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같이 창업하고 싶은 창업가들

이번에 한국에 꽤 오래 머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하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tech 창업자들과 예비창업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non-tech 분야의 창업가들도 많이 만났다. 이들이 하는 비즈니스와는 별개로 이 중 절반은 개인적으로 좋아했고 나머지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분들 중 굉장히 재미있고 가능성이 많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분들이 꽤 있었지만 우리같은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사람들한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이 분들과 오래동안 재미있고 진지하게 같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인데 개인적으로 호감이 안 가는 사람들과는 이렇게 오래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에 창업을 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co-founder로 모시고 싶은 분들의 몇가지 공통점들을 정리해 봤다(이건 매우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다):

1.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 나는 일함에 있어서는 상당히 직설적이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건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다. 관련 글). 그렇기 때문에 내 피드백을 원한다면 어느정도 비난과 비판은 감안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고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비즈니스와 사람을 봐도 그 피드백은 모두 다르다. 어떤 이들은 칭찬만 하고 어떤 이들은 비판만 할 것이다. 창업가들은 이런 비판을 – 생산적이든 쓰레기 같은 비판이든 –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인생을 바쳐 하는 일을 누군가 비판하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현실 또한 인정해야 한다.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 피드백 달라고 찾아간 투자자가 조금 싫은 소리 했다고 그 자리에서 흥분하고 언성을 높이면서 방어적인 자세를 보일거면 투자자를 왜 찾아왔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2.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용기 – 창업가들이 자기가 하는 일과 분야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 수가 없다.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른다고 인정하고 잘 아는 건 아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개인적으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창업가들은 모르는게 없는 만물박사들이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솔직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모르는거랑 나약한거는 완전히 별개이다.

3. 높은 지적 능력 – 창업해서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똑똑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똑똑함은 학교와는 완전히 별개이지만, 내가 좋아한 창업가들은 기본적으로 IQ와 지적 능력이 매우 좋은 사람들 같았다 (뭐, 내가 IQ를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게 아주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공통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4. 팀플레이어 – 혼자서 모든 걸 하려는 사람들을 난 싫어한다. 모든 걸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지 않는 창업가들은 위에서 말한 2번 카테고리에도 속하는데 벤처는 고독한 거라서 모든걸 혼자서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난 생각한다.

5. Oddity – 이걸 우리말로 직역하면 ‘이상함’ 또는 ‘특이함’ 이다. 내가 말하는 건 좋은 의미의 oddity 이다. 뭔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한다는 건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본자세를 갖추었다는 뜻인데 이런 사람들이 하는 비즈니스가 성공하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대박이 될 확률이 크다. 이런 사람들은 대기업에서 일 잘하고 능력받는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데 나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질문들

한 연구에 의하면 4살짜리 꼬마들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300개 이상의 질문을 한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2살 – 5살 동안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40,000개의 질문을 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우리의 궁금증은 사라지고 질문의 빈도가 줄어든다. 하루에 300개 이상의 질문을 하던 꼬마가 고등학생이 되면 거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학교는 학생들의 호기심과 질문하려는 의욕을 좌절시킨다. 대학 입학 시험은 학생들의 질문보다는 답을 중시한다. 직장 상사는 질문이 너무 많은 직원들을 싫어한다 – 특히 그 질문이 상사의 생각과 반대가 된다고 생각되면. 질문을 하는 사람은 무식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질문 하고 싶어도 꾹 참게 되며 이건 습관이 되고 우리의 인생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내가 ‘WHY?‘라는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다.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해야만 그에 대응하는 좋은 답변들과 해결책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창업가라면 좋은 질문들을 넘어서 ‘아름다운’ 질문들을 우리는 수시로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1970년대 어느날 모토로라의 부장 Martin Cooper는 스타트랙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캡틴 커크가 이동 ‘communicator’라는 기기를 사용해서 우주선의 선원 중 한명과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이 있었다.
그는 그 순간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첫번째 질문을 했다. “사람이랑 통화하고 싶은데 왜 특정 장소로 전화를 해야 할까? (=나는 내 친구랑 전화를 하고 싶은데 왜 개네 집으로 전화를 해야할까?)”
이 질문에 이어서 그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두번째 질문을 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이걸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첫번째 질문은 정말 좋은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불편함을 감소하면서 인생을 살지 이런 질문 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두번째 질문은 ‘아름다운’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함으로써 쿠퍼씨는 문제의 해결책을 다른 사람한테서 찾지 않고 스스로 그 질문의 오너싶을 갖게 되었다. 쿠퍼씨는 동료 엔지니어와 연구 개발을 시작했고 1973년 4월 3일 그는 세계 최초로 이동전화로 (핸드폰) 다른 사람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젠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시작은 비슷했다. 뉴멕시코에서 휴가를 즐기던 Edwin Land씨의 3살짜리 딸이 “아빠. 사진을 보려면 왜 기다려야 해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매우 좋은 질문이었다. 랜드씨는 여기서 “왜 이런 카메라를 다른 사람들은 안 만들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내가 이 카메라를 만들면 안 되나?”라는 ‘아름다운’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1948년에 최초의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탄생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꾼 대다수의 발명의 시작은 좋은 질문이다 – “왜 이럴까?”
창업가들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다음의 ‘아름다운’ 질문을 한다 – “내가 이걸 해결할 수 없을까?”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창업을 못하고 있다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해답들을 남이 아닌 내가 찾아보려고 노력해봐라. 질문하는거 자체가 너무 힘들다면 3살의 나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 순진함과 호기심으로 모든 걸 질문해보자.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러한 질문들을 ‘아름다운’ 질문으로 바꿔보자.

