 구멍과 벙커 사이에 아주 정교하게 공을 올렸다.

나는” 우와!”하고 소리쳤는데, 내 옆에 있는 골프를 잘 모르는 분이, “저기 공을 올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그냥 저쪽으로 공 치면 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골프를 좀 해 본 분이라면, 그 작은 공을 내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것이고, 이렇게 정교한 플레이를 하는 프로선수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면서 스윙연습을 했는지 알 것이다. 물론, 해보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그냥 작대기로 공을 치는 게임이고, 넓은 페어웨이로 치는 거나, 위에서 말한 좁은 공간으로 치는 거나, 다 똑같아 보일 것이다.

비즈니스도 비슷한 거 같다. 자기 손으로 직접 사업을 시작해서, 뭔가를 팔아보지 않은 분들한테는 매출 100만 원 비즈니스가 좀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스타트업 경험이 없는 분들과 우리 비즈니스에 관해서 이야기하거나, 우리 투자사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 종종 이분들이 우리 투자사들의 미비한 수치를 무시하고, 우습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겉으로는 안 그런척하지만, 대부분 속으로는, “좋은 회사에 투자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매출 100만 원 하는 회사야?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냐? 좋은 회사 맞아?”라고 생각하는 걸 그 표정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직접 만들고, 고객을 발굴하고, 제품을 팔아서 돈을 벌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뭔가를 내가 직접 판매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값진 것인지. 이 분이 직접 만든 매출 100만 원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조 단위 매출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어려운 성취이다. 안 해본 사람들은 절대로 모르고 무시하지만, 해본 사람들은 마치 자기 일같이 좋아해 주고, 축하해준다.

우리 투자사 중 미국에서 반려견 사료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헤이마일로라는 이커머스 회사가 있다. 외국에서 수입해본 경험이 없는 분은, 그냥 개밥 미국에서 수입해서 팔면 되는 건데,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비즈니스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실제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하지만, 이분들은 해외의 공급업체를 발굴하고, 연락하고, 관계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들고, 누군가 먹는걸 수입 등록하는 프로세스가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안 해봤기 때문에, 보기엔 너무 뻔하고, 쉬운 과정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디테일과 어려움을 모르는 것이다.

벤처는 배우고, 공부하고, 남이 하는걸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직접 해봐야 한다.

지친 영혼을 위한 조언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같은 부위에 지속적인 힘을 가하면 피로도가 누적되고, 결국 부러지는데, 사람은 아무리 체력과 정신력이 강해도, 반복된 스트레스나 고통이 지속해서 가해지면, 어느 순간 반드시 부러진다. 그리고 한 번 부러지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그게 뼈가 아니라 정신이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창업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건 대부분 사람이 상상만 하는,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신념의 도약이다. 이 힘든 결정을 하는 모든 창업가는 의지가 상당히 강한 분들이다. 하지만, 이런 분들도 한 번도 칭찬을 받지 못하고 수십번, 많게는 수백 번 거절당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마련이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면서 야심 차게 창업했지만, 그 누구도 이 비즈니스를 인정해주지 않고, 수많은 투자자한테 욕만 먹고, 거절당하면, “내가 가는 길이 틀렸나?” 또는 “내가 그렇게 무능한 인간이었나?”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의문은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창업가는 자괴감에 빠지면서 매사에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도 이런 지친 영혼들이 많다.

얼마 전에 이런 지친 영혼을 만났다. 미팅하면서 계속 내 눈치를 보는 느낌을 받았고, 계속되는 내 질문에 대해 미리 준비나한듯,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모범답변만 기계적으로 나열해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이 서비스는 방향을 조금만 다르게 잡아보면 정말 가능성이 많은 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말을 하자 대표이사가 갑자기 울컥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3년 이상 비즈니스를 하면서 수백 명의 투자자를 만났지만, 자신들이 가고 있는 길에 대해서 긍정적인 이야기 하는 걸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기분이 짠했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게 되겠어?” , “너희 같은 팀이 감히 그 회사를 따라잡아?” , “좋은 학교 나와서 고작 이건가요?” , 뭐 이런 비난만 받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창업 초기의 그 패기와 자신감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소심과 자괴감이 대체하면서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투자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투자자 미팅에 참석한다고 했다.

참 안타까웠다.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분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창업가한테 초심으로 돌아가서 왜 이 힘든 창업의 길을 택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분명히 내가 믿는 비전이 있고,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있어서 이 길을 선택했을 것이고, 절망적이지만 아직도 이런 나의 초심을 믿고, 우리 팀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투자를 받기 위해 사업을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하라고 했다. 이런 자신감이 있다면, 투자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나와 우리 사업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할 수 있어야 하고, 투자자를 나의 이야기 안으로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걸 하지 못하면 투자도 없고, 이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이유도 없는 것이다. 실은, 많은 투자자도 창업가의 이런 태도를 원한다. 왜 이 비즈니스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창업가는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지, 투자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오히려 창업가가 설득당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남이 나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정의한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는 소신 없는 창업을 할 바에야 그냥 남의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게 더 현명하다.