<참고서적 = “A More Beautiful Question: The Power of Inquiry to Spark Breakthrough Ideas” by Warren Berger>
<이미지 출처 = “http://blogs.mlmins.com/goodquestion/files/2012/04/good-questions-to-ask-when-getting-to-know-a-guy1.jpg“>

좋아하는 것을 해라

do what u love지난주에 우리 집 근처에 사는 그렇게 젊지는 않지만,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교포 창업가 2명을 만나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현재 제품을 만들어가는 중이며 3개월 후에 론치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최소 3개월 x 3 = 9개월 정도 걸리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창업해 본 사람들은 나랑 공감할 텐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했던 거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창업가 중 “5,000만 원으로 2명이 6개월 정도 밤새워서 만들면 될 거 같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숫자들에 모두 최소 3을 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제품을 launch 하는 시점에서 역산을 해보면 아마도 1억 5,000만 원 정도 썼을 테고, 시간은 한 1년 반 정도가 걸렸을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초기 예상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걸 누구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 기획이 늦어졌다, 개발이 너무 더디었다 등… – 이 바닥은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과 혼돈이 존재한다. 생존하기 위해서 하루에 몇 번이나 회사의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세웠던 이런 가설들이 제품이 나오는 시점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대부분 회사가 제품을 론치 해보기도 전에 없어진다. 이러한 이유와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장담하는 론치 시점과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예산을 절대도 안 믿는다. 심지어 나는 3개월이면 다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창업팀이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이제는 창업가들이 말하는 숫자들에 3이 아니라 5를 곱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혹시나 그 전에 완성이 되면 굉장히 기뻐할 수 있고, 더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을 위안할 수 있다.

창업을 결심했거나 지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초기에 예상한 거 보다 돈, 시간, 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생각보다 더 빨리 돈이 떨어지고, 제품 개발은 늦어지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계속 내가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하려면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얼마 전에 비키/빙글의 호창성 님의 고생 스토리를 감명 있게 읽었는데 이 중 내 심금을 울렸던 말: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라. 그래야 버틸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길지 않은 인생, 우리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가치 있게 살다 가자.

<이미지 출처 = FB Cover Street>

죽음의 활주로


우린 이제 한 2년 동안 16개 회사에 투자를 했다. 대략 1.5개월 마다 한 개의 회사에 투자한 셈인데 앞으로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투자를 하길 원한다. 이 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거 엄청 많이 배우고 (거의 매일), 그동안 알던 걸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은데 오늘은 대부분의 초창기 스타트업들이 경험하고 그 중 80% 이상이 살아남지 못하는 죽음의 활주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이 바닥에서 말하는 ‘활주로 (runway)‘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내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활주로 (runway)라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다다르면 하늘로 이륙하거나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아니면 바다로 추락하듯이, 스타트업들도 돈을 다 소진하면 재투자를 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망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활주로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How much runway do you have?”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언제 떨어집니까?’라는 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과거의 성공 기록이 없고, 남들이 알아주는 팀원도 없고,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펀딩을 받고 시작하기란 힘들다. 과거에도 힘들었지만 소수의 회사들에만 돈이 집중되고 있는 현재 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돈이 집중되어 있는 소수의 스타트업들은 남들이 알아주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많은 창업가들이 시작했거나 이미 제품이 있고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런 회사들이다. 불행하게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 중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분들 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돈 많은 가족 또는 현실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스트롱 벤처스와 같은 시드 투자자 들이다. 운이 좋아서 가족이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더라도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같은 경우도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이 해도 1억원 정도까지만 투자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큰 돈 이지만 2-3명의 팀원들이 최소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더라도 서울, 실리콘밸리 또는 LA와 같이 물가가 비싼 곳에서 생활하기에는 모자랄 수 있다. 가족한테 투자를 받아도 비슷한 걸 난 목격했다. 정공법으로 돈을 번 사람들 이라면 아무리 아들 딸이 창업을 해서 고생하고 있더라고 무작정 몇 억 또는 몇 십억원을 주지는 않는다. 최소 투자금을 주고나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투자를 받는 이 순간부터 ‘죽음의 활주로’는 시작된다. 이 투자금을 가지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제품을 만들어서 운이 좋으면 launch 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제품도 launch 해보지 못하고 없어진다). 이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launch 하자마자 크게 잘되는 서비스는 드물다. 론치 한 후에 시장이 원하는 product fit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product fit을 찾는 과정은 제품을 론치하는 거 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이 과정은 실험과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더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회사와 제품들이 이 product fit을 찾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 이유는 이 실험과 시행착오에는 생각했던 거 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도 훨씬 전에 자금이 바닥난다. 즉, 생각보다 활주로는 짧고 우리 비행기는 하늘로 날지 못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시드 펀드라는 거 자체가 한정된 금액이고 이 돈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제품을 빨리 만든다는 건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다. 다른 이유는 이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창업 멤버들 사이에 금이 가고 멀어진다. 그러면서 팀이 해산되고 회사도 해산된다. 솔직히 내 생각은 후자의 경우도 궁극적으로는 ‘돈’의 문제이다. 돈이 너무 없으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창업 멤버들 사이도 멀어지는 걸 많이 목격했다.