영혼이 지칠수록, 더욱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투자자들의 질문에 쫄지말고, 그들의 취향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 사업을 해라. 어차피 이건 내가 하는 거지, 남을 위해서 하는 비즈니스가 아니지 않냐.

유료화냐 아니냐

paid-vs-free유료화. 이 말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창업가마다 다를 것이지만,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회사가 생존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거에 대해서는 전원 동의할 것이다. 힘들게 팀을 만들었고, 더 힘들게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실은 이걸 고객한테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게 가장 힘들다. 많은 인터넷 회사들이 무형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주로 초반에는 무상으로 서비스하다가 어느 시점에는 유료화 전환을 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보다는 ‘언제’ 인 거 같다.

언제부터 우리 서비스를 유료화 전환해야 할까? 실은 나도 잘 모르겠고, 많은 우리 투자사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고민과 실험을 하고 있다. 작년에 나도 이 부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분들과 이야기도 해봤는데,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본다.

솔직히 물리적인 제품을 고객한테 판매하고 배달해주는 전형적인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첫날부터 유료화를 시작하면 된다. 이는 돈을 받고 물건을 판매하는 기본적으로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런 회사들이 돈을 벌 방법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 과금, 또는 광고로 인한 수익, 이 정도인 거 같다(물론, 깊게 들어가 보면 굉장히 다양해진다). 서비스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B2B 소프트웨어 회사, 드롭박스나 에버노트와 같은 삶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B2C 서비스, 또는 게임업체 정도가 있을 거 같다. 실은 이런 스타트업도 제품을 출시하고 바로 유료전환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반에는 무료로 시장에 풀고, 이를 미끼로 사용자들을 lock-in 시킨 후에 유료화를 시작하는 방법도 우리한테 너무나 익숙한 전략이다.

“BM을 붙인다”라는 말을 한국에서는 많이 하는데, 이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의 유료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음식, 화장품, 패션 커뮤니티로 시작한 컨텐츠 스타트업들이 엄청난 바이럴 효과를 유발하면서 사용자층을 확보한 후에, 비즈니스모델을 붙여서 이커머스 플레이 또는 광고 노출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 회사들도 과연 그 유료화 시점이 언제냐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는 걸 옆에서 봤다. 회원이 1백만 명일 때가 그 시점인지, 회원들이 포스팅하는 컨텐츠가 하루에 1만 개가 되었을 때 인지, 평균 체류 시간이 7분 이상일 때인지, 비즈니스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정하기 쉽지 않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큰일이다.

유료화 시점은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만약에 내가 소셜미디어와 같은, 광고가 거의 유일한 비즈니스모델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엄청난 트래픽, 높은 체류 시간, 많은 인당 방문 페이지수가 있어야지만 의미 있는 광고 수익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모바일 광고 단가는 아직 낮으므로,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비즈니스는 당분간 돈 벌 생각은 하지 말고, 가장 빨리 스케일 할 수 있는 전략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자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괜히 어중간한 수치에 도달했을 때 광고를 노출하다 보면, 회사는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어중간한 트래픽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매출은 실은 굉장히 낮은데, 그동안 짜증 나는 광고를 보지 않고도 재미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던 기존 사용자들을 화나게 해서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도 못 벌고, 고객도 떠나가는 이중 위기가 회사 닥칠 수 있다. 계속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면서, 광고도 노출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게 말같이 쉽지는 않다. 일단 광고를 보여주기 시작하면, 나같이 광고를 싫어하는 사용자들을 획득하는 게 쉽지 않고, 절대적인 고객 수가 모자라면, 의미 있는 광고수익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력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작은 회사가 사용자 확보와 수익 창출이라는, 어떻게 보면 초기에는 상반된 개념의 두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매출이 없는 거 보다는 조금이라도 매출이 있는 스타트업이 ‘갑’이라는 건 나도 100% 동의한다. 그렇지만, 섣부른 유료화 정책으로 빠른 성장이 예상되지 않는 몇백만 원 수준의 월 매출을 발생시키면서, 훨씬 더 중요한 스케일에 타격을 주는 건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이 고민을 하는 스트롱 투자사도 많다. 모두 비즈니스 모델도 다르고, 처해있는 상황도 다르지만, 유료화 관련해서는 나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광고로 돈을 버는 서비스는 일단 스케일에 무조건 집중하고, 매출은 조금 나중에 걱정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먼저 스케일하고, 매출은 나중에 걱정’하는 모델을 믿는 투자자들을 찾아서, 성장해서 돈 벌기 전까지는 계속 투자를 유치하라고 한다. 괜히 어정쩡한 시점에 광고를 노출해서 돈도 못 벌고, 성장도 못 하는 상황에 갇혀버리면, 이 비즈니스는 정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에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들은 스케일도 중요하지만, 고객당 매출에 더 집중하면서 유료화 정책을 일찍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spinbackup.com/blog/free-vs-paid-why-move-to-paid-account/>

비싼 수업료

우리가 VC를 처음 시작할 때 한국/미국의 업계 선배님들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각자 다양한 말씀을 해주셨지만, 이 중 공통된 충고가 2가지 있었다:
1/ 투자를 정말 하고 싶은가? 명심할 건, VC에 입문하면 평생 fundraising 해야 한다(창업가들이 VC한테 피칭해서 fundraising을 하듯, VC들도 피칭해서 fundraising을 한다)
2/ 대부분의 VC는 첫 번째 펀드를 수업료로 사용한다(“It takes one fund to train a VC”)

오늘은 두 번째 조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VC들도 사람이고, 불확실성이 상당히 큰 벤처투자를 하므로, 투자하는 회사마다 돈을 벌 거나, 성공할 수는 없다. 아니, 실은 이와는 반대이다. 모든 VC의 포트폴리오에는 잘 되는 회사보다는 잘 안 되는 회사 수가 훨씬 더 많다. 이는 이제 갓 입문한 투자자나 수십 년 동안 투자를 한 투자자나 마찬가지이다. 한 회사가 창업되어, 성장하고, 튼튼한 기반을 갖추기까지는 예측할 수도 없고 계산할 수도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이기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성공방정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회사가 잘 안 되고, 예상치 못한 회사가 대박 나는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만큼 벤처투자는 정형화된 패턴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한국에서 창업된 벤처기업 10개 중 6개가 3년 내 폐업한다는 기사를 오늘 봤는데, 나는 이 바닥의 습성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4개의 벤처기업이 3년 이상 사업을 한다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수도 있었던 비트패킹컴퍼니가 작년에 문을 닫았다. 그동안 이 회사에 투자되었던 돈은 170억 원 정도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 스타트업치곤 상당히 큰 금액이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도 아니고, 내가 잘 아는 회사도 아니지만, 최근에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비트 문 닫은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한테 많이 물어본다. 그리고 투자사가 폐업하면, “원래 벤처기업이 성공확률이 낮으므로 어쩔 수 없죠.”라고 투자자들이 말하는 게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이분들이 한다. 특히, 한국의 많은 VC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정부의 모태펀드로부터 출자를 받아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데, 정부 돈이라고 너무 대충 집행하는 게 아니냐는 공격도 한다.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우리도 이제 투자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지 5년이 되어간다. 이제 천천히 망하는 투자사들이 생기고 있는데, 실은 이 회사들이 폐업하는 거에 대해서 나도 똑같이 “어쩔 수 없죠”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어쩔 수 없죠”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는 조금 변명을 하고 싶다. 스트롱도 다양한 기관과 개인들로부터 투자금을 받고, 이를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현재 우리 두 번째 펀드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모태펀드도 들어와 있다. 많은 분이 우리 같은 VC가 남의 돈으로 투자를 하므로, 책임감 없이 투자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정말로 잘못된 오해이다. 오히려 내 개인 돈으로 투자를 하면 편안하게, 수익성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투자를 하겠지만, 나를 믿고 돈을 주신 분들을 대신해서 투자를 하므로 우리는 정말로 신중하게 투자금을 집행한다. 그리고 우리도 투자를 잘해서 수익률이 높아야지만 계속 펀드를 만들면서 VC 업을 길게 할 수 있는데, 투자하는 회사마다 잘 안되면 우리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 업계를 떠나야 하는 게 불문율이다. 제대로 된 투자자라면, 병신이 아닌 이상,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투자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신중하게 투자를 해도, 스타트업은 쉽지 않다. 스타트업 생태계 이해관계자들 모두 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이 또한 확률 게임이다. 갈수록 더욱더 많은 회사가 창업되지만, 이 중 극소수만이 살아남고, 살아남는 회사 중 극소수만이 좋은 비즈니스로 성장한다. 이 산업을 잘 아는 분들이 VC들의 첫 번째 펀드는 수업료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데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큰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여서, 신중하게 투자했고, 이 비즈니스가 많은 걸 시도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좋은 비즈니스가 되지 못했으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망한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해서, “아쉽고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는 VC들의 태도나 입장은 “어쩔 수 없다”가 피상적으로 보여주는 무책임과 무성의와는 다르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한 가지 더. 한 회사가 폐업하면, 그 회사의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많은 배움을 얻는다. 왜 잘 안되었을까? 어디서 뭐가 잘 못 되었을까? 앞으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뭘 다르게 해야 할까? 난 이 경험을 통해서 뭘 배었을까? 등 많은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배우고, 발전한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아주 탄탄한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엄청난 회사들이 만들어진다. 물론,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돈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