지속적인 실험과 그 실험들에 대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죽음의 활주로’ 때문이다. 활주로의 끝에 왔는데 운이 좋게 market fit과 product fit을 찾았다면 축하한다. 이제 돈을 버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 했다면 다시 투자자들이나 가족을 찾아가서 돈을 구해야 하는데 product fit을 아직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정상적인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 팀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어느 방향으로 가면 만들 수 있는지 조금씩 찾아가고 있으며, 매일 매일 그 목표에 더 가까워 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팀이 이를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얻는 수치화 할 수 있는 데이터다.

솔직히 이렇게 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모두 확실한 수치를 (유저, engagement, 매출 등)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그동안 창업팀이 한 수많은 시행착오, 실험 그리고 데이터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여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가끔씩 만난다. 이런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활주로는 시작되고 이번엔 반드시 우리 비행기를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justtheflight.co.uk/blog/1-13-death-defying-runways.html>

한번에 하나씩

우리가 가장 최근에 투자한 스타트업은 LA 기반의 Poprageous라는 회사이다. 크라우드 소스 의류를 디자인, 제조 그리고 인터넷 판매하는 회사인데 첫 제품은 고가의 레깅스 (여자들이 많이 입는 쫄쫄이 바지. 미국의 경우 남자들도 가끔 입는다) 제품들이다. 이 회사의 창업가는 Cher Park이라는 교포 여성인데 Strong Ventures가 좋아하는 창업가/사장으로서의 자격과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이 회사에 투자하기 전에 우리는 Poprageous가 어떻게 디자인을 크라우드 소싱하며, 그 디자인을 어디서 어떻게 제조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판매하는지 꽤 자세히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루는 Cher의 집(=사무실)을 찾아갔는데 아주 엉망이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저기 널려있던 옷감 원단, 마루 한 쪽 구석에 정리된 완제품들과 박스들, 그리고 소파위에 있는 각종 잡지, 옷과 신발들. 창업가의 집이 바로 Poprageous의 사무실이자, 창고이자, 사진 스튜디오이자 바로 배송 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 일어나서 그 전날 들어온 주문을 확인하고, 발주서에 따라서 레깅스를 하나씩 포장하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서 고객에게 정성스럽게 발송하는 현재로써는 상당히 ‘구멍가게’ operation 이다. 당시 나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큰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지인한테 이 회사에 대해서 알려줬고 혹시 같이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 본 기억이 난다. 그때 이 분은 “야, 쫄쫄이 바지 하나씩 사장이 손수 포장하고 보내서 도대체 회사는 언제 키우고 돈은 언제 벌려고? 이런 하꼬방에 투자해서 본전이나 찾겠어?” 라는 말을 하면서 즉시 거절했다.

하지만, 우리는 즉시 투자를 했다. 이 분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은 바로 본인이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는 그 회사 또한 시작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시작은 미약하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처음에는 차고에서 시작했다. 아마존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매일 새벽 주문을 확인하고, 차고에 있는 책상 위에서 (문짝으로 만든 책상이라고 한다) 책을 하나씩 정성스럽게 박스 포장한 후에 우체부가 오면 건내줬다고 한다. 그러다가 주문이 2개가 되었고, 2개가 200개가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작은 오더들이 하나씩 축적되어 우리가 아는 그 아마존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의 쿠팡이나 티몬도 비슷하게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한 딜 한 딜 정성스럽게 신경 쓰면서 진행했을 것이고 그렇게 시작한 작은 구멍가게가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큰 회사로 성장했다.

첫 날 부터 100만개의 주문을 처리하는 회사는 없다. 누구나 다 한 개씩 판매 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한 개를 팔면서 얻게되는 노하우가 쌓이면서 10개에 적용되고, 10개 판매하면서 더 쌓인 노하우가 100만개 판매할 때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본인이 직접 창업해서 고객의 주문을 직접 손으로 포장해서 보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지금도 우리나라 어느 구석에서 작은 인터넷 까페를 통해서 보세 옷을 판매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다. 주문 하나씩 올 때 마다 정성껏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면서 제품 하나 당 2-3만원씩 벌고 있는 이 하꼬방에서 한국의 아마존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지 출처 = http://nistmep.blogs.govdelivery.com/wp-content/uploads/2014/03/growing-clusters.jpg